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51
제 851화
“그건 조금 이따가 다시 또 부탁하겠네. 지금은 우선 맨손으로 부탁해도 되겠나? 다양한 표본을 얻고 싶어서 그런 것이네만.”
“가능합니다.”
중대 사항 아닌가.
진천희는 같은 연구자로서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가볍게 바로 승낙했다.
과학이 기반이든, 음양오행이 기반이든 강호 별이나 지구 별이나 연구하는 사람 마음은 똑같으니까.
“고맙군그래. 그러면…….”
가주 언권이 종을 꺼내어 흔들었다.
강시의 실험을 위한 공간은 높다란 담장이 쳐져 있고, 땅은 그냥 흙바닥이다.
그것만으로도 진천희는 곧바로 추론해냈다.
“언가의 강시들이 강호인보다 정확성은 못 해도 힘은 훨씬 센 모양이군요.”
“그걸 어찌 아나?”
“흙바닥이니까요. 진주언가가 청석을 깔 돈이 없을 리는 없고, 필시 자주 파손이 되어 결국 흙바닥으로 교체했겠지요. 거기다가 내뻗는 손속마다 정확성이 떨어지니 더더욱 바닥이 박살 났을 테구요.”
“그것만으로 언가의 강시 상태를 통찰했다는 말인가.”
“뭐, 통찰까지야. 미리 말한 것은 저처럼 주변 환경을 보고 강시의 특징을 추론하는 무인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언질드린 겁니다. 특징이 추론이 되면 첫 초식을 뭘 할지도 결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말에 가주 언권이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까지 판단이 되는 무인은 아주 극소수 같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진천희는 맑은 눈으로 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마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와, 역시 형이다~ 보러 오길 잘한 것 같아.”
천우가 물었다.
“너는 그런 것도 흡수하니?”
“당연하지. 강호에서 고작 비무장 하나만 가지고 초식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거야.”
진천희는 자세를 취한다.
한 발은 앞으로, 다른 한 발은 뒤로.
손은 주먹 대신 살짝 펴서 마치 폭풍우를 앞둔 갈대와도 같다.
사마현과 천우가 동시에 말했다.
“태극유권이네.”
“태극유권 만련장. 태검(太劍)이나 도끼 상대할 때 쓰는 건데. 비무장의 모습만 보고 형은 그걸 꺼냈어.”
공간에는 관이 세 개나 준비되어 있다.
언가주가 종을 흔들며 진언을 외우자 관들 중 가장 왼쪽 것이 흔들거리며 덜컹거렸다.
콰광!
관이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잔해의 파편을 헤치며 강시가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척!
창백한 낯빛. 거기에 피를 먹은 듯 새빨간 입술을 가진 잘생긴 사내의 얼굴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자세가 몹시 기괴하다는 점.
마치 짐승처럼 네발로 서 있었으니까.
두 다리는 반쯤 구부리고. 두 팔은 땅을 짚고 있다.
엎드린 그 자세에서 고개만 든 채로 진천희를 보며 으르렁거리는 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오우, 언가주님. 이것은 대체……?”
강시란 무엇인가?
죽은 시신을 주술로 제련하여 부리는 존재.
보통은 관절이 딱딱하기 때문에, 두 다리로 콩콩 뛰어다닌다.
두 팔도 거의 일자 형태로 펴고 다니는데, 팔을 거의 못 접는다.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동강시.
관절 못 접는다고 비웃을 게 아니다.
동강시 하나가 강호 무인 열 명을 해치운다.
비법이 들어간 동강시는 서른 명도 해치운다.
가지고 있는 괴력은 바위를 관통할 정도고, 피부는 단단해서 도검이 제대로 먹히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강시는 아예 짐승 같다.
‘실제 짐승을 강시로 만든 거면 모르겠는데, 사람이 짐승처럼 구는 강시라고?’
일단 관절이 부드럽게 구부러지는 거야 놀라운 일이지만, 상위 강시 중에는 그런 것들도 간간이 존재하긴 하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아예 야수 같은 강시라니?
진천희의 눈이 빛난다.
“이런 건 처음 보네요.”
진천희는 강호 풍문으로도 이런 게 등장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
“아수라혈강시를 연구하다 보니 여러 가지를 알게 되더군. 본가의 귀령강시는 아쉽게도 아수라혈강시에 비하면 한 수 아래였네. 그래서 배울 수 있는 게 많았지. 이건 그걸 응용해서 만든 귀수강시(鬼獸殭尸)라는 것이네.”
귀수강시?
‘수(獸)가 짐승 수 자이긴 한데……. 이게 귀령강시보다 나은 건가?’
진천희는 귀령강시에 대해서 떠올렸다.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지존천마 소설에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었고, 강호에 떠도는 소문과 정보도 충분히 접한 바가 있다.
화경의 고수와 동등하게 싸울 수 있다고 알려진 진주언가 최강의 강시.
살아생전의 무공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으며, 당연히 금강불괴. 그리고 강시인데도 권기 같은 것을 펑펑 써대는 괴물 같은 강시가 바로 귀령강시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결국.
‘아수라혈강시의 하위 호환 아니야?’
예전 패천무상신공의 비급 파동 때 토벌했던 아수라혈강시가 그랬으니까.
강기를 펑펑 써대고 전생의 무공도 쓰는 현경이되 반쪽짜리인 현경 강시가 바로 아수라혈강시였다.
귀령강시 능력만 보면 그것보다 못한 건 사실.
그렇다고 해도 화경의 고수와 자웅을 가릴 수 있는 귀령강시는 확실히 귀물이라고 불러도 좋을 병기였다.
그런데 아수라혈강시를 조사해서 만든 게 귀수강시라?
“굳이 사람 시신으로 귀수강시를 만드신 이유라도 있습니까?”
왜 사람답게 안 만들고, 짐승 형태로 만들었는지 물었다.
“진짜 짐승으로 강시를 만들면 그 효용이 떨어지거든. 게다가 귀수강시는 살아생전 호형권 같은 동물의 모습에서 형상을 따온 무공을 익힌 시신을 사용했지.”
“그렇군요.”
“거기에 본가의 비전을 이용해 강시에 도입해 보았는데 성과가 좋더군.”
“호오.”
“오해하지 말게. 적법하게 돈을 주고 샀네. 고인에게 생전에 시신 사용 허가증서도 받아놨네.”
그리 말하며 소매에서 증서를 꺼내 팔락였다.
‘날 대체 뭐로 보고 있기에 저거까지 준비하신 거지? 아니, 그 전에 은전이 얼마야. 일, 십, 백, 천, 만…….’
진주언가의 재력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이야. 이쪽 집안도 만만치 않게 제정신이 아니네.’
진천희는 감탄했다.
그렇다고 이걸 뭐라고 하기에는… 강호의 정서상 문제는 없다.
애초에 진주언가의 강시 자체가 그 유가족, 혹은 본인의 동의를 얻어서 만든다.
그러니 시체가 뭘 하고 있든 별문제는 아닌 모양.
동의를 받지 않으면 쳐 죽일 놈이 되지만 동의만 있으면 오케이인 것이 열림 교회 닫힘 같은 느낌이다.
본인 영혼은 이미 저승 가서 극락왕생했으니까.
‘그래. 옛날 홍콩 영화에 약간 이런 느낌의 강시도 나오긴 했었다.’
그보다는 이런 강시를 과연 강호인이 대비할 수 있을까?
‘내 논문……. 아, 아니 비급, 방금 휴지 조각이 됐는데?’
일반적인 강시들을 상대한다고 가정하고 최적의 검진을 만들었던 거라 이런 놈이 상대면 무용지물이다.
‘와, 새로 써야겠네.’
신기술에는 새로운 논문이 필요한 법!
강시 세계의 기술 발전이 이렇게 무섭다.
“언가의 비전이 있다면 호형권이나 형의권의 무인 시신을 구할 필요가 없는 건 아닙니까?”
“살아생전의 무위도 제법 중요하니 어쩔 수 없었네.”
“시신 구하기가 어렵겠네요.”
“그래서 보시다시피 돈이 많이 들었네.”
짠돌이 같은 면모가 거기서 나온 것인가?
그래. 이렇게 돈을 들였으니 절대로 혈생노괴 어르신이랑 강시 배틀로얄 뜨고 싶진 않겠지.
강시 하나 박살 나는 데 돈이 얼마냐.
“그러면 준비되었나?”
“예. 시작하시죠.”
언권이 종을 울리며 진언을 내뱉는다.
그러자 네발로 대기하며 으르렁거리던 강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타탓!
마치 들짐승처럼 네발로 달리며 덤벼든다.
그 속도가 제법 빠르다.
다만 완전히 짐승 같지는 않았다.
본래 사족보행의 짐승들은 네다리 길이가 비슷하다.
그런데 인간은 다리가 팔보다 더 기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때문에 달리는 모습은 어설픈 감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시무시하게 빨랐다.
텅!
“크아앙!”
마치 야수처럼 소리를 지르며 크게 뛰어오른 귀수강시. 그리고 호랑이가 앞발을 휘두르듯이 손을 내밀어 온다.
그런데 그 손에는 발톱 모양의 검기 같은 게 서려 있었다.
‘오우, 그냥 짐승이 아니라 호랑이의 의념 같은 것도 느껴지는걸?’
대체 어떻게 한 걸까?
영혼을 넣은 것 같지는 않는데.
그리 생각하는 진천희의 두 눈이 민트 별사탕처럼 반짝인다.
그리고 앞발이 얼굴에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아주 적절한 순간에 상체를 뒤로 젖히며 그 공격을 피해냈다.
“우와!”
사마현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앞발이 허공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사이 용수철처럼 몸을 다시 앞으로 원위치시키면서 손을 뻗어냈다.
천우가 저도 모르게 감탄한다.
‘형이 처음부터 초식 자세를 태극유권으로 잡은 게 이걸 반격하기 위해?!’
이미 시작 전부터 형은 판세가 이렇게 돌아갈 걸 짐작했다는 뜻!
무당파인 천우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태극권에 대한 이해가 깊은 자만이 알 수 있는 공포심.
‘상대의 수를 읽어내는 현원전단신공에 무당파의 태극이 합쳐지면 엄청난 상승효과가 일어나는구나!’
허나,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모두가 그게 가능했다면 제갈세가가 화를 입을 일도 없었으니.
‘아, 경험. 경험인가?’
생과 사를 넘나드는 무수한 실전 경험이 현원전단신공을 더욱 가속시킨다.
거기서 깨달은 무학은 어김없이 몇 수 앞의 미래를 보여줘 답을 도출해냈다.
태극유권 만련장!
부드러운 듯하지만, 태산을 밀어내는 거력이 그 손바닥에 실렸다.
진천희 식 변형
태극면장–!!
펑!
큰 폭음과 함께 귀수강시의 몸이 저 멀리로 나가떨어진다.
“오. 본능적으로 충격을 분산했어?”
그리고 그 모습에 진천희가 감탄했다.
방금 전의 일격은 완벽하게 빈틈을 찌른 공격이었는데도, 귀수강시가 그 찰나의 순간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면서 팔로 진천희의 일격을 막아낸 것이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본래 늑골 같은 쪽을 부러트릴 생각으로 내지른 일장은 귀수강시의 팔에 조금의 타격을 입힌 것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척.
멀리 튕겨 나가다가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그대로 착지하는 귀수강시.
균형 감각도 진짜 짐승과 같았다.
“대단하군요. 이렇게 육신이 부드러운 강시라니…….”
“단순히 육신이 부드러운 강시야 찾아보면 제법 되네. 본가의 귀령강시도 그렇지만, 아수라혈강시도 완전히 사람과 똑같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나?”
“그런 강시는 쉽게 볼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앞으로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르지.”
아수라혈강시가 정파, 사파 모두에게 알려지지 않았던가.
강시술에 진화를 보인 것은 진주언가뿐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논ㅁ……. 아니 비급이 필요한 법.
일단 파훼법을 알기 위해 모든 것을 해볼 생각이다.
귀수강시는 경계를 할 뿐 대화 와중에도 덤벼들지 않았다.
고작 일합만으로 실력의 격차를 깨달은 것 같다.
분명 시체인데도 짐승과도 같아서 진천희는 감탄했다.
‘좋아. 그러면 이번에는 내가 가볼까?’
진천희가 양손을 내밀고 뒤집는다.
그리고 그 손가락이 마치 공간 그 자체를 연주하듯 움직인다.
얼핏 보면 어린아이의 장난과도 같았다.
“형이 뭘 하려는 거지?”
천우가 의문을 갖는 순간. 그 결과가 파멸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