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02
제 902화
“혼혈에 대해서 어떻게 알아낸… 설마, 해시(海市)를 침범했나요? 그럴 수 있을 리가…….”
“하하하, 생각보다 허술하더군요. 저희가 왔다 간 것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진천희가 앞으로 나섰다.
손에는 월령화가 던진 비도를 던졌다 받으면서.
“오우, 이거 무게중심도 괜찮네. 어느 장인이 만든 겁니까? 나도 하나 맡기고 싶은데~ 메스 같은 부술 도구도 만들어 주시려나?”
미친 소리를 하면서.
월령화가 말했다.
“당신이 천하일광 진천희……. 맞나요?”
“그렇습니다.”
가볍게 긍정하는 진천희.
“오륜회주는 어디까지 계획하고 있는 거죠?”
그녀가 추측하기로 괴물 같은 오륜회주가 이 모든 것을 계획했을 것이다.
그녀는 괴어인의 편에 서 있으나, 동시에 하오문의 홍루각 소속이기도 하다.
때문에 의외로.
오륜회주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강호의 일이 양지의 일이라면, 괴어인의 일은 음지의 일.
정파와 사파 같은 양지와 음지가 아니다.
세계의 앞면과 뒷면의 일.
양쪽에 전부 발을 걸치고 있는 그녀이기에 아는 것이 많았다.
오륜회주…….
그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인간이다.
세계 앞면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청도에 있는 괴어인들이 바다에 나가서 상당히 죽은 것에도 그가 연관이 있었다.
늙지 않으며, 쉬이 병들지 않고, 재생력까지 가지고 있는 괴어인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게 만드는 독을 바다에 풀어버리는 놈이다.
그야말로 괴어인들의 악적이자 살아있는 마(魔)가 그놈 아닐까?
그리고 그 제자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틀더니 턱을 쓸어 생각에 잠겼다.
“스승님께서 어디까지 계획하고 계신지는 제자인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 청도에서 그대들은 더 이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죠.”
“하!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어리석군요. 일광!”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여기에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다고 생각하죠? 수백 년이에요! 수백 년 전부터 자리하고 있었고, 이곳에 우리의 피가 얼마나 뿌려져 있는지 알기나 하나요? 당신이 어떻게 그걸 막겠다는 겁니까?”
상식적으로 봤을 때 월령화의 말이 맞다.
이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지만 푸른 눈의 진천희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특유의 이상한 말투로 빙글빙글 웃을 뿐.
“흐음, 글쎄요오. 저도 저 나름의 계획은 있으니까요. 뭐, 괜찮은 계획을 짜서 나아가다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이래 봬도 운은 좋은 편이라서.”
천인의 계획 아래 그리되리라.
진천희는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 비도를 만지작거린다.
그의 푸른 관심이 새 장난감에 분산되는 순간.
“그렇다면……. 죽엇!”
그녀의 몸이 마치 두 개로 변한 것처럼 움직이며 진천희를 향한다.
경지에 이른 이형환위의 수법!
혁대에서 새로 비수를 뽑아 진천희의 목을 찌른다.
그러나 그 비수는 목적지에 닿지 못했다.
어느샌가 다가온 진천희의 손이 그녀의 비수 끝을 잡아채고 있었다.
콱!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비수뿐만 아니라.
그녀의 전신이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강대한 힘이 그녀의 전신을 옭아매고 있었으니까!
‘허… 허공섭물! 그걸…… 내 몸 전체에!! 어찌 이런…….’
월령화가 경악해서 눈을 홉뜬다.
그런 그녀에게 진천희가 손을 뻗어왔다.
그 손은 순식간에 마혈을 짚어 점혈했다.
“오우, 역시 강호에서는 괴어인도 성격이 강호인 같다니까? 강호는 수맥 대신 불이 흐르나 봐. 다들 이 꼬라지야.”
우득-
괴어인의 재생력을 고려해서 한 번 더 혈을 콱 잡아 누른다.
진천희는 특유의 이상한 말투로 명랑하게 말했다.
“우선…… 지점장님이 실종이 되셔야 하거든요. 그리고 여기 제 의형제인 현이가 지점장님을 대신하여 이 청루를 장악할 겁니다. 대리 운영을 할 예정이죠.”
그녀는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려 사마현을 본다.
사마현은 엄지와 검지를 교차해 K-하트를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해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사마현은 뭐가 좋은지 실실 웃고 있다.
진천희가 말을 이었다.
“큰일이긴 하죠? 지점장님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러니까 지점장님을 납치한 흉수를 잡기 위해 청루 전체의 사람들을 수색해야겠지요? 뭐, 짐도 조사하고 간단한 상처를 내고, 언제 낫는지 확인도 하고~”
“사… 사파도 안 할 짓을……. 당신…….”
“어이쿠, 사파는 안 하는지 몰라도 관은 꽤 하는 짓이거든요~”
정적들을 제거할 때 쓴다.
하지만 진천희가 하고 있는 건 정적이 아닌 천적.
인간의 천적을 잡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사마현이 말했다.
“아, 그리고 사파도 많이 써. 우리 점장님. 괴어인치고 순진하시네~”
진천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을 이었다.
“스승님이 말씀하셨거든요. 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뒤집어엎어 버리면 된다고.”
우리는 주먹도 있고, 머리도 있지 않나?
둘 다 쓰면 된다.
* * *
청루 지점장이 실종되었다!
그 소식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청루 전체에 퍼졌다.
당연한 일이다.
지점장은 청도 청루의 실질적인 주인이기도 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그러나 그 혼란은 재빠르게 잦아들었다.
감찰원으로 와 있던 사마현이 자신의 정체를 밝힌 것이다.
우득, 우드득-
“히이이익!”
“세상에!”
용모를 바꾸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 모습을 보며 모두가 놀랐다.
‘원래라면 소맷짓 한 번으로 얼굴을 바꿀 수 있지만. 이런 건 천천히 하는 편이 더 자극스러울 테니까.’
사람의 심리를 면밀하게 계산하며 사마현은 그렇게 뜸을 들여 용모를 원래 모습으로 돌렸고.
청루의 무인들, 그리고 예인들까지 그 과정을 하나하나 보면서 정신을 놓았다.
사마현이 그들의 심리를 장악하는 것은 실로 순식간.
“모종의 정보에 의하면 내부자의 소행이라 들었습니다. 이 중에 분명 흉수와 협력한 범인이 있겠군요~”
감찰로 왔던 자가 사실 하오문주의 소문주.
거기까지 밝히고 얼굴과 하오문주를 상징하는 명패를 꺼내자 모두가 복속했다.
아니, 복속할 수밖에 없다.
청루각의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그의 명을 거역할 자는 없으니까.
거기다가.
‘여기서 저항한다면 흉수의 간자로 몰리게 된다.’
조사차 나온 자를 상대로 ‘나 간자요’ 하고 저항할 수 있는 무인은 없다.
그렇게 청도 청루에 속한 무인들을 전원 복속하고 보니 숫자가 제법 되었다.
홍루각 청도 지점 청루에 속한 무인들은 고용된 낭인이 스무 명에 청루 직계 무인이 다시 스물다섯으로 총 마흔다섯의 무인들이 있었던 것.
그들에게 괴어인의 간자 이야기를 하고 바로 솎아내기를 실시.
두 명의 괴어인 혼혈을 찾아냈다.
“빌어먹을!”
“잡아! 잡아랏!”
괴어인이 근처 우물로 들어가려는 순간, 사마현이 신고 있던 신발을 집어 던졌다.
콰아앙!
비단 신인데 어째서인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황금공의 내공이 깃들었다는 뜻.
아니나 다를까.
괴어인 혼혈은 그 일격에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었다.
사마현이 투덜거렸다.
“아, 이거 비싼 신발인데. 새로 또 맞춰야겠네.”
그리 말하며 한 발 깽깽이로 가서 피 묻은 신발을 도로 신었다.
행동 자체는 익살스러웠지만, 그 위력은 지독할 만큼 잔혹했다.
괴어인 혼혈의 뒤통수에서 피가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즉사할 만큼의 치명상.
허나.
부글부글부글-
거품이 일어나며 뒤통수가 빠르게 치료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허억, 사람인가?”
“아니아니. 사람이 아니니 저렇게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들의 재생력을 모두가 눈으로 보며 경악했다.
그런 관객들을 상대로 사마현은 과장되게 양팔을 벌려 인사를 했다.
“잘 보셨사옵니까? 여러분~? 자, 그러면 도망치는 사람은 괴어인으로 알고 있겠습니다요.”
사마현은 광대였다.
극을 휘저으면서 하나씩 축출하는 광대.
결국 하루가 지나기 전에 청도 청루는 쌀 한 톨까지 사마현의 손에 떨어졌다.
그다음은 일사천리.
청루에 속한 예인, 숙수, 하인, 총관 등 전원이 검사 대상이 되었고 그중 괴어인의 혼혈 간자가 다섯이나 추가로 적발되었다.
그렇게 청루를 완전 장악하는 데 불과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고.
그걸 본 진천희와 천우는 사마현의 일처리 능력에 경악할 정도.
“진짜로? 죽은 사람이 없다고?”
아무리 그래도 내분이라든가 뭔가 소요가 생길 줄 알았다.
괴어인이라면 어떻게든 반란을 획책하든가 실종된 게 확실하지 않으니 자신들이 먼저 알아보겠다며 시간을 끌 수도 있지 않나.
사마현의 권력이 대단하긴 하나, 그들이 하오문 소문주의 직속은 아니니까.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고. 형~”
사마현의 수완이 그만큼 대단했던 것.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났을 때.
청도에 거점을 둔 모든 하위 조직마저 완전히 사마현의 통제에 따르는 상태가 되었다.
거기서부터는 천우가 움직였다.
* * *
천우는 무당파의 신분을 전부 드러내고, 문파들이 아닌 관아로 향했다.
그리고 아직 대외적으로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진천희가 곁에 자리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난 것은 바로 청도의 현령.
청도는 도시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의 현의 이름이기도 했다.
당연히 현령이 거하는 현청은 가장 번성한 청도시에 자리하고 있다.
“어서 오게나. 무당파의 도사가 요사스러운 것이 준동한다고 급히 만나자고 하다니. 이게 대관절 무슨 일인가?”
무당파의 권왕이라고 하면 강호에서는 어디 가든 대단한 대접을 받는 신분이지만, 관에서는 약간 미묘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관에서도 강호의 소문을 알고, 권왕이 천하 십 대 고수이며 그런 작자에게 잘못하다가 어디 한 군데 맞으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정도는 잘 안다.
그러나 관가의 높은 직위에 있는 이가 폭력이 무섭다고 빌빌거려서야.
관직이란 제국의 지도자인 황제 폐하께서 내리는 것이니만큼, 황제 폐하의 대리자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현령은 약간 긴장한 것 같지만 윗사람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천우와 진천희를 만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긴장한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좌우에는 이 청도 관아에서 가장 고수인 자들이 서 있긴 했다.
그래 봤자 어차피 천우에게는 한 주먹거리도 안 되지만.
“대인. 우선은 이것을 봐주시겠습니까.”
진천희가 황제가 내어준 감찰어사패를 꺼내어 보여 주었다.
“아… 아닛! 그……. 그것은 설마. 헉! 귀하는 혹시……. 감찰어사 진천희 태수이십니까!?”
‘아니. 내 소문이 여기까지 났어?’
설마 제국에 감찰어사가 나 말고는 없나?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빠르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 진천희입니다. 그런데 어찌 아셨는지요?”
“그것이… 의동생으로 알려진 천우 도장과 같이 오셨으니…….”
천우를 보며 떨떠름해 하는 현령!
진천희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그렇네. 천우랑 다니니까 딱 알아챈 거구나. 쩝.’
속으로 입맛을 다시고서 진천희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었다.
“우선 일 이야기를 하지요. 저는 감찰을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슨 일로 오시었소?”
“현령께서는 이 지역에 부임한 지 이제 3년째. 그동안 이곳에 괴어인이라는 존재들이 준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진천희의 질문이 현령의 명치를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