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05
제 805화
이 셋 중에서 유일한 정상인을 맡게 된 남궁운은 그런 두 사람과 함께 착실하게 살수들을 줄여왔다.
한마디로.
[튀죠!]진천희의 명령에 모두가 뒤도 안 돌아보고 후다다닥 튀기 시작했다.
“이 비겁한 놈들 또 도망가느냐아아아!”
“잡히면 반드시 네놈들의 내장을 씹어 먹고 말 것이다!”
[오우, 발성 좋고~]그랬다.
제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용사라고 해도 키 3미터 마왕이 1층부터 뭐 하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깔짝질을 해댔으면 3층쯤에 화병으로 쓰러지겠지.
‘상상만 해도 게임기 던져버리고 싶네.’
하지만 게임은 X같이 하라고 옛 선현들이 말씀하지 않았던가.
괜히 한국의 민속놀이 스타크래X트에서 남의 집 앞마당에 SCV가 와서 깔짝거리는 게 아니다.
드론 좀 톡톡 건드려도 주고, 뜬금없이 미네랄도 좀 캐주고.
한국인 VS 한국인이었으면 이미 쌍방 깔짝임으로 서로에게 빅엿을 던져주고 있었겠지만 다행히도 여기는 중원이다.
깔짝임의 미학이 없는 동네라서 그런지 애들이 면역이 없다.
그렇게 반 토막이 났던 살수 연합의 숫자는 마치 눈이 녹듯 계속해서 줄어들기만 했다.
이제 살수들은 천뢰응의 삐익하는 소리만 들어도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저 개 같은 새 좀 치워 달라고 허공에 붕붕 칼을 휘둘렀고.
진천희 일행은 나올지도 모르고, 안 나올지도 모른다.
그것이 깔짝임이니까.
방금도 목에 핏대를 새우며 허공에 칼질을 하는 살수들을 향해 진천희가 말했다.
“살수는 원래 감정이 없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좀 싼 애들한테 돈을 줬나 봐?”
사마현이 말했다.
“그게 일류 살수의 덕목이긴 해. 형. 근데 그걸로 치면 강호인도 언제나 부동심을 가지고 협을 실천해야지. 그리고 내가 걔들 심리는 빠삭하거든~”
사마현은 살수에 대해 너무 잘 알았다.
살수가 어떤 부분에서 예민한지, 감정을 버리라 배워 왔지만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 결과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간 후, 그것이 뿌리를 내려 더욱 깊이 파고들고, 또 파고들어간다.
사마현이 말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야. 사람의 희로애락은 역설적이게도 억누를수록 튀어나오는 법이거든. 아무리 감정을 제거했다고 하지만 그 경지까지 오른 자는 많지가 않아.”
문득 권제님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생각났다.
-검수는 무심(無心)하여야 한다 하였고, 언제나 무정(無情)해야 한다 가르쳐 왔다. 허나, 나이가 드니 정말로 그게 답일까 싶더구나. 인간의 본질은 마음(心)인 것을, 그걸 막으려다 심마가 오고, 스스로에게 갇히는 게 아닌가 싶더구나.
중원에서 가장 무심하고 무정해야 할 자는 살수다.
그 말대로라면 그렇기에 어찌 보면 가장 취약한 자야말로 살수가 아닐까.
사마현이 말을 이었다.
“극한의 세뇌로 완전히 탈혼시켜서 꼭두각시처럼 쓸 수는 있지. 허나, 그렇게 되면 어려운 명령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니 역으로 살수로서는 손해지.”
사마현이 혀끝으로 자신의 입술을 훑는다.
“그렇기에 살수를 키울 때는 균형이 중요해. 덕분에 나 같은 놈이 파고들 틈이 생기는 거지~”
사마현은 즐겁게 웃는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은 광대로서 최고의 재능.
사마현이 줄곧 어릴 때부터 가장 잘해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형, 부동심이 강한 자들은 이 정도의 장난으로는 넘어오지 않을 거야~”
진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그건 살수뿐만 아니라 다른 강호 고수들도 마찬가지니까. 지금은 쭉정이들만 솎아낼 수 있으면 돼.”
그리 말하더니 진천희가 곧바로 튀어나갔다.
살수들이 화들짝 놀라서 암기를 쳐들었다.
“방진을 준비해라!”
“암기 비가 쏟아질 터, 철 우산을 펼쳐라!”
일사불란하게 공격을 대비한다.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진천희는 광소한다. 그리고 공격한다.
허나, 암기의 비가 아니었다.
끼이이이익~~~! 끼긱! 끼이이이이이~~~~!
청년의 아름다운 입술 사이로 칠판 긁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으아아악! 음공, 음공이다아아아!”
“귀를 막아라아아아!”
해외 놈들이 한국 놈과 게임하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 * *
“헉, 허억. 미치겠군.”
“허억… 반드시 잡아다가 뼛가루를 씹어 먹고 말겠다.”
“망할…… 허억……. 놈들…… 같으니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욕을 했다.
살수 일을 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었다.
“차라리…… 생사결을 하자……. 이놈들……아아…….”
부동심을 완벽하게 이루어낸 살수들조차도 지쳤다.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체력은 쭉쭉 빠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살수 연합의 숫자는 불과 삼백여 명으로 줄고 말았다.
“그래도…… 결국 저놈들을 포위할 수는 있겠군.”
그랬다.
진천희 일행을 쫓아서 바위산까지 도착. 드디어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함께 지친 교뇌자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말했다.
“천라지망이라고 하기에 다소 조촐하기는 하나, 결코 도망칠 수 없을 것이오.”
“오오! 자네가 장담하니 이제 좀 든든하군.”
살검루주가 이마에 흐른 땀을 쓰윽 닦았다.
그렇게 삼백여 명이 바위산을 포위하고 점점 들어갔을 때쯤 되자.
“이상하게도 일광 놈의 습격이 더는 없군.”
“그쪽도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 최후의 준비를 하고 있겠지.”
“드디어 진검승부인가.”
삼백의 살수와 단 세 명의 고수.
그것도 마지막에 남은 살수들은 모두 절정, 초절정에 이른 고수들.
만약 자신들을 상대로 승리한다면 그들은 강호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터였다.
허나, 자신들은 삼백 명 쪽.
이긴다고 해봐야 치사한 살수 놈들이라는 손가락질이나 당하겠지.
허나, 상관없다.
강호의 욕이 무서웠다면 처음부터 살수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일광이 이번에는 개를 안 데려왔나 보군.’
새는 하늘을 나니 독을 뿌리는 데 썼지만 개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함께 전투라도 벌일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백린의각에 지원을 요청하러 전서라도 보내는 건가.’
그런 거라면 말이 된다.
애초에 개방의 영물은 전서를 옮기는 데 썼으니까.
그렇게 도착한 바위 동굴.
진천희 일행이 머물렀던 곳에 왔다.
불을 피운 흔적과 마비 약을 담은 흔적이 보인다. 방금 전까지 이 곳에 있었다는 뜻.
“긴장하라. 세 놈은 매복해 있을 터.”
살수가 너무 많으니 기척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중에 세 놈이 섞여 있다면 찾는 것은 더더욱 힘들 터.
천하의 살검루주도 심장이 터질 듯 긴장했다.
그때 그 한복판에 깃발 하나가 보였다.
[제갈공명께서는 마속에게 산을 오르지 말라고 하셨다.]뜬금없는 글귀.
그러나 이것이 그들 살수 연합을 놀리려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 뒤로 바위 안쪽으로 깊게 파여진 토굴이 보였다.
살검루주는 순간 왜 황구가 보이지 않는지 깨달았다.
“이, 이 망할 놈이 개를 이용해 땅굴을 팠어?!”
개구멍.
황구가 얼마나 땅을 잘 파는지 진천희도 한 수 배워서 땅을 판 일이 있지 않았나.
덕분에 아편도 찾았었다.
허나, 그런 사연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으아아아아악!”
살검루주가 피를 토한다.
“루주! 루주! 진정하십시오!”
“뭣들 하느냐! 심마로 각혈을 하셨다. 응급약을 어서!”
이 광경을 보며 교뇌자가 어이가 없어 혀를 찼다.
“……일광은 강호인이 아니구나. 강호인이 아니야. 그렇다고 관의 놈도 아니고.”
강호사에서 개구멍을 이용해 도주한 역사는 교뇌자도 들은 일이 없었다.
보통은 이제 생사의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일광은 이 깃발로 말하고 있었다.
충분히 즐겼으니 게임 던져볼까? ㅇㅇ. 다음 겜?
내가 레디를 왜 박음?
사람을 가장 미치게 하는 방법이었다.
* * *
살검루주가 심마로 칠공으로 피를 토할 때.
같은 시간 진천희는 이미 바위산에서 제법 떨어진 지역을 걷는 중이다.
제법 떨어져 있는데도 살검루주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일광 진천희!! 내 반드시 네놈의 골수를 씹어 먹을 것이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진천희가 피식 웃었다.
“아, 제법 울화가 쌓이셨네. 열이 정수리까지 치밀었으니 흑전의각 의원들이 고생 좀 하겠어.”
칼 한 번 섞지 않고 상대를 이렇게 보내버릴 줄은 몰랐다.
그 모습을 보며 남궁운이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군.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나?”
진천희는 흙투성이 황구를 쓰다듬었다.
헥헥헥헥-
황구는 실컷 땅을 파서 기뻤다.
그동안 마당이나 남의 집 밭에 구멍 좀 팔라 하면 진천희가 득달같이 달려와서 뜯어 말렸기 때문이다.
“뭐, 제가 저들이랑 생사지투를 해서 남는 게 뭐 있겠나요? 나도 겸사겸사 스트레스도 풀고, 우리 뇌진도 요즘 주목받고 싶었는데 관심 좀 받고, 황구는 땅파기로 끝을 보고!”
컹!
삑!
기다렸다는 듯 영물들이 한마디씩 하자 그만 웃음이 튀어나왔다.
진천희가 말했다.
“백린의각의 무사들이 곧 출동해서, 중독된 이들과 진법에 걸린 이들을 회수할 거예요. 그리고 전부 관아로 넘겨야죠. 그게 다 돈이거든요.”
“도망친 자들은 흑전의각으로 가겠군.”
“혈생노괴 어르신께서 기뻐하시겠네요. 사람 치료하시는 걸 무척 좋아하시거든요.”
물론 환자의 의사와 삶의 질을 묻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어찌 되었건 혈생노괴는 환자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실 것이고, 건강적인 측면에서 혈생노괴는 틀림없는 강호 삼 대 의선이다.
사마현이 말했다.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말이네~”
“응. 그런 거지. 굳이 서로 끝까지 죽고 죽일 필요는 없는 거야.”
황구는 새카매진 앞발로 헥헥헥 진천희의 다리를 쳤다.
계속 머리를 쓰다듬으라는 뜻이었다.
확실히 다른 동물들에 비해 개는 한시도 인간과 떨어지고 싶어 하질 않는다.
영물이 되어서도 그 본능을 못 버릴 정도로.
진천희는 황구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남궁운이 말했다.
“말만 들으면 애들 장난 같은데, 이천의 살수를 상대로 그 장난을 칠 수 있다니.”
“죽고 죽이는 것은 이제 신물이 나니까요.”
진천희는 희미하게 웃는다.
왜일까.
새외에 다녀온 후로 이렇게 희미하게 웃을 때가 있었다.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무학도 깊어지고, 생각도 깊어졌다.
부리는 심계도 무언가 변했다.
남궁운이 성장하듯, 진천희 그도 같은 마음이겠지.
사마현이 말했다.
“황궁에 돈 좀 뜯어내겠네. 형~”
“그래. 그 많은 살수들의 현상금을 내놓으려면 황상도 아마 턱이 빠지시겠지. 그거 다 내가 먹어야지~”
분명 백린현은 더욱 부유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파는 돈이 된다. 살수, 특히 유명한 살수는 더더욱 돈이 된다.
거기다 태반이 마비 독과 수면 독에 당했으니 관아에 이송될 때까지 전혀 눈치도 채지 못할 터.
자결을 하려고 해도 이미 점혈까지 당한 시점에서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진천희가 푸른 눈으로 말했다.
“이 살수들이 어떤 정보를 알고 있는지 캘 수 있다면 강호에 숨겨진 수많은 그림자들을 알 수 있겠지.”
거기까지 염두에 둔 건가.
지독한 심계였다.
“자네는 한 가지 일을 하나의 목적만으로 하진 않는군.”
“네. 스승님께서 많이 하시는 방식이죠. 미욱한 제자는 그저 배울 뿐입니다. 물론 우리 현이가 많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온 것이지만.”
“헤에~ 신첩 부끄럽사와요~”
주거니 받거니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궁운은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주로서 내가 이런 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최대한 적으로 삼지는 않으려 한다. 하지만 언제나 상정은 해둬야 한다.
그것이 강호이고.
그것이 세가를 책임지는, 가주의 일이니까.
아버님은 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다. 그렇다면 자신은?
자신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