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44
제 944화
진천희가 바닥에 착지하자, 주변 문인들이 모두 몰려왔다.
“세상에, 강호인이 어찌 이런 힘을!”
“고맙소, 고맙소! 내 법술도 없이 이렇게 이물(異物)을 처치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소!”
“대단하오! 참으로 대단하오!”
모두가 진천희에게 감사를 표했다.
문득, 느낀 것이 문인들은 무공을 주술이나 법술, 도술보다 아래로 보고 있는 듯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만…….’
마른하늘에서 정확하게 내리꽂히는 번개.
그것도 이물(異物)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내리꽂히지 않았던가.
그것은 무공이라기보다는 자연을 이용한 무언가였고, 일반적인 강호인이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긴 했다.
‘모산파가 어째서 강호에 나오지 않는지 알겠군.’
무협 소설에서도 모산파가 주력으로 나오는 일은 흔치 않았다.
보통 그들은 ‘배경’ 같은 것이었다.
부적을 날려 진법을 파훼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진법을 만들어 순식간에 주변이 안개에 휩싸이게 만드는 것들.
그래도 정파라서 사악하게 나오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하지만, 또 그건 작가마다 쓰기 나름이고.
이곳 지존천마에서도 모산파는 약간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는데, 그들이 쓰는 것은 무공과는 또 달라 보였다.
그러니 용봉지회에도 경기장 만드는 일을 하지, 애들을 용봉지회에 보내지는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를 이렇게 알게 되네.’
지존천마만 읽었으면 절대 몰랐을 무대 뒤편의 이야기다.
진천희는 별일 아니라며 겸손히 답하고는 방금 것 때문에 외인을 못 받았는지 물어보았다.
“아, 그렇소이다. 진법의 특성상 대문이 열리면 이물도 밖으로 나오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외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소.”
“진법뿐 아니라 일종의 결계도 느껴집니다만.”
“아, 결계를 아시오? 신기하군. 보통 강호인은 이런 쪽의 지식을 알기 어려운데…….”
문인들이 눈을 빛내며 진천희에게 접근한다.
아주 이것저것 물어보려는 것이 진주언가의 가주가 떠오를 지경.
‘아이고, 붙잡혔다가는 해 지겠네.’
진천희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장문인을 뵐 수 있는지요. 백린의각의 전언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 그건 위에 이야기를 해봐야…….”
그리 말하며 진천희를 붙잡으려던 찰나.
목소리가 울렸다.
-손님께 들어오시라고 하거라.
‘설마 천리전성?’
아니다. 음공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똑같이 kiii를 사용하나 그 근본부터 다른 느낌.
‘술법……의 일종인 모양이군.’
문인들은 익숙한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장문인께서 벽안신의를 초대하셨습니다. 들어가시지요.”
그 말과 함께 문인들이 일제히 길을 열어주었다.
진천희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잔뜩 있는 듯했으나 하나같이 아쉬워하는 분위기.
그렇게 진천희는 모산파에 입산했다.
* * *
문인들의 안내에 따라 산을 올라가니 사방에 기묘한 진법들이 펼쳐져 있는 게 보였다.
“조심하십시오. 저희 모산파는 선인들께서 수많은 진법들로 문파를 지키고 있어 외인들은 자칫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저마다 문인들이 한마디씩 조잘거렸다.
“사실 저희들도 가끔 길을 잃고 곤욕을 겪곤 하지요. 개중에는 어떤 술법을 썼는지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 파훼 자체가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참 대단하군요. 진식과 술법에서 풍겨오는 기운이 대단합니다.”
“네. 대신 환란 속에서도 누구도 모산파를 침범하지 못하니 다행인 일이지요.”
모산파 문인들의 어깨가 으쓱했다.
그들에게 있어 무인들이란 칼과 무공만 사용하여 도(道)를 논하는 자들.
모산파의 힘을 알아보는 자들이 없다.
반면에 이번에 온 백린의각의 소각주는 자신들을 도와 이물(異物)을 물리쳐준 데다가 술법을 보는 안목도 있는 것 같으니 싫어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자랑도 할 수 있다!
안목이 없는 놈은 자랑 자체가 불가능한데 말이다.
반면 진천희는 생각했다.
‘과연 대단해. 내가 모르는 술법들이 이렇게 많네.’
하지만 왜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느낌으로 알 것 같았다.
마치 이제는 모두가 잊어버린 오래된 무언가가 알려주는 기분이 들었다.
‘저건 미혼진(迷魂陳)인데… 거기에 환혹 계열 술법도 걸려 있는 것 같고. 저거는 탈혼진(奪魂陳). 섞인 주술은 여기서는 모르겠는걸……? 가까이서 봐야 알지도…….’
진천희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지? 나는 어째서 이걸 알고 있는 거지?’
가끔 머릿속에서 들리는 작은 진천희들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마치 육감 그 자체가 자아를 가지고 가르쳐주는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아주 먼 곳. 광기에 가까운 무언가가 알려주는 느낌.
선하고 옳은 감각은 아니다.
허나, 그것은 왜인지 싫은 감각은 아니었다.
그냥 알던 것을 아는 느낌.
‘복희의 피이기 때문인가?’
신혈을 타고나면 주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다고 들었는데, 다른 풍가의 형제들도 그런 걸까.
진천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골드&실버&레드에게 물어보면 해결될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오오, 너는 보는 것만으로도 술법과 주술을 간파할 수 있단 말이냐.’ 하며 망태기에 담겨 못 나올 수 있다는 게 문제지.
본인들만 할 수 있는데 진천희가 추가로 되면 그것도 문제고.
최악의 경우.
본인들은 못 하는데 진천희만이 가능하면 자동 급식기에 최신 기능이 추가되는 거니 황상으로서 이 새끼를 어떻게 가만히 두겠나.
붙잡아다 일 시켜야지.
‘……그래. 나만 알자. 나만.’
그렇게 갖가지 진법과 술법을 구경하며 느낀 점은.
‘확실히 오랜 시간 좌도방문의 술수를 지켜온 문파다워. 쟈시도 훌륭한 주술사지만. 술법의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았었지.’
이를테면 쟈시는 원시 주술.
이쪽은 체계화된 주술.
쟈시가 하고 있는 것이 모든 주술과 술법, 법술의 원형 같은 것이라면,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그걸 기반으로 세대와 세대를 거쳐서 개량해온 맛이 난다.
쓰임새 자체가 다르기에 뭐가 더 강하다 약하다 하기는 어렵다.
술사 차이도 많이 날 거고.
그렇게 구경하며 계단을 다 올라가니, 문인들이 하나같이 헉헉거리며 말했다.
“도… 도착했습니다……. 허억.”
확실히 강호인들보다는 체력이 약해 보였다.
진천희는 감사의 의미로 물통을 꺼내서 빙기로 차갑게 식혀 건네주었다.
“오오! 소중한 빙공을 이렇게 써주시다니!”
“실로 감사하오! 벽안신의!”
“역시 벽안신의는 무식하고 오만한 강호인들과는 다르구려.”
……대체 모산파에게 있어 강호인은 어떤 이미지이기에 이런 걸까.
‘그래. 한빙기로 물 식혀 주는 강호인이 적기는 하지…….’
무공은 문파의 정신이고 자부심.
그 정신과 자부심으로 물 식혀다가 꿀꺽꿀꺽 먹는 놈들이 드물다.
현대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약간 조상님 족보로 물 식혀 먹는 기분이 드나 보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진천희를 바라보는 모산파 문인들의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 주십시오.”
“아, 네네.”
고작 물병 하나 식혀 주었을 뿐인데 뭐 이렇게까지?
‘뭐, 예의상 하는 말이겠지.’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문파 안으로 들어갔다.
* * *
문파 내부에 도착하니 상당한 영기가 흐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중앙에는 무언가의 의식을 위한 제단 같은 게 있었는데, 사람들이 진법의 축이 되어 서 있는 게 보였다.
아무도 그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진천희는 저도 모르게 바로 파악했다.
‘아까 그 그림자 용을 봉인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진식인 모양이구나.’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졌다.
그때 노도사가 진천희를 맞이하러 나오더니 흠칫 놀라서 멈춘다.
“자네……. 아니… 요괴…는 아니군……. 이물도 아니고… 그보다는 신성한 느낌이 드는 것이. 혹시 선계에서 오신 겝니까?”
갑자기 극존칭을 하며 예를 표한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진천희가 말했다.
“어……. 백린의각에서 전언을 전하러 온 소각주 진천희라고 합니다.”
“아, 아아…. 내가 착각한 건가. 이 무슨 실수가…….”
노도사는 자신의 이마를 찰싹찰싹 때리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네. 내가 방금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하여 착각을 한 것 같군. 아니, 이상한데? 힘을 너무 많이 쓰면 힘들지언정, 오히려 영통이 예민해질 텐데 이런 착오가 생기다니.”
그는 진천희를 한참 바라본다.
‘왜인지 모산파 사람들이 자꾸 나를 신선 같은 존재로 착각하는 모양인데?’
거기다 노도사는 그렇게 한참이나 진천희를 혼란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
진천희가 눈을 마주 보자, 결국 민망해졌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시 예를 표했다.
아까보다는 가벼운 예였다.
“어서 오시게. 본 도가 이 본파의 장문인으로 있는 영성(靈成)이라고 하네.”
‘음, 방금의 번개는 이분이 쏜 건가.’
진천희는 그리 생각하며 함께 예를 표했다.
“영성산인 장문인을 뵙습니다.”
산인(山人)은 보통 고명한 도사에게 붙여주는 호칭.
영성이라는 도호를 쓰는 모산파 장문인은 강호에서는 보통 영성산인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산인을 합하면 선(仙) 자가 되기 때문.
탈각하여 신선이 되기 전의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기도 하고, 그만큼 선(仙)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다.
“방금 일을 치러서 조금 번잡하군. 도움을 주어 고맙네. 안쪽으로 들어가겠나?”
“초청해 주신다면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영성산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수염을 쓸었다.
“좋군. 좋아.”
* * *
그렇게 들어간 장문인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앉자 누군가 나와 차를 내렸다.
그런데 차를 내온 사람에게서 사람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천희는 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건……. 인형술이군요.”
말하고 아차 싶었다.
이름만 들어 봤지, 진짜로 보는 것은 처음인 지식이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아예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해버렸다.
반면 장문인 영성산인은 기꺼운지 허허롭게 웃었다.
“오오, 알아보았는가! 강호인들은 이걸 보여주면 기껏해야 대련장에서 움직이는 목인인 줄 아는데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술법이지, 암!”
“네. 움직임이 훨씬 정교하군요.”
“자네, 눈이 좋군. 인형에 염(念)을 불어넣어 움직이게 하는 게야.”
“술제님의 것과 비슷하네요.”
술제의 말이 나오자 영선산인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비슷하긴 한데……. 계파는 다르다네. 귀령파는 그 이름처럼 귀(鬼)와 영(靈)을 붙잡아서 사용하거든. 여러모로 부작용이 있지만 그 힘은 크고 강렬하지. 그리고 사이하다네.”
음, 아무래도 두 분은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같은 술법과 주술을 써도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것 같고.
‘이건 몰랐던 이야기인데 이렇게 알게 되네.’
인형술로 움직이는 목인들이 끓인 차는 향긋했다.
물론 일류에 비할 바는 아니나,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끓인 것과 진배없어서 신기하긴 했다.
‘강호의 4차산업인가?’
현대인은 미친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