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07
제 807화
‘일단. 이분부터 제압하는 게 문제야.’
빨리 해야 한다.
사마현이 진천희 앞에서 사람을 죽이는 걸 ‘자제’하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진천희 자신이 사람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사마현은 천변검만공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천살성’을 흉내 내고 있다.
좀 더 나이가 들어 무학이 깊어지고, 그만한 심득을 얻은 후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어가 쉽지 않을 터.
즉.
말리기도 전에 자아를 잃어버릴 수 있다.
‘사마현이 무모한 성격도 아니고 믿는 구석이 있으니 해보려 하는 것이지만…….’
녀석이 모르는 게 있다.
녀석은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재능이 있었다.
뛰어난 재능은 계속해서 그를 파멸시키려 할 거고, 지존천마에서는 극에 달해 여하륜의 손에 사망하게 되는 결말.
조금이라도 지존천마 쪽 루트와는 멀어지게 하고 싶었다.
그러니 눈앞의 상대를 재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이 아저씨의 무기는 언월도. 게다가 체구와 근육의 밀도만 보아도…… 관우와 비슷한 느낌인걸. 관우의 혈손이려나.’
유비와 의형제를 맺었던 관우의 머나먼 방계 혈손이 백린의각에서 백린대의 일대주로 지내고 있긴 했다.
관삼 대주.
하지만 진천희가 기억하기로 관우의 직계 가문은 없다.
정계에도 없고 상계에도 없으며, 강호에도 없었다.
관씨의 성을 이은 자들이야 종종 있지만, 어떤 혈족 집단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러나.
눈앞의 사내에게서 관우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 이건 계산이 아니라, 직감 같은 것이었다.
‘그러면…… 제압까지… 열다섯 수. 내가 모르는 무공이 나온다면…… 적어도 서른 수.’
수를 계산하고.
행동 개시.
펑!
우선은 발로 땅을 찬다.
흙과 돌조각들이 파편이 되어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경력을 담았기에 하나하나가 폭탄에 섞인 파편 같은 위력을 가졌다.
그러자 상대도 움직인다.
앞으로 전진하며 언월도를 내밀어 아까와 같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돌조각들을 튕겨내는 게 보였다.
그러면서도 우직하게 밀고 들어온다.
‘거기까지는 예상대로.’
그리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무공을 바로 발출한다.
패천무상신공.
패천파극장.
양손을 활짝 펼치고, 무시무시한 장력이 쏟아졌다.
장력은 새파란 색을 띠고서 마치 먹구름처럼 꿈틀거리며 나아갔다.
패도의 무공 중에서도 신공절학인 패천무상신공의 장법!
그 파괴력은 다른 신공 절학들보다도 확실히 한 수 위에 올라가 있다.
전진해 오던 턱수염 사내가 그걸 보고 두 눈을 부릅떴다.
일순.
그의 몸 전체가 부풀어 올랐다. 근육이 팽창하고 몸집이 두 배는 커진 것 같은 모습이 되며 옷이 찢어져 나갔다.
동시에 그의 두 손이 언월도를 하늘로 들었다가 그대로 내리친다.
콰르릉!
패천무상신공의 장력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고는 바로 달려들어 왔다.
동시에 아래로 향했던 언월도를 위로 올려친다. 그 찰나 진천희는 앞으로 나아갔다.
창대를 밟고 그 위에 올라탄 채로 진천희의 푸른 눈동자가 요요롭게 빛난다.
왼손이 이번에는 심상치 않은 검은 기운을 흩뿌리며 움직였다.
현경지독의 독기!
‘지금 이 찰나에 공수 전환?!’
턱수염의 사내가 살짝 경악했다.
혀나, 여기서 물러날 생각은 없다.
턱수염 사내는 두 손 중 하나는 창대를 잡은 채로, 다른 손으로 창대를 쳤다.
후웅.
창대가 휘며 흔들린다.
진천희의 몸이 위로 튕겨나간 순간 창대를 틀어 옆면으로 후려쳤다.
펑!
그러나 감촉이 이상했다. 사람이 아닌 옷자락을 후려친 느낌이 난다.
척.
진천희가 삼 장 정도 떨어진 자리에 내려섰다. 그 새파란 눈이 턱수염 사내를 보았다.
“역시. 상당한 역량을 가지고 계시군요.”
“무슨 소리인가?”
“기록하고 있습니다.”
“뭣?”
“당신의 근력, 체력, 반사신경, 내공, 버릇…….”
오싹.
턱수염 사내는 진천희의 말에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낀다.
이건…… 아까 그 사마현이라는 놈과 다르다.
마치 기묘한 벽을 치는 기분이다.
그 벽은 흡사 거울과 같아서 자신을 반사하며, 관찰한다. 사람이 아닌 무기질의 무언가가 그를 응시하는 기분.
“게다가 제 독을 무시하시는 것으로 보아서……. 피독주 같은 계열의 물건을 소지하고 계신 것 같고요. 아마도 당신의 뒷배에서 지원해준 물건이겠죠?”
이를 악물며 사내는 진천희를 본다.
저것은 인간이 아니다.
아니. 인간의 형상을 흉내 내는 무언가일 것이다.
그것이 웃었다.
“오우~ 그러니 제 승리는 이제 확정적인데요. 그러니 제안 하나 드려도 될까요?”
괴물이 입을 열어 사람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항복하시고 점혈당해 주세요. 동생의 손에 피를 묻히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 * *
진천희가 턱수염 사내와 싸움에 돌입하기 전.
사마현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둘.’
여하륜과 오랜 시간 같이 지낸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관찰’했었다.
‘천살성’이라고 하는 존재는 대체 뭘까?
오랜 시간 관찰한 끝에 사마현은 알 것 같았다.
그것은 또 다른 영혼이다.
여하륜의 내부에 존재하는 영혼이 하나 더.
애초에 그렇게 태어났으며, 그렇기에 ‘천살성’인 것이라고.
그리고 ‘공부’했다. 연기라는 것은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대상을 이해하고, 그리고 대상을 알아야 한다.
천살성에 대해서. 그리고 여하륜에 대해서.
그 결과.
천살성이 되었다.
‘수를셀필요있나?어차피죽여야할놈인데.어서죽이자.피를보는거다.상쾌한기분이들테니까.’
안쪽에서 광기가 엄청난 속도로 중얼거린다.
동시에.
힘이 가슴 안쪽에서 솟아난다. 그것은 내공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힘임을 사마현은 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아둔하기는. 기분 따라 다 죽이면 안 된다고~ 형이 싫어한단 말이야.’
‘그렇지. 형님께서 싫어하시는 일들은 해선 안 되지.’
‘그럼그럼! 형의 기분을 생각해야 착한 동생 아니겠어?’
천변검만공을 통해 연기한 또 다른 자신들이 떠오르고. 그것들이 천살성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게 문제다.
천변검만공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더욱더 많이 스스로가 분화되어 간다…….
보통은 여기서 미치고 광인이 된다.
혹은 ‘연기’하는 자신의 수를 제한하여 살아가든가.
추측이지만.
스승인 석 노사 역시 ‘연기’의 수를 몇 개 정도로 제한했을 터.
그리고 그게 하오문주, 사마현의 사형 홍류에게는 후반부를 가르쳐 주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고.
‘석 노사 말로는 여기까지 가려면 되게 오래 걸린다고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 무엇 하나, 제대로 밝히는 게 없는 양반이니 자신이 배운 것조차 제대로 가르친 게 맞는지 확신하지는 않는다.
반만 믿는다.
그것이 하오문 소문주 사마현의 방식.
그렇기에 사마현은 선을 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
끝없는 강함.
선을 넘은 사마현은 초월적인 강함을 손에 넣었다.
본래도 화경에 이르렀고, 금혈방의 이점을 이용해 영약을 구할 수 있었던 덕에 내공도 강대했다.
그러나 지금 사마현은 그 이상이 되어 있다.
우선.
천지자연의 기운이 마치 그 자신의 것마냥 몸 안으로 밀려들어 온다.
그것은 자연스레 본인의 내공과 섞이며 단번에 사용되었다.
후우욱.
몸 전체가 호신강기로 뒤덮였다.
그것은 선명한 금색의 광채였으며, 누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무공이었다.
황금신공!
금혈방주의 독문무공이며, 황금을 가까이 하여 수련해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 알려진 신공절학.
그 속성은 오행중 금에 속해 있으며, 황금신공을 대성하게 되면 육신이 금강불괴가 되고 황금빛 호신강기를 사용한다 알려져 있다.
‘왜 형은 나를 걱정하는 걸까.’
이다지도 강해졌는데도.
형에게는 아직도 자신은 ‘그때’의 어린아이로 보이는 걸까?
항주 뒷골목.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고, 아무 것도 지킬 수 없던 아이.
형의 무너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절규하던 그 무력한 아이.
지금은 그 누구도 그를 무시하지 못하는데도,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네놈……. 네놈도 천기를 흐트러트리는 존재로구나!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스스로를 백도사라고 칭한 노도인.
‘아, 기분 더럽다. 여기서 얼마나 더 강해져야 형은 나를 제대로 봐주는 거지?’
사마현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의 왼손이 으스러져 있었다.
적수공권의 무기를 쓰지 않는 무인이었으나, 그 손 하나가 사마현의 손에 의해서 으스러진 것이다.
그는 사마현의 강함에 경악했다.
“끄, 끄아아악!”
풍문을 아득히 뛰어넘은 강함, 그리고 그 재능!
대체 어찌하여 저 아이가 천살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것인가.
분명 그 전까지 그런 것은 느껴지지 않았지 않나!
그의 목소리에 사마현의 호신강기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두 눈은 금색으로 번쩍이면서도 그는 녹아내리는 달처럼 웃었다.
“제가 천기를 흐트러트린다고요? 후후훗. 그거. 참…….”
두 손을 늘어트리는 사마현.
“기쁜 말인걸요. 그 대가로…….”
사마현이 자신의 얼굴로 왼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 손을 내렸을 때.
기세가 다시 일변!
흡사 천 년이 지나도 녹지 않는다는 절대 냉기, 천년빙설을 가져다 놓은 듯했다.
그것은 제갈린.
구음절맥. 그리고 그 천재성.
그것을 연기한다.
천재성은 단숨에 두 번째 천재를 흉내 냈다.
“고통 없이 죽여 드리리다.”
사마현이 앞으로 걸었다. 경공도, 보법도 아니다. 고고한 학사가 걷는 듯하다.
어찌 보면 허점투성이의 무방비한 자세.
나른하게 걷는 모습이 배부름 범과 같았다. 그랬다.
그것은 은발의 한 사내가 걷는 걸음걸이다.
그런 모습이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노도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악한 것. 네놈을 죽여 천기를 바로잡…….”
그러나 노도인은 더는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어느샌가 다가온 사마현의 손이 그의 목 한 부분을 잡아채서 그대로 뜯어냈으니까.
촤아아악!
피가 순식간에 파도가 되어 넘쳐흐른다.
노도인은 부들거리며, 흔들거리며 겨우 몇 마디를 내뱉고는 쓰러졌다.
“어찌……. 이리 빠른가…….”
쿵.
그렇게 노도인은 죽었다.
사마현은 여전히 무심하고 차가운 눈동자로 시체를 내려다보더니 한 번 손을 털었다. 더러운 것이 묻었다는 듯.
뜨거운 피가 담뿍 묻었는데도 손끝이 차다. 제갈린의 심상은 녹지 않는 겨울과도 같았다.
이윽고 심상을 유지한 채, 저 멀리를 보았다.
진천희가 턱수염 사내를 제압하고 있는 게 보인다.
손을 가져다 얼굴에 댄다.
원래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별의 반짝임과 인연의 기쁨.
그리고 어릴 적 그때 그 항주의 밤하늘.
사마현은 깊게 숨을 내쉰다.
이윽고 연기를 그만두고, 자신이 되었다.
씨익.
“역시 형이라니까~ 족쇄를 차고도 잘 싸우네~”
남궁운의 싸움 따위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그 모습은 지극히 사마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