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49
제 849화
진천희가 만드는 요리는 다름 아닌 닭갈비.
그것도 닭다릿살로 만든 호사품이다.
다진 닭갈비를 죽통에 넣어 보관을 하는데, 소빙정의 냉기를 이용해 상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한다.
그걸 이제 커다란 철과에 넣고 야채들과 함께 마구마구 볶는다.
촤아아아악!
아우우우우!
황구가 갑자기 늑대처럼 고개를 젖히고 길게 운다.
너무 좋다는 뜻이다.
불맛이 화르륵 입혀지는 것이 보는 것만으로 침이 고인다.
탁!
“이번에는 대충 먹어라.”
대충 먹는 것치고는 이미 너무 호사스러워진 것 아닌가 싶지만 형이 보기에 대충인 모양이다.
닭갈비를 그릇에 옮겨 담고는 이번에는 주먹밥을 넣고 풀어서 볶기 시작했다.
“형 왜 주먹밥을 이렇게 많이 챙겼나 했는데……?!”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렇게 양념에 볶으면 즉석 닭갈비 볶음밥이지.”
그리 말하더니 달걀을 탁 까서 한번 풀어버린다.
그리고 다음 달걀은 두 번째 화구.
계란탕!
화르르륵!
화생기까지 이용해 화력을 높인 계란탕이 완성되었다.
탕-
진천희가 국자를 내려놓자 사마현이 기다렸다는 듯 음식들을 그릇에 배분했고 천우는 땅을 판다.
불에 익은 돌을 꺼내 간이 온돌을 만드는 셈.
이 위에 천막을 지으면 객잔만큼은 못해도 밤새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사마현이 말했다.
“하~ 나는 온돌이 좋더라. 나중에 집 지을 때 온돌도 같이 지어야지~”
“지금 집은 온돌 없어?”
그 말에 사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시로 머무는 곳이거든요~ 누구 좋으라고 온돌을 거기 깔아?”
사마현은 절대 남 좋은 일 그냥 안 하는 놈이다.
거기다가 지금 머무는 곳이라고 하는 거면.
‘금혈방 소방주가 머무는 곳이겠군.’
사마현은 거기를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천우가 말했다.
“저는 돌아가서 깔려고요.”
“무당파는 온돌 없니?”
“네. 따뜻하게 살면 정신이 약해진다고. 다른 세가들 전부 온돌 깔 때 저희는 못 깔게 하더라고요.”
보타상단의 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타상단은 중원에 온돌을 깔고 진천희에게 수익의 일부를 떼어주고 있다.
“추워야 정신 무장이 된다, 그런 건가?”
“네. 스승님이신 권제님도 그런 주의셨구요.”
‘권제님이 좀 옛날분이긴 하지.’
그런데 천우가 깔겠다고 말할 수 있는 걸 보니 이놈 무당파에서 지위가 상상 이상으로 높아진 모양이었다.
여기에 천우가 만든 복숭아 단술을 세 사람이서 나누어 먹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크으. 매운 음식에 복숭아 단술이 딱이네.”
“저도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어요.”
사마현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형 이거 나중에 나한테 제조법 좀 팔아~ 잘 챙겨줄게.”
“으음.”
“정가장주께서 가르쳐준 방식대로 한 거야?”
“아니, 그건 아니야. 그랬다면 취기가 있었겠지.”
“그러면 괜찮잖아~ 도인도 돈은 필요하다, 형?”
“일단……. 생각 좀 해보고.”
그 모습에 사마현이 ‘와아, 이 형 봐라. 이렇게 흥정을 하네~’ 하며 고개를 삐딱하게 까딱인다.
두 사람을 보며 진천희는 생각했다.
‘그래도 둘은 사이가 괜찮네?’
전쟁터에서 함께 구른 연이 이어져 왔기 때문일까.
보기가 좋았다.
* * *
다음 날.
일행은 하북성의 진주(晋州)에 도착했다.
하북성의 성도인 석가장(石家莊)의 옆에 위치한 위성 도시 같은 곳으로, 크지는 않지만 석가장의 영향을 받아 부유하고, 교통이 잘 발달해 있다.
성도의 명칭이 특이한데.
전설의 거부 석숭의 가문이 여기에 있었다는 설부터(왜 설이냐면 확인된 바가 없어서) 과거 이 지역의 성주가 석씨였다는 설까지 다양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석가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위치한 진주시가 바로 진주언가의 본거지였다.
양조업과 장례업으로 유명한 가문.
그곳에 도착한 것.
하늘이 유달리 높고 청명한 날이었다.
마을에 들어가니 넓게 대로가 펼쳐져 있고, 말똥 하나 보이지 않았다.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부지런히 쓸고 닦는 사람들이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해서 대로를 쓸어 정비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똥 냄새보다는 약초 냄새가 강하다.
이건 무척 드문 일이었다.
농경사회에서 똥 냄새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싶을 만큼 자주 나는 냄새다.
가축이 있으면 가축이 있는 만큼 배설을 한다.
말똥, 소똥, 개똥, 닭똥, 심지어 사람똥까지.
백린현을 군으로 만들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게 바로 이 똥을 처리하는 문제 아니었던가.
화장실 보급은 공공 위생에 직결되어 있는 사안이고.
괜히 제3국을 지원할 때 화장실부터 바꿔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니다.
“형 동네처럼 구획 나누어서 화장실 바꾸고, 상하수도 정비를 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신기하네~”
사마현의 질문에 진천희가 답했다.
“그게 없고 약초 향만 난다는 것은 셋 중에 하나겠지. 첫째, 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선하고 이타적이라 알아서 정비를 하고 있다. 둘째, 이 마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농사보다는 강시 제작과 장례업에 종사하고 있다.”
“강시 만들 때 쓰는 약이 꽤 독하긴 하니까. 하긴, 생각해 보면 그 향과 비슷하다. 둘 다일 수도 있겠네. 아까 거리 쓸고 있는 사람들 보니까.”
“그렇지.”
그때 천우가 불쑥 물었다.
“셋째는요?”
“셋째는…… 내가 새외에서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보고 왔거든? 정확히는 한 사람 빼고 모두가 행복한 마을인데…….”
그때 한쪽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딸랑딸랑-
“가시오. 가시오. 이승에 미련이랑 접어두고 멀리멀리 갑시다.”
소리 나는 곳을 보니 검은 도복을 입은 중년인이 종을 흔들며 가고 있었다.
그 뒤로 강시 열 구가 따르고 있었다.
비록 망자가 입는 옷이라고 하나, 하나같이 깨끗하게 잘 갖춰 입었고.
그 향 또한 시체 썩는 냄새 대신 정갈한 냄새가 났다.
머리에 부적을 붙이고 도사의 인도를 따라 콩콩 움직이는데 마을 사람 누구도 놀라지 않는다.
일상인 모양이다.
“진주언가가 있는 마을답네요.”
“그렇겠지. 여기 사람들에게는 이게 일상일 테니까.”
그리 말하고는 진주언가에 도착하니 호위 무사들이 곧바로 진천희를 알아보았다.
“아, 소의선이시군요. 이야기 들었습니다. 어서 드시지요.”
컹!
“황구랑 뇌진 때문에 알아본 걸까?”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백린의각 신분패를 도로 소매 안으로 집어넣었다.
“눈에 띄니까~ 어쩌면 천우 형 때문일 수도 있고.”
외안에 거구, 무당파 도복.
이 세 가지를 보고 무당의 권왕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
천우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사칭하는 사파들이 늘었다 듣긴 했어요.”
“그렇구나. 하긴, 워낙 특징적이니까.”
그렇게 안채로 들어가는데 왜인지 공기가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새가 날아다니는 소리도, 벌레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마현이 말했다.
“진법인가?”
진천희의 푸른 눈동자가 좌에서 우로 움직인다. 사방을 빠르게 훑어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진법도 있긴 해. 하지만…… 일단 이 느낌은 결계야. 그러니까……. 이건 술제님이 쓰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지. 진법과는 달라.”
“술제라면 주술 계열인가?”
“응. 아무래도 강시를 다루다 보니 이런 것에도 조예가 있는 모양이네.”
그렇게 세 사람은 접객실에 안내되었다.
차 세 잔과 다과.
방금 전에 놓았는지 찻잔에는 김이 모락모락 일어나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이윽고 언정무가 나타났다.
과거 용봉지회에서 진천희에게 개망신 3연타를 맞은 그놈이다.
[이게 누구야~ 첫 만남부터 시비를 걸다 형에게 처맞고, 용봉지회 대회에서 처맞고, 혈선교 술책에 걸려서 폭주하다가 형에게 처맞고~ 세 번 처맞은 언정무 대협 아니야~?] [현아. 제발 그거 전음으로만 하고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마라.]진천희는 사마현에게 간곡하게 부탁을 하고는 언정무와 서로 예를 표했다.
언정무가 말했다.
“요청을 들어주어 감사하오. 진 소각주.”
그때보다 더욱 창백한 안색이다.
동공은 백태가 낀 것처럼 희다.
고저 없는 목소리가 마치 강시와도 같았다.
진천희는 진맥을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언 소각주.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쪽은 제 의형제들입니다.”
“만나서 반갑소. 사마 소문주. 천우 도장.”
단정한 말투.
언정무가 말을 이었다.
“우선은 귀하들이 묵을 방을 소개해 드리겠소. 오늘은 여독을 풀고, 내일 다시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예. 그러지요.”
“그러면 본인은 일이 있어 이만 나가보겠소. 푹 쉬시오.”
그리 말하며 조용히 걸어 나갔다.
이윽고 하인들이 와서 진천희 일행을 손님이 머무는 별채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짐을 풀며 사마현이 말했다.
“형. 이상했지?”
“아아, 이상한 걸 뛰어넘지.”
“그렇지~?”
사마현의 미간이 장난스럽게 구겨진다.
진천희가 말했다.
“언정무……. 산 사람이 아니잖아?”
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살폈는데 숨을 한 번도 쉬지 않더군요.”
가슴 오르내리는 것을 관찰했던 모양이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과연 천우 형이네~ 그런데 천우의 눈에도 숨 쉬는 게 관찰되지 않을 정도면 그냥 시체 맞지?”
“…….”
진천희는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강시공 때문일 수도 있지. 우리는 강시공에 대해 세간에 딱 알려진 수준 정도로만 아는 상황이니까. 아니면…… 정말 강시인데 이성이 남아 있는 건지…….”
무협 소설마다 강시공의 설정이 다 다르다.
어떤 것은 강시처럼 몸이 강해지고 단단해지는 정도로만 묘사되는 게 있고, 또 어떤 소설에서는 진짜로 산 사람을 강시처럼 만들기도 한다.
지존천마에서는… 일단 후자에 가깝기는 한데…….
또 깊이 들어가면…….
‘……하륜이는 그렇게까지 타인의 설명을 기다려주는 놈이 아니어서 다 죽였지.’
이놈은 같은 편 아니면 유언도 잘 안 들어준다.
읽을 때는 사이다였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속이 터진다.
‘왜 그랬어. 지존천마 하륜아. 왜 그랬니. 악역 죽이기 전에 좀 긴 독백이라든가, 과거 회상할 시간 같은 거 주지 그랬니…….’
그래. 같은 편 과거 회상 신도 별로 없는 게 지존천마인데 적의 과거 회상을 기다려줄 리가.
‘잠깐만 생각해보자. 그래도 진주언가 사람이랑 싸우는 신이 있긴 했잖아?’
-여하륜의 주먹은 무정했다. 제아무리 강건한 진주언가의 육체조차도 종잇장처럼 찢을 정도였다. 적은 뒤늦게 상대를 잘못 골랐음을 깨달았다. 이윽고 사내의 주먹이 적의 심장을 관통하여 척추 밖으로 튀어나왔다. 오오, 혈선교에 굴복한 배신자들에게 심판이 떨어진 것이다!
‘음……. 무공 묘사도 뭐 없군. 그냥 죽였어.’
지존천마의 주인공은 노빠꾸 직진의 화신이다.
적을 앞에 두고 그런 고뇌? 전혀 하지 않는다.
죽은 새끼는 말이 없고, 우리의 무협 주인공은 뒤를 보지 않는 사나이였다.
그 후에 귀령강시 네 구가 나와서 그거랑 주구장창 싸운다.
사람보다 강시가 셌다.
‘언가권, 귀령신권, 부운귀령보, 몽혼귀령강시공. 이런 건 아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한데……. 으음.’
사마현이 말했다.
“그래도 형. 이거 남의 집안 일이야. 인신 공양하는 거 아니면 끼어들면 안 된다고~?”
천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양민을 특별히 괴롭히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그건 그렇지…….”
진천희는 그리 말하며 차를 한 모금 삼켰다.
사마현은 그런 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진천희가 말했다.
“언정무가 만약 강시라면 말이지, 죽었는데 산 사람의 기억을 가지고 움직이는 거라면. 강시로 쓰는 데 본인 동의를 아버님이 받으셨을까? 최소 문서로 남겨놓는 수준의 허락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그리고?”
“이 세계 기준으로 강시인 상태로 노동을 시키게 되면 언정무 월봉은 주는 게 일반적인 건가?”
“응?”
“아니면 이 세계 강시는 일종의 시신을 기증받아 움직이는 A.I니 부려 먹고 따로 챙겨줄 필요가 없는 건가?”
사마현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섬뜩했다.
결코 강호인은 할 수 없는 발상.
“혈생노괴님이 강시가 수천 구라고 들었는데 걔들 월봉 챙겨준다는 말은 들은 적 없어. 형.”
“그래. 만약 그랬으면 노괴님은 파산하셨을 거야.”
형은 분명 다른 꿈에서 왔다고 했다. 세계라고도 표현하는 그것.
‘저쪽 세계 사람들은 전부 형 같은 사람들일까?’
지구에 대한 오해가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