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12
제 812화
권문세가들의 재산은 엄청난 속도로 몰수되었고, 당연히 남경의 것이니 남경성주 주왕야의 주머니로 쏘옥 들어갔……어야 하지만.
주왕이 그중 꽤 많은 지분을 떼어 태수 진천희에게 예산으로 보냈다.
“크하하핫! 드디어 균형이 깨졌다. 밉살맞은 제국팔가가 드디어 제국칠가가 되었단 말이다!”
주왕야가 광소했다.
평소에 내색은 안 하셨지만 좀 쌓인 게 많으셨나 보다.
‘황도에서 많은 일이 터지고 있는 모양이군.’
그동안 제국팔가에서 황상의 눈과 귀를 가리고, 증거를 조작해왔었다.
제아무리 마음을 읽는 풍하금이라 하더라도 물증 자체가 조작되어 버리면 황상이 자신만의 생각으로 월권을 한다 손가락질하는 자들도 있을 터.
거기다 풍하금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전부 읽으러 제국 팔방을 돌아다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관료제의 무서운 점이지.’
상명하복이 철저한 게 관료제의 장단점이라고는 하나, 반대로 파벌이 없는 관료제 또한 없다.
그들이 과연 공자의 말대로 황상만을 보고 황상에게만 충의를 다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안 되니까 이 개판이 벌어지는 것이겠지.
‘그래. 관료가 되기 위해서는 서원을 지나야 하는데 그 서원조차 제국팔가인 가완의 것 아니던가.’
황상이 처음 즉위했을 때, 다른 황족들을 물리쳤다고는 하나 뒤를 받쳐줄 외척의 힘이 강한 것도 아니라 들었다.
손과 발이 묶인 상황에서 시작하여 여기까지 온 셈.
‘물 위는 난리가 났겠군.’
하지만 폭풍우가 친다 하더라도 물속은 고요하다.
진천희는 돈을 받는 대로 곧바로 대규모 토목공사를 시작했다.
고용된 인구만 무려 십만 명.
‘토목하면 뉴딜정책 아니겠나.’
루스벨트 대통령님 보십시오!
이 이역만리 타차원에서 개발 독재 중입니다.
고용된 인구만 무려 십만 명이라고요!
십만 명을 고용하고 나니 삼국지의 백만 대군이 왜 나오는지 알겠다.
옛날에는 인구가 많지 않아서 그 정도 숫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화 대륙에서는 그게 됩니다.
남경 와서 해보니까 십만 명이 순식간에 찬다.
‘우와, 세금 까이는 속도 봐라.’
할증 붙은 심야 택시마냥 숨만 쉬어도 돈이 따각따각 날아간다.
하지만 이걸로 끝나면 안 된다.
누군가는 이걸 통제해야 한다.
“백린군에 급파된 관리들을 죄다 쓰도록 하죠.”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태수님!”
“그러면 원래 등용되지 않았던 남경, 강소성 출신 애들을 이참에 써보죠!”
괴도 천사 중년의 활약으로 모옷된 관리들은 죄다 쓸려나가거나 조사 중이시다.
걔들이 금의위에게 조사받으랴, 윗분들에게 뇌물 찌르랴 얼마나 바쁘겠나. 당연히 출근은 불가능하겠지.
거기다 제국팔가의 하나인 미가가 지도에서 삭제가 되어버린 터라 미가 소속 관리들은 줄줄이 사표를 내고 백수로 전직하고 있었다.
듣기로 미가의 가주가 황상의 앞에 와서 본가의 모든 재물을 내놓고 가문만은 보존케 해달라고 말하고는 자결을 했다고 한다.
가주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대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화 제국의 관습상 그런 일이 생기면 사람이 죽었으니 조사도 좀 살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천희는 그냥 증거를 전부 위에 올려 보냈다.
가장의 슬픈 뒷모습이고 나발이고, 해 처먹은 돈은 대대손손 사치 부리며 살고도 남지 않나.
그냥 살아서 그 돈이나 토해줬으면 좋겠다.
뒷일은 황상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가주께서 지고 가신다니 안타깝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하던 일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요?’
즉, 관리들의 물갈이가 시작되었다.
‘하는 김에 백환후 애들은 특별 공채 좀 하고.’
백환후 출신 아이들은 백이면 백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로, 서원이 아닌 백환후 내의 학관에서 공부한다.
개중에는 과거에 급제했으나 연줄이 없기 때문에 채용이 되지 않은 자들이 있다.
그런 애들은 이런 일에 쓰기 참 좋다.
이 동네는 파벌도 집안 대대로 족보 따져 가며 생기는 곳이라 일 하나 맡겨도 거기서 완전히 자유롭기가 어렵거든.
반면에 부모도 없고 친척도 없고 배운 건 유학과 산술밖에 없는 순백의 아해들은 믿을 게 본인 실적밖에 없다.
그렇기에 진천희는 곧잘 채용하고 곧잘 별 모양으로 갈았다.
가는 놈이나 갈리는 놈이나 쌍방으로 행복한 일.
철야 지옥에서 피어나는 윈윈 관계인가.
덕분에 남경 전체가 아주 활황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 * *
황상의 진노 이후, 호사가들에게 요즘 남경은 아주 재미있는 주제가 되었다.
그들은 객잔에 모이면 남경에 대해 말하기 바빴다.
“빈민 전부를 고용하니 물가가 우선 잡히는구려.”
“일자리가 생기니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하는 자들이 자연스럽게 줄고, 거기에 돈까지 도니 상인에게도 좋은 일 아니겠소.”
“각 상단들이 남경 분타에 추가로 인력을 배치하였다고 하오.”
“그중에서 으뜸은 백린 편의점이라고 하지?”
“엄연히 말해 금혈방의 지분도 있다 들었는데…….”
진천희는 악랄했다.
본인 편의점을 본인 관할에 꽂아 넣어 돈을 퍼먹기 시작했다.
“스무 개? 진짠가? 백린 편의점이 남경에 스무 개나 있다고?”
물론 현대식 편의점을 생각하면 안 된다.
현대는 매대에 가정용 청룡언월도를 꽂아놓지도 않고, 신상 호미도 전시해두지 않으니까.
어디까지나 잡화상.
그리고 양질의 금창약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곳.
작은 상처에 의원을 일일이 만났다가는 양민들은 파산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소독도 안 했다가는 썩은 팔이나 다리를 잘라야 하는 수가 있다.
그런 사람을 위한 금창약이다.
“백린전장도 자리를 잡았다고 하오.”
“전장은 돈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관해 주는지가 관건인데 그럴 수가 있소?”
“제갈세가의 진법과 기관진식이 돈을 보호한다고 하오.”
“흐음…….”
가진 자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제갈세가가 가진 신용의 가치는 컸다.
그동안 스승님께서는 이것을 그리 활용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이제서라도 활용하셔서 다행일 정도.
“나는 맡겨 볼 생각이오. 이미 거래하는 곳이 있으니 절반 정도만 맡겨 보고 상태를 보겠소.”
그렇게 하나둘 모여들어 돈을 맡기기 시작했다.
진천희는 이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현대 은행은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데, 이 세계의 전장은 돈을 맡기면 오히려 돈을 보관하는 보관금을 내는 것이 정석이지.’
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십쇼! 하면서 내는 게 바로 보관금.
현대인이 보면 뭐 이런 개꿀 시스템이 다 있나 싶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상대는 강호인.
총 든 강도보다 두렵다.
무영투괴 같은 노사님이 애들 당과 값이나 벌어야겠다고 침입하셔서 용돈 빼 가시면 주옥 되는 거다.
그렇기에 진천희는 무영투괴님께 부탁했다.
“방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흐음, 아해야. 맨입으로 그런 걸 부탁하다니 뻔뻔하기도 하구나.”
그래서 진천희는 무영투괴께 절한 상태 고대로 다른 손으로 무언가를 쓰윽 밀었다.
추천장.
“손녀분께서 보법이 어렵다 하셨는데 연무 도시 최고 강사께 드리는 추천장입니다. 이것이면 일대일 과외도…….”
꿀꺽-
무영투괴가 침을 삼켰다.
그녀는 재빨리 추천서를 받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 참, 내가 뭘 원하는지 찰떡같이 아는구만……. 뭐, 어쩔 수 없지. 성의를 봐서 도와주겠네.”
백린전장의 보안을 살펴줄 절세의 도둑.
무영투괴가 가세했다.
교육열의 승리였다.
* * *
진천희는 강에 나와 공사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노란색 투구가 쓰여 있다.
현대 같은 플라스틱은 아니고, 그냥 철로 만든 모자지만 안에는 천과 솜을 넣어서 폭신하게 만들었다.
이 투구를 인부들 전원이 쓰고 있다.
투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안전제일.
사마현은 진천희 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 그래서 그렇게 된 거래.”
“이야…. 그거 누가 생각해낸 거래?”
“무월.”
“……그 양반이?”
스승님께 마개조된 무월은 이제 사업 딥러닝을 시작했다.
전장과 백린 편의점이 남경에 진출 및 확장되면서 아예 이제는 땅을 사서 대중목욕탕을 세우기 시작한 것.
“와……. 그래. 대중목욕탕. 상하수도가 정비가 되면 그것부터 들이는 게 맞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해오는 게 기특하다.
‘이러다가 진짜 문어발 대기업화되는 거 아닐까.’
그런 진천희 옆에 있던 남궁운이 핼쑥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제갈세가는 어디까지 세력을 확장할 생각인가? 정말 강소성 전체를 먹어 치울 생각인가?”
“남궁세가도 안휘성을 차지하고 있잖아요?”
“그거야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안휘성의 백성 전체의 이권을 본가에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세. 기껏해야 명주를 제조하는 양조장 몇 개, 잘나가는 객잔 몇 개와 포목점 정도지.”
몇 개라고 하기에는 이미 열 손가락이 넘지 않나 저쪽도?
진천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휘성도 물론 대단한 곳이지만, 그래도 거기에 비하면 남경은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거대한 상권의 요충지였으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는 아직 대기업 문어발 관련법이 없거든요. 크헤헤헷!”
악당처럼 웃는 꼴을 봐라.
남궁운은 그런 진천희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는 건 여전하다만, 요즘은 그래도 대충 무슨 뜻으로 하는 소리인지는 알 것 같군.’
덕분인지 남경에는 이제 빈민들도 굶지 않기 시작했다.
희망이 생긴 것.
진천희가 쥐고 있는 지식은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었다.
혼군이 휘두르면 수십만의 사람이 굶어 죽을 것이오, 명군이 휘두른다면 만민을 살릴 방식이기도 했다.
날 잡아서 빈민에게 양곡을 풀고 끝내는 다른 세가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지속 가능한 구제.
기묘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놈은 못된 짓이라도 하는 것마냥 손을 비비며 음충맞게 웃어댔다.
“포목점……. 그리고 보니 안휘성의 비단이 질이 좋죠?”
“그래 봤자 가공업이지. 원재료는 저 사천 아니겠나?”
‘촉금(蜀錦)이 예로부터 최고지. 백린의각 비단도 사천에서 떼 오고 있고.’
촉나라의 비단을 뜻하는 단어.
삼국시절부터 유명한 최고급 비단을 뜻했다.
원재료도 최고급으로 치지만, 삼국시절의 염색가공 기술도 촉나라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는 원재료는 여전히 촉나라가 있던 사천 지방이 최고이지만, 가공기술에 있어서는 남궁세가도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사천당가도 마찬가지.
‘그래서 사천당가의 비단과 남궁세가의 비단이 중원에서 백중세로 겨루고 있다나?’
다만 원재료를 근처에서 채집하는 사천당가 쪽에서 가격 면으로 좀 더 우위에 있다고 했다.
“세가 운영이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닐세.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 자네 스승님의 의뢰를 받은 덕에 숨통이 트였지.”
“소년 가장 같네요. 소년은 아니지만.”
“청년 가장으로 해 주게나. 사실 내가 가주라고는 해도 할아버님께서 가문을 운영 중이시니 가능한 일일세. 그나저나 역시 수완이 대단하군. 이 상하수도 공사의 대금도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뭐 그렇죠. 이것 때문에 저희 쪽도 한몫 크게 벌고 있거든요.”
“참. 대단허이.”
진천희는 배실배실 웃었다.
“하하하. 열심히 하다 보면 다 됩니다.”
“형.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사마현이 딴죽을 걸었다.
이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라고?
“당-연하지! 우리가 남경 와서 걸어온 여정을 봐라, 아주 그냥 노력의 산물이지.”
광기의 산물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