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6
제 86화
“매독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무화 남매가 큰 은혜를 입은 걸로 알고 있소.”
“그렇지. 미친개야. 덕분에 우리 쪽에 하오문이 진천희의 동향을 알아냈다는 정보를 흘린 것도 무화 남매고.”
“많이 컸네. 사파 생리상 한번 세력에서 밀리면 올라가기 힘들다 들었는데.”
“마침 좋은 바람이 불었으니 날아올라야지.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란다. 크크크…… 기본적으로 두 아이들은 성정이 사파에 맞지가 않아. 그게 부단히 발목을 잡겠지. 안 그러냐? 미친개야?”
개방이 천하 거지들의 연합체 같은 거라면, 하오문은 천하에 산재한 음지의 인물들이 연합한 곳이다.
개방은 정파이며, 정파로서의 일을 행해 왔기에 그 규모가 크고 양지에서 활동할 수 있다.
반면 하오문은 사파로서 범죄 집단과 연관이 많은 만큼 세력의 규모가 개방보다는 작고 음지에서 조심스레 활동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생리였다.
게다가 개방에는 절세신공이 있고, 하오문에는 없다.
적어도 몇 단계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세력 면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지 암살이나 암투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하오문은 그런 쪽에서는 전문가였다.
“놈들은 암수에서는 우리보다 나은 구석이 있다는 것을 잊은 게냐?”
“하지만 놈들은 분명 주왕야의 일 때문에 진천희를 노릴 거요. 그걸 내버려 두면 개방은 은혜를 모른다고 손가락질당할 텐데?”
“안다. 우리 개방이 은혜를 잊을 수야 없지.”
설견이 말했다.
“끊임없이 달리고 있을 아이를 찾아내서 쫓아가 서신을 주고, 호위까지 해 줄 문도가 누가 있을지 모르겠소. 거기다가 주변 지리에도 밝아야 할 것이고.”
설견은 쓸 만한 개방문도들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셌다.
그 모습을 일걸이 혀를 차며 보았다.
“그러니까 네가 아직 풋내기 방주라는 게다.”
그때 컹! 하고 설견의 발치에서 개 한 마리가 다가왔다.
황구였다.
“내 수제자지.”
“수제자는 나 아니오?”
“아니지, 욘석아.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 황구가 내 밑에 입문한 지가 벌써 몇 년인지 잊었느냐? 네놈 걸음마할 때부터 황구는 내 밑에서 배웠다.”
컹컹!
“젠장, 저놈의 개.”
설견은 혀를 찼다.
헥헥헥헥-
황구는 그런 설견의 손바닥을 핥았다.
* * *
하오문.
진천희의 움직임을 알아차린 이후 하오문의 내부는 무척이나 복잡해졌다.
무화는 빠르게 의견을 써서 하오문주에게 전서구를 보냈다.
무화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진천희의 안전이다.
그런 그녀가 하오문주에게 직접 서신을 쓸 수 있을 만큼의 위치까지 오른 건 다행인 일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결국 최종 결정을 하는 건 문주다.
강자존의 사파 속에서 하오문의 권력을 잡은 자란 힘과 모략, 두 가지를 수족처럼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오문은 매춘, 밀수, 정보 수집과 조작, 암살, 심지어 사람 고기를 파는 흑점에까지 손이 뻗쳐 있다.
개방이 수없이 많은 거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하오문은 수없이 많은 범죄자들의 집단이다.
그 수장이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무화로서는 짐작이 되지 않았다.
무월은 그런 무화의 옆에 앉았다.
“누이, 주무셔야 합니다.”
“아직 전서가 오지 않았단다.”
“누이…….”
두 남매에게 있어 진천희는 하늘에서 내린 은인이었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밥을 먹고 자야 하는 건 변함이 없었다.
진천희에 대한 첩보를 듣고, 곧바로 무화는 비밀리에 개방에 접촉해 정보를 넘겼다.
목이 달아날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진천희가 하오문에 얼마나 큰 은혜를 입혔는지에 관해 장문의 전서구를 날렸다.
그 이후, 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부 첩보를 파악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백린의선은 병이 악화된 상태더구나.”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까지는 저희로서는 알 길이 없으나 거동이 쉽지 않은 상태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지. 그러니 소백룡도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거겠지.”
소백룡은 진천희의 별호다.
그때 전서구가 날아왔다.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서신이다. 하오문도가 전서구의 서신을 꺼내서 들고 왔다.
무화는 떨리는 손으로 서신을 받았다.
“후, 부디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구나.”
그녀는 죽간통을 열고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이윽고 그녀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누이, 대체 무슨 내용이 적혀 있기에.”
그녀는 말 대신 서신을 무월에게 보여 주었다.
갈겨쓴 암호문을 해석하면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백룡의원, 진천희의 목에 현상금 금자 천 냥을 건다. 단 제한 시간은 금일 이후 백 일까지며.
그 이후 본문은 모든 원한을 잊겠다.
서신은 한 장 더 덧붙어져 있었다.
악필인지 달필인지 모를 필체로 쓴 암호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백 일간 무화, 무월 남매의 모든 행동을 금한다. 구명지은의 은혜를 알기에 과실은 덮어 주도록 하겠다.
‘개방에 정보를 넘긴 걸 이미 알고 있었구나.’
원래라면 사지근맥을 자르고 단전을 폐할 일이었다.
하오문치고는 꽤나 너그러운 선처.
하지만 동시에 단호한 경고도 담겨 있었다.
더는 움직이지 말 것.
“백 일…… 백 일이라…….”
무월이 말했다.
“누이께서는 충분히 하셨습니다.”
“무월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백 일이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무화는 한 번에 깨달았다.
“사파는 강자존이지.”
“무림이 강자존입니다, 누이. 누이께서는 백린신단으로 얻은 내공조차 채 갈무리하지 못하셨잖습니까.”
“나보고 칼을 갈고 있으라는 게냐.”
“네. 제게 늘 현실을 보라 가르치신 게 누이 아닙니까.”
“…….”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윽고 생각에 잠기다가 이렇게 말했다.
“잠시 폐관 수련을 하겠다. 그동안 뒷일을 부탁하마.”
“네.”
* * *
진천희는 역참을 이용해 쉬지 않고 계속 말을 달렸다.
식사조차도 거의 거르거나 말 위에서 해결하는 나날들이었다.
네 번째 역참을 만났을 때가 되어서야 진천희는 역참에 들러 몸을 씻었다.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정리해 나갔다.
‘우선 소설 속에서 만년화리는 남경의 동쪽, 탕산(汤山) 지하 호수에 있다고 언급되어 있었어.’
남경은 의각 본단에서 남서쪽에 위치한다.
‘중간에 장강을 건너야겠는걸.’
다행히도 남경에 수적은 없다.
옛날에 수도였기 때문에 세가의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는 데다가 강 정비도 잘되어 있는 곳이다.
물류 이동도 활발하다 보니 건너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남경에 도착한 이후, 개방을 통해 안내인을 찾으면 되나……?’
남경 동쪽 탕산(汤山)은 예로부터 부호나 관리, 황족들이 별장을 짓는 곳 중의 하나다.
경치도 좋고 온천 자체가 치료 효과가 좋아서 명승지로 꼽힌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사람 발길이 꽤 닿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이곳 지하 동굴, 지하 호수에 만년화리가 있다.
과거의 중국과 비슷하지만 무공이 있는 다른 세계. 진천희가 지구에서 지도로 본 탕산이 소설 속 탕산과는 또 다를 터였다.
‘그 넓은 곳에서 깊은 지하 동굴까지 찾아서 안내해 줄 길잡이가 과연 있긴 할까?’
거기다가 지하로 내려갈수록 지열로 인해 보통 사람은 호흡조차 곤란할 만큼 뜨거워진다는 묘사가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진천희 혼자서 탕산을 이 잡듯이 뒤져야 할 터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때였다.
컹컹!
“무슨 개가 자꾸…… 저리 꺼져!”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진천희가 대충 옷을 꿰어 입고 밖으로 나가니 낯익은 개가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컹!
“황구야!”
비록 방주님을 상징하는 매듭 목줄을 하지 않았지만 진천희는 바로 황구를 알아보았다.
“아는 개요?”
역졸이 묻자 진천희가 어색하게 웃었다.
“네.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겠네요.”
황구는 그대로 진천희에게 반가움의 몸통 박치기를 했다.
“어째 너 더 큰 것 같다?”
첩첩, 첩첩!
황구는 진천희의 얼굴을 커다란 혓바닥으로 핥았다.
진천희는 그런 황구를 밀어내다가 목에 걸려 있는 서신 통을 발견했다.
진천희가 서신 통에 손을 가져다 대자 컹, 하고 다시 짧게 울었다.
가져가라는 뜻이었다.
“나한테 온 건가?”
서신을 받아서 열어 보니 설견으로부터 온 간단한 줄글이 적혀 있었다.
암호로도 적혀 있지 않은 걸 봐서는 말 그대로 진천희를 위한 게 맞았다.
또한, 그만큼 황구가 서신을 뺏기지 않으리라는 자부심도 알 수 있었다.
‘그래. 황구는 황구지.’
천하의 마교들을 상대로 서신을 지켜 낸 영물 아닌가.
서신에는 하오문이 진천희를 상대로 금자 천 냥을 걸었다는 것, 그 기간은 백 일이며, 그리고 이것으로 은원을 청산한다고 하오문에서 선포했다는 것 등이 적혀 있었다.
백 일이 지난 후에는 그 어떤 원한도 영원히 묻어 버리기로 했다는 이야기였으며, 은혜 역시 없던 것으로 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법칙이다.
‘백 일 동안 생존이군. 거기다가 금자 천 냥이라. 현대 기준으로 치면 대략 10억 정도 되나? 나 꽤 비싼데?’
화끈하다.
진천희는 황구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었다.
황구는 그런 진천희가 좋은지 계속 핥기 바빴다.
서신에는 한 가지 더 적혀 있었다.
가려는 곳이 어디든 황구가 길잡이를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게 되…… 되나……?”
컹!
“영물급 되는 전서견은 어떻게든 되나? 근데 길 찾기는 사람도 힘든 건데…….”
컹, 컹, 컹!
황구는 답답한지 꼬리로 바닥을 팡팡 쳤다.
진천희는 황구에게 말했다.
“나 탕산에 만년화리 찾으러 가. 너 가능하겠니?”
그 말에 황구가 가슴을 쭉 펴고 승자의 자세를 취했다.
아우우우우-!
급기야 하울링까지 하지 않나.
“가능하다는 뜻이야?”
컹!
“개방의 다른 길잡이들보다 잘할 수 있어?”
진천희를 향해 황구가 열심히 몸짓을 했다.
대충 해석하자면 ‘날 놔두고 그걸 왜 써?’라는 뜻이었다.
믿기지는 않았지만 상대는 황구다.
마교도들을 상대로 그 넓은 눈산 속에서 길잡이를 맡은 녀석이다.
황구가 안내하는 곳은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
“좋아. 널 믿지 누굴 믿겠냐.”
헥헥헥-
황구는 기쁜지 진천희를 다시 핥았다.
진천희는 그런 황구의 머리를 벅벅 긁어 주었다.
* * *
“백린의선의 제자를 죽이면 운수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형님.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썼수?”
“막내야. 그런 거 신경 안 쓰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 아니냐.”
“그래서, 이제부터는 신경 쓰시려우, 둘째 형님?”
“아니. 그건 아니지만.”
세 명의 사내가 산허리에 서서 아래의 역참을 내려다본다.
그들의 시선이 있는 곳에는 한 명의 소년과 늠름한 개 한 마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