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57
제 957화
여하륜이 괴이한 장소에서 싸운 지 며칠 후.
허공에서 여하륜이 떨어진다.
진천희는 달려가서 여하륜을 받았다.
‘사람이 허공에서 떨어지다니……. 어째 하륜이랑은 정상적으로 만나는 일보다 이렇게 괴이하게 보는 일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네.’
여하륜은 정신을 잃은 상태 같아 보였다.
의복은 거의 찢겨 있었고 몸에는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이 녀석이 이 정도로 다치고 기절할 일이 뭐가 있지?’
좀처럼 상상이 되질 않았다.
애초에 천살성의 재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질 않다.
진천희는 근처 쉴 만한 동굴을 찾아 여하륜을 눕히고는 응급 상자를 꺼냈다.
곧바로 열양기로 준비한 물을 끓이고는 의식 없는 여하륜을 진맥했다.
‘이러니까 옛날 생각 나네. 그때 너는 개방 선대 방주님께 크게 당해서 고생했었는데…….’
이번에도 어딘가에서 상처를 입고 하늘에서 추락했다.
기묘했다. 마치 공간 그 자체가 열리는 듯한 감각.
진천희는 천천히 여하륜을 진맥하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다행이다. 그 와중에 급소는 다 피했네. 뼈랑 근육도 이 정도면 멀쩡하고. 아, 그래도 부러진 곳은 있긴 하구나. 그래도 이 정도면 도수정복도 충분히 가능해.”
진천희는 여하륜이 기특하다는 듯 머리를 한번 쓸어주고는 상처를 소독하고 꿰맸다.
“다치는 것도 어째 치료하기 쉬운 곳만 또 다쳐줬네. 계산하고 다친 건가?”
보통의 강호인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어쩐지 여하륜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음, 너도 외공은 익혀야겠다.”
그리 말하며 여하륜의 옷을 빠르게 벗기고는 물통과 화생기를 이용해 빠르게 소독했다.
그렇게 전신을 치료하고 부러진 곳은 부목을 댔다.
‘대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운 걸까.’
상처들을 보니 예전에 난 상처들도 많았고, 전신은 흉터투성이다.
‘그래. 고생하고 있구나.’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마지막 처치까지 끝낸다.
“이제 남은 건 내기인가.”
싸우면서 심혼이 뒤흔들렸는지, 몸속에 있는 내기가 제멋대로 들끓고 있었다.
진천희는 손을 뻗어서 여하륜의 단전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렇게 아랫배에 손을 얹으려는데.
번뜩!
여하륜의 두 눈이 번쩍 떠지는 게 아닌가.
그와 동시에 살기가 자욱하게 사방을 감싸기 시작했다.
기묘했다.
마치 짐승 같은 표정으로 진천희를 바라본다.
여하륜이 이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던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그제야 정체를 깨달았다.
‘천살성?’
그가 뿜어내는 살기가 솜털까지 곤두서게 만든다.
‘단순히 살기가 아니다. 이것은 의념 그 자체를 담았어.’
그저 순수하게 죽인다는 본능만으로 살기가 더욱 짙어진다.
주변 산짐승들이 살기를 견디지 못하고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우드드득-
상처가 마치 시간을 감듯이 빠르게 아무는 게 아닌가.
이윽고 여하륜이 말한다.
“죽인다.”
‘폭주?’
지존천마에서 본 적이 있는 장면이다.
여하륜이 이렇게 미쳐버리고 나면 적도, 아군도 모두 시체로 변한다.
그리고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는…….
‘오우, 나군.’
아니나 다를까, 폭주하는 여하륜이 진천희를 향해 출수를 하려는 순간.
팔에 부목을 대고 있다는 것을 천살성이 그제야 깨달았고. 그 틈에 진천희는 현원전단신공으로 시간을 감는다.
한없이 정지된 시간으로 보아도 여하륜은 빠르다.
하지만, 부목 덕분에 진천희가 더 빠르다.
거기다 저쪽은 마침 누워있는 자세이기에 초식을 쓰기 훨씬 불편할 터.
진천희의 손이 빠르게, 하지만 현원전단신공으로는 적당한 속도로 여하륜의 혈도를 짚었다.
퉁!
순식간에 첫 번째 혈도를 점한다.
목 아래 천돌혈!
우득-
그 순간 부목이 폭발하듯 부서진다.
‘소설에서 여하륜이 폭주하면 점혈 하나로는 안 된 적이 있었었지.’
곧바로 두 번째 혈도를 누른다.
명치의 전중혈!
마지막 세 번째로는 어깨의 중부혈을 눌러 팔을 못 움직이게 할 셈이었다.
그런데, 한없이 느려진 시간 속에서 여하륜의 손이 점점 더 빨라지고, 더 빨라지는 게 아닌가……!
‘망할! 시간이 없……!’
현원전단신공은 빠르게 판단을 내린다.
혈도를 누르는 게 불가능하다면……!
진천희의 손이 이화접목의 묘리를 이용해 여하륜의 팔을 붙잡는다.
그러고는 회(回)의 묘리를 담아 손목을 퉁겼다.
우드드득!
“크아아아아악!”
한순간에 팔이 순식간에 빠진다.
‘미친. 상처가 회복됐다고는 해도 기력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날뛸 수 있다고?’
만약 여하륜을 치료하는 와중이 아니었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만났다면 제아무리 진천희라도 목숨을 장담키 어려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존천마의 여하륜은 화경임에도 현경의 적을 죽였던 자였고.
그저 자아가 하륜이에서 천살성으로 변모했을 뿐인데 부러진 뼈가 붙고 끊겼던 살이 이어지지 않던가.
진천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적은 없어.”
하지만 다음 팔이 날아온다.
허나, 점혈에 한쪽 팔은 탈골.
누워있는 자세로 하는 공격이니 여기서부터는 진천희의 적수가 될 수가 없었다.
우드드득-
회(回)의 묘리가 의념에 담기니 순식간에 다른 팔도 탈골이 된다.
“끄아아아악!”
“쉬이……. 아프지? 괜찮아. 적은 없어.”
동생을 치료하다 점혈하고 사지 관절을 다시 뽑는 기묘한 과정.
진천희 스스로도 이게 무슨 짓인가 싶지만, 그래도 아우에게 형을 죽이게 할 수는 없지 않나.
어찌 되었건 적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면 여하륜의 본래 이성이 돌아올 테니.
문득 천살성의 붉은 눈이 진천희의 푸른 눈을 응시한다.
동생의 양팔을 뽑고 진천희는 여하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다. 괜찮다. 안전하다… 적은 없다.”
마치 상처 입은 짐승을 어르듯 머리를 쓸었다.
관절 뽑고 둥기둥기하고 있자니 영락없는 미친놈이었다.
그래서인지, 천살성은 다른 의미로 공포에 젖은 모양이었다.
천살성이 다리를 움직이자, 진천희가 빤히 바라본다.
다리 관절도 뽑아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
움찔.
그 순간, 먼저 움직인 것은 진천희였다.
다리를 만질 것도 없다. 어깨 한쪽을 붙잡아 세탁물 털듯이 흔든 것이 전부.
허나, 어깨에서 시작된 진동이 쇄골을 타고 명치를 타고 골반을 타고 마침내 다리로 도달한다.
그저 그렇게 도달한 것뿐임에도 진동은 점점 더 커져만 가더니…….
우득!
관절이 뽑혔다.
“크으으으윽!”
무슨 수를 쓴 건지 아까보다는 덜 아프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것은 확실했다.
“다리 한쪽은 냅둘게. 잘할 수 있지?”
무엇을 잘한다는 뜻인가.
허나, 푸른 눈동자가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천살성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착하다. 착하다. 여긴 안전해요.”
그리 말하며 개를 쓰다듬듯 머리를 한참 쓰다듬었다.
천살성은 그러다 문득 황구와 눈이 마주쳤다.
아르르르-
콧잔등에 주름이 가득했다.
그 표정을 보자마자 천살성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개는 질투 중이었다.
그것도 아주 맹렬하게.
그동안 진천희가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하든 질투 한 번 하지 않던 놈이다.
그런 놈이 천살성을 상대로 질투를 할 줄이야.
이 개 놈, 설마 천살성인 자신과 본인을 동격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팔을 못 움직여서 그렇지, 출수만 할 수 있다면 한 줌 핏물로 화할 영물 주제에.
허나, 진천희는 여전히 천살성의 머리를 쓸고 있었다.
푸른 눈이 섬뜩하다.
“착하다, 착하다. 잘 쉬면 이따가 간식 줄게.”
그렇게 쓰다듬을 받는 천살성을 황구는 여전히 질투 중이다.
아르르르르-
“…….”
천살성은 뭔가 이상했다.
* * *
긴 꿈을 꾸었다.
어둠 속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꿈.
하늘에는 두 개의 푸른 달이 있었고, 자신은 어딘지 모를 곳을 계속해서 추락했다.
땅에 닿지도 않고, 그렇다고 붙잡을 곳도 없이.
그저 추락하고, 또 추락하기만 하는 꿈.
이윽고 여하륜이 눈을 떴을 때는 푸른 한 쌍의 달은 사라지고, 노란 달이 떠 있었다.
보름달이었다.
달이 이렇게 밝은데, 별빛도 강해서 은하수가 길게 이어지는 것이 보였다.
보글보글보글-
무언가가 끓고 있다.
고소한 냄새. 맛있는 냄새.
미각을 잃은 지 오래되었는데도 이 향기에 침이 고인다.
치이익!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흑갑오공의 껍질로 만든 화과를 휘두르고 있는 형이 보였다.
푸른 한 쌍의 달이 무엇인지, 여하륜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것은 형의 눈동자였다.
가슴을 누르니 온몸에 들끓던 기혈이 비 맞은 개처럼 얌전하게 돌고 있었다.
“일어났구나. 좀 더 누워 있어.”
“팔다리가… 욱신거리는군. 그렇게 큰 상처를 입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할 터.”
“아, 하하하…….”
진천희는 시선을 회피한다.
차마 아우가 미쳐서 사지를 뽑았다는 소리까지는 못 하는 형이었다.
하지만 여하륜은 바로 알아차렸다.
“천살성도 조용하고. 형이 뭔가 한 건가?”
“……어. 최대한 좋게 좋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이 형은. 그리고 너 미치면 좀 많이 무섭더라. 아이고… 그래도 네가 부목 대고 누워있는 자세여서 망정이지.”
그 상대로 바로 제압한 모양이다.
“옷은……?”
“내가 여벌로 가지고 있는 옷 앞에 개 놨으니까 그거 입어. 전에 입던 마교 옷은 이미 넝마 짝이라 다시 못 입겠더라.”
여하륜은 형의 옷을 집어 들었다.
“너한테는 좀 작을 거야.”
“……그래 보이는군.”
여하륜은 군말 없이 형이 건넨 옷을 입었다.
그 말대로 소매며 밑단이며 좀 작긴 했다.
“천살성이 형을 두려워하는군.”
“이상하다? 나 되게 친절하게 잘 대화로 끝낸 거 같은데?”
진천희가 국자를 들고 생각에 잠긴다.
“아무튼 넌 뭐 좀 먹어야겠다. 무슨 사람 몸이 뼈밖에 없나?”
“근육밖에 없다는 소리는 들어 봤어도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
“아니야. 뼈밖에 없어. 갈빗대가 잡히더라.”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여하륜은 잠자코 앉아 있었다.
여기는 안전했고, 좋은 냄새가 났고, 하늘에 별이 밝았으니까.
형이 있는 곳은 으레 그랬다.
이 풍경에 그가 있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자, 먹어. 약재 넣은 돼지고기 계란 후추 죽이야. 기혈 들끓고 나면 이렇게 부드러운 거 먹는 게 차라리 나아.”
“…….”
“아, 맞다.”
진천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침을 꽂아서 여하륜의 미각을 회복시켰다.
여하륜은 그제야 음미하듯 한입 삼킨다.
“맛있군.”
고작 계란죽에 돼지고기 넣은 것뿐이라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맛이다.
여하륜은 밥알 하나까지 음미하듯 천천히 씹었다.
“더 줄게. 아껴 먹지 마.”
“음.”
치이이익-
이번에는 계란을 까서 튀기듯이 구웠다.
노른자의 윤곽이 또렷하다.
“아, 이 계란은 원래는 남한테 안 주는데 특별하게 너 주는 거야.”
“음?”
“뇌진 알이다. 무정란.”
가끔 뇌진도 무정란을 낳을 때가 있는데, 그렇게 낳은 무정란을 자꾸만 진천희한테 건네준다.
이걸 대체 어떻게 쓰라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대충 놨더니 천진과 난만이 뇌진 무정란을 훔쳐다 쪼아 먹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걸 보고 저 아까운 걸 왜 안 먹냐고, 혹시 너 좀 어디 모자라냐는 듯 바라보는 뇌진의 눈빛.
인간의 시점으로 영물을 판단하면 안 되는… 모양이었다…….
문헌을 찾아보니 천뢰응이 낳은 무정란은 안에 뇌력이 담겨 있어 썩지도 않고, 준영약으로 쓴다기에 잘 보관하고 있다.
‘무정란을 무척 드물게 낳는다고 하던데 우리 뇌진은 심심하면 자꾸 낳고 가네.’
문헌을 보니 십 년에 한 번이라는 말도 있다.
스승님은 뇌진이 야생에서는 긴장하면서 살아야 했는데, 여기서는 행복하게 잘 지내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고 하셨다.
단순히 의식주가 보장된 것뿐만 아니라 대화할 상대가 두 자식들 외에 황구 그리고 유호(?)도 있어서 말벗도 많이 생겼고.
‘생각해 보니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요즘은 깃털 때깔부터가 다르긴 하지.’
그냥 살기 너무 좋은 모양.
영약 낳는 거위… 아니…. 영약 낳는 영물이다.
‘조류 영물이 특히 희귀한 데다 영약도 낳으니까 다들 얻기 위해 별짓을 다 했었구나.’
그런 뇌진을 전서구로 쓰고 있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거기까지 생각을 끝낸 진천희가 말했다.
“너 허공에서 떨어졌더라.”
“음.”
“대체 어디서 떨어진 거야?”
그 자리에는 하늘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 않나.
마치 사람이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