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13
제 813화
진천희는 그리 떠들며 공사를 감독해 나갔다. 그런 진천희를 사마현과 남궁운이 계속 호위해 나간다.
“확실히 그때 이후로는 살수들의 습격이 줄어들었군.”
“이런 건 돈 줄 사람이 먼저 잡혀 가는가, 살행할 자가 먼저 죽느냐의 싸움이니까요.”
“살수들에게 의리를 바라면 안 된다지만 너무 얄팍하지 않나.”
사마현이 말했다.
“정파의 감각으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요~ 남궁 대협. 이자들도 다 먹고살자고 그런 것이니까요.”
그 말에 남궁운은 턱을 문질렀다.
“이상하군. 고작 돈 때문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죽고, 그렇게 강호가 어지러워졌다니.”
진천희이 답했다.
“강호에서 은원이 중한 것은 맞지만 돈 역시 그만큼 중한 겁니다. 다들 돈은 천박하다 하여 굳이 입에 담지 않으려고 했을 뿐. 사실은 은원보다도 중할 때도 많습니다.”
돈이란 무엇인가.
남궁운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 * *
십만 인력 파워는 대단했다.
불과 삼 개월 만에 남경의 빈민가는 싹 정리되어 다세대 주택 지구로 변신했으며, 아주 깔끔하게 상하수도가 남경 전체와 그 주변 지역까지 쫘악 깔리게 된다.
물론 하수 정화 시설도 완비.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인가.’
진천희의 진짜 목표는 이 강소성에서 적어도 소도시라 부를 수 있는 곳에는 모두 상하수도를 까는 거였으니까.
물론 현대식으로 깔지는 못한다. 그건 남경도 불가능했으니까.
적어도 물이 필요할 때 우물까지 가지 않고, 살수나 역병으로 인해 오염되지 않도록 막는 게 목적.
‘집단 콜레라 안 걸리려면 계속 관리해야 하지만…….’
처음 설계부터 염두에 두고 깔았다고는 해도 계속해서 보수를 해야 하는 일이다.
공공위생이란 결국 그런 것이겠지.
‘일단 소도시 아래급 마을에도 깔 수 있으면 깔면 좋은데…….’
돈 많다는 게 참 좋다.
불가능이라고 생각하는 일도 가능하게 만들어주곤 하니까.
‘지금 행정력이면 기본 틀만 내가 잡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될 것 같다.’
행정력이 예산을 만나니 그다음은 바람에 돛을 단 것과 진배없었다.
여기에 하나 더.
공중목욕탕 역시 건설된다.
무월이 도와준 덕분에 남경 곳곳에는 공중목욕탕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 공중목욕탕도 관리를 잘못했다가는 대규모 수인성 전염병으로 가는 급행열차가 되니 이 또한 양날의 칼.
다행히도 주왕야의 명령에 의해 비누가 강제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냥 씻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물론 안 씻는 것보다야 낫지만, 비누가 있어야 확실하게 공공 위생으로 갈 수 있다.
‘헤헤헤……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군.’
행정일은 이런 성취감이 중요하다.
이 피라미드 유교 계급 사회에서 진천희는 개발 독재 테크 트리를 타지 않았나.
눈앞에서 사람들이 팍팍 바뀌어가고 좋아져가는 것을 보는 것은 위정자에게 가히 중독적인 일이었다.
“어, 그건 형이라 그런 게 아닐까~?”
사마현은 이렇게 말했다.
“아니라고. 이건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일이거든?”
사마현은 생각했다.
‘애초에 공공 보건에 야망을 가지고 있는 미친놈이 몇이나 있다고.’
하지만 진천희는 행복했다.
그렇게 업무를 하다가 문득 ‘아!’ 하고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불만이나 놀람이 아니었다.
해방감, 그리고 행복.
“그러면 일은 다 끝난 건가?”
남궁운이 물었다.
진천희는 마지막 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기지개를 쭈욱 폈다.
“그렇습니다만?”
“그러면 이런 날은 축배라도 들어야 하지 않나? 내 괜찮은 객잔을…….”
그 순간 진천희가 곧바로 남궁운의 배를 꼬집었다.
“끄어어억…….”
“술 끊으셔야죠. 남궁 형. 이제 형 소리 듣기 싫으십니까.”
“……아, 아니. 들어 보게나. 술을 끊은 지가 오래되긴 했으나 이런 날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나! 경사잖나.”
“됐으니까 그냥 끊으세요!”
진천희의 일갈에 남궁운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안 넘어갑니다. 절대로 안 넘어가요.”
“거참 너무하는구만.”
“아니, 어디 의원도 없는 첩첩산중에서 요로결석 터져 봐야 제 충고를 기억하실 겁니까?”
“크윽.”
진천희의 말에 남궁운은 혀를 찼다.
사마현은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중간중간 고생도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의뢰였다.
일을 마무리한 남궁운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본가로 돌아가 이런저런 일들을 태상장로님과 이야기하겠지.
전대 가주인 남궁철이 마공을 익혀 단전을 폐하는 형벌을 받은 이후로, 남궁운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남궁운에게 있어 아버지는 그래도 최소 삼십 년은 더 함께할 분이셨다.
가주로서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덜컥 물려받은 상황.
할아버지인 태상장로가 보조해 준다고는 해도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니까.
그런 남궁운이 개운한 표정을 지은 것은 그야말로 오랜만이었다.
“배울 게 많은 ‘의뢰’였네. 잘 돌아가네.”
“이번 일이 배울 게 많았다고요?”
진천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남궁운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가주가 이런 경험을 할 일이 얼마나 되겠나.”
남궁세가 가주가 야행복을 입고 남의 집 담장을 넘고, 수천의 살수와 싸우고.
‘거기다가 양가의 고수와 통성명을 하다 전투가 끝났지.’
보통은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지 않나.
남궁운이 말했다.
“삶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깨달았지. 그리고 내가 굳이 아버님과 똑같은 가주가 될 필요도 없다는 걸 느꼈고.”
“…….”
진천희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이내 작게 미소 짓는다.
“그거 다행이군요. 남궁 형.”
“그러네. 진 아우.”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별은 언제나 아쉽다.
하지만 남궁운의 표정은 어딘가 후련해 보여서 좀 더 놀다 가라는 말도 하기 힘들었다.
‘그래. 그걸로 된 거지.’
남궁운의 작은 방황이 하나 끝난 모양이다.
이 파락호가 알고 보면 얼마나 모범생인지 옆에 있던 사람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지만, 그런 사람이 답을 찾는 건 더더욱 힘든 일 아니던가?
거기다 남궁운이 가지고 있는 위치라면 답을 찾는 건 더욱 요원했을 터.
짧지만 긴 만남.
여로의 끝에서 그는 깨달음을 가지고 돌아갔다.
그것은 무엇보다 값진 보물이었고, 앞으로 더 성숙한 가주를 맞이할.
남궁세가의 축복이기도 했다.
* * *
남궁운이 돌아간 후, 사마현은 진천희와 함께 백린의각으로 향했다.
“너는 안 돌아가?”
“당분간은 형 옆에서 호위 노릇이나 하려고~ 하오문주와 스승님 양측 모두 동의하셨으니 걱정은 하지 말고~”
“너 하는 일이 많은데 그게 된다고?”
“가가께서 모르시는 모양이지만 사파는 관과 유착하여 돈을 해 처먹는 게 일입니다요~ 애초에 그들이 꿍쳐놓은 뒷돈들을 누가 처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알고 있지. 장부만 보면 나오잖아.”
참 웃긴 이야기나 겉으로 보았을 때 군문에 진출을 많이 하는 정파가 더 관과 가까우리라 생각하지만 까보면 사파와 더욱 가깝다.
뇌물 수수, 횡령, 정보 수집, 심지어 살인 청부까지.
‘옛날에 한국도 말도 안 되는 일에 조폭 쓰고 그런 때가 있었는데 말이야.’
룸에서 술잔을 나누며 미래에 대한 견실(?)한 논의를 하는 미친 시대부터 노조 시위를 조폭을 써서 해산시키고 때로는 사람을 각목으로 때려 죽이던 시절까지.
웃기게도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조폭이 등장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것을 강호식으로 보고 있자니 사람이 다 똑같구나 싶어졌다.
이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지 해외 정치가가 야쿠자, 삼합회, 마피아의 돈을 받고 선거 운동하다가 걸리기도 하고. 개판이다.
여기에 사이비 종교까지 끼고, 음. 이것도 무림 행성이랑 똑같군.
심지어 이곳은 교통도 통신도 발달하지 않은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글을 모르는 시대다.
당연한 일이라면 당연한 일이랄까.
‘이런 판국에 잘도 인간들이 신의를 지키며 살아가는군.’
조사 결과 이런 상황에서도 꼿꼿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하며 살아가는 관리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한직으로 떨어지거나 낙향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 사파들 수입 좀 줄겠네?”
“한동안은 그렇겠지. 형. 하지만 없어질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 당장 황제만 교체되어도 다시 시작될 수 있고, 지금 황제가 치국을 소홀히 하면 또 득세하겠지. 애초에 서원부터가…….”
“그래. 제국팔가 가완의 것이니까. 거기서 벌써 인맥을 만들어 서로의 뒤를 봐주고, 관직에 오르게 되면 그 관계는 계속되겠지. 그게 파벌이고 공범자들이고.”
그래도 드디어 제국팔가의 굳건한 고리가 깨졌다.
이제 그 자리를 얼마나 깨끗한 놈들로 채워 넣느냐가 시험대일 터.
사람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올려 보내게 된다면 제국칠가는 다시 제국팔가가 될 테니까.
‘뭐, 거기까지는 걱정 안 한다.’
금왕야가 누구인가.
사람의 기억을 읽고 조작할 수 있는 자.
변변한 외척도 없이 셋이서 황권을 키워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분명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인재 채용 말아 드신다고 해도 내 앞마당에 일 터지지만 마라.’
진정한 의미의 태평성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이 팔이 닿는 곳까지만이라도 평화롭기를 바랄 뿐.
“이런 때일수록 더 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사파도 혼란스러울 텐데.”
“무슨 소리십니까. 이 와중에 제가 가서 일선에서 일하고 있으면 스승님도 하오문주도 불똥을 뒤집어쓸 텐데 저는 아주 멀리, 아아아주 멀리. 대충 이 상황이 마무리되고 소문이 좀 잦아들 때까지는 머얼리 있어 줘야 합니다.”
‘아……. 그런 거군.’
사고 터뜨린 아이돌마냥 이 바닥도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새롭게 관의 인맥을 구축하게 되면, 그게 이제 잘 다져지면 그때 부르시겠지요~”
사마현은 오히려 기뻐 보였다.
생각해보면 말이 호위 연장이지 사실상 휴가니까.
거기다가 백린의각으로 돌아가면 동생인 사마혜도 만날 수 있고.
“그렇다면야 나야 좋지. 그렇지 않아도 너한테 가르쳐 줄 게 많았는데.”
“음공?”
“그래. 그것도 있고.”
“조각 맞추기 같은 이상한 놀이?”
“음…….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사마현의 천변검만공의 성취가 높아진 이상,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게 필요하다.
그렇게 쉽게 자아를 잃을 놈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필 천살성인 여하륜을 따라 하려 했다는 게 걱정이다.
‘나이에 비해 너무 성취가 높다. 그게 문제야.’
사마현은 자신이 얼마나 재능을 가진 존재인지 잘 모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백린의각에 도착했다.
진천희가 오자 의각 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하러 왔다.
“소각주님 오셨습니까!”
“아이고, 이 사람들 들어가요. 할 일도 많은데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요?”
진천희가 해낸 일이 백린의각의 의원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특히 남경이 고향인 의원들은 귀인을 맞이하듯 진천희를 반겼다.
“소각주님 얼굴 잊어버릴 것 같아서 한번 와 본 겁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거참, 차라리 반갑다고 하시지. 원.”
서로 투덜투덜거렸지만 그래도 오고가는 선물은 정답다.
“아직 스승님과 유 총관은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군요.”
“어이고. 말도 마십시오. 출장을 얼마나 오래 가셨는지 그쪽은 이미 얼굴 다 까먹었습니다.”
와하하하!
상의원들이 넉살 좋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게 짧게 담소를 나누고는 저마다 자신의 환자를 돌보기 위해 흩어졌다.
진천희는 사마현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오느라 삭신이 다 쑤신다. 짐 풀어놓고 맛있는 거라도 먹자.”
그렇게 어깨를 콩콩 두드리는데 사마혜가 진천희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안으로 들어왔다.
“은공! 와아, 오랜만이에요. 잘 다녀오셨어요? 그러고 보니 오빠는 또다시 왔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왔어~ 은공 때문이야?”
사마현이 되물었다.
“혜아야.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삼 일 전에 와서 나랑 이틀이나 지내고는 어제 돌아갔잖아.”
“……!?”
진천희의 눈이 커진다. 허나, 사마현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아, 그렇구나. 그래. 응. 일이 있어서 돌아온 거야.”
태연한 표정과 말투.
사마혜에게 이런 당황을 전해주지 않도록 사마현은 각별하게 연기했다.
얼마나 태연했는지 친동생인 사마혜조차 속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참참, 그래. 그럼 나 진료 가야 해. 오빠. 조금 이따가 봐~”
그리 말하고는 사마혜가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사마혜가 만난 사마현 아닌 사마현.
단순한 연기라고 하기에는 친동생조차 못 알아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는 뜻이었고.
사마현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려나~ 누가 감히 내 흉내를 냈지?”
“…….”
진천희는 심각한 표정으로 사마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옥이 왔다 간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