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60
제 860화
“이국의 언어를 쓰는군. 그래, 자네 말일세. 콜록콜록.”
“어떻게 알아보셨습니까?”
아직 형제들은 자신의 소개를 하지도 않았다.
“이 혈층오문관은 소생이 천기를 아는 자들과 함께 만든 것. 나 같은 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제법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 그걸 이용해 소생의 혈족을 알아볼 수 있는 거라네. 소생의 혈족들은 특별하니까.”
그는 담담히, 쉽게 잊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사마가의 혈족은 특별하다?
“그나저나 소생의 혈족이 이리 육체를 단련하다니……. 이 무슨 언어도단이란 말인가.”
그리고 슬퍼한다.
세 형제는 눈앞의 병약 미청년 서생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동시에 생각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쩌라는 거죠?’
‘조상 상~ 나보고 어쩌라는 데스?’
진천희가 물었다.
“혹시 삼국시대에 위나라를 섬긴 사마가의 사람이십니까?”
“콜록콜록. 그렇다네. 그나저나… 자네, 역사를 제법 공부한 모양이로군? 강호의 평범한 돌대가리들과는 다르군그래.”
“삼국 시절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는 않죠. 예.”
진천희는 잠시 옆을 보았다.
천우.
무당파에서 무공 수련하고 도경 읽느라 역사 같은 건 잘 모른다.
사마현.
이 녀석의 전공은 사업과 암살, 정보업.
역사를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공교육이 없는 세계의 폐해다.
유명한 고사나 설화 정도야 알고 있지만 딱 그 정도.
서원에서 각 잡고 배울 게 아니면 역사 배울 일이 없다.
거기다 이 시대의 문맹률은 구 할이 넘을 정도이니, 역사를 아는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거기다 역사는 승자의 시선에서 쓰여지는 법이니.’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역사서도 어디까지나 화 제국.
풍가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허나 그렇다 한들 소생의 가문은 아마 지금쯤이면 몰락해서 각자 뿔뿔이 흩어졌을 터. 그래서 이곳까지 소생의 혈족이 온 것이 매우 신기할 따름이지.”
‘그러고 보면 사마가가 모래알처럼 많기는 한데 딱히 강호에 세력을 가진 걸 본 적이 없네.’
사마씨를 가진 자들 중에 관직에 진출한 자들이 몇 있긴 하다.
백린의각 침구당주이신 ‘사마’병도 계시고.
딱 그 정도?
만약 사마씨가 무리를 지어 강호세가를 이루었다면 사마현이 이러고 살지는 않았을 터.
진천희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사마‘세’가.
지금 강호에 사마세가는 없다.
사마씨를 쓰는 이들이야 제법 많지만, 강호세가라고 부를 정도로 세력을 형성한 자들이 없다.
복숭아술을 만들던 고장의 정가장처럼 성씨를 앞에 내세운 장원 정도는 어딘가에 있을 수도.
허나 강호에 이름을 내걸 만큼 커다란 세력인 곳은 들어본 적이 없지 않나.
“내 집안 대단한 집안이었던 거야?”
“삼국시대에 조조를 섬겼고, 제갈공명과 지략을 겨루었을 정도의 사람이 있던 가문이니까.”
진천희의 말에 사마현은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었고, 학사 사마진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는 역사를 정말 잘 배웠군. 어디의 문하인가?”
“제갈세가의 제자인 진천희라고 합니다.”
“그 눈빛을 보고 의심하고는 있었지만……. 정말 현원전단신공이로군. 그 저주받을 무공을 제갈씨 외의 인간이 익힌 것을 보니. 제갈세가도 멸문했나?”
진천희의 눈에 불쾌감이 서렸다.
“절대 아닙니다.”
진천희의 말이 짧아졌다.
“이런이런……. 소생이 실언을 했나 보군. 그래. 잡담은 그만하지. 이 삼 층에서의 시련은 이 몸과 진법을 겨루는 것일세. 그대들은 이미 이 몸이 만든 육도삼략진 안에 있…….”
파지지직! 콰쾅!
사마진이 말을 잇던 그때, 사방에서 불꽃이 튀는 것과 동시에 석실 안의 여러 장소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아니!?”
“풀었습니다.”
그리고 진천희가 서늘하게 웃으며 새파란 눈으로 사마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무공이 발전했듯, 진법도 발전했으니까요.”
‘와. 형 화났네.’
사마현이 그 모습을 새삼스레 바라보는 사이.
“어, 억울하구나. 혼신의 힘을 쏟아 준비한 것들이 고작 찰나에 재가 되다니…….”
그러고는 제갈세가에 대한 원망을 남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천희는 ‘어쩌라고?’ 하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사마진의 신형이 가루가 되며 사라졌다.
“자. 가자.”
대체 뭐 하는 조상 놈이었을까.
사마현은 생각했지만 곧바로 생각을 지웠다.
자신은 조상은커녕 부모 제사도 안 지내지 않나.
‘헤~ 내가 사마씨가 맞기는 했나 보구만.’
사마현은 부모도 믿지 않았다.
밖에서 험한 짓 하다가 마을 정착할 때 이름 바꾸는 일이 어디 한둘인가.
사마현은 작게 냉소한다.
이제 일행은 사 층으로 향했다.
* * *
“잘 왔다, 도전자들아. 나는 검도극창곤의 첫째인 검귀!”
“나는 둘째인 도귀!”
“우리는 다섯이서 하나이며 하나면서 다섯! 이 몸은 극귀!”
“너희들의 수가 몇이 되어도 좋다. 이 창귀가 상대해 줄 테니 모두 덤벼라!”
“나 곤귀를 포함한 우리 전원을 쓰러트려야만 다음 층으로 갈 수 있으리라!”
다섯 명의 쌍둥이가 그곳에 서 있었다.
다섯쌍둥이!
그것도 놀라운데 서로 다른 무기를 들고 있다.
그들의 별호처럼 검, 도, 극, 창, 곤, 다섯 무기를 쥐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다섯 명이 합격진을 쓰겠는데요. 형?”
“너희들의 수가 몇이 되어도 좋다니…… 당신들이 우리보다 많잖아!”
세 형제는 어이가 없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이 혈층오문관의 시련이 분명하다.
어차피 저들이 강요하는 단체전 룰을 이겨내지 않으면 내려갈 수도 없을 것은 자명한 일.
결국 삼 대 오의 혈전이 시작되려고 했으나…….
콰직! 으드득!
생사비무가 시작되자마자 사마현은 곤(棍)을 붙잡아 그대로 부러트려 내던졌다.
순식간에 합격진의 하나가 무너진 상황!
그 순간 진천희의 태을단선검법이 극쾌의 속도로 다섯 중 한 명인 극귀의 미간을 찔러 관통하고 만다.
“셋째야! 다섯째야!”
검을 든 놈이 소리 지르는 사이.
천우가 접근해 손을 뻗는다.
대경실색한 첫째 검귀의 곁으로 창귀가 달려와 손바닥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 천우는 손을 되돌리고 순식간에 창귀의 명치에 일장을 먹였다.
태극일도의 무박자 공격!
펑! 소리와 함께 창귀까지 날아가 처박힌다.
순식간에 다섯 중 셋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으아아아! 이놈드으을!”
그리고.
남은 둘도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그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이제 횃불은 아주 거대한 불덩어리로 변해 버렸다.
“어째 첫 번째 언전무가 가장 강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
천우가 더 밝아진 불꽃을 보며 중얼거렸다.
“상성 때문이야. 사실 정상적이라면 이렇게 쉽게 쓰러트릴 수 있는 이들은 아니었을걸. 게다가 기본적으로 사람처럼 보이지만 전부 금강시급이었으니까.”
금강시.
검기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는 마물이었다.
“그러면 마지막 층인가.”
세 명은 마지막 층을 향해 나아갔다.
* * *
혈층오문관이라고 했다.
그러니 다음 층이 마지막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의형제 세 명은 긴장하면서 나아갔다.
지금까지는 함정이라고 할 만한 기관진식은 없었지만, 혹시 아나?
아래에는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들이 계단을 내려가 마지막 층에 도착했을 때.
함정은 없었으나 이질적인 무언가가 세 명을 반겨 주었다.
우선 사방에는 어디에 사용되는 것인지, 어떤 이유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톱니바퀴와 기계장치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벽면에는 수없이 많은 파이프 관이 붙어 있었고, 이따금씩 푸쉭 소리와 함께 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거 꼭 스팀펑크 세계에 온 것 같은데… 언가는 강시 전문 아니었나? 갑자기 이런 게 왜…….’
“결국 여기까지 왔구먼. 어서 오게나.”
그런 괴이한 공간의 한쪽 벽면에서 언권 가주가 서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항아리가 하나 있었는데 검은 증기가 그 항아리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허허. 한 명도 크게 부상을 입은 자가 없는 것을 보아하니……. 수월하게 돌파해서 온 모양이군. 대단해. 정말 대단허이.”
감탄을 터트리는 언권.
자신의 술수가 전부 파훼되고 있으니 분노할 법도 한데 웃음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보통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
그 모습에 진천희의 표정이 냉막하게 변했다.
“언 가주님.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이신 겁니까? 수천이 넘는 양민들의 강시. 거기에 언가 내부의 사람들은 전부 살아있지 않았고, 진주시 전체에 사는 사람들의 생기를 흡수하다니. 혈선교와 결탁해서 대체 무엇을 이루려고 이런 일을 벌인 겁니까?”
비아냥도 냉소도 아닌 담백한 질문.
사람들을 잠재우고 생기를 빼앗는다.
죽은 이들을 강시로 만든다.
단순히 강호인을 상대로 하는 것도, 저 많은 사람들의 유족들에게 돈을 주고 사 온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만약 그랬다면 분명 누군가는 언가의 이상을 눈치챘을 테니까.
설마 성이라도 통째로 잡아먹어 반역이라도 일으킬 생각인가?
아니면 대규모 인신 공양을 해서 시해선이 되려는 것인가?
알 수는 없다. 알 수는 없지만.
진천희의 진지한 어조에도 언권 가주는 그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을 뿐 평온한 모습이었다.
실로 기묘한 광경.
“흠. 일단…… 몇 가지는 오해라고 말해두고 싶군그래.”
“오해요?”
그 말에 언권의 시체 같은 얼굴이 빙긋 웃었다.
그야말로 망자의 미소.
괴담을 마주한 인간들이 대개 그렇듯이.
보통 사람이 보았다면 평생 악몽을 꾸었으리라.
“혈선교와 본가가 결탁했다니 말도 안 되네. 본가는 공명정대한 명문 정파 아닌가! 천 년 이상의 세월을 이어온 본가를 어떻게 보는 건가?”
광기.
허나, 이건 또 의외였다.
“다만 그쪽에서 우리 쪽에 일방적으로 접촉한 일이 몇 번 있긴 했었지. 몇 가지 비서를 보내더군. 하지만 그네들과 손을 잡은 건 아니라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이 언가의 독단이란 말입니까?”
“그렇네. 하지만 본가도 이런 일을 벌이고 싶었던 것은 아니야. 사고 같은 거였다면 자네는 믿겠는가?”
“…….”
진천희는 잠시 침묵했다.
그때 천우가 나선다.
“언 가주님. 양민 학살 같은 일이 어찌 사고라는 겁니까.”
“그렇게만 말하지 말게. 이건 나로서도 불가항력이었으니까.”
언가는 그리 말하고서 수염에서 손을 떼었다.
“본가의 역사는 시해선이 된 갈홍에게서부터 이어져 내려오지. 본가의 시조께서 갈홍의 제자이셨으니까.”
“갑자기 당신네들 역사를 알고 싶은 건 아닌데~”
사마현이 빈정거린다.
그러자 언가주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유가 있으니 들어 보게나.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래. 갈홍은 많은 제자를 두었고, 많은 비서를 남겼다네. 본가의 시조께서는 그런 무수히 많은 제자 중 하나로서 연단술보다는 주술, 그것도 구시술 쪽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셨었지.”
“…….”
진천희는 사마현에게 살짝 눈짓한다.
뭔 소리를 하려는지 지켜보자는 뜻.
‘정보를 수집하려는 거구만~’
미친놈의 말에도 단서는 있기 마련이다.
보통은 미친 소리를 들어 봐야 뜻을 알기 어려우니 그냥 죽여버리지만.
사마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형은 그게 가능하지.’
두 형제가 나누는 신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가주가 말을 이었다.
“그래. 그분께서 가문을 연 이후 약 이백여 년 정도를 생존하셨다고 전해지지. 놀랍지 않은가?”
“호오, 이백 살이나? 그것참 신기하군요.”
진천희가 장단을 맞춘다.
진짜로 신선이 된 건 아니라고 할지라도 꽤 놀라운 일이긴 했다.
평균 수명 서른을 넘기기 어려운 이 시대에서 이백 살.
혈생노괴님처럼 인위적으로 반로환동을 하는 방법을 알아내거나 투괴님처럼 불로장생의 묘약이라도 마신 게 아닌 한에야 보통 일은 아니지 않나.
“시조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본가의 혈족들이 계속해서 번창하셨으면 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이 유적을 만들었다네. 혈층오문관은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지. 본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본가를 지켜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유적. 그것이 바로 이곳이네.”
진천희는 그 말까지 듣자, 상황이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비약이지만, 그럴듯한 가설이 생각난 것이다.
“저 밖의 시민들의 생기를 빼앗는 것도 이 혈층오문관이라는 것의 공능이겠군요. 대량의 생기를 모으기 위해서. 그렇다면…… 설마 이 혈층오문관이 개방된 것이 사고라는 말입니까?”
“역시 혈린광살의 제자답구먼. 정답일세. 사고였지.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되는 이 장소가 움직이고 말았으니…….”
헛헛. 하고 언권은 웃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날. 첫 번째 종이 울었을 때, 본가의 무공을 익히지 않은 가솔들 전원이 즉시 죽임당하고 생기를 빨려 강시가 되었네. 지옥이었어.”
그는 껄껄 웃으며 걸어갔다.
“두 번째 종이 울렸을 때, 무공을 익힌 이들조차도 쓰러져 피를 토했고. 세 번째 종이 울렸을 때, 나를 포함하여 언가 내부에 살아있는 이는 아무도 없게 되었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가?”
“…….”
진천희가 쉽게 답하지 못하자 언권이 중얼거렸다.
“이미 뇌는 답에 도달한 모양이군. 하지만 말을 하는 건 두려운 모양이고. 자네는 참 재미있어. 강한 듯 무르고, 무르면서 강하니 말이네.”
이윽고 언권이 명랑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우리는 그대로 혼과 백이 전부 남은 채로 강시가 되어 버렸다는 뜻이네. 이 어찌 놀랍고 괴롭지 않겠는가!”
혼과 백이 전부 남은 강시라고!?
모두의 경악 속에서 진천희가 물었다.
“그런 미친 물건을 개파조사님이 설치했다고요?”
진천희는 문득 방금 죽은 사마 뭐시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혈층오문관은 소생이 천기를 아는 자들과 함께 만든 것. 나 같은 자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제법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
진주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