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59
제 859화
“네. 그래서 찾아낸 저의 길이 이것입니다. 초월심무. 태극일도(太極一道). 태극에 하나의 도가 있으니, 그것을 저는 언 선배께 보여드렸을 뿐입니다.”
태초에 허무에서 태극이 탄생했다고 한다.
태극이 오행으로 나뉘고, 그것은 곧 세상 만물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태극이야말로 모든 것의 근원이 아니겠는가?
그런 근원을 자신의 안에 품는다면…….
“그러면 마지막 스승은? 그분도 대단한 무인이겠군.”
“술을 빚는 분이십니다.”
“고수인가?”
“아니요. 강호에 출도한 적도 없는 분이시지요. 하지만 그 술에는 인생이 담겨 있었지요.”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그런 자가 그런 심후한 가르침을 준다고? 무당의 스승이나 제갈세가의 형만큼이나?”
“네.”
무박자의 경지.
그것이 바로 초월심무 태극일도.
제갈세가의 비전인 초월심무 천하경영에 비견해도 될 만한 무공이 여기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크… 크크크크. 새파랗게 어린 후배에게…… 여기서 질 줄이야. 부활하고자 했던 건 내 욕심이었나…….”
파직. 파지지직.
손바닥 자국을 중심으로 그의 몸 전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도자기가 깨어지듯 그의 몸 전체가 산산조각 나 흩어졌다.
콰창!
그 몸은 그대로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그가 있던 자리에는 검은 연기가 풀려나와 횃불로 날아가 그대로 불살라졌다.
화악.
기분 탓일까?
횃불이 더욱 크고 밝아진 것 같다.
그리고 어느샌가. 천우는 등 뒤로 자신의 두 형제가 나타난 것을 느꼈다.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해냈다.’
모두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
자신이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
태극일도.
천우는 주먹을 쥐었다.
“천우야아아아앗!”
형이 부르는 소리에 천우는 그제야 뒤돌았다.
기쁜 웃음을 머금으며.
* * *
“오오! 현아, 봤어!? 저거… 저걸 해내네!”
“이야~ 셋째 형. 역시 방심할 수 없다니까. 맨날 의뭉스러운 척하더니만 저런 걸 숨기고 있었네?”
호들갑을 떠는 진천희. 그리고 그 옆에서 사마현은 히죽 웃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가식이나 비아냥이 아니다.
순수한 기쁨.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마현도 기뻐하고 있었다.
이윽고 적이 쓰러지고, 갈라졌던 공간이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천우야아아아앗!”
진천희가 천우를 부르짖으며 후다닥 달려갔다.
“야, 이 녀석아! 이 형한테 허락도 안 받고 뭐 하는 짓이야!”
그러면서 등짝을 철썩 때린다.
“아야! 형. 아파요! 형!”
“너는 더 맞아야 해! 이 형을 그렇게나 걱정시키고는!”
그렇게 몇 번이나 때리고서는 이제는 다른 걸로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다쳤어. 응? 그런 걸 숨기고 있었으면 바로 썼어야지.”
그러면서 소매 안에서 금창약과 붕대, 장침을 꺼내 든다.
그러고는 척척 치료를 시작한다.
어느샌가 막내 의형제인 사마현이 다가와서 히죽거리며 보고 있는 걸 천우는 느꼈다.
“뭘 보냐?”
“아니~ 형이 기특해서? 그렇게 안 봤는데. 대단하네. 무박자를 해낼 줄이야~”
“보고 있었어?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었는데.”
“천희 형 말로는 공간을 분리하는 종류의 결계래. 그 안에서 싸우는 걸 지켜본 거지.”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어째서인지 천희는 혼자 흐뭇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태극일도라고 했니? 대단하다, 야. 권제 어르신의 가르침이야?”
“예, 형. 예전에 보여주신 적이 있었거든요. 스승님이 권제라고 불리시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그걸 드디어 제 방식으로 소화하는 데 성공했고요.”
초월심무 태극일도.
무박자 공격이 가능해지게 만드는 초월심무로서, 공수 교환을 하는 초근접전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만들어 주는 초월심무였다.
애초에 심무는 무공에 담긴 무인의 의념이 세계의 규칙을 일부 변화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거기서 한 단계 나아간 초월심무는 무인의 주변 세계를 뒤바꾼다.
그렇다면 무박자의 공격이란 무엇인가?
준비 단계가 생략되는 공격을 뜻했다.
주먹을 내뻗기 위해서는 근육이 움직여야 한다.
무공 초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되는 자세를 행동해야 한다.
팔을 안으로 접었다가 내민다. 단순한 주먹질 같지만, 이것도 두 개의 과정이 들어가지 않던가?
그런데 태극일도의 상태에서는 의지가 일어난 순간.
이미 공격이 적에게 가 닿고 있다.
팔을 안으로 접는다는 준비 과정이 생략된 것!
그야말로 사기적인 초월심무!
“그리고 정가장주님의 모습이 저에게 단서가 되었고요.”
“그 할아버지, 실전은 전혀 모르셨지. 몰라서 거기까지 닿았다는 게 어이가 없네.”
“그만큼 태극권은 심후한 권이라는 거죠.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을 정도로.”
“그래. 그게 심무가 되었고.”
‘마지막으로는 형이 있었죠.’
아무리 길이 보였다고는 해도 거기까지 가는 것은 자신의 두 다리 아닌가. 형은 다리 힘을 길러주었다.
천우의 속을 모르는 진천희는 너스레를 떤다.
“좋아! 음! 괜히 걱정했네!”
진천희는 그리 말하고는 손을 뗐다.
“자. 끝났다.”
찰싹하고 한 번 더 때리는 진천희. 그리고 말했다.
“잘했다. 잘했어, 천우야.”
“후……. 이번에는 칭찬받을 만하죠?”
“그럼. 누구 동생인데!”
“이거 참. 다음에는 나도 점수를 따야겠는걸~? 그런데 형. 저 횃불 말이야.”
벽 위쪽에 붙어 있는 여러 개의 횃불들.
“불꽃이 더 커진 거 맞지?”
“맞아. 아까 언전무가 소멸하고 나서 더 커지더라.”
“뭔가 있긴 한가 본데…….”
“일단 다음 층으로 내려가야지. 너무 느긋하게 굴어도 안 돼. 밖에서 양민들의 생기가 빨리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형. 여기서 싸우는 동안에는 종소리가 울리지 않던데요. 종이 끝난 건 아…….”
데에에에에엥-!
말이 끝나기 전에 종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이하게도 그 소리가 전혀 괴롭지 않았다.
“싸우는 중에만 잠깐 멈추나 보나. 가자.”
진천희의 말에 다른 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 * *
“그가 오고 있구나.”
“예. 아버님.”
“확실히 혈선교의 말대로군. 그가 반선의 씨앗이라고 하더니. 보통은 아니야.”
언권 가주는 기괴한 장소에서 항아리에 들어가 있는 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항아리는 단 하나뿐.
언정무 외의 다른 항아리는 전부 사라져 있었다.
“후후후. 일이 이리될 줄이야. 우습구나. 나의 대에서 본가가 멸문할 줄은 몰랐는데…….”
“아버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의 잘못이지요.”
“너를 잘못 가르친 내 잘못이다. 아니. 애초에 ‘그것’을 네가 만질 수 없도록 했어야 했거늘……. 어쩔 수 없지. 전부 지나간 일이다.”
“예. 아버님.”
“이미 의식은 시작되었다. 손님을 청하고, 손님을 대접하고, 손님을 시험하였으니. 모든 것은 결국 그가 끝에 이르면 결정 날 것이다.”
언가의 가주는 그리 말하고는 두 눈을 감았다.
“……그래도 즐거웠단다. 일광과의 연구는.”
“네. 그와의 연구를 이토록 즐기실 줄은 몰랐습니다.”
“마지막에 괜찮은 추억이 생겨 다행이구나.”
그리고 마치 석상처럼 굳은 채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천장의 횃불이 불길하게 일렁거린다.
* * *
“이… 이런 괴력이라니…….”
두 번째 층.
스스로를 황보강이라고 소개한 자는 황보세가의 벽력신장(霹靂神掌)을 사용하면서 덤벼들었다.
그에 맞선 것은 사마현. 그리고 이 황보강 역시 강시였던 것인지 장력을 몸으로 이겨내며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공격해 왔다.
그러나.
그것이 패착.
사마현의 압착기 같은 황금의 강기에 물든 손아귀에 붙잡힌 황보강의 신체는 그대로 쥐어 짜내져 으스러지고 만다.
우드득!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
첫 공수 교환에서 두 팔을 잃었고, 당황한 황보강의 목을 잡아내어 뜯어 버리며 사마현은 빠르게 승리를 쟁취했다.
‘우, 우와. 이런 속도라니.’
확실히 현이는 대련과 생사결이 크게 차이 나는 타입이다.
보는 진천희도 놀랄 정도로.
그 결과 그는 비통하다는 말을 내뱉고는 그대로 조각나 흩어지고,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소멸하고 말았다.
“가가~ 어떠셨사옵니까? 여흥은 즐거우셨는지요.”
“아니, 너… 악력. 언제 그렇게 강해졌어?”
“틈틈이 수련했지~”
진천희는 의뭉을 떠는 사마현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본래 선천적으로 악력이 강하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긴 하다.
지구 별의 기네스북에 보면, ‘규정에 딱 맞는’ 프라이팬을 쥐고 그걸 얼마나 빠르게 ‘말아’버리는지로 악력을 측정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지구 별의 악력 1인자는 프라이팬을 종이처럼 돌돌 말아버리는 괴력의 소유자인데, 의외로 체구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한다.
사마현이 바로 그런 악력을 타고난 것.
거기에 무공을 익히고 별도의 수련까지 하니 그 위력이 금강불괴의 몸을 잡아 뜯어 버릴 정도였다.
빙정검도 맨손으로 부러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마현은 천우를 보면서 어깨를 으쓱인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은 초월심무 같은 게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했다.
‘아이고, 그것도 질투하다니.’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도 잠시, 질투로 화경까지 간 놈이 여기 있다.
강호사 다 뒤져도 이런 놈이 또 있을까?
‘그만큼 성취욕이 크다는 거겠지.’
질투도 그만한 에너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다.
진천희도 좋아하는 일에야 에너지를 내지만 그렇다고 남의 무공 경지까지 질투하기에는 기력이 없다.
힘이 아니다. 몸은 젊으니까.
의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의욕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갔다.
그보다는 타인에게 품는 감정적인 에너지라고나 할까?
‘젊구나. 현이는.’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아재는 어린 동생의 혈기가 부럽다.
‘그래. 나도 현이 덕분에 젊은 기운 받아 가는 거고.’
그리 생각하며 진천희가 말을 돌렸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역시 횃불이 커지는군요.”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어디.”
진천희가 가볍게 뛰어오른다.
그리고 벽 위쪽에 붙어 있는 횃불까지 도달해서는 그대로 빙정검을 휘둘렀다.
훙!
칼날이 횃불을 통과한다.
마치 유령 같다.
처음부터 실체가 없는 환상이었던 것.
“이거. 아무리 봐도 주술 같은데.”
“형이 해제할 수 없어?”
“내가 주술을 몇 개 배우긴 했지만, 전문가는 아니라서. 이럴 줄 알았으면 쟈시한테 좀 더 진득하게 배울 걸 그랬어.”
쟈시가 들었으면 몸서리가 쳐질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좋아. 백린의각으로 돌아가면 앞으로 주술도 특훈이다! 이런 사술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겠어.”
“형. 그렇게 살다가 죽어~”
“그래도 앞으로 쓸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뭐라도 해야지.”
의지를 불태우며 눈을 빛내는 진천희.
그런 진천희를 보면서 사마현도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남들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푸른빛이겠지만, 진천희의 마음에 따라 그 색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아마 본인은 모르겠지.
하지만 진천희를 오래 관찰한 사마현은 잘 알고 있었다.
‘형이 고민이 많은 모양이네.’
사마현은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자. 시간 없다고 했잖아, 형? 어서 가자고~”
“그러자.”
세 명은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 * *
일 층에 언전무, 이 층에 황보강.
그리고 삼 층에서는 대단히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다.
“소생의 후손이 올 줄은 몰랐군그래.”
그곳에서는 어떤 학사가 세 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부채를 입에 대고 슬슬 부치고 있는 인물이었다.
“콜록콜록. 소생의 이름은 사마진. 사마세가의 자손으로서 육도삼략을 통달하고, 제갈량의 팔진도를 능가하는 진법을 연구하던 이라네. 콜록.”
병약해 보이는 미청년.
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병색을 과시하는 건지 어쩔 수 없어서 저러는 건지 모르는 태도를 내보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사마현을 향해 있었다.
칼 든 유교 세계에서 조상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보통이라면 일단 예를 표해야 하는 게 정상.
사마현 역시 놀랐는지 눈이 살짝 커진다.
이윽고 그는 조상님을 향해 나른하게 웃었다.
“헤에~ 후손이라니. 와타시?”
미친 소리와 함께.
작가의 말
감사하게도 밸런타인데이 푸시 이벤트를 올해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는 진천희 한 명이었는데 올해는 백린의각 세 명의 캐릭터들이 순차적으로 푸시를 보낼 예정입니다.
밸런타인인 만큼 달달하게 끓였는데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천희-유호-제갈린순으로 독자님들 폰에 푸시가 갈 예정으로.
아직 쌀쌀한 2월.
잠시나마 하루 피로를 잊으실 수 있도록 열심히 끓였으니 부디 잘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연재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달콤한 2월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