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39
제 839화
“일이 많다. 하……. 스승님은 언제 오시지?”
오늘도 진천희는 스승님이신 제갈린을 대신하여 서류의 산과 씨름 중이다.
‘어억……. 이러다 죽겠구만.’
일이 많다. 그냥 미치도록 많다.
그렇다고 아랫사람들 믿고 전부 맡길 수도 없다.
신뢰 문제도 있지만, 무월처럼 신뢰를 할 수 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그 업무량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진짜로. 물리적으로.
아니나 다를까. 무월이 바로 들어온다.
“일전에 각주님께서 진행하려고 하셨던 일을, 소각주님께서 대신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 그거요?”
“네. 행정 직원 강화 계획을 진행해야 합니다.”
THE 행정 직원 강화 계획!
무월만큼은 아니지만, 벌모세수와 개정대법을 통해 적어도 절정 고수급의 인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행정 직원은 대다수가 무공을 수련하지 않고 학사로서 공부하다가 백린의각에 취직한 사람들!
때문에 사실상 분류하자면 양민이다.
이분들이 칼 잡는 시간이 많겠나, 붓 잡는 시간이 많겠나.
백린의각 취직 이후 뇌력(腦力) 상승의 현원공과 내공을 모을 수 있는 오행기공(오행신공의 입문용 내공 심법) 정도는 익혔다지만 그렇다고 외공까지 열심히 수련할 정도는 아닌 것.
‘그래. 무월처럼 매일 밤마다 목각 인형을 두들기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무월은 하오문 출신이다 보니까 백린의각에 들어오기 전에 죽을 위기도 참 많이 겪지 않았던가.
실질적으로 무월의 성취는 높다. 하지만 다른 학사들에게 그런 걸 시킬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개정대법이나 벌모세수를 한다고 해도 절정 고수가 되는 것은 불가하다.
하지만 그 육체만큼은 일시적으로 그에 준할 정도는 만들어줄 수는 있다.
그걸 관리하는 건 본인 몫이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성피로를 이겨내고 과로를 밥 먹듯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여기에 현원공의 다음 단계인 혼원오행현원기공을 전수하여 수행하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행정 능력이 몇 배로 증가!
무협 소설에서 이 과정을 거친 자들은 초인 취급을 받으며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적을 썰어 버린다.
허나 이곳에서는 사람 대신 서류를 추풍낙엽으로 결재할 수 있으리라!
이 계획은 무월을 초월개조 성공시켜 화경에 이르게 한 이후 제갈린이 직접 무월과 함께 계획했다.
‘2호는 독고중후로 예정되어 있지만, 지금 스승님께서 안 계시니…….’
2호 계획은 일단 보류한다.
스승님 손으로 직접 우리 무력당주님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으실 테니까.
대신 일반 행정 직원 강화 계획을 진행하자는 것.
‘그 정도는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진천희는 서책을 탁 소리 나게 덮었다.
“좋습니다. 바로 처리하죠. 일단 한번 해보고. 하루에 몇 명이나 처리할 수 있나 봅시다.”
“그렇게 많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강화 계획의 축복을 받을 자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충성심과 능력, 양측을 고려하여 엄선한 인원이 스물두 명입니다.”
거대 세가 적통이나 겨우 받을 수 있는 게 개정대법인데.
어째서인지 두 사람은 흡사 악의 세력 최종 보스와 중간 간부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뇨. 그럴 수 없죠. 행정만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설마……?”
진천희의 푸른 눈동자가 아침 햇살처럼 빛났다.
“연구각원들도 해야죠.”
연구각!
원래도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곳이지만, 이번 인슐린으로 더욱 지원을 하고 싶어졌다.
무월의 입이 크게 벌어진다.
‘연구각……. 얼마나 더 갈려고?!’
무월은 일순 두려워졌지만 이 또한 활인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개정대법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장원 한 채씩 몸에 박아 넣는 격인데. 보통이라면 타 문파의 첩자라도 충성을 맹세하러 달려올 일이지.’
기왕 부려 먹는 거 강화 인간 되어 부려 먹히는 게 더 좋지 않나.
제갈린 1호 강화 인간 무월은 그리 생각했다.
이제 그는 완벽한 피부와 느린 노화, 썩지 않는 치아와 멀리까지 잘 보이는 시력.
여기에 무슨 이상한 자세를 하고 살아도 멀쩡하게 펴지는 척추를 갖게 되었지 않나.
‘강화 인간은 좋은 것이다.’
그는 마음속으로 악의 중간 간부 같은 대사를 읊었다.
활인(活人), 활인이로다.
* * *
그렇게 진천희는 곧바로 행정 직원 강화 계획에 돌입했다.
시술 시간은 불과 한 시진!
그 시간 만에 한 명을 절정 고수급 행정 전사로 재탄생시킬 수 있었다.
“꺽… 꺼억……. 소각주님. 저……. 저어…….”
“정신 차리세요. 용사여. 시술이 끝났습니다.”
“주…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정상입니까?”
“네. 정상입니다. 하의원님들께서 탕까지 안내할 터이니 거기서 씻고 나오시고 도로 주무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소각주님…….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더 부려 먹으려고 개정대법을 하고 있는데 왜일까, 모두가 감사하고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눈물까지 흘리며 통곡을 했다.
“어허허헝……. 어머님… 제가 살다 살다 이런 걸 다 받아 봅니다……! 어머님… 어허허헝……! 가문의 영광인데 어머님은 왜 살아 계시지 않고…….”
뭐지? 섬망인가?
섬망.
얼핏 보면 치매와 증상은 비슷해 보이나 보통은 급격하게 일어난다.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섬망은 회복이 가능하고.
특히 큰 수술 후에 많이 발생한다.
강호에서는 그냥 ‘착란’이라고 한다.
특히 강호인은 섬망으로 인해 옆에 있던 의원 목을 날려 버릴 수가 있다.
젊은 환자보다는 나이 든 환자가 더 발현할 때가 많다 보니.
고수, 그것도 연배 있으신 노고수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섬망이 확인되었을 경우 바로 점혈을 하거나, 혈을 짚기 어려우면 사지를 사슬로 감는다.
그래도 부술 후에 따라오는 섬망은 지구 별에 비해 확연하게 그 빈도가 낮고, 회복도 빠른 편이다.
당연했다.
지구 별 의학보다 무림 별이 딱 하나 확실하게 좋다 말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마취.
점혈이니까.
지구 별 물리 과학을 비웃듯 전능하신 kiii(氣)와 음양오행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 아닌가.
그 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기전 원리를 아직도 우리 인류는 모르고 있다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소각주님! 이 은혜는 삼생에 걸쳐 갚도록 하겠습니다.”
개정대법도 혹시 그런 위험이 있나 잠깐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눈빛을 보니 이놈은 정상이다.
진짜로 감사하고 있었다.
‘나는 더 부려 먹고 싶었을 뿐인데……. 왜 다들 이렇게 감사하는 거지?’
다음 놈은 벌떡 일어나더니 진천희 신발을 핥으려고 시도를 해서 급히 제압했다.
이놈은 뭔가 이상하다. 아무튼 이상하다.
개정대법이 잘못됐나?
그리 생각했는데.
“충성 맹세입니다. 소각주님! 저는 앞으로 소각주님의 개가 되기 위해 태어난 왈왈왈왈! 아르르르릉! 와와와왈!”
개소리를 하는데 눈에 총기가 있다?
옆에 있던 무월이 말했다.
“일을 참 많이 하던 친구였습니다. 개정대법을 무료로 받았으니 이 기쁨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 과격해진 모양입니다.”
무월 입에서 일 많이 한다는 말 나오기가 쉽지 않은데 진짜로 많이 했나 보다.
그놈은 간호당 중의원들에게 끌려 나가면서 계속해서 개 짖는 소리를 냈다.
“왈왈왈왈! 소각주님 충성충성! 월! 워르르르르르! 왈왈왈왈왈왈!”
“…….”
그 모습을 무월과 진천희가 한참 바라보았다. 이윽고 진천희가 다시 물었다.
“……일을 많이 했다고요?”
“네. 저래 보여도 산술의 대가입니다.”
“……그렇군요.”
“세가의 방계로 있던 녀석이었는데, 방계에 무공에 재능도 없다 보니 성년이 되기 전에 내쳐지다시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글을 읽고 쓰는 건 배운 데다 산술의 기초도 알고 있어 백린의각에 채용이 된 후 이제는 개정대법까지 받은 것입니다.”
“좋은 일이군요.”
“네. 가문의 적자는 강호 십 대 의각에서 개정대법을 받았는데, 본인은 삼 대 의각 소각주에게 직접 받았으니 그 의미가 큰 것이지요.”
“그래서 개소리를…….”
“사람은 참 착합니다. 그리고 황구를 좋아하고요.”
황구 좋아한다는 말에 개집사 진천희는 약간 호감도가 올랐다.
“좋은 분이시네요.”
개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나중에 특별히 관련 무공이나 전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시술 받은 이는 얼마간의 휴가가 주어진다.
처음에는 다들 이 휴가 때문에 앞다투어 시술받으려고 하는 건가 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진천희는 하루에 세 명씩 행정 전사들을 만들어냈고, 그렇게 빠른 속도로 무월이 추천한 행정 인력들을 전부 탈바꿈시켰다.
“우아아! 거북목, 거북목이 사라졌어!”
“세상에 내 피부가 이렇게 좋은 적이 없었는데!”
“팔이 드디어 뒤로 돌아간다. 우와아악!”
강호인이었다면 개정대법 받고 나서 바로 가부좌부터 하며 기경팔맥, 임독양맥부터 살필 터.
하지만 이자들은 괜찮아지자마자 관절부터 돌리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다들 먹물쟁이는 먹물쟁이들이다.
“탈모는… 탈모는 치료 안 되는군요. 소각주님.”
“어, 그건 환골탈태라도 하셔야 합니다.”
“크윽…….”
개정대법으로도 죽은 모근을 부활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다음은 연구각원들이다.
이들은 행정 인력과는 태도가 달랐다.
고마워하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드디어 제가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육신을 얻게 되는 겁니까? 기대되는군요. 크크크큭.”
“이로써 더욱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겠어. 기다려. 내 귀염둥이 약초들아.”
“이것으로 효율은 백 배는 증가할 터. 제 배양 정원에 꽃을 피울 수 있겠군요. 후, 계획은 완벽하다.”
그랬다.
애초에 의원 생활 떼고 연구당에 지망한다는 것 자체가 보통 놈들이 아닌 것이었다.
그리고 개정대법을 받을 정도의 놈들이라면 그 연구당 상의원들 중에서도 톱급 놈들인데.
그쯤 되면 단순히 임상이 싫어 기초로 빠지는 게 아니라, 그냥 가설을 세우고 입증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너무 행복한 놈들.
“이거 받고 새외 가서 나무 표본 좀 모아 와도 됩니까?”
“후욱, 이 강인한 육체로 신약재를 캐 오리라.”
이미 광기에 물들어 있는 이들은 기꺼이 연구 신인류로 거듭나고 말았다.
그러는 한편.
진천희가 언제까지고 벌모세수와 개정대법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이 시술에 대해서 상의원들에게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진천희 외에도 이 시술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늘어나야 차후 더 많은 환자들을 돌볼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절반만 성공했다.
벌모세수까지는 상의원들이 어떻게든 해냈지만 개정대법까지는 불가능!
개정대법의 난이도는 그야말로 신공절학 뺨을 세 번은 후려칠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었다.
‘개정대법은 현원전단신공을 대성해야만 가능하구나.’
그나마 침구당주와 추나당주, 그리고 극히 일부 상의원들 정도가 진천희와 같은 개정대법까지는 시행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불가능했다.
이미 그게 가능하면 강호에서 손에 꼽을 만큼의 명의이며 무공 고수라는 뜻.
반대로 말하자면 그 정도 수준의 사람이 아니라면 애초에 개정대법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괜히 장원 한 채 값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벌모세수라도 상의원들이 할 수 있게 된 것이 어딘가!
벌모세수 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챙길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내부 인력의 능력을 끌어 올리는 한편.
진천희는 천우와 사마현의 수련도 봐 주었다.
“천우야. 이 형 믿지?”
진천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천우는 맑은 광기가 무엇인지 몸으로 체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