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87
제 887화
“뇌기를 땅에 흘려서 지력을 살린다……. 뭐어~ 형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사마현은 그렇게 납득하고서는 두 손을 들어 짝하고 합장했다.
화악!
황금신공.
오행신공의 무리로 보면 금기(金氣)의 속성을 띠는 무공이다.
때문에 뇌기를 쓰기 위해서는 한 가지 속성을 더 필요로 한다.
바로 목기(木氣).
본시 뇌기는 목기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목기만으로는 뇌기를 부리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목기와 금기를 동시에 다룰 수 있을 때 뇌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오행신공을 대성한 진천희나 제갈린 정도나 알 수 있는 비전 지식!
그래서.
진천희는 여러 가지로 고민한 끝에. 새로운 무공을 창안해서 사마현에게 전수했다.
생목아신공(生木芽身功).
살아 있는 나무가 몸에서 피어난다는 의미를 가진 무공이다.
천룡공이 외상 쪽에 좀 더 특화되어 있다면, 이쪽은 내상 쪽에 특화되어 있는 내공심법이다.
그리고 생목아신공과 황금신공을 적절히 사용하면…… 뇌기를 뿜을 수 있게 된다.
이 무공을 전수하며 진천희는 생각했다.
‘물리… 물리법칙은 포기했다. 대체 왜 목기와 금기를 합치면 뇌기가 나오는 건데?’
하와와, 강호인 진천희는 ‘과학’적인 질소비료를 만들기 위해 ‘샤머니즘’을 갈기고 있는 것이에요.
‘아니, 음양오행은 사주에나 있는 거 아니냐고?! 왜 이 세계에서는 트루인데?’
파직. 파지지직!
사마현이 뇌력을 내뿜을 때 그 옆에서 천우 역시 묵묵히 전기를 내뿜고 있었다.
‘무당파에 뇌기를 다루는 무공이 있었나!?’라고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있을 터다.
‘이 새끼들 죄다 태극 바보들 아니었어?’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있었다.
바로 유운풍뢰장(流雲風雷掌).
유운검법, 유운장법 등.
무당파에는 구름에 빗댄 무공들도 여럿 존재한다.
이 유운풍뢰장은 그중에서도 부드러움과 강맹함을 동시에 가진 장법이었다.
무당파의 절학 중 하나로. 뇌의 기운을 만들어내어 상대를 격타하는 장법인 것.
다만 이 무공은 다른 문파의 뇌공(雷功)에 비하면 그 위력이 다소 낮아 신공절학이라고 부르기에는 어폐가 있단 말씀.
그래서 무당파 내부에서도 반쯤은 사장된 무공이긴 했지.
대표적으로 황보세가의 벽력신장에 비하면 한 수가 아니라 두 수 아래의 무공인 것.
때문에 천우 역시 이걸 배우긴 했지만 화후가 그리 높지는 않았다. 그래도 사용은 가능하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할까?
그렇게 얼마쯤 개간된 논밭에 번개를 뿌리던 세 명.
“자. 여긴 끝! 다음 밭으로 갑시다.”
“형.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예요?”
“언제까지가 아니야. 실험을 진행 중인 밭을 다 하면 끝나는 거야.”
“혹시 말인데, 뇌력을 쓸 수 있는 거 우리 셋뿐이야? 우리 셋이 다 해야 하는 거야?”
사마현이 설마 아니겠지? 하는 얼굴로 물어보고 있다.
진천희는 피식 웃었다.
“뇌진이랑 천진, 난만도 있고. 뇌공을 익힌 사람들도 좀 섭외해 놨으니 걱정 마.”
비료를 만들기 위해 화공을 가르쳐 준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화공 익히려고 똥까지 태우냐며 같은 강호인들에게 비웃음을 샀다.
그도 그랬다.
강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멋이 아닌가. 그렇게 배운 걸로 거름이나 만들고 있으니 다들 조롱할 만하지.
그 사람들을 쓸 거라고 말하자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천우가 물었다.
“형, 그러면 그 사람들 화공에 이제 뇌공까지 익히는 거예요?”
“원래 뇌공을 익히려면 화공의 기초적인 이론을 숙지해야 가능하거든. 괜히 두 번 가르칠 필요 없지. 아, 천우야. 너희 무당파는 예외다. 너희는 뿌리가 오행(五行)이 아니라 음양(陰陽)이기 때문에 좀 달라.”
“그으……렇군요.”
이론, 이론이라.
형은 확실히 괴이하긴 하다.
보통의 강호인은 뇌공에 이론까지 생각하는 일은 없으니까.
어찌 보면 무학이 아닌 학문적인 접근.
“어쨌든 그 사람들은 운이 좋네~”
사마현이 말했다.
그 말에 천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통이면 둘 중 하나만 익혀도 천운을 만났다고 하는데 참 대단하네요.”
“어딜 가나 독한 새끼들이 살아남는 법이지~”
사마현은 휘파람을 불었다.
하신, 생각해보면 사마현이 있는 곳은 금혈방이고 사파이고 하오문 아닌가.
그런 세계에서 독하지 않으면 스무 살까지 살기 어려울 터였다.
독기는 어찌 보면 사파의 중요한 덕목일 수도 있겠다.
반대로 정파는 백도.
명분이란 결국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를 뜻하고, 명분이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백도에서 멀어진다는 뜻.
독기가 중요하나 그보다는 이 검을 어떻게 쓰는지,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두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르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리에 모였으니 신기할 따름.
‘그러고 보니 하륜이에게 요즘 서신이 없네.’
작은 선물과 함께 서신을 보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답이 없다.
임무를 생각해도 꽤 오랫동안 답장이 없어 걱정이다.
물론 그놈이 어디선가 죽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크게 다치는 여하륜도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는다.
‘잘 있겠지.’
그래도 걱정은 된다.
* * *
그렇게 이 밭, 저 밭을 돌아다니면서 하루 종일 뇌공을 쏟아냈다.
이론상으로는 질소비료법이 도움이 될 터인데, 이론과 현실이 똑같이 돌아갔으면 대학원생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겠나.
진천희는 마지막 밭에 뇌력을 쏟아붓고는 빠르게 기록했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기록해나갈 예정이다.
만약 예상대로 효과가 크다면 확대해나갈 생각이니까.
“연구당에서 이미 한번 시험해 보지 않았어?”
“응. 괜찮긴 했어. 하지만 연구당에서 하는 건 표본에 한계가 있고 진짜 밭에 하는 건 또 다르니까.”
그리 말하며 손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밭 사이로 난 길에는 작두펌프가 비치되어 있어서 물을 쉽게 퍼 올릴 수 있었다.
그것으로 세 사람은 손을 씻었다.
“편하네~”
“응. 편하지.”
“안전하고~”
“응. 그게 중요해.”
사마현은 뒤를 돌아 널리 펼쳐진 논밭을 한참 바라보았다.
천우가 그런 사마현을 보더니 진천희에게 말했다.
“동생 생각하나 보네요.”
“응. 현이가 저럴 때는 보통 동생 생각할 때니까.”
그것도 아마 옛날 생각.
항주 때를 떠올리며 세상 참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천우가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러고는 사마현을 향해 휙 던졌다.
“아우!”
탁!
사마현은 지평선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날아오는 것을 보지도 않고 잡았다.
두유였다.
“오, 차갑네~”
“형도 받아요.”
“고마워. 천우야.”
일하고 나서 차갑게 식힌 두유만큼 맛있는 게 없었다.
세 형제는 그렇게 두유를 마시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 같이 걸어가던 황구, 그리고 뇌진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한쪽을 바라보았다.
기감으로 잡히는 건 없었다.
그러나 잠시 뒤 먼 곳에서 점 하나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천진이네.”
삐이이익!
천진이 화답하듯 길게 울었다. 천우가 물었다.
“형, 그거 알아볼 수 있어요?”
“응. 겉모습만 보면 헷갈리는데 나는 모양에서 대충 성격 보이거든.”
천진이 진천희의 팔에 내려앉았다.
다리에 묶인 서신을 꺼내더니 ‘오, 암호네? 공손세가야.’라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암호를 한참 풀더니 이윽고 진천희가 서신을 화기로 태운다.
“도움이 필요한 모양인데?”
“급한 일이에요?”
“…….”
진천희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발걸음이 빨라지려다가 황구의 성화에 결국 등에 올라탄다.
“일단 의각으로 가야겠다.”
의원의 눈이 푸른빛으로 변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터진 모양인데?’
두 동생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 * *
의각에 도착하니 스승님이신 제갈린이 지도를 펼쳐서 보고 계셨다.
“공손세가에서 도움 요청이 왔더구나.”
“네.”
이윽고 진천희가 결심했는지 입술을 열었다.
“적은 혈선교.”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해적 무리지.”
공손세가의 무인들은 모두 배를 타는 데 능숙하다.
단순히 바다와 강을 가로지르는 표국 사업부터 해상 무역까지, 공손세가가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
특히나 흑빙독룡 공손연은 앞으로 돈은 바다에서 나올 것이라 제창.
그녀가 가주가 되는 그날.
공손세가의 역사상 가장 많이 배를 사들였고, 건조했다.
그뿐이 아니다.
솜씨 좋다 싶은 선박 장인들을 웃돈을 주고 독점하여 똑같이 해상 무역을 하는 남궁세가와 마찰을 빚은 일도 수차례 있지 않던가.
‘그런 공손세가, 흑빙독룡의 공손세가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라면.’
적은 얼마나 강대한 것일까.
제갈린이 말했다.
“오녕, 산동, 강소, 절강, 복건, 광동, 광서 지역은 전부 바다를 접하고 있지. 이들이 해상을 통해 교역하는 것도 당연하단다.”
진천희가 곧바로 스승의 말에 답을 했다.
“네. 거기다 외국과 교역도 하고 있는 만큼 해적이 기승이죠. 해적들의 경우, 수적과 결국 다를 바는 없어요. 사파에서 흘러가는 놈들이 다수입니다.”
스승님은 생각에 잠기다가 턱을 문질렀다.
“본디 해사방이 어찌 보면 이런 잡다한 해적들을 억누르는 역할도 했단다.”
미친 소리기는 하다.
해적이 해적을 억누르다니.
해사방은 결국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 다른 해적들이 영역에 들어오면 공격한 것일 뿐.
무언가 협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쥐뿔도 없다.
그랬다면 이놈들이 민가를 습격하지는 않았을 거니까.
“하지만 강호에 쓸모없는 것은 없단다. 이런 악인들조차도.”
결국 해사방이 붕괴하면서 그 잔당들이 뿔뿔이 흩어져 해적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셈.
그리고.
그 일부는 혈선교와 결탁했다.
“과거 백린의각과 공손세가가 공조하여 바다에서 뛰쳐나온 혈선교 무리를 처리한 적이 있었지.”
“네. 대승을 거두었다 들었습니다.”
“허나, 기묘하더구나. 보통 그 정도의 대승이라면 몸을 사리기 마련인데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니.”
무인을 밭에서 캐오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해적들의 집단.
그렇게 큰 타격을 먹으면 당연히 흩어지든가 다른 해적들 밑으로 들어가든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눈 먼 칼 맞고 죽거나 하여 끝이 나는 게 당연했다.
‘무한하게 사람을 복사하는 것도 아니고…….’
확실히 일반적인 양상이 아니었다.
제갈린이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네게 말해줄 것이 있단다.”
“네, 네.”
제자는 스승의 말에 자세를 바로 했다.
목부터 어깨, 팔꿈치, 그리고 손등까지 이어지는 선이 정갈하기 그지없었다.
제갈린은 그런 제자의 모습이 마치 예술 조각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선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그런 명장의 조각.
“담진 왕국에서 락샤샤라는 것들을 보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랬죠.”
“그리고 북해빙궁에는 용린인이라는 것들이 있었지. 그리고…… 바다에서는 괴어인이라는 놈들이 튀어나오는 중이란다.”
“괴어인?”
진천희 쪽 보고서에는 없다.
아마 관련 문제는 스승님께서 물밑에서 처리하고 계셨던 모양.
반대로 말하면 제자가 다른 일까지 신경 쓰기에는 워낙 바쁘다 보니 스승님 선에서 통제를 하고 계셨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찌 보면 터무니없는 통제광이지만 제자는 이런 스승님이 익숙하다.
“괴어인이라면 산해경에도 나왔던 종족이군요.”
하지만 산해경에 나왔던 괴어인은 그 종류도 여러 가지였다.
얼굴만 사람이고 몸 전체는 물고기라거나, 손까지는 그래도 사람이라거나, 세로로 딱 갈라서 왼쪽은 사람, 오른쪽은 물고기라거나.
“오우, 어느 쪽이죠?”
산해경에 나오는 체와도 한판 뜨지 않았나.
그렇다면 괴어인도 나올 법했다.
진천희의 눈이 빛났다.
그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반신이 물고기냐? 하반신이 물고기냐? 아니면 세로로 쌍쌍바 아수라 백작 형태의 인어냐!’
“그게 중요하니?”
“네. 아무래도 자아가 물고기 쪽이면 대화가 힘들 테니까요?”
“그렇구나.”
“혹시 돌고래 머리는 아니죠? 돌고래라면 왜인지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는 기록을 봤는데.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미친 소리.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미친놈이 바로 자신의 제자니까.
“어차피 호적 신고가 안 된 놈이고, 근처 관아는 현상금은커녕 아직 헛소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란다. 오히려 잘된 일이지. 이번 일에는 관아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니까.”
왜 이런 소리를 제자와 논하고 있는지, 제갈린을 살짝 해탈한 마음이 되었다.
“아, 네네.”
제자 놈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리가 생선이다. 돌고래 형태는 아니고. 대화는커녕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을 씹어 먹더구나.”
“오우. 그런…….”
진천희는 아쉬웠다.
‘러브&피스는 물 건너갔군.’
그런 진천희를 제갈린이 부처의 눈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