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55
제 855화
시해선(尸解仙).
죽은 채로 신선이 되는 것을 뜻한다.
연단술의 비서(秘書)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서적인 포박자(抱朴子)에서는 신선들에게도 계급이 있으며 이를 천선, 지선, 시해선으로 나눈다고 했다.
이중 시해선을 가장 낮은 단계의 신선으로 보았는데, 시해선이 되는 것도 평생을 수련해도 도달하기가 지극히 어렵다고 하였다.
“강시공에 대해서 세인들이 오해하는 바가 있지. 강시라고 하는 존재의 강함을 닮고 있어서 강시공이 생겨났다는 그릇된 생각이 그것일세. 그러나 강시공은 본디 도가에서부터 생겨난 것일세.”
이건 지존천마에도 없던 내용.
진천희의 눈이 빛난다.
“강시공을 통해서 시해선이 되고자 한다……. 이 말씀이시군요.”
“그러하네. 본가에서 장례업을 하는 것도 그 일환이지.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 주는 것도 공덕을 쌓는 것이라는 것을 아나?”
진천희는 일순.
담진 왕국에서 만났던 자를 떠올렸다.
-이래 봬도 혈선이 되기 위해서는 공덕을 쌓아야 하거든요. 그게 혈업이든, 선업이든 간에요.
– 진정한 구원에 있어서는 결코 속임수란 있어서는 안 되는 법!
백천군. 또 다른 세계의 사마현.
그가 그렇게 말했었다.
“몽혼귀령강시공을 대성하면 시해선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진주언가에 대한 언급이 지존천마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사실 알지 못한다.
죽은 놈은 말을 못 하기 때문이다.
다 여하륜이 죽였으니까.
또한.
저들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신선이 된 자는 거의 존재치 않으니까.
무당파의 개파조사 장삼봉이 등선한 이후로 선인이 되었다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
“후후후……. 본가의 몽혼귀령강시공이 어디에서부터 유래되었는지 아는가?”
“견문이 짧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겸손이 과하군. 우리 중의 누구도 자네 앞에서 지식 자랑을 못 하거늘…… 그래도 이렇게 말해줄 수 있어 기쁘긴 하네.”
그는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
본가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커 보였고.
“일단 본가의 몽혼귀령강시공은 포박자에서부터 유래되었다 할 수 있지.”
‘갈홍의 포박자라…….’
시해선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부터 존재했지만, 그것을 제대로 정립하여 저서로 남긴 자는 갈홍이라는 사람으로 무당파의 개파조사인 장삼봉보다 거의 천 년 전의 사람.
그는 실제로 포박자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저서를 남겼다고 한다.
지구 별에서는 그가 남긴 저서 중 하나인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대의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치료제를 개발한 연구자는 노벨상까지 탔다지, 아마?’
덕분에 연구당에서도 개똥쑥을 저온 추출하여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이다.
완성이 되고 나서도 말라리아가 내성이 생길 것이 걱정되기 때문에 사용할 때 굉장히 조심해야 하고, 단독 사용은 금지.
다른 약과 섞어 투약해야겠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을 터.
참 재미있는 일이다.
분명 옛날 민간전승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누군가의 발상이 되어 이제는 많은 이들을 살려내다니.
때문에.
갈홍이 사후 시해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더 잘 알려지게 된 거지.
‘지구 별에서도 그랬는데… 여기서의 갈홍은 분명 신선이 되어 있겠네. 혈선들도 분명 오래전부터 신선이었던 자들이었을 거고…….’
진천희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시해선을 목표로 한다는 몽혼귀령강시공을 익힌 가주와 언정무를 보았다.
“몽혼귀령강시공의 몽혼의 의미를 아는가? 아니. 본가의 무공을 모르니 알지 못하겠군. 설명하자면 이런 것일세. 장자지몽과 같은 게지.”
“나비가 나라는 꿈을 꾸는가. 아니면 내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가.”
“그렇네. 몽혼의 의미는 그것일세. 꿈과 현실은 무엇으로 나누는가? 그렇다면 생과 사 역시 어떻게 나눌 수 있겠는가? 강시는 산 것인가 죽은 것인가?”
기묘하다. 그리고 심오한 철학적인 의미가 있었다.
진천희는 귀독강시를 떠올렸다.
그녀는 분명 백이 남아 살아생전의 기억이 일부 남아 있었다.
살아 있는 가족을 챙기고자 스스로의 의지로 진주언가의 가신처럼 지내고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그 자아가 분명한 건 아니다.
돈을 번다고 한들 가게에 나가 물건을 살 수 없다. 그저 머리맡에 놓는 게 전부.
생전의 기억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녀는 살아 있는가?
아니면 죽은 것인가?
살아 있음의 정의는 어떤 것인가?
“몽혼귀령강시공을 익히다 보면… 영적인 경계가 흐려지고, 생과 사의 경계가 하나로 겹쳐지는 듯한 감각을 얻을 수 있네. 그러나 대성한다면……. 그때는 비로소 시해선이 될 수 있겠지.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네.”
“그래서 언 소가주가 시해선이 된 것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아직은 아니더군. 다만 거의 가까워지고 있긴 하네.”
아직은 아니다?
거의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언정무가 현경의 경지에 발을 내딛긴 했다는 걸까?
여러모로 의문스럽다.
“후후후.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로군. 어떤가? 내 아들과 한번 겨루어 보는 것은? 전에 객잔에서 서로 술잔으로 내력을 겨루었다고 들었네. 한번 다시 해 보세.”
진천희는 잠시 생각했다.
‘한번 시험해 보긴 해야겠지?’
그리고 막 입을 떼려던 순간.
“언 가주님. 소생이 의형 대신에 한번 나서 보고 싶습니다만……. 어떠신지요?”
사마현이 먼저 자리에 앉은 채로 포권을 하며 말했다.
그러고는 진천희에게 눈짓을 건넸다.
이런 번거로운 일에 굳이 형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신호.
‘현이가 자신 있나 본데?’
자칫 망신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이는 형을 위해 개의치 않았다.
“호오. 사마 소문주 자네가? 확실히. 자네의 무명도 내 익히 들었네. 그렇다면 정무야. 사마 소문주와 한번 겨루어 보겠느냐?”
이제 공은 언정무에게로 넘어갔다.
“저 역시 사마 소문주에게 한 수 배우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는 자리에 앉은 채로 술잔을 들었다.
그러고는 술을 따른 이후 그대로 내던진다.
핑!
과거.
언정무와 진천희 사이에 있던 일을 다시 재현한 것이다!
사마현에게 날아가는 술잔은 지극히 느리다.
평범하게 던졌을 때의 속도보다도 느려서, 마치 허공을 부유하며 헤엄치는 것 같았다.
진천희는 그걸 보고 제법 놀랐다.
술잔이 아주 빠르게 회전하며 허공에서 체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본 것.
저 작은 잔에 실린 내력이 실로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잔이 부서지지 않았으니, 이는 내가진기의 운용이 경지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사마현은 빙긋 미소 지으며 손을 내뻗었다.
우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마현의 손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찬란하게 빛난다.
그 손으로 잔이 다가왔다.
그리고 손을 잡은 순간.
‘오오. 제법 묵직한걸~?’
사마현은 감탄했다.
‘하지만, 내 웃음을 거둬갈 정도는 아니야.’
형이 극한까지 단련시킨 외공에 황금 진기까지 서리자 술잔은 그대로 회전을 멈추었다.
황금 진기는 조용히 그 내부의 음험한 기운을 내리눌렀다.
이윽고 술잔 역시 황금빛으로 물든다.
그대로 잔을 쭈욱 비우는 사마현.
탁.
술잔이 탁자에 올려졌다.
“과연. 언 소가주의 무위도 남다르시군요. 이번에는 제가 대접하지요.”
사마현이 술병을 집어 들었다.
그 손은 여전히 황금 광채로 번쩍인다.
그리고 그 빛은 술병과 술에도 담겼다.
빛나는 황금주가 잔에 담긴다.
잔을 집어 들자 황금 진기가 가득 머금어진 잔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하늘을 난다.
핑–!
이번에는 언정무 때와는 다르게 무척 빨랐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보이지 않는 무시무시한 속도!
마치 황금 뇌전처럼 나아간 술잔이 장난스럽게 언정무의 얼굴을 노린다.
콱!
그러나.
강철 집게 같은 언정무의 손은 황금 술잔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그 손으로 황금의 진기가 번져 나가 손을 으스러트리려고 했으나, 이내 그 힘을 잃고 빛도 자취를 감추었다.
진천희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언정무가 단시간에 저렇게 강해질 수 있다고?’
언정무.
과거 용봉지회에서의 추태와 인간 됨됨이를 본다면 이건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 몽혼귀령강시공을 대성한 건가? 아니면 대체…….’
그렇게 놀라는 사이.
가주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본가의 소가주도 제법 뛰어나지 않은가?”
언정무는 말없이 포권을 해 보이고는 태연하게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놀라운 무위군요, 가주님. 그리고 언 소가주. 정말 감탄했습니다.”
사마현도 포권을 해 보였다.
과연 사회생활 만렙.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훈훈해졌다.
현이가 친 장난을 언정무가 받아준 모양새가 되어 더욱 재미있어진 것 같다.
모두의 웃음 속에서 언권이 물었다.
“어떤가? 의심은 가셨는가?”
진천희는 가볍게 포권을 해 보였다.
“물론입니다, 가주님.”
사실 의심이 가시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괜히 여기서 꼬치꼬치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하하. 자, 그러면 연회를 마저 즐기시게나. 연주를 시작하라!”
다시금 연회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 * *
“독도 없었네.”
“그러게요.”
“솜씨도 좋았어. 정갈하고. 위생에도 신경 쓴 거 같았고.”
의형제 세 명은 각각의 침대에 누워 대화를 나눈다.
연회가 끝난 지는 제법 되었다.
술을 마셨다고는 하지만, 건강한 무인들에게 취기를 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의심암귀라잖아~ 괜히 의심한 거 아니야?”
“그런가.”
“확실히. 막내 말이 맞는 거 같아요, 형. 혈선교가 끼어든 것도 아니고.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하긴. 그럴지도.”
진천희는 두 동생의 말에 생각했다.
진주언가는 본래 혈선교에 먹혀서 일종의 강시 제조 공장이 된다.
그들은 혈선교 밑에서 수없이 많은 강시 군대를 만들어내는 집단으로 전락했었다.
이런 원작의 역사 때문에 의심하긴 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순수하게 강시를 연구하고자 청한 것으로 보였다.
‘내가 너무 의심만 한 건가?’
생사람 잡은 건 아닐까?
어쩌면 의심도 병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데에에엥-
“어?”
큰 종소리가 귀에 들린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종소리?”
사마현이 상체를 일으키며 한마디 한다.
그때.
데에에엥-
다시금 종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천희의 몸이 쭈뼛하고 반응했다.
“이거. 보통 종소리가 아냐.”
“응? 그래?”
“주술적인 거군요.”
사마현과 천우가 진천희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둘은 별다른 느낌을 받지 않았는데, 진천희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주술적인 무언가밖에 없다.
이 중에서 주술을 익힌 것은 진천희밖에 없었으니까.
“나가 봐야겠지?”
“그래야지~”
그러면서, 사마현과 진천희는 자연스레 야행복을 꺼냈다.
그것을 본 천우의 하나뿐인 눈이 꿈뻑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
“형. 자연스레 야행복을…….”
“네 것도 준비했어.”
“셋째 형한테는 입히든 안 입히든 들키는 거 아닐까나~”
이 상황에서도 견제구를 날리는 사마현!
“현아.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하는 게 중요한 거야. 인간 사회에서 체면치레라는 게 왜 있는데.”
눈치채더라도 어쩔 수 없다.
체면치레라도 해야 하니 야행복을 입는다!
“하긴~”
둘의 미친 소리를 들으며 천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님. 제가 이러고 삽니다.’
선계에 있을 거라 믿는 권제를 찾으며 천우도 야행복을 받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