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06
제 806화
오싹.
그 순간. 그의 감각이 위험을 경고했다.
쐐에에엑!
고개를 급히 튼 순간. 그의 뺨을 스치고서 창 하나가 날아간다.
그것은 남궁운의 얼굴에 작은 작은 상처를 남기며 계속 나아갔다.
쾅!!
나무 하나가 산산조각이 난다. 그러고도 여력이 남아서 그 뒤의 나무에 날아가 창의 절반이 넘게 꽂혀 들어갔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
“누구냐!”
“역시. 여기로 올 줄 알았소.”
턱수염의 중년 사내가 서 있다.
진천희가 호기심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호오. 제 계책을 눈치챈 분이 계신가 보군요. 어디에서 오신 분이십니까?”
사내는 냉막하게 말했다.
“이름을 버린 지 오래요. 목숨을 빚진 분에게 부탁을 받아서 왔을 뿐.”
그런 사내 뒤로 하얀 옷을 입은 노인과 창을 든 여인이 나타났다.
“만나서 반갑네, 천기역행자 진천희. 본도는 백도사라고 불러 주시게.”
“본인은 양가장의 양청이다.”
셋 다 보통의 고수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화경의 고수는 강호에 많아 봤자 백여 명 안팎 아니었나? 마교 때고, 혈선교 때고 공식적으로는 말이지.’
진천희는 세 명을 보며 속으로 생각을 이어나간다. 현원전단신공 때문에 가속한 생각은 주변을 지극히 느리게 만들 정도였기에 가능한 일.
‘지존천마 기준으로 지금은 중반기에 해당해. 본래 패천무상신공의 비동 때 일이 총알이 되고, 혈선교의 수작이 방아쇠가 돼서 정사대전이 크게 일어나고……. 천마님도 등선해 버리고 나서 마교도 참전하니까. 지금 시점에서 살아 있는 화경의 절대 고수는 거의 오십여 명이 안 되는 게 원작의 설정이었긴 한데…….’
그랬던 역사가 진천희 때문에 바뀌었다.
강호에 약 백여 명 안팎의 절대 고수들이 있다는 것은 강호에서 정보를 다루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안다.
이 넓은 중원에 그 정도면 굉장히 적긴 하다.
권문세가 사람의 숫자도 아니고 가문의 숫자만 이미 백여 개가 넘으니까.
물론 드러나지 않은 기인이사 혹은 관부의 인물들과 마교와 혈선교 등의 비밀스러운 세력까지 합하면 적어도 그 두 배, 어쩌면 세 배까지도 가능할 터.
원작인 ‘지존천마’처럼 진행되었다면 그들 대다수는 사망했겠지만. 그들은 지금 다수가 생존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진천희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인물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리라.
게다가.
백도사라고 하는 저 노인네는 오랜만에 만난 천기순행의 인물 같아 보인다.
저 인간들도 참 어지간히 끈질기다.
이미 흑백괴선이 공격하러 왔다가 여하륜에게 죽임당한 일이 있었음에도 다시 찾아올 줄이야.
‘마침 저쪽도 세 명.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진천희는 침착하게 상대와 아군의 전력을 가늠했다.
물론 진천희는 본인은 원하지 않았음에도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해온 몸.
어지간한 절대 고수라면 적어도 혼자서 두 명까지는 쓰러트릴 수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쪽도 이천여 명의 살수들을 상대하고 오지 않았나.
장난을 치듯 놀았다고는 해도, 오히려 그렇기에.
손에 피를 묻히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오독-
진천희는 밀곡단을 씹었다.
다행히 진천희 자신도 강호인이다 보니 먹다가 바로 달린다고 배 아플 일은 없다.
에너지 보충은 언제나 옳다.
“진천희 태수의 목은 내가 베도록 하겠소. 노인장과 양가의 장수는 어느 쪽을 맡을 생각이오?”
“흠. 본도는 아무나 상관없네.”
“본인을 장수라 불러 주는 것을 보니 그대도 관부의 인물인 모양이로군. 나도 누구든 괜찮다. 진 태수가 죽은 것이 확실해지는 것이기만 하다면.”
세 명의 말.
진천희는 생각했다.
‘관부의 인물이 두 명. 역시. 이번 일, 내가 모르는 뒤쪽에서 제법 껄쩍지근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인데…….’
그때다.
오싹하고 솜털이 곤두선다.
기분 나쁠 정도로 으스스한 살기가 바로 옆에서 흘러나온다.
그것은 마치 습도 높은 안개처럼 달라붙는 그런 것이었다.
음습하면서도 끈적한. 그리고 치명적인.
팟!
장한, 여인, 노인. 세 명 다 뒤로 물러섰다.
“허헛. 인세에 이런 살기를 가진 자가 있다니……. 천살성이 아님에도 이런 살기가 가능한 거였던가?”
“보통 인간은 아니로군.”
노인과 여인이 평을 한다. 그사이 진천희는 바로 옆을 보았다.
사마현.
녀석이 고객을 응대하는 점소이처럼 환한 영업용 미소를 짓고 있다.
[형, 너무 무리하지 마.]아우는 지친 형을 지키듯 앞으로 나선다.
“이건 참을 수가 없는걸~ 그렇지 않으신가요, 가가? 신첩을 앞에 두고서 감히 가가의 목숨을 노리겠다니요~ 아하하하!”
그러더니 웃음을 뚝 그친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댄다. 큰 손이 얼굴을 가리고 표정을 감추었다.
“의형과 함께하기로 맹세를 맺었나니. 너희 악적들은 여기서 그 생을 다하게 될 것이다.”
어느 경극의 문구가 사마현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다.
그리고 얼굴을 가렸던 손을 치우자. 그곳에는 무표정한 얼굴이 된 사마현이 있었다.
천천히.
사마현이 합장한다.
그리고 일순(一瞬).
그의 손이 천 개의 형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천객만래.
수를 세기 어려운 암기가 그 손에서부터 쏟아져 나갔다.
암기의 폭풍이 일어났다.
그 찰나의 순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믿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위력적인 암기들을 보면서도, 언월도를 든 턱수염의 사내는 침착하게 팔을 뻗었다.
그가 쥔 묵빛의 언월도가 앞으로 나아가며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언월도는 창과 도가 결합한 듯한 병기.
때문에 그 끝이 흔들리며 회전하자 무시할 수 없는 격풍(激風)이 일어나 회전하기 시작한다.
휘오오오!
카가가각!
암기가 빨려 들어가 바닥에 떨어졌다.
동시에 그는 왼 다리를 들어 지면을 내리쳤다.
쾅!
군마가 내달리는 것처럼 그의 몸이 튀어 오른다.
그의 몸은 마치 언월도와 하나가 된 듯 예리한 기세를 내며 나아가고 있었다.
도신합일!
도와 육신이 하나가 된 경지에서 그는 직선으로 진천희를 향했다.
하지만.
“하나.”
숫자를 세는 무표정하지만 아름다운 사내가 어느샌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사마현. 진 태수의 의동생이라고 했던가.’
손바닥이 뻗어져 온다.
그 거리가 언월도를 휘둘러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가까웠다.
하지만 턱수염 사내는 당황하지 않았다. 언월도를 잡은 손목을 돌리며 그대로 품으로 당긴다.
크게 원을 그린 언월도의 창대가 사마현의 손을 막아섰다.
콰직.
‘묵철로 만든 창대에 금이 가다니!!’
경악한 그가 언월도에 내기를 불어넣었다. 그사이 사마현의 다른 손이 소리 없이 다가왔다.
콱!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젖히며 피해낸 턱수염 사내. 그의 뺨이 자리하던 장소에서 집게처럼 쥐어진 손이 보였다.
“흡!”
창대를 땅에 꽂는다. 그리고 동시에 두 다리를 들어 그대로 사마현의 복부를 후려쳤다.
펑!
그러나 어느샌가 두 손을 회수한 사마현은 두 다리의 공격을 손으로 막아내며 뒤로 물러나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공방. 그러나 손해를 본 것은 턱수염 사내였다. 그의 두 발의 신발이 뜯겨나가 있었다.
‘무시무시한 악력. 필시 특수한 수공(手功)을 익힌 것일 터.’
그의 두 눈에도 살의가 진하게 감돌기 시작한다.
‘목표만 죽이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겠군…….’
그때였다.
“현아.”
툭하고 사마현의 뒤에서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이 있었다.
“왜에?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데~”
무표정한 얼굴은 진천희에게로 돌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입에서는 애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때문에 그 모습을 보는 턱수염의 사내는 기괴함을 느꼈다.
“저쪽을 맡아줘. 이분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
“셋 다 내가 죽……이지는 않고. 처리하면 안 돼?”
“안 돼.”
형의 단호한 목소리.
진천희가 이런 말투로 말할 때는 결코 뒤로 물러나는 법이 없다.
형의 고집을 아는 아우는 결국 작게 한숨을 쉬었다.
“흐으으음. 알았어. 그러면… 나는 어느 쪽을 처리할까……. 아, 그래. 저 늙은이. 딱 봐도 그놈의 천기순행인 거 같으니… 저리로 갈까?”
“그렇게 해.”
“오케이.”
사마현은 그리 말하고는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진천희에게서 멀어진다.
진천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새파란 눈동자로 턱수염의 사내를 보며 말한다.
“어디서 오신 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돌아가시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시겠죠?”
“그렇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남궁 형!”
“왜 그러나!”
저 한쪽에 서 있는 남궁운이 대답했다.
“한 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았네!”
적은 세 명. 아군도 세 명. 각기 한 명씩 맡아서 싸운다.
그렇게 결정 난 순간. 옆에서 사마현이 백의를 입은 노인, 백도사에게 달려드는 것을 느꼈다.
또한 외눈박이 창수 양청이 평범한 걸음걸이로 남궁운을 향해 다가간다. 이제 각자가 싸울 시간이다.
* * *
‘아까의 현이……. 꼭 하륜이 같았어. 천변검만공의 경지가 높아진 거려나.’
진천희는 턱수염의 사내를 시야에 넣고 있으면서도, 방금 전의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천변검만공에 대해서는 지존천마에도 쓰여 있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잃을 수도 있는 사공이자 신공.
그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 변화라는 것이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지만 요약하자면 이랬다.
타인의 기질을 흉내 낸다.
마치 가면을 바꾸어 쓰듯이.
즉.
천변검만공은 타인이 가진 기질과 본성을 흉내 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일시적으로 ‘천살성’이 될 수 있다든가…….
‘딱 악당다운 무공이지. 그것도 거악(巨惡).’
타인의 무공을 훔치거나 베낄 수 있는 존재.
마치 하늘이 처음부터 악당으로 쓰기 위해 안배한 인물 같지 않나.
사마현이란 놈 그 자체가.
그렇기에 지존천마에서 사마현은 실제로 천마인 여하륜의 ‘천살성’을 ‘연기’해낸다.
‘천살성’의 특성과 그 공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일시적으로 경지를 초월하는 것. 그리고 죽이면 죽일수록 강해지는 것.
그것을 연기해냄으로써…… 천살성이 된다. 그리고 그 연기가 점점 무르익다 보면 완전히 천살성이 될 수도 있다.
‘이 녀석 내가 지쳤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앞으로 나서다니.’
그리고 방금 전.
사마현은 그걸 해냈다.
턱수염 사내와 충돌하며 분명 천살성과 같은 살기를 흘려내고 여하륜의 말버릇인 ‘하나’를 따라 했다.
여하륜의 가면을 얼굴에 쓴 것.
그리고 사마현의 무위는 지금…… 분명 ‘초월’해있다.
물론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닐 것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동급의 무위를 지닌 이를 살해할 수 있다.
천살성이라는 것은 그런 것.
‘물론 오리지널 원본과 완전히 동일해질 수는 없다고 ‘지존천마’에 적혀 있지만……. 천변검만공을 대성하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 현경이 된다면 또 다르다고 했었지.’
이 또한 참 악당다운 설정 아닌가.
소설의 내용을 떠올리면서도 진천희는 눈앞의 사내를 관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