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64
제 964화
진천희는 뒤를 돌아보았다.
황구는 여전히 자고 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주유려가 하는 말은 못 듣는다고는 해도 진천희나 여하륜이 하는 말은 들을 수도 있지 않나.
‘이 또한 주술이 포함된 건가?’
왜일까.
이 부분에 관해서는 육감도 쉽사리 답하지 않았다.
주술 인간이 무엇인지 속삭였을 정도인데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윽고 진천희가 말했다.
“음. 저 사람이 누군지 일단 알아봐야겠다. 하륜아.”
“그래야겠군. 나도 수하들을 소집해야겠다.”
진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단은! 나도 같이 다니자.”
“형의 스승은 반대할 텐데?”
“괜찮아. 스승님은 이해해 주실 거야!”
“…….”
여하륜은 물끄러미 그런 형을 바라본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천살성과 함께 중얼거린 한마디.
속으로는 그리 생각하지만, 여하륜의 입은 착실하게 다른 이야기를 했다.
“상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형. 위험하니 돌아가라.”
“내가 네 형이야. 잔말 말아. 일단 소교주들을 정리하고……. 네가 유일한 소교주가 되면 마교의 일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도우려는 거야.”
‘그래. 이런 형이지.’
여하륜은 그런 형을 깊이 존경했다.
진천희가 그런 여하륜의 속도 모르고 말을 이었다.
“강호 전체가 마공 밭이 되는 꼴 나는 못 본다.”
“…….”
“여하륜. 대답!”
“……그런가. 고맙다.”
여하륜의 허락이 떨어졌다.
“고맙기는……. 짜식.”
그때 별실 밖에서 삐이이익! 하는 소리가 울렸다.
“오, 드디어 뇌진이 돌아왔네!”
그와 동시에, 여하륜의 신호에 따라 흑설묘가 밖으로 나갔다.
“음?”
“흑설묘가 흩어져있는 수하들을 모아줄 거다.”
오……. 역시 영물은 영물이구나.
* * *
밤이 지나고 낮이 되었다.
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했다.
원래라면 객잔에서 밥을 사 먹었을 텐데, 이번에는 힘을 내자는 의미로 진천희가 직접 아우의 아침을 차려주었다.
두 사람은 잠을 자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일월신교의 내부 이야기.
그중에서도 여하륜의 부하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네 부하들은 강해?”
“솔직히 말하면… 마교 내에서 가장 능력이 떨어지는 자들이다.”
“호오……?”
부하지만 평가가 가차 없다.
하지만 이게 천살성 여하륜이지.
그런 여하륜이 말을 이었다.
“능력이 있는 자들은 보통 마종육가의 소교주 밑에 들어간다. 무골이 잘 발달된 아이들은 이미 대여섯 살쯤에 점 찍어 놓기 때문에 내 부하로 오는 자들은 선천적으로 부족한 자들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알력 다툼에 밀려 떨어져 나오거나.”
떨거지들.
마교의 많은 이들이 여하륜의 부하들을 그리 칭하며 손가락질을했다.
소교주 전쟁은 결국 그 세력이 얼마나 강대한가가 중요하다.
비루먹은 개들만 모아놓은 세력이니 금방 없어지리라 모두가 점쳤다.
“전부 거둔 거야?”
“음. 싸우다 죽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으나, 온다는 놈은 막지 않는다.”
‘하하하, 간자를 솎아내느라 일카나가 고생했겠군.’
물론 그런 일이 터진다고 한들, 여하륜이야 짱 센 지존천마 주인공님이시니까 지존펀치로 배신자의 심장을 뽑아줬겠지만… 거기 쓸려갈 다른 부하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일카나는 마치 애니멀 호더를 부모로 둔 딸처럼 아주 지옥을 맛봤을 터였다.
아빠가 산에서 자꾸 무언가를 주워 온다.
그중에 벼룩이나 역병 옮기는 놈도 있을 텐데 아무튼 따라오고 싶다고 하니 차별 없이 받아 줬단다.
‘……그걸 다 받아 조직을 돌릴 정도면 일카나는 얼마나 갈린 거지?’
진천희 역시 책사로서 같은 책사의 심정을 이해했다.
여하륜이 말했다.
“받은 자들 모두 훈련시켰다. 비록 타고난 무골이 아닐지라도 인간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내가 알고 있으니까.”
그리 말하며 진천희를 응시했다.
“…….”
아우의 붉은 눈동자에는 단 한 점의 망념도 없어서 형은 좀 민망해졌다.
‘그렇군. 여하륜은 나를 그리 보고 있었던 건가.’
여하륜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련하다 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수련하는 한에는 인간은 성장하기 마련이라고.
‘수련하다 죽……어?’
의원이 들어서는 안 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여하륜은 고개를 끄덕인다.
강호에서 수련하다 죽는 것 또한 당연한 순리인 법!
인권? 모른다.
그건 다 본인이 약한 탓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보시다시피 마교 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집단으로 성장했다.”
“그……렇겠지. 최후의 5인이잖아. 약한 세력이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럼에도 소교주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소교주보다 늦게 아는 수하라니.
‘어째 부하도 여하륜 닮았네.’
강하다. 분명 강한데… 이런 중요한 건 좀 느리다.
“형이 육성한 책사 일카나의 활약도 대단했지. 일카나의 책략 덕에 하나의 세력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저들은 마종육가에서 오랜 지식을 축적한 자들.
그 저력은 상상 이상이다.”
그 다섯 소교주 중에 여하륜의 세력이 가장 약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려나.
“그래서 네 수하는 몇 명 정도인데?”
“약 천 명이다.”
이건 제대로 기억하는 모양이군.
“많네……. 그렇다고 어디 마을, 만남의 광장 같은 곳에 다 모으면 그거, 큰일 날 거 같은데?”
제국 내에서 마교도가 천 명이나 모이면 바로 그냥 반역자 토벌 대상이다.
애초에 마교는 스스로를 ‘하늘’이라고 칭하고 있고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놈들이 야밤에 복면 쓰고 저 어디 숲 사이로 나오면 모를까, 대놓고 마을 광장에 모인다?
관에서도 반역자로 토벌하겠지만, 근처 정파, 사파들도 연합해서 덤벼들 수가 있었다.
“괜찮다. 즉시 제거하면 해결된다.”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준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귀찮아질 수 있으니 빠르게 사라진다.”
……강호인이 아니라 그냥 게릴라 레지스탕스… 군벌……?
‘아니, 그게 마교지. 마교고 무협이지.’
현대인은 다시 여기는 강호이고, 현대 행정과 일대일 동치시켜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상기하려고 애를 쓴다.
이 동네 양민들이 존경스럽다.
여하륜이 말했다.
“어차피 저쪽에서도 전부 나에게 덤벼들지는 못하겠지. 계책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우선은 일카나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나, 나도 뭔가 생각해 보도록 할게.”
일카나가 불쌍해졌다.
이래서야 한 팔이라도 보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러면 일카나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무공 수련 좀 하자.”
“무공 수련?”
“그래. 너도 배울 게 많아.”
그동안은 천마신공 하나만을 정진하지 않았나.
이제 여하륜도 다른 마종육가들처럼 꼼수를 이용할 때가 되었다.
‘천살성이 꼼수까지 쓰면 어찌 되는지 내가 다 궁금해지는걸?’
여하륜이 말했다.
“형이 가르쳐 주는 거라면 분명 쓸모 있겠지. 좋다.”
이놈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 * *
책사란 준비하는 자다.
그들에게 가장 큰 자원이란 곧 시간.
단 한 줌의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세(戰勢)는 완전하게 바뀌기 마련이다.
며칠 동안의 짧은 시간.
진천희는 여하륜에게 필요한 무공들을 전수했다.
‘아니, 내가 짐작하기에 필요하다 싶은 무공이긴 하지만.’
천마신공 하나만으로도 지존천마의 엔딩까지 가서 등선한 게 우리의 주인공 아닌가.
어쩌면 이런 것들은 여하륜에게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허나, 조금이라도 편하게 갔으면 하는 게 형의 마음이다.
그중 하나가 외공.
외공은 반복된 행동과 내가진기 소모를 통해 육체 자체를 단련시키는 것.
때문에 내공심법과 같이 익힌다고 하더라도 주화입마가 올 이유가 없다.
‘지난번 쓰러졌을 때 잔상처들이 많았었지.’
작은 상처라고 해도 상처는 상처.
계속 상처가 축적되다 보면 위험해진다.
‘하는 김에 다른 아우들에게도 가르쳐준 천룡불사기공을 가르치고, 또한 야수감각도 역시 가르친다.’
기본적인 것부터 일단 들어가자.
노력 대비 성능이 가장 좋은 것으로.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진천희는 구결과 요체를 가르쳤고, 여하륜은 그저 한 번 듣는 것만으로도 깨닫더니 순식간에 외공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천살성의 천재성 덕분!
그 가공할 능력 덕분에 외공을 듣자마자 그것만으로도 성취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역시 하늘이 내린 재능이었다.
그렇게 수련을 하면서 며칠 지내는 사이.
오라는 일카나는 안 오고 의외의 사람이 도착했다.
“진 아우! 여기 있다고 들었네!”
남궁세가의 현재 가주.
남궁운이 나타났다.
* * *
남궁운은 별채에 있는 여하륜을 보고 놀랐다.
“자네 의동생이 여기에는 대체 왜……? 마교 아닌가.”
“흑검문이다.”
“…….”
여하륜은 스스로를 흑검문이라 주장했다.
남궁운이 빠르게 말했다.
“그래. ‘흑검문’ 동생이 무슨 일로 와 있나.”
진천희가 끼어들었다.
“그러는 남궁 형이야말로 여기 어떻게 오신 겁니까?”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음에도 남궁운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답했다.
“화현에서 수파채가 토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온 것이네만. 커다란 영물견을 타고 다니는 엄청난 미인이 있다는 정보도 들어왔고…… 딱 봐도 진 아우 자네 아닌가?”
“하긴. 황구가 눈에 띄긴 하죠.”
“그렇다기보다는… 진 아우 자네, 정체를 감출 생각이 없지 않나? 현령에게 관군도 동원해 달라고 했다면서? 안휘성에서 그 정도로 움직이는데 내 귀에 안 들어올 리가 있겠나.”
하긴, 여기는 남궁세가의 영역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직접 남궁운 자신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가주면 한창 바쁠 텐데도…….’
남궁운은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태연스럽게 말했다.
“그래. 여 소협도 오랜만이로군. ‘흑검문’은 요새 좀 괜찮나?”
“그건 왜 물어보지?”
“최근에 ‘흑검문’의 움직임이 수상쩍다는 첩보를 받아서 말이지…….”
여하륜은 남궁세가주의 셋째 부인이 마교의 간자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문다.
“…약간의 움직임이 있었다.”
세력이 다르다 해서 밀고를 하는 것은 일월신교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진천희가 빠르게 말했다.
“음……. 그쪽이 요새 움직이고 있긴 하죠. 아, 제 의동생과는 관계없어요. 문파 내에서도 조직이 갈리는 일이라서.”
그 말에 남궁운이 부드럽게 검 손잡이에서 손을 뗀다.
‘역시, 여차하면 싸울 생각이었나 보네.’
겉으로 봐서는 사람 좋은 호인인데 은근히 이런 부분은 날카롭단 말이지.
남궁운이 말했다.
“진 아우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그래서 무슨 일인가?”
“마교의 어느… 세력이 마공을 무분별하게 뿌리고 다니거든요.”
“호오?”
남궁운의 눈이 호기롭게 빛난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진천희는 남궁운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세를 읽었다.
‘더 강해졌군.’
가주가 되고 수련 시간이 부족할 거라 생각했는데.
약해지기는커녕 그 기세는 무림맹주를 압도하고 있었다.
‘…못 보던 사이에 깨달음이라도 얻었나?’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