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57
제 857화
사람과 같은 부드러운 움직임.
그러나 행동은 이성을 잃은 야수나 짐승 같은 모습.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사방에서 그런 강시가 수백이나 쏟아져 나왔다.
전부 언가의 하인 복장을 한 이들!
그리고 그 사이로, 무공을 사용하는 강시가 뒤섞여 있다.
언가의 무복을 입은 자들이었다.
그들은 다른 강시들과 다르게 괴성을 내지르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공격해 왔다.
그러나.
황구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다!
콰쾅!
“형! 황구 왜 이렇게 커진 거야!!??”
“나도 몰라! 매번 많이 먹더니 이렇게 됐어!”
그것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차였다.
황구가 앞발을 휘두르면 무공을 쓰던 상대가 강시든 아니든 우그러지며 튕겨 나갔다.
네발로 뛰어 체중을 실어 덤벼든다.
흡사 주둥이 로켓 같다.
콰과과광!
그 몸에 충돌하자 제아무리 강시라도 벽이나 바닥에 처박혀 사지를 꿈틀거리게 된다.
“형한테 맨날 황구가 저렇게 달려왔잖아! 저런 위력이었어?!”
“뭐, 왜, 뭐! 황구도 내가 좋아서 그러는 거야.”
“형, 무슨 외공 수련을 그따위로 해요?!”
천우가 어이가 없어 외쳤다.
개와 개 집사의 즐거운 포옹은 사실 사랑의 외공 수련이었다.
천우는 생각했다.
‘저 힘으로 계속 형 명치에 주둥이를 들이받고 있었다고?!’
그랬다.
그만큼 강력했다.
그런 놀이를 빙자한 쌍방 외공 수련 효과를 지금 톡톡히 보고 있다.
양 떼 속 사자.
아니, 이것은 건물을 철거하는 불도저나 다름이 없다.
황구의 몸 전체에 유형화된 기가 둘러졌고, 강시들은 그저 종이 인형처럼 구겨지면서 튕겨 나갈 뿐.
언가의 가주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경악해서 턱이 빠졌을 그런 모습!
“와아, 우리 황구 신났네. 기뻐라.”
“형. 그러다 죽어요! 죽는다고! 다시는 저런 돌진 형한테 하지 말라고 해요! 저런 위력을 명치로 받으면 강호인이라도 보통 죽어요.”
컹컹컹♥
때문에 본래라면 뚫기 힘들었을 강시들의 파도를 한 방에 가르며 그대로 종소리가 일어나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데에에에에엥!
기이하게도 지하로 뚫린 거대한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쪽으로 횃불이 벽에 걸려 있어 그 아래까지 들여다보였다.
그러나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내려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을 터.
그런 계단에서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딱 봐도 이거 함정인데~?”
“그런데 강시들이 여기로는 가까이 오지 않는군요.”
천우의 말대로였다.
계단 입구 앞에 서자 더 이상 강시들이 다가오지 않는 게 보였다.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그들은 일정 거리에 서 있을 뿐이다.
“친절하게 초대를 한다는 거겠지.”
“이 아래로…… 말이군요.”
“쯧. 이놈들 단단히 준비한 모양인데… 왜 이런 준비를 한 거지?”
“글쎄다. 이 아래에 꼭 우리를 초대하고 싶은가 보다.”
세 명은 서로를 한번 보았다.
“황구야. 여기서 뇌진하고 있다가 혹시 강시가 들이닥치면 피해. 알았지?”
멍!
황구가 그대로 계단 앞에 주저앉는다.
뇌진이 그런 황구의 머리 위에 내려섰다.
뇌진 역시 그 체구가 거대해져 이제는 성인 남성 정도는 발로 낚아챌 수 있어 보였고, 뇌전을 온몸에 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황구가 싸울 때 뇌진은 안 싸우더라고요. 혹시 아픈 건……?”
“아니, 귀찮아서 그래. 황구가 잘하고 있으면 그냥 묻어가거든.”
그때 뇌진이 자기도 할 때는 한다는 듯, 날개를 펼쳤다.
삐이익-
콰르르릉!
푸른 번개가 강시 하나를 후려치더니 마치 거미줄처럼 다른 강시들도 한꺼번에 후려쳐서 지져버리기 시작했다.
연쇄 번개!
천우가 놀라서 눈을 홉뜬다.
“쟤네 둘이면 동강시나 철강시 정도는 전부 쓸어버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가능할지도. 하지만 도시 내의 양민들을 생각하면 섣부르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영물들도 나름대로 사정 봐가며 싸웠다는 뜻이었다.
‘대체 형은 뭘 먹여 키우고 있었던 거지?’
그냥 밥 아닌가?
자신들과 같이 먹은 그냥 밥.
엄청 맛있지만 어쨌든 영약은 아니지 않나?
조그마할 때부터 밥 해다 키우던 게 이제는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되고 있었다.
“뒤는 두 녀석에게 맡기고 우리는 내려가자.”
그렇게 의형제 세 명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마현이 문득 생각했다.
“형. 황구가 엄청 강하던데 아래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황구가 강해지긴 했는데…… 다수의 잔챙이 상대로 효율적이야. 체구도 있고, 몸도 금강불괴니까. 하지만 진짜 고수를 만나면 약해.”
“아하.”
“영물들의 특징이 그렇다고 듣기는 했어요. 진짜 고수에게는 쉽게 사냥당한다던가…….”
“다 그런 건 아니야. 오독문에서 본 육각영독사는 엄청났거든. 두 녀석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닌 데다가 이런 좁은 통로는 움직이기 힘드니까.”
몇 마디 나누는 사이 굳게 닫힌 철문이 나왔다.
데에에에엥—-!!
그 안쪽에서 웅후한 종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근원에 가까워졌는지 소리가 아주 쩌렁쩌렁하다.
내력으로 귀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고막이 터졌을 정도.
쿠구구궁!
천우가 다가가 문에 손을 대자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그대로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하나의 공동이 나타났다.
돌로 만든 방.
그 안에는 횃불이 잔뜩 매달려 있어 내부에는 그림자 한 점 없었다.
그 어떤 가구도 없이 돌로 된 지하 공간.
그런데 그 가운데에는 한 명의 사내가 좌선을 한 채로 앉아 있었다.
‘달랑 한 명? 뒤쪽으로는 계단이 있는데……. 뭐야. 저자를 쓰러트리고 가라는 건가?’
두 눈을 감은 채 좌선을 하고 앉은 사내는 혈색이 좋았고, 몸은 균형 잡힌 체구였다.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절한 신형.
‘강호에서 무골이라고 평가하는 신체는 아닌데……. 게다가 생기가 느껴지고 혈색도 좋아. 강시가 아닌 건가?’
“드디어 왔는가!”
사내가 우렁우렁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좌선을 한 상태로 허공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허공에서 두 다리를 쭉 펴며 그대로 땅에 내려선다.
그 모습에 사마현과 천우가 생각했다.
‘범상치 않은 고수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허나 두 아우와 다르게 형은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앉은 채로 서전트 점프를!?’
“…….”
“본좌의 성명은 언전무! 누가 이 몸을 상대할 것이냐?”
사마현이 말했다.
“언전무. 기억난다. 하오문 강호인명록에 있었던 사람이시네~”
언전무.
삼백 년 전의 천하 십 대 고수!
강시공의 달인이자, 강기조차도 견디어 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강호에서 금강불괴라고 하면 검기를 견디는 정도를 뜻하지만… 저자는 삼백 년 전에 활동하며 강기도 견뎠다고 들었었지……. 아니. 그런데 왜 갑자기 삼백 년 전 사람이 튀어나와? 지존천마에도 이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설마 천기가 흩어져서……인가?’
혼천도래.
만두 대결을 하고 사라진 철산은 그리 말했었다.
사마현이 말했다.
“오호. 아재가 정말 삼백 년 전에 활동했다는 청면탈조(靑面奪爪)라고~?”
“흐음. 본좌의 별호를 기억하는 아해가 있다니……. 기특하구나. 그나저나 삼백 년인가? 제법 시간이 지나긴 했군그래.”
언전무라고 스스로를 칭한 자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 모습은 외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듯 보였다.
‘기묘한걸. 그나저나 현이도 인명록의 글은 다 기억하나 보네.’
확실히 머리가 좋다.
“막내야. 저 사람이 누군데?”
그러나 천우는 알 리가 없다.
굳이 삼백 년 전 놈을 무당파 권왕이 알아서 뭐 하겠나.
“삼백 년 전 십 대 고수. 얼굴이 청색이고, 조공(爪功)의 고수라서 청면탈조라는 별호로 불렸어. 언가 출신답게 강시공은 기본 탑재야. 그나저나 저 인간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되었는걸?”
사마현은 빙글빙글 웃는다.
그 눈이 호기심으로 번들거린다.
살의를 담은 미소.
그 모습을 보며 진천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삼백 년 전에 죽은 이가 이 자리에 있다.
죽어 흙으로 돌아가 사라져야 할 것이 되돌아온다니.
이 무슨 역천이란 말인가!
“그래서. 누가 나와 겨룰 것이냐?”
“우리가 왜 굳이 아재랑 일대일로 붙어야 하는데요~?”
사마현은 능글맞게 웃으며 상대를 살살 긁었다.
“허헛!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로다! 이 혈층오문관(血層五門館)의 일 층에서는 오로지 일대일의 생사 비무만 할 수 있음을 모르고 들어왔느냐?”
언전무의 말에 의형제 모두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혈층오문관?
“이곳에서는 일대일의 생사비무만 할 수 있다고?”
“그렇다! 일대일로 이기지 못하면 내 뒤에 있는 문은 결코 열리지 않으리라!”
느낌이 온다.
왠지 쌍절곤을 휘둘러야 할 것 같은 느낌.
탑을 한 층씩 올라가는 대신, 지하로 한 층씩 내려가야 한다는 게 웃기지만 아무튼 그렇다.
“생사비무를 하기 전에 대화를 청해도 되겠습니까. 소생은 제갈세가의 제자인 진천희라고 합니다.”
진천희가 포권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상대가 웃으며 답을 했다.
“호오……. 그 벽안은 분명 제갈세가의 현원전단신공임이 분명한데 제갈씨가 아닌 외인이 익히고 있다고? 삼백 년 사이에 꽤나 재미난 일이 벌어진 모양이군. 그래. 생사를 나누기 전에 잠시 대화를 하는 것도 좋겠지. 무엇이 궁금하지?”
“이 혈층오문관이라는 곳은 대체 무엇입니까? 저희는 외부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져 그를 막고자 이리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만…….”
“끔찍한 일이라?”
“거대한 종소리가 울리더니, 사람들이 모두 잠이 든 채로 생기를 빨리고 있습니다.”
진천희의 말에 언전무는 피식 웃었다.
“그거야 별거 아니네. 이 혈층오문관이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그의 말에 진천희도 미소 지었으나, 두 눈은 서늘하게 물든다.
“그렇군요. 별거 아니군요.”
형의 분노가 의념이 되어 사방을 식혔다.
사마현 역시 웃음을 흘리며 살기를 흩뿌리기 시작하고, 천우는 무당파의 기수식을 펼쳤다.
“후후후. 다들 화가 난 모양이로군. 흐음……. 삼백 년이 지난 후의 세계는 제법 살 만한 모양이야. 그래서 누가 덤빌 것이지?”
“호오, 사람을 개미처럼 죽여놓고 마치 신처럼 구는걸~?”
사마현의 그 두 손에서 황금신공의 장력이 뿌려졌다.
가공할 위력을 가진 장력이 허공을 가르더니,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다들 경악하며 그 모습을 보았다.
“이건……. 뭔가 인간의 이지를 넘어선 곳인데요?”
천우가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단순히 등 뒤의 문이 안 열리는 수준이 아니다.
반면 적은 태연하다.
“본좌의 대적자는 누구인가? 그것이 정해지지 않다면 본좌에게 손 하나 댈 수 없다.”
진천희는 그제야 이 공간이 보통의 공간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응룡이 거하는 그런 공간 같은 곳.
‘언가의 지하에 이런 게 있을 줄이야……. 그렇다면.’
진천희가 먼저 나서려는 순간, 천우가 한 걸음.
형 앞으로 나선다.
권제님 생전과 똑같은 걸음걸이로.
저벅-
형의 체력을 조금이라도 낭비하기 싫다는 듯.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천우가 앞으로 나섰다.
“천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