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71
제 871화
오랜만에 강호 삼학사가 모였다.
심 학사, 장 학사, 만 학사.
강호에서는 호사가로 알려져 있지만 집에서는 돈 많은 백수 아들 취급이다.
그리고 돈 많은 권문세가에서 백수 아들에 대한 대우는 평범한 집 백수 아들을 대하는 대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엄청나게 잔소리를 한다는 뜻.
강호에서 좀 끗발 날린다고 해도 집에서는 천덕꾸러기다 보니 요즘 여행 한 번 못 나가고 있다가 드디어 날을 잡고 세 사람이 겨우 모였다.
그들이 앉아 있는 곳은 백린객잔.
만두 대회에서 백린의각의 만두를 맛본 후로는 꼭 여기서 만두를 먹는다.
시키는 건 가장 비싼 음식.
시간도 많고 돈도 많다.
“이번 언가에서 일만에 달하는 강시가 목격되었다면서?”
심 학사의 말에 바로 장 학사가 만두를 먹다 말고 받아쳤다.
“그러네. 천하제일 세가는 사실 진주언가가 아닌가 하는 소문이 강호에 파다하더군.”
백린객잔은 만두의 육즙이 아주 기가 막힌다.
“그뿐인가? 일광이 세가의 은인이라면서 무림맹을 탈퇴하고 오륜회에 가입한다 들었네.”
“탈퇴까지? 오륜회는 기본적으로 무림맹과 양다리를 걸쳐도 크게 뭐라고 하지 않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작은 세가들 이야기지. 그쪽은 사정을 봐줘야 하니까. 그리고 그거 다 확장을 위한 계략 아니겠나. 손해가 없다고 하니 오륜회에 슬쩍 발을 걸치게 하다가 돈맛을 보여주고 나중에는 무림맹을 탈퇴하면 추가로 돈맛을 더 보여주겠다고 하는 거지.”
그 말에 심 학사가 소름이 자르르 돋았다.
“하여간 제갈세가. 진짜 장난 아니구만. 이래 버리면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거 아닌가.”
“장사를 할 줄 아는 게지. 강호인 특유의 가식이나 자존심도 버린 거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주언가가 이렇게 갑자기 탈퇴하겠다고 밝히고 바로 나가는 것을 보아하니… 세가에도 타격이 클 텐데 장난이 아니군. 일광은 대체 뭘 한 거지?”
“모르지. 아픈 자식이라도 고쳤든가.”
“소가주였던 언정무는 스스로 단전을 폐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알 수 없지. 일단 만 명의 강시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야 파다하다만.”
세 학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천하일광이 아니군. 독보적이야. 끝내주는 춤이라도 춰서 미모로 홀리기라도 한 겐가.”
“남녀 안 가리는 색마라는 소문이 있던데.”
제갈린이 들었다면 칼 날렸을 말을 세 학사들이 나눈다.
어쨌든 이건 어디까지나 농.
진담은 아니다.
그의 성정을 조금이라도 겪어본 자라면 그럴 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멀리서나마 일광을 지켜본 삼학사들도 헛소문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무림맹으로서는 곤란하겠군.”
“그러게 말일세. 하북성에는 팽가도 있긴 하지만, 언가를 무시할 수 없지 않나?”
“게다가 백린의각은 황가의 총애를 받고 있기도 하고.”
이 또한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영문 모를 총애이긴 하다.
“황상의 몸을 고쳤다고는 해도 어의한테 그렇게까지는 안 해주지 않나?”
“숙신족과의 전쟁에 기여한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초양장군 육헌을 그렇게까지 해주지는 않으니 말일세.”
끄응.
세 학사들은 이마를 찌푸렸다.
자신들이 모르는 일들이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태풍의 핵은 일광이다.
허나, 이 일광이 어떻게 이자들을 죄다 구워삶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뭐 어쨌든 앞으로 강호의 판도가 재미있어지겠군그래.”
“놀랍군. 놀라워.”
세 학사들이 그리 말하며 만두를 하나씩 집어 입에 넣는다.
뜨끈뜨끈한 속살이 혀에 자르르 녹아 극락을 만들었다.
“참. 자네 이번에 백린의각에서 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걸 알고 있나?”
“무엇인가?”
“바로 배달 사업이라고 하네.”
“뭣? 배달?”
“백린객잔과 가까운 지역에만 한하지만, 정기적으로 아침마다 백린의각 음식을 받아 먹을 수 있다고 하네.”
“호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배달이 쉽지 않을 텐데.”
“그뿐인가. 돈을 조금 더 쓰면 강호인이 직접 경공으로 배달해준다고 하네.”
“경공 익힌 강호인을 그딴 데 쓴다고? 그거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나?”
강호인들의 자존심은 둘째 치고 걔들 몸값이 얼마나 비싼데 감당이 되나?
만 학사가 어이가 없어 혀를 찼다.
“말만 들으면 망할 사업이네.”
“그렇지?”
“천하의 일광도 사업 말아먹는 걸 보겠구만.”
“그래. 비누도 한번 망했으니 딱 그 꼴이지.”
세 학사들은 혀를 쯧쯧 찼다.
만두 하나 배달하려고 강호인을 쓴다니.
그딴 게 잘될 리 없지.
* * *
진천희가 백린의각에 돌아온 지 삼 일.
머리카락은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랐다.
아주 천룡공을 풀로 돌리고 있는데.
사마현에게 머리숱 풍성하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조금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젊은 놈들은 모른다.
나이 들면 머리숱 풍성한 게 최고다.
스승님이야 아주 그냥 타고나기를 강소제일미(feat.천하제일미)로 태어났으니 이런 걸 알 리가 없지만, 진천희는 머리숱이 중했다.
그런 진천희가 천룡공 연마를 멈추고 무월과 독대하고 있다.
“배달…… 사업이요?”
“그렇습니다.”
그 말에 진천희의 눈이 흔들렸다.
‘아니, 배달을?! 이 강호에서?!’
신기한 건 무월에게는 현이와 달리 굳이 현대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발상이 갔다는 건 순수하게 무월과 그의 아이들이 생각해낸 발상이라는 뜻이었다.
진화.
개정대법 이후로 무월도, 무월의 직속 삐약이들도 성장하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굳이 화경에 도달한 무공 고수일 필요가 없다.
사과를 생으로 씹어도 흔들리지 않는 하얀 치아와 디스크 걱정 없는 척추, 불면증 없이 잘 자는 뇌.
거기다 전보다 환해진 시력과 무좀, 여드름 걱정 없는 궁극의 피부를 갖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삶의 질이 크게 뛰지 않나.
무월이 말을 이었다.
“현재 강소성은 치안이 아주 좋아서, 도둑이 없고 굶어 죽는 이가 없게 되었다고 할 정도입니다만…….”
백린현은 백린군이 되었고.
백린의각은 강소성 전역에 물류 집합지를 깔았다.
백린편의점이 바로 그것.
‘강소성 전체 크기는 사실 한국보다 크지.’
무림 별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하고 당연히 화 제국도 어마어마한 크기다.
대한민국이 성 하나에 다 들어 있는 셈.
강소성이 발달함에 따라 백린편의점이 들어가고, 물류 운송이 생기고.
당연히 산적 도적 그리고 사파 찌끄레기까지 전부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사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거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그야말로 잡초 같은 자생력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CCTV와 자동차, 전화기가 없는 시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이룩한 셈.
그것만으로 과거처럼 양민에게 대놓고 재산 갈취를 할 수 없어졌다.
그래서 남은 사파가 무엇이냐 하면…….
-X이발……. 그래도 애들이 도박은 하는구나.
도박장.
도박 중독자들은 멸종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은 경기를 타는 법이 없다.
불경기든 호경기든 쥐고 있는 돈만 있으면 달려와서 돈을 써주니까.
거기다 이 무림 별 강호랜드의 상식으로 노름판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잘 돌아간다.
그리고 사파가 가장 많이 하고 있지.
그리고 그다음.
-돈 빌린 놈들 어떻게든 허리띠 조이게 해라! 돈 싹 다 받아내!
사채 고리대금업.
고리대금도 이 세계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그 돈을 받아내기 위해 사람을 패면 그건 불법……일 수도 있겠으나, 맞은 놈도 신고를 안 하고 때리는 놈도 신고를 안 하고.
심지어 백린군급이 아니면 관아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말아버린다.
인권 밥 말아 먹은 세계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노예로 파는 걸 막은 것만으로도 이미 장족의 발전이다.
물론 그것도 인간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고 자유로워질 권리가 있기에 그것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가 아닌, 어디까지나 이 시대 사상에 입각한 결론 도출로 된 거지만.
리얼 강호를 겪어 보니 그게 어디냐 싶다.
-어쨌든 백린군에서 보호비를 뜯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장물을 유통하는 것도 못 하게 막더군.
-고아를 이용해 앵벌이를 한다? 아주 그냥 붙잡아 곤장을 치더구만.
그리되어 도박장과 사채업에 모두 몰려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랄까?
그런데 이 도박과 사채업에 먼저 몸담은 곳이 있다.
-염병할 놈들, 내가 먼저 먹은 도박장 + 사채업 건드리면 손모가지 날아갈 줄 알아라!
하오문이었다.
전통의 강자.
무월이 말을 이었다.
“결국 개별적인 중소 조직들과 하오문이 현재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금혈방은?”
진천희의 말에 무월이 담담하게 답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주제에 안 하는 척 겸양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 밖으로 나온 만큼 평판을 신경 쓰고 있지요.”
“사마현이 만들어낸 변화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손을 뗀 건 아닙니다. 강호가 넓어도 빈자리는 없으니까요.”
금혈방이 고리대금에서 손을 뗀다고 해도 고리대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사파가 제2의 금혈방이 된다는 뜻.
‘뭐. 그게 강호의 생리지.’
진천희가 말했다.
“그래도 다른 사파보다야 유하게 하고 있겠군요.”
“못 갚았을 때의 말로가 다르니까요. 광산에 팔려 가는 것과 객잔 운영하면서 납입금 떼는 건 차이가 크잖습니까.”
그것도 그렇다.
결국 양민 입장에서는 금혈방 방식이 훨씬 낫다.
“백린의각 입장에서는 사실 하오문과 오륜회는 동맹이기 때문에 물밑에서 도와주고 있는 상태이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국 강소성에 실업자 무인이 생긴 상황입니다.”
“푸흡!”
그 말에 그만 진천희는 웃고 말았다.
“……?”
“아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실업자’, ‘무인’이라니.
가장 안 어울리는 두 단어가 만났다.
‘아, 그렇구나. 평화로우면 칼이 필요 없어지겠구나.’
알고 있다.
알고는 있는데 강호사에 그런 일이 얼마나 있었겠나.
그러니 더욱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는 것.
“여기에 표국으로 가려고 해도 중소 표국은 이미 문을 닫거나 운룡표국, 공손표국 같은 곳에 흡수, 합병되었지요. 우리 백린의각도 나서서 상당히 흡수를 한 상황이고요.”
‘음, 대기업의 횡포가 떠오르는군.’
진천희는 탕 아메리카노를 대나무 대롱으로 쭈압쭈압 빨며 생각했다.
“그렇게 해도 무인 실업자가 남아돕니다.”
“그렇겠죠? 아무래도 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인력도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거기다 저희도 포함하여 각자 자체적으로 양성한 인재들도 꽤 되고.”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진천희가 물었다.
“그냥 강소성 밖을 나가면 되지 않나요? 다른 지역이면 일 없을 일은 없을 텐데.”
백린군이 이상한 것뿐이지.
강호는 강호다.
그 본질이 변하는 법은 없다.
“백린의선께서 과거 제갈세가가 있던 호북을 버리고 오신 게 대단하신 거지, 타 지역으로 기반을 옮기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강호인이라면 특히 더 그렇습니다. 강호에 출두하여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녀도 결국 돌아오는 곳은 세가이고 문파이니 말입니다.”
이 시대의 ‘고향’은 진천희 시대의 ‘고향’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국 검을 버리지도 않을 거고 고향도 떠나지 않을 터.
그리되면 복잡해진다.
강호의 은원이란 이런 상황에서 시작되는 일이 많고, 혈사도 이렇게 시작되는 일이 많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불씨를 기다리는 화약고와 같은 상황.
이대로 각자 다른 곳으로 가서 알아서 격발되면 다행이나, 갈 곳이 없으니 화약고 안에서 가만히 있다가 불씨가 튀는 순간 일제히 터지는 거지.
‘아무리 태평천하를 바라도 강호가 불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겠지.’
왜 이따위로 만들어진 걸까?
반면 진천희를 바라보는 무월의 눈이 달처럼 빛났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인데?’
진천희는 차분히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