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08
제 908화
산산조각 나며 흩어져 죽은 타하파.
진천희는 이미 호신강기를 두른 채였기에, 그 폭발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몹시 지쳐 있는 상태였다.
오행합벽은 외부에서 오행지기를 상생상극의 이치로 조합하여 폭발시키는 강기의 무공이다.
그 위력은 강환에 비견될 만하고, 당연히 구명절초로 심무절기이기도 했다.
그것을 내부에서 폭발시키고,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그 힘을 이용해서 움직였다.
아무리 금강불괴에 준하고, 천룡공으로 육체의 상처를 빠르게 회복한다고 해도 과도하게 힘을 쓴 것은 맞았다.
주르륵.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었던 상태였고, 내공은 이제 삼 할가량.
몸 내부를 자세히 관조해 보니 당연히 상태가 안 좋다.
지독한 내상.
허나, 다치지 않고 그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던가.
‘강적이었어. 깨달음이 없었다면, 여기서 죽었을지도.’
죽음 이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할지라도.
어차피 타하파를 실력으로 이길 수 없었다면 결국 이 시점과 이 지점에서 모든 것이 막히게 된다.
‘이렇게 정면충돌하기 전이라면, 다른 수를 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제대로 된 대응이 안 되고 괴어인들의 준동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진천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온몸이 쓰러질 것처럼 고통스럽고, 내공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
품 안에서 백린의각의 비상용 내상약을 꺼내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이무기와 두 의동생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쪽을 신경 쓰기 어려울 정도로 흉험한 싸움이다.
‘이제. 저 이무기를 잠시 물러나게 하고 지상으로 돌아가면…….’
이무기에게서 도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그때였다.
이무기가 갑자기 뒤로 물러선다.
크릉?
그러고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바닷속으로 깊이 잠수해 도망치는 게 보였다.
‘뭐지?’
잠시 바라보고 있는 사이 천우와 사마현도 멈춰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바닷물에서 일어나던 기포조차 사라졌다.
“이 녀석 도망갔잖아?”
“형이 괴어인을 쓰러트려서 그런 건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사마현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진천희를 향해 다가왔다.
“아이고~! 가가. 왜 이리 다치셨어요!”
진천희의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잔뜩 나고, 피도 한가득 흘렸다.
지금이야 천룡공 때문에 그 상처에서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물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부상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형! 괜찮아요!?”
“잔상처만 난 거야. 괜찮아.”
그것보다 오행합벽을 몸 안에서 터트린 게 더 내상이 깊었다.
하지만 지금 그걸 말할 단계는 아니었다.
우르르릉!
해저 도시의 붕괴는 계속되고 있었으니까.
“일단 어서 탈출하자. 지금 곧바로 나가면 이번 작전은 성공…….”
그때.
해저 도시의 흔들림이 정지했다.
“어?”
“음?”
“이건…….”
촤아아악!
진동이 멈춤과 동시에 바닷물이 갑자기 소용돌이 치기 시작하더니 넘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번에 해일처럼 변하며 도시 전체를 집어삼키려고 한다.
“뛰어!”
진천희가 외치자마자 세 명 다 전력으로 내달린다.
지금까지 익혀온 경공신법이 극성으로 발휘되며 번개처럼 이동한다.
그 뒤로 해일이 집과 도시를 삼키며 그들을 따라붙었다.
이대로면 수장당하고 만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
갑자기.
주변의 시야가 변해 버린다.
‘이건!?’
어느샌가. 아주 갑작스럽게.
주변은 해무로 가득 차 있다.
두 의동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하다.
그리고 해일이 덮쳐 오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환상? 아니면 주술에 당했나? 하지만 이건…… 그것과 비슷해. 응룡님의 거처에 들어갔을 때와…….’
공간의 개념.
그 자체가 사라졌다.
벽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해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하게만 느껴지는 공간.
이 기시감은 응룡의 거처에 처음 내려갔을 때 느꼈던 감각과 비슷했다.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때가 되었구나.]거대한, 미증유의 힘이 서린 목소리.
‘이……. 이건?’
목소리가 길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복희의 피가 뿌려졌으니 약■의 때가 왔노라.]문득 진천희가 바닥을 내려다본다.
피를 제법 흘렸는데도 기묘하게 바닥은 흥건하기는커녕 멀쩡하기만 했다.
[끝이 도달했으니 이제 바다를 넘치게 하여, 뭍에 사는 모든 것들을 절멸시키리라.]그 순간, 굉음이 모든 것을 가득 채운다.
해무가 조금이나마 흩어지자 동생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진천희야 응룡을 만났을 때 경험했다고는 해도 두 동생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일.
“저, 저건?”
해무 너머로 천우가 무엇을 본 것일까.
진천희를 향해 물러나라고 외친다. 그리고 싸우기 위해, 등에 있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 한 발, 초식 자세를.
그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일격에 천우가 사라진다.
천우가 있던 자리에는 한 줌 핏물뿐.
“어? 천우야……?”
마치 바보처럼 그 핏물을 바라보며 진천희가 말한다.
그리고 그다음.
“형! 도망쳐……!”
누군가가 자신을 민다. 사마현이다.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목숨을 걸고 형을 밀어 지킨다.
지키려고 한다.
아우의 금색 눈동자와 형의 푸른 눈동자가 엇갈리는 순간.
콰아아앙!
사마현이 있던 자리에 다시 핏물만이 남아 있다.
이성을 잠식하는 그 상황 속에서 진천희는 생각한다.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게 꿈같은 감각.
‘쟤들 핏물은 자국이 남네?’
사람이 너무 갑작스러우면 현실을 마주하지 못한다고 하던가.
현원전단신공은 주인의 정신 붕괴를 막으며 억지로 사고의 방향을 틀어버린다.
어째서 진천희 자신의 피만이 바닥에 닿으면 사라지는 걸까?
‘복희의 피.’
두 동생이 한 줌 핏물로 화했다는 것조차 진천희는 실감하지 못했다.
아우의 잘린 손이 진천희의 팔을 붙잡고 있다.
얼마나 강하게 지키려 했는지.
하지만 손목 위는 없다.
그저 핏물.
그저.
“어……?”
눈을 들어 위를 바라본다.
해무 사이로 거대한 존재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나 해선이 지상의 생명체를 모조리 멸하리라.]신이었다.
그것은 육각 영독사나 유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응룡.’
진천희의 손끝이 덜덜 떨린다.
분노와 슬픔, 이성을 초월한 아득한 현상에 광기가 다시 왈칵 치밀었다.
현원전단신공이 억지로 억누르고, 또 억누르고.
꿈인가?
그보다.
‘이런 존재가 봉인되어 있었어?’
두 동생이 순식간에 사망한 것과 응룡급의 존재가 봉인되어 있었다는 것.
이 두 가지가 모두 현실감이 없다.
그 순간.
귓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드디어 찾았다. 멸망의 조각.
-여기에 숨어 있었어!
-이번 ■■는 운이 좋았어. 천기가 꽁꽁 숨겨 놨던 게 여기에 있었네.
-우와아아! 그러면 성공한 거야?
다른 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의 목소리. 그것도 어린아이일 적 목소리.
수없이 많은 작은 진천희들이 이번 일을 ‘성공’이라 부르고 있었다.
모두가 진천희를 찬양한다.
-역시 대단해! 과연 우리 중에 가장 뛰어난 ■야.
-가장 어리석은 ■이기도 하지.
-고마워! 고마워! 우리 모두가 닿지 못한 단서를 ■는 찾아냈어!
‘너희는 누구야? 내 현원전단신공으로 만든 사고 회로 같은 게 아니야?’
그 순간, 작은 진천희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내 사고 회로가 맛이 간 건가? 환청?
동생들이 방금 죽었으니까.
죽었으니까 뇌가 맛이 가서.
해무가 걷힌다.
이윽고 해신이 진천희를 내려다보았다.
그 몸체가 너무나도 거대하여 전부 볼 수가 없었지만 용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희의 핏줄아. 네가 피를 흘렸다는 것은, 말세가 임박했다는 뜻이니. 나 이를 찬양하겠노라.]현실감 없는 광기 속에서 분노가 치민다.
현원전단신공은 정신이 붕괴되는 건 막아주지만 분노까지는 막지 못했다.
진천희가 이를 으득 갈았다.
[앞으로 세상을 모두 물로 채워 필멸자를 절멸시키고, 나의 아이들을 위해 다시 만들겠노라.]“…….”
[그런 네게 상을 주고자 한다. 축복을 받겠느냐?]그 순간, 진천희의 눈앞에 붉은 단약이 나타났다.
응룡도 이것과 비슷한 것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비늘이었다.
그리고…… ‘그녀’도.
압도적이고 거대한 무언가.
봉인되어 있던 저 존재도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개미를 향해 악수를 청한들, 그 체급 자체가 폭력이지 않던가.
그리고 동생이, 동생들이.
자결하고 싶다.
허나, 스승님께서 내린 주박.
-……매 순간, 사람처럼 살다 사람으로 죽거라.
아아, 사람은 왜 이다지도 아플까.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스승님.’
진천희가 검을 곧추세운다.
다음 생을 이어 나가려면 놈의 약점을 알아야 했다.
이 거대한 존재를 이길 수 있을지,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허나, 현원전단신공은 단 한 줌의 광기도 허하지 아니하였고.
진천희 자신도 뒤로 걷는 법을 몰랐다.
“거절하겠습니다.”
그리고 진천희는 마음의 검을 들었다.
심검(心劍).
이 세계는 의지로 이루어져 의지로 살아간다.
적을 쓰러뜨리겠다 마음을 먹은 한, 공기가 심검을 따라 우우웅 화답한다.
사마현. 천우.
두 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여기까지 와서 죽었다.
거창한 죽음이 아니었다.
작별 인사도, 죽음의 예감 같은 것도 없었다.
엄지손가락으로 개미를 으깨듯.
‘그래. 개미를 으깨듯.’
그런 두 아이, 두 아이의 시체를 뒤로하고, 여기서 ‘축복’ 따위를 받을까 보냐.
‘신적 존재……. 아마도 혈선과 같은 것이겠지. 만약 이 녀석에게 죽는다면…….’
다시 뒤로 회귀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오싹-
공포가 밀려왔다.
이번 여행이 진짜 끝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골을 타고 죽음이 속삭였다.
이제 정말 끝일 수도 있다고.
저자에게 덤비면 이 여행이 끝날 수도 있다고.
‘축복’이라는 것을 받고 나서 생각하는 게 어떠냐고.
인간은 머리는 이 와중에도 타협을 속삭인다.
이 여행이 끝나버리면 영원히 동생들을 볼 수 없을 테니.
‘내 피가 가진 능력이 혈선보다 위일까?’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저벅-
‘나는 당신에게 검을 쓸 것이다.’
진천희는 의념을 일으켰다.
의원이 취한 것은 상단 찌르기 자세.
나름대로 강호 절세의 무학이 담겨 있는 자세이나 그래 봤자 개미.
엄지손가락으로 뭉갤 수 있는 개미.
거대한 존재가 그런 진천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시선만으로도 온몸이 옥죄이고, 식은땀이 난다.
영혼의 기저까지 파헤쳐지는 감각이 진천희에게 공포와 광기를 강제로 불어넣었다.
그러나.
현원전단신공은 진천희를 강제로 ‘각성’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 버틸 수 없음을 진천희 본인도 안다.
제아무리 강한 것도 양쪽으로 잡아당기다 보면 찢어지기 마련이니까.
[어리석구나. 그렇다면 너에게 휴식과 평안을 내리겠노라.]거대한 존재가 움직인다.
진천희도 마주 움직였다.
의지가 검에 서리고, 모든 기운이 단번에 폭발한다.
그것은 죽음을 마주한 진천희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것.
심무를 넘은 초월심무.
태을단선검의 최종 오의.
태을단선(太乙斷仙).
거대한 선을 끊어 내는 단 하나의 검이 스스로를 해선이라 칭한 자에게 다가가 꽂혔다.
퍽.
작고 시시한 소리가 난다.
상대에게 자그마한 상처가 났음을 진천희는 즉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꺼워하면서 조금의 분노도 없이 그 거대한 손을 내밀었다.
진천희의 시야가 암전된다.
[그대. 물속으로 들어가라.]그저 말.
언어만으로 진천희의 몸이 순식간에 떠올라 알 수 없는 심해 속에 처박혔다.
부글-
이건 무공이 아니다.
신이 신으로서 세계에 대고 말한 것뿐.
한마디의 말만으로 인간은 순식간에 광오한 바닷속에 처박혔다.
어느샌가.
진천희는 물속으로 가라앉는 자신을 느꼈다.
심해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 어떤 물리적인 공격도 없이 그저 물속에 사람을 처박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다.
공기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부글.
그렇군.
‘개미를 엄지로 죽이는 것과 다르게 해준 거야. 이건. 나름대로 예의를 갖춘 거지.’
그래 봤자 개미 입장에서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같지 않나.
‘빌어먹을.’
삶의 끝.
-……매 순간, 사람처럼 살다 사람으로 죽거라.
‘아아, 스승님. 저는 진정 사람으로 죽은 겁니까?’
그리고 이다음에 과연 깨어날 수 있을까요?
놈의 권능에 비하면 자신은 그저 개미와도 같은데, 회귀가 이어질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그리고.
부글-
마지막 숨을 토하는 순간.
세상이 멀어진다.
죽음.
째각-
결코 들릴 리 없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시계.
단 한 번도 들린 적 없는.
유호가 선물했던 토용 시계.
시침과 분침은 스쳐 지나가나 그 안의 소리는 들린 적 없던 그것이.
-시간과 공간. 어느 쪽이냐.
어디로 도망가든 세계가 물에 잠기는데 무슨 의미일까.
선택.
토용 시계가 드디어 뒤로 감겼다.
진천희는 죽었다.
허나 분명 죽었음에도 진천희의 내면에서 목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니, 죽었기에 더는 숨길 필요 없다는 듯.
‘수고했어. ■야.’
‘드디어 말세의 조각 하나를 찾아냈어.’
‘바다의 조각.’
‘수■ 번, 수■ 번 찾지 못한 그것을.’
작은 진천희들이 한 사람의 죽음에 박수를 쳤다.
지독한 비극을 관람하는 관객처럼.
막이 내리자 그의 인생에 감사하며 박수를 친다.
관객, 작은 진천희들이 말했다.
‘이제 남은 건…….’
그 순간.
엄청난 신력이 진천희의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존귀한 자가 되감기를 깨닫고 멈추려 한다.
해신이 비명을 지른다.
[회귀? 어째서? 그런 권능을 가진 ■■는 모두 멸하였을 터인데!]째깍-
해신이 다시 신력을 쓰려 한다.
아득하고 거대한 것이 힘을 발출하려는 순간.
[눈?]눈이 내렸다.
바닷속에 눈이 내리며 공간을 오려 붙이듯 세상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진천희가 죽자 그의 내면.
수천, 수만, 수십만의 작은 진천희들이 눈을 뜬다.
어둠 속, 푸른 눈과 금색 눈, 어두운색 눈동자가 시체 속에서 일제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눈앞의 존귀한 존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런 존재 따위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말세의 조각임에도.
곧 이 세상을 모두 바다에 잠기게 할 것임에도.
말 한마디로 세상의 이치를 바꿔 사람을 심해 속에 처박아버릴 수 있는 존재임에도.
작은 진천희들이 동시에 말했다.
‘……돌아라. 거꾸로.’
막이 내렸으니 다음 막을 시작할 때.
무대 커튼을 올리는 것은 그들의 역할 아니던가.
진천희의 몸이 떠오른다.
[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 네놈, 네놈 인간이 맞나! 어찌하여 인간이 이리도 지독한 ■■를!]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인연.
사람을 살리고 나아가고, 나아가고, 나아가고.
만개한 신앙이 인과율을 속이며 세상을 비틀기 시작했다.
[감히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금■을! 네놈, 아니 ‘네놈들’은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아득한 존재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낀다.
개미에게 결코 느낄 리 없는 감정.
부정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그는 영원의 시간 동안 처음으로 느낀 ‘공포’를 부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
하찮은 필멸자에게 결코 주어져서는 안 되는 권능!
‘…….’
그럼에도 작은 진천희들은 답하지 않았다.
존귀한 옛 존재의 권능을 무시하며.
바닷속에서 내렸던 눈이 거꾸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역천(逆天).
의원은 다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