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40
제 840화
천우는 기마 자세를 유지한 채로 양손에 큐브를 돌리기 시작했다.
과거 사마현이 돌렸던 것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무게지만 대신 더 복잡한 형태다 보니 퍼즐 난이도는 올라간 형태.
아니나 다를까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 사마현은 배 위에 천 근(千斤=600kg)짜리 묵철 동상을 올려둔 상태로 브릿지를 하고 있었다.
“으으으…….”
“잘 버티는구나. 현아. 일반인이 했으면 척추 나갔을 텐데 역시 강호인이라 과격하게 해도 잘해.”
“척추만 나가는 게 아니라 보통은 죽어. 형. 그리고 보통은 절벽에 주먹질만 해도 손가락 골절 와. 그게 일반인이야. 형.”
“그건 그렇지.”
달칵, 달칵, 달칵.
“다 맞췄어요. 형.”
“오! 대단하다. 천우야. 현원공 성취 속도가 빠른걸?”
현원전단신공은 제갈세가의 비전이라서 전수 못 하지만, 현원공까지는 이미 강호에 널리 알려져 있어서 천우에게 전수했다.
여기에 의원들에게 가르쳐주는 각종 구결들을 읊어주고.
뇌력 상승 퍼즐의 수련을 병행하다 보니, 기묘하게 양의신공의 성취가 쭉쭉 늘고 있다.
“양의신공을 이런 식으로 상승시킬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그렇지. 본래라면 양의신공은 정해진 사람만이 배울 수 있고, 그 정해진 사람도 자칫 미쳐버릴 수 있는 무공이기도 해.”
“현원공으로 인지 자체를 확장시키면서 양의신공도 함께 상승시키는 원리죠?”
“응. 내가 그렇게 했거든.”
제갈세가가 멸문했을 때 관련 무공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가장 많이 퍼진 것은 진법, 그다음이 바로 이 현원공.
물론 현원공이 유출되었다고 전부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스승 제갈린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다만 현원공을 사용하면 내공이 극악하게 모이기 때문에 다른 대문파들은 현원공을 사용하지 못했지. 개량 시도를 하려고 한 이들도 있지만 줄줄이 실패하였단다.
“내가 가르쳐주는 현원공은 스승님이 개량하시고, 내가 무당파 절학에 맞춰서 구결을 조금 수정하였기 때문에 네가 내공을 모으는 데는 별문제가 없을 거야.”
그 말에 천우는 놀랐다.
‘형은 무공을 개량했다는 말을 마치 간식 먹듯이 말하는군.’
뿌리가 깊은 무공일수록 그런 이유가 있다.
이런 것들을 개량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무당파의 권왕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갈린과 진천희.
제갈세가의 두 천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에 맞춰 마치 신발을 고치듯 고쳐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무공의 대종사이기에 가능한 게 아니다.
사람의 기경팔맥에 대해 통달한 상태에서 의술 역시 신의 경지에 다다라야만 가능한 일.
사실 그것만으로 이게 가능한지도 의아하긴 하다.
그만큼 형이 하고 있는 방식은 무공을 대하는 관점부터가 이질적이었으니까.
“대단하군요.”
“뭘 대단해. 이렇게 개량해도 나는 아직도 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장삼봉께서도 모르시는 일이니까요. 포기하죠. 형.”
“…….”
형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 말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무튼 경지가 높아지고 앎이 깊어질수록 알게 되는 건.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뿐이야.”
“형이 대단한 거라니까요.”
진천희는 옅게 웃는다.
그때 사마현이 일부러 소리를 내어 신음했다.
“애고, 애구구구구!”
슬쩍 보니 몸 하나 휘청이지 않고 있는데 엄살만 부리고 있다.
관심을 끌겠다는 수작이었다.
천우가 말했다.
“현이가 힘든가 봐요.”
“천우야. 원래 수련은 힘든 거야. 그리고 자세가 무너지기는커녕 멀쩡한 게 난 현이가 슬슬 두려워지려고 하고 있다.”
그때 사마현이 한마디 덧붙였다.
“가가~ 신첩 죽을 것 같사옵니다.”
빨래판 같은 복근에는 잔떨림도 없다.
사마현은 현재 외공 수련 중.
외공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지금 사마현이 수련하는 것은 황금신공의 외공.
수련 방식은 본래 방식이 아닌 진천희가 고안한 것이다.
근육을 단련하고, 피륙을 금강불괴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그래서 무거운 것을 올려놓고 브릿지 자세를 하고 있다.
몸에 부하를 걸고. 그 부하를 걸 적에 기를 근육에 스며들게 한다. 근육 자체가 진화한다!
그것이 외공!
진천희는 그제야 사마현이 바라는 관심을 주었다.
“현아. 너 진짜…… 대단하다. 천 근을 배에 올려놓고 브릿지 자세로 버티고 있는데 왜 부하가 안 걸리냐. 사람이 맞니?”
“무슨 소리입니까. 가가. 소녀 이렇게 힘든 거 안 보이십니까?”
초콜릿 복근만 보인다.
“그 자세로 푸시업이라도 해보자. 너는 뭐 하느라 그렇게 강해져 버린 거냐. 천변검만공에 외공 수련도 들어있니?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부하를 줘도 줘도 버티고 있다.
“일단 팔로 지탱을 하면서 리버스 브릿지 자세로 푸시업!”
“푸시업이라는 게 팔굽혀펴기라는 거지?”
“역시 현이다. 찰떡이네.”
결국 사마현은 어쨌든 자신의 한계를 보기는 해야 하니 형의 말대로 하기 시작했다.
“끄으으응!”
“드디어, 드디어 복근이 좀 떨리기 시작한다. 현아! 제대로 부하가 들어가기 시작했어!”
“끄아아아!”
“오, 소리칠 기력이 있구나. 잘됐다. 이다음에는 점차 하중을 올려갈 거야. 잘 버텨야 해? 못 버텨도 괜찮아. 형이 바로 지켜보고 있다가 위험해지면 바로 치워줄게.”
오랜만에 보는 형은 그야말로 악마 그 자체였다.
* * *
지옥 훈련을 끝냈으니 목욕을 할 시간이다.
백린의각은 다른 건 몰라도 온천 시설이 발달되어 있어 그거 하나만은 좋았다.
‘근육통 핑계로 도망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니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지~’
사마현은 그리 생각하며 대욕탕으로 향했다.
“오, 형. 새로 만들었네? 못 보던 욕탕이야.”
“응. 시험 삼아 만들고 있는 약초탕이야. 일주일 동안 약초들이 매일 바뀌거든. 아직은 연구당 의원들만 이용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확대되겠지.”
“이런 대단한 걸 먼저 이용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형.”
“아니야. 아니야. 천우야. 실컷 써보고 개선점이나 알려줘.”
그리 말하고는 형은 옷을 훌쩍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찰박찰박 소리가 들리는 것을 봐서는 먼저 씻고 있는 모양이다.
사마현도 익숙한지 곧바로 옷을 벗고 탕으로 향했다.
천우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천천히 탈의를 하고는 같이 들어갔다.
이미 먼저 씻은 진천희가 탕에 몸을 담갔다.
“크으……. 마침 오늘은 팔보탕이다. 근육에 좋은 여덟 가지 약초들을 담가놨는데 마침 잔뜩 수련하고 온 후니까 효과를 알 수 있겠구나.”
형은 행복해하며 몸을 흔들흔들거린다.
탕 속에 들어간 형은 마치 말미잘이나 해파리 같다.
촤아악!
사마현은 다 씻은 후 수건을 이용해 머리카락을 단번에 위로 틀어 올렸다.
그 모습에 진천희가 놀라서 눈이 커진다.
“어떻게 한 거니. 현아?”
“포박술을 응용했습니다요~ 형이라면 바로 할 수 있을걸?”
“나는 그냥 끈으로 대충 묶어 올렸는데 저게 더 편하겠네.”
그리 말하면서 사마현이 한 포박술을 한 번에 바로 따라 하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대단한 경지.
천우가 씻고 안으로 들어오자 단숨에 욕탕이 파도가 되어 넘쳤다.
쏴아아아!
“오우, 천우가 부피가 크긴 하구나. 우리 스승님이랑 비슷한데?”
그 말에 천우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무당파 대욕탕은 다른 시간에 들어가고 싶더라고요.”
“무골이니 좋은 거지 뭐.”
“그렇긴 한데…….”
키가 190에 몸은 서양 히어로 배우 같은 부푼 전신 근육질이다.
문득 진천희가 말했다.
“천우가 흉터가 많구나.”
“아, 네.”
사마현도 흉터가 많은 편이지만 천우도 못지않게 많았다.
그만큼 두 아우가 얼마나 혈로를 걸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소에 난 흉터는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에 크게 하나 났는데 그건 괜찮아?”
사마현과는 달리 천우는 등에 찔린 자국이 보인다.
보통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절명할 일이었는데 천우는 살아남았다.
그것도 형에게 알리지 않을 만큼 회복해서.
“네. 파계한 사문의 도인에게 찔렸거든요. 처음 흑선을 할 때라 사람을 지금보다는 믿던 때였죠.”
“흐음, 천우 형도 말랑할 때가 있었구나~”
“하하하. 그 집 애가 귀엽더라고요. 어릴 때 만났던 형을 닮았어요.”
그렇게 방심하던 사이 아비라는 자가 등을 찌른 모양이었다.
천우가 웃는다.
‘그래. 천우가 흑선을 하면서 못 볼 꼴 많이 봤겠어.’
권제님이 갔던 길이다.
그렇기에 천우도 가길 원했던 모양이다.
권제님도 구태여 막진 않았다.
그 무심한 양반이, 세상이 얼마나 잔혹한지 알았으면 해서 그럴 리는 없다.
대신 그냥 실전을 많이 겪게 하기 위해 한 것이겠지.
“천우는 어디 가서 사기 당할 일은 없겠다.”
“뭐, 다행이죠.”
천우는 그리 말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흑선의 일은 그리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형은 대체 어디까지 강해진 거예요? 이제는 끝을 모르겠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던데.”
“그게 무슨 소리냐. 내 머리 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말에 사마현이 바로 반박했다.
“그럴 리가. 삼존 바로 아래 아닌가 싶을 지경인데~”
그 말에 진천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지. 물론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제(二帝)님들만 해도 한 수 숨기고 있는 게 있을 거고. 스승님처럼 알려지지 않은 고수도 있을 거고.”
“형 스승님 강한 건 다 알아. 하지만 대놓고 무위를 안 보여주니 알 수가 있어야지~”
“그게 스승님의 무서운 점이지. 성취를 이루고도 딱히 무명(武名)에 욕심이 없으신 거.”
아무튼 강호는 넓고, 알 수 없는 게 많다.
진천희는 그 이야기를 동생들에게 해주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동생들은 납득하지 않았다.
“글쎄. 형은 언제나 사람을 살려서 제압하는 걸 우선으로 하니까. 아마 그걸 포기한다면 나는…….”
“음?”
사마현의 보라색 눈이 진천희의 푸른 눈을 응시했다.
“나는 설령 삼존이 상대라 하더라도 형이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진천희가 부정하려 할 때 천우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형은 결국 의원이겠죠.”
그건 그렇다.
진천희가 말했다.
“그래서 일광이라 불리나 보다.”
꼭 사람을 죽일 필요가 있을까.
강호인들은 이상하다.
무공을 정 펼치고 싶으면 축구 같은 시합으로 하면 안 될까.
이번 정가장주의 반로환동을 본 이후로 생각이 많아졌다.
‘깨달음이라……. 모두의 깨달음이 공평하게 중요하다면, 그렇다면 왜 강호인은 굳이 사람을 죽여 도(道)에 닿으려는 걸까.’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인다고 해도 칼은 흉기고, 무공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존재한다.
그걸 알면서도 평생을 바쳐 도(道)에 이르려 하지 않던가.
어려운 문제였다.
그보다는.
“상공, 대체 얼마까지 강해질 생각이십니까~?”
이만큼 성취를 이루었는데 느려지기는커녕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는 형이 두 아우는 신기할 뿐이다.
그 말에 진천희가 답했다.
“얼마까지 강해지냐니. 무슨 그런 질문을…….”
당연히 아무도 안 죽을 때까지지.
진천희는 그리 말하고는 탕을 나왔다.
‘그러고 보니 혜아가 부탁할게 있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밖으로 나오니 사마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