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01
제 901화
진천희는 미리 생각해둔 답을 꺼냈다.
“계책은 두 가지. 그걸 차례대로 쓸 거야.”
사마현이 눈치 빠르게 물었다.
“관을 이용할 거야?”
보통의 강호인과 다른 점.
형은 필요하다면 관을 동원할 수 있다.
형을 가장 이질적으로 만드는 방법이고.
강호인들이 일광을 가장 성가셔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일광은 사람 목숨 앞에서 강호의 법도 따위는 무시한다.
그에게 있어 사람의 목숨은 그 어떤 법도와 은원보다 위에 있었으니까.
“쓸 수 있다면야 못 쓸 건 아니지만, 간자들이 방해하겠지.”
간자, 첩자 혹은 스파이.
괴어인들의 혼혈들을 뜻한다.
그들이 얼마나 이 청도 사회에 스며들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관의 힘을 빌려 쓴다?
정보 다 퍼주겠다는 뜻.
현재 청도 최고의 관직은 현령이다.
청도라는 도시 자체가 청도현에 속해 있으니 당연한 일이려나.
‘그런데 만약 현령이 괴어인의 혼혈이라면?’
물론 현령의 경우 황제의 명령에 의해서 임명되어 발령받는 자들이다.
대다수 토착 세력과 결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다른 지역 출신의 관리가 와서 현령이 된다.
황상께서 과거의 악습을 철폐하고 다시 옛 제도를 살려 친히 새로 설계하시지 않았던가.
덕분에 많은 부정부패가 사라졌다만, 그래도 다 없애지는 못하더라.
큰 거 솎아내는 것까지 해낸 거지.
물론 즉위한 시기와 연차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자잘한 것까지 해내려면 인생 다 갈아야 가능하겠지.’
그리고 이제 말세까지 오셨다.
즉위 시작부터 불지옥 난이도.
혼혈을 꽂아 넣는 건 황상의 제도가 디펜스를 했다고는 해도.
‘그놈의 축복을 받아서 괴어인화되고 있다면?’
그러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어떻게 괴어인의 혼혈 혹은 괴어인화가 진행되는 자들을 찾아낼 것인가?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네.’
너! 왜 개구리처럼 생겼냐!? 첩자지!? 하고 두드려 팰 수도 없는 문제 아닌가?
타고나길 그렇게 생긴 사람도 있을 거고.
그거 조사까지 하자니, 조사하다가 적들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면 도루묵이다.
“확실히 방해하겠지. 어쩌면 양민들을 방패로 내세울 수도 있고. 그러면 간자부터 색출해야 하려나……. 간자 자체를 찾는 건 어렵지 않긴 한데.”
사마현이 턱을 괸 채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말에는 믿기 어려운 말이 포함되어 있었다.
간자 자체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천우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간자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니? 가능한 거야?”
진정한 사마외도를 조우해 경악했던 모습은 어디 가고 천우도 슬슬 적응을 하고 있다.
‘설마 개구리처럼 생긴 사람들 모아다가 패겠다는 건가.’
하지만 사마현은 할 수도 있는 놈이다.
천우의 의문에 사마현이 피식 웃었다.
“응? 셋째 형. 그거야 쉽지. 그 녀석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쉽지 않아?”
그리 말하고는 손등을 손톱으로 긁는 게 아닌가.
“아. 그러네? 현이가 잔머리 잘 썼다.”
진천희는 사마현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그러나 천우는 아직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이다.
“괴어인들은 재생력이 특출나잖아? 상처가 나자마자 거품이 나면서 상처가 아물기 시작해. 그건 혼혈들도 마찬가지.”
“혼혈이라고 해도…… 괴어인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걸 이용한다는 거군요. 그런데 어떻게요?”
“뭐긴. 그냥 의심되는 사람들 붙잡아다 찔러 보면 되잖아. 간단하다고.”
“허…….”
미친놈인가.
아무나 붙잡고 칼을 들이밀자는 소리잖아!?
진천희는 차분히 말했다.
“굳이 배를 찌를 것 없이 약간의 상처 정도면 충분할 거야. 현이도 정도 이상으로 움직일 생각은 하지 말고. 간자도 쓸 곳은 있으니까.”
“네이~”
‘역시 기왕 하는 김에 반대 세력도 축출하려는 거였나.’
사마현이 쥐고 있는 금혈방.
그리고 상대는 홍루각.
지금 하오문주는 홍루각 출신이나, 소문주는 금혈방 출신.
보통이라면 자연스럽게 후계가 정해져 인계를 해나가는 과정이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될까?’
사파를 움직이는 건 결국 힘의 논리다.
그리고 사마현은 하오문주가 될 자.
현 하오문주가 권력을 이양해 줄 때까지 조신하게 기다릴 성격도 아니거니와, 상대 하오문주가 순순히 권력을 줄지도 미지수겠지.
진천희는 품에서 담뱃대를 꺼내서 가볍게 불을 켰다.
“후우.”
종(種)과 종(種)의 싸움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
사람, 사람. 사람…….
괴어인만 사람의 천적이 아니다.
사람도 사람의 천적이 될 수 있다.
물론 물리적으로 먹고 있는 것은 아니나, 괴어인이 되기 위해 사람을 팔아 영생을 꿈꾸고 있지 않나.
‘등 뒤가 안전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법이니.’
약 기운이 돌자 기울었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스승님이 주신 진정 약초가 도움이 되었다.
“좋아. 그러면 대충 방향은 정해진 것 같네. 일단 홍루각 청도 지점 청루의 간자부터 잡자. 그다음은… 천천히 해나가면 되겠지.”
고작 사람 셋.
이 사람 셋으로 거대한 괴어인의 도시를 베어낼 수 있을까.
거기다 상대는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 속에 파고들었던 자들이다.
천우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이 청도에서 쌓아온 역사와 숫자들을 모두 무시하고 도려낸다고?’
다른 이라면 미친 짓이라고 말할 터.
형이 담뱃대를 혀로 굴리며 말했다.
“현이는 내가 명령할 때까지는 함부로 사람 죽이진 말고.”
“괴어인 첩자는?”
“그것도 아직은.”
담뱃대를 문 형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나른했다.
허나, 푸른 눈은 서늘한 칼날이 되어 분노를 반사하고 있었다.
* * *
“후…….”
월령화.
청도 청루의 주인.
지점장이라고 하지만, 그건 하오문에서 임명해서 된 것은 아니었다.
홍루각의 체계는 제법 독특하니까.
홍루각은 자신들에게 소속된 무인들에게 무공뿐만 아니라 술을 빚는 기술, 사람을 홀리는 기술이나 예인으로서의 기술도 함께 가르친다.
무공만을 전문적으로 수련하는 것이 아니기에, 무공의 화후는 다른 강호인들에 비해서 뒤떨어지지만 그만큼 대인관계에 능하고 사업적 수완을 가지게 되면 그건 그것대로 출세의 길이 된다.
‘물론 대다수는 쓰고 버려지지만.’
진흙탕 속에서 부대끼며 살려면 별이 필요하다.
그 별을 눈으로 좇으며 내가 있는 곳은 진흙 구덩이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자기 최면이라도 해야 인간은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래도 요즘은 좀 낫다.
예전처럼 사람 쓰고 버리는 건 좀 줄었다.
‘아마 금혈방 때문이겠지.’
아무리 머리 위에 별이 있어도 눈앞의 황금보다 빛나진 않는 법.
너무 과하게 굴려버리면 못 참고 금혈방으로 달려간다.
금혈방이 운영하는 객잔은 웃음은 팔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과 기예는 팔고 있다.
그리고 원한다면 가르쳐준다.
덕분에 울며 겨자 먹기로 홍루각도 똑같이 해주고 있다.
애들이 도망가면 안 되니까.
거기다 자신만의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서 실적을 증명하면 홍루각에서 직접 투자도 해주는 편.
전통적으로 그래 오긴 했는데 요즘은 좀 더 돈을 쓰는 편이다.
애초에 그것이 홍루각이 강호 전역에 청루와 홍루를 늘리는 방식이니까.
때문에 지점장이 소유한 홍루나 청루는 결국 지점장의 개인 소유인 경우도 많다.
물론 모든 지점이 그런 건 아니고, 홍루각에서 직접 임명하는 방식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홍루각에서 무공과 기술을 배웠으니 매월 상납금을 어느 정도 바쳐야 하고.
물론 정보 교환도 중요하다.
정보업.
그것이야말로 하오문의 중추라고 일컬어지는 홍루각의 주력 사업이었으니까.
그런 월령화는 지금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서였다.
‘금혈방 감찰원과 같이 왔던 이가 무당파의 권왕 천우 도장일 줄이야……. 그렇다면 필시 그 감찰원도 보통 신분이 아니겠지. 사마현… 소문주일 터.’
무당파의 권왕이 형가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정보가 이미 입수되어 왔다.
다만 형가장주가 사마현을 알아본 것에 대한 정보까지는 들어와 있지 않은 모양.
그러나 그런 게 없어도 월령화는 천우의 등장만 보고도 자연스레 사마현의 정체를 추측해 냈다.
권왕이 하오문의 사람과 같이 다닌다면 그게 의형제인 사마현이 아닌 쪽이 더 이상한 일!
‘그렇다면 필시 그 평범해 보이는 자는…… 천하일광 진천희일 터.’
형가장주는 설마 천하일광이 직접 왔겠나! 하고 넘어갔지만, 월령화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세 명이 최근 같이 다녔다는 것을 정보를 다루는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필시.
오륜회주 제갈린이 자신의 수제자를 보내 괴어인 사태를 조사하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천하일광 진천희도 삼존과 일제 바로 다음으로 평가받는 절대 고수인데, 천면호리와 권왕도 그에 버금가는 강자들이다.
어지간한 중소 문파는 저 세 명만 있어도 초전 박살이 나고 만다.
‘역시 아직은 이르다고 그토록 말했건만…….’
그녀는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무언가를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그때였다.
따끔.
손에 작은 고통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려다보니, 손등에 실선 정도의 작은 상처가 나고, 그곳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언제 상처가……?’
그사이 상처가 부글거리며 낫기 시작한다.
“본 문에 괴어인의 간자(間者)가 들어와 있을 줄은 몰랐는걸~ 게다가 아예 청루의 지점장이라는 위치일 줄이야. 이야! 이게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거네. 대단해. 아주 대단해요. 자! 우리 월령화 지점장님의 노력에 박수~!”
짝짝짝짝!
박수와 함께, 누군가가 냉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싸늘해진다.
월령화는 품에서 재빠르게 비수를 꺼내 흩뿌렸다.
홍루각의 독문 무공 중 하나.
월음비검!
“누구냐!”
그러자.
순식간에 비수들이 누군가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천장 위.
대들보에서 야행복을 입은 자들이 아래로 내려왔다.
“오우, 비수 좋은 거 쓰시네. 이거 저 가져도 돼요?”
가운데의 가장 키가 작은 사내가 말했다.
월령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천면호리… 그리고 권왕과 천하일광까지……. 이 무슨 무례죠?”
“어라라~ 역시나 우리 정체를 완전히 짐작하고 있었던 모양이네?”
사마현이 나른한 표정으로 웃었다.
“형가장에서의 일은 들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홍루각의 청도 지점장인 제가 당신들의 정체를 모를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짝!
“과연! 유능한걸. 괴어인의 혼혈이라서 그런 걸까나?”
박수를 짝하고 치면서 감탄하는 사마현.
그가 말을 이었다.
“손에 박인 굳은살은 돼지껍질을 이용한 변장일 수도 있겠는걸~? 치밀하긴 하다.”
진천희가 말했다.
“굳은살은 진짜일 수도 있지. 재생력이 뛰어난 건 맞긴 하지만, 괴어인은 인간과 다르니 뭐든 속단하긴 일러. 애초에 거품이 나면서 살이 회복되는 원리가 과연 과학적으로 해명이 되는 놈인지도 모르겠고.”
월령화의 얼굴에 결연함이 깃들었다.
“말 함부로 하지 마시죠. 소문주. 당신이 뭘 안다고…….”
“글쎄~ 적에 대해서 굳이 알아줘야 할까? 그러고 보니 월령화 당신, 이곳 청도 출신이었었지~? 그래서 이곳에 청루를 차린 거고 말이야.”
잠시 두 명의 시선이 허공에서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