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69
제 969화
하늘에서부터 떨어진 검은 구체가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무엇이든 빨아들인 후 압착하여 가루로 만드는 천마신공의 절초 파천일공!
미증유의 폭발이 일어나며 흑록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간다.
“하앗!”
그러나 놀랍게도 흑록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는 게 아닌가!?
파천일공은 강기를 넘은 강환에 닿은 절대의 파괴력을 가진 무공임에도 그것을 견디어 낸 것.
콰창!
놀랍게도 흑록은 여하륜이 날리는 공격 대부분을 몸으로 견뎌내기 시작했다.
“네놈의 무공과 습관, 그 모든 것들을 마종육가 전체가 연구해냈지. 이제 와서 여하륜, 네놈의 공격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느냐?”
“마종육가 전부가 내 무공을 분석하기 위해 덤벼들다니. 호사가 따로 없군. 그래 봤자 기본적인 천마신공일 뿐인데.”
“아니, 달라! 다르다! 네놈의 천마신공과 우리의 천마신공은 달라!”
“?”
그 순간, 여하륜은 흑록의 공격 대부분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낸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여하륜의 모든 투로를 분석하여 알게 되었음에도 흑록의 공격은 단 한 번도 여하륜에게 닿지 않았다.
‘왜지, 왜냐?! 왜 조금도 네놈에게……?’
초조한 마음에 흑록의 권로가 수십, 수백으로 부풀어 오르고.
여하륜 역시 차가운 눈으로 함께 마주 공격했다.
수십 가지의 공방이 뻗어나가며 장관을 만들어낸다.
퍼버버벅!
‘흑록이 분전하는군. 놈은 무공의 파훼식을 분명 익혔을 터. 그럼에도 이건 예상 밖인걸?’
마종육가의 수많은 책사들이 머리를 모아 여하륜의 무공을 뜯어 파훼식을 만들어냈다.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짓.
허나, 그럼에도 둘의 싸움은 대등했고, 어느 순간.
파직!
흑록의 몸에 잔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반면 여하륜 이놈은 지친 기색조차 없이 무표정하게 권격을 뻗어낸다.
‘어찌 이게 가능하단 말이냐?!’
결국 흑록의 삼촌뻘 되는 사람.
철혈마가 부가주 철귀투마(鐵鬼鬪魔)가 여하륜을 노리고 합공했다.
“내가 한 팔 보태도록 하마!”
파훼식을 알고 있는 고수가 이것으로 두 명!
제아무리 천살성 여하륜이라 하더라도 당해내지 못하리라.
그사이, 같은 시간.
여하륜의 수하들은 철혈마가의 정예들과 충돌했다.
일카나가 소리 질렀다.
“형제님들, 어차피 여하륜 그 괴물딱지는 안 죽습니다! 우리는 우리 목숨을 최우선으로 싸우는 겁니다!”
충성심이 한없이 의심스러운 말을 던지며 시미터를 한껏 치켜들자, 다른 여하륜의 수하도 함께 검을 쳐들었다.
와아아아아아!
이미 그들은 여하륜이 사람을 한 줌 ★물로 만드는 것을 봐온 자들이다.
자신들이 여기서 개죽음을 당하든 말든, 그 괴물딱지 주군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모두를 ★로 만들어 주실 터.
사람이 주먹질 좀 당했다고 폭발하는 것을 몇 번이나 보고 나니 이딴 괴물과 적이 되는 것보다 같은 편을 하는 게 훨씬 낫다는 판단하에 충성심이 다져졌다.
그리고.
‘주군 말보다 책사인 일카나 말을 듣는 게 훨씬 목숨 부지하기 쉽다!’
괜히 주군의 걸음걸이에 맞추겠다고 달려가다가 죽는 꼴 본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주군께서는 그런 부하의 사망을 안타깝게 보시더니 더욱 적을 한 줌 ★물로 만들어 주시지만, 그렇다고 부하의 생존율을 높여주시는 건 아니다.
일카나가 외쳤다.
“우리는 치고 빠진다——!!”
“치고오오오! 빠지랍신다아아아아아!”
놀랍게도.
무척이나 놀랍게도.
보통 강호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죽고자 하는 의지 못지않게 살고자 하는 의지 역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럴 때는 살고자 하는 집념이 죽고자 하는 마음을 이길 정도.
지금 이 순간 죽음을 각오한 정예들이, 살아서 돌아가고자 하는 여하륜의 정예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형제님들, 지금 빠진다아아아아—-!”
“빠져라아아아아앗!”
일카나의 신호에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하륜의 부하들이 달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진천희의 음공이 절묘하게 철혈마가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벙!
적들도 정예답게 호신강기를 끌어모은다.
“버텨라! 버텨어어엇!”
“일광이 사술을 쓴다아아앗!”
호신강기 덕에 죽지는 않는다. 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나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다음 박자와 함께 진천희의 음공이 다시 다른 전장으로 향한다.
그 틈에 일카나가 목에 핏대를 세운다.
“형제님들, 모두 쳐라아아아아앗—-!”
“공겨어어어어어억!”
다른 소교주들 정예들과는 전혀 다른 각오.
우리 소교주 괴물딱지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어쨌든 내 인생부터 챙겨야 한다는 사명감.
심지어 보통 수하들이란 소교주를 위해 죽도록 세뇌를 거치는 게 순서인데, 그 절차조차 무시해버린 자들.
오히려 어릴 때 마교식 공통 세뇌를 당해서 들어온 애들조차도 여기 들어오고 나면 현실을 깨닫고 만다.
애초에 주군 여하륜, 그를 위해 죽는 것 자체가 그가 원하는 게 아닌 데다가 그래 봐야 다 부질없다는 것.
그는 진정한 괴물딱지니까!
어떤 지옥에 처박히더라도 혼자서 기어 나오는 것을 수없이 봐왔으니까.
그 신뢰가 모두의 가슴에 숨 쉬었다.
반드시 살아남는다.
이 혈로에서 죽는 것은 손해다.
억척같이 살아남아, 그가 천마가 되는 것을 보고 마교에서 꿀을! 꿀을 빨아야 한다.
저 괴물 놈의 성격상 도와준 사람을 버릴 리도 없거니와.
우리는 천마님 소교주 때부터 함께한 직속 심복이니 반드시 한자리 차지하게 되리라.
‘꿀 빤다!’
그가 천마가 되지 않는 변수 따위는 심복들은 행여라도 상상하지 못했다.
“형제님들 마무리—-!!”
“마무리이이이이이잇!”
“지금 튀어어어어엇!”
“튀자아아아아!”
퍼퍼퍼퍼펑!
자신의 정예들이 추풍낙엽으로 쓰러지는 광경을 보며 청연이 혀를 찼다.
‘이놈들의 사기가 전혀 꺾이질 않는군. 역시 여하륜 때문인가.’
보아하니 그들에게 있어 여하륜은 신앙의 대상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모양.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라는.
‘오합지졸치고는 꽤나 한단 말이지.’
이렇게 된 이상 여하륜을 하루빨리 죽이는 편이 낫겠지.
청연이 청선에게 눈짓을 보낸 후, 여하륜을 향해 달려간다.
“빨리 끝내지요.”
“네. 이를 말입니까. 그 출신도 천한 놈이 마종육가를 우롱하는 걸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습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앞에 새카만 뇌전이 꽂히는 게 아닌가.
콰르르르르릉!
그 뇌전 속에서 걸어 나온 자는, 가면을 쓴 삿갓 무인이었다.
남궁운.
‘진 아우 부탁이니 어쩔 수 없지.’
그는 뇌룡검을 부웅 휘둘러 어깨에 척 걸쳤다.
그 모습은 호사가들이 말하는 그야말로 대협의 풍모였다.
* * *
같은 시간 진천희.
‘남궁 형이 있어서 다행이야.’
악우(惡友)라고 투덜거릴 때도 많지만, 이렇게 여차할 때 굉장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게 이 사내의 매력인 것이겠지.
그 많은 강호인들이 그를 따르는 이유일 거고.
디리리링-
진천희는 금을 뜯으며 전황을 내려다본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한번 지그시 보는 것 같지만.
현원전단신공의 푸른 눈이 수없이 많은 정보들을 취합하고 계산하며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었다.
‘여하륜 쪽 전력은 거의 대부분 무사해.’
‘철혈마가는 와해 중.’
‘만병살가도 와해 중이야.’
‘이 정도면 사실상 승리 아닐까?’
그때 여하륜의 수하들이 검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미 승기를 잡았는데도 빈틈없이 펼쳐지는 검진.
일카나의 명령 때문일 터였다.
‘그들은 살아서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해.’
생(生)에 대한 발악이 사(死)를 향한 각오를 누르며 밀어낸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그마한 점균조차도 꾸물거리며 살기 위해 투쟁하고, 분열하고, 진화하며 마침내 거대한 고목조차도 덮어 버리지 않던가.
진천희는 생각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 죽고자 하는 의지는 결코 살고자 하는 희망을 이길 수 없다.’
살고자 하는 희망이 바로 그들의 가장 강한 점이었고.
일카나가 이 상황 속에서도 단 한 톨의 방심 없이 싸우게 하는 이유였다.
‘그래. 나를 위한 으리으리한 장례식보다, 밤에 먹을 볶음밥이 더 강한 법이지.’
그런 단순한 원리를 그들은 알고 있었다.
다른 마교의 수하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고.
그들은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마종육가를 이루는 깃털 중의 하나이며, 깃털 하나가 떨어져도 언제든 교체되는 존재.
그런 존재가 소교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고 배워왔으니까.
‘아, 볶음밥 먹고 싶다.’
작은 진천희가 속삭인다.
그 진천희의 사고를 따라 다른 진천희들도 동의한다.
총기(聰氣)와 광기(狂氣) 사이로, 일광은 현을 퉁기며 전황을 계속해서 살핀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저쪽인가.’
만병살가의 두 명.
남궁운의 몸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상대도 남궁운의 검격을 따라 다치긴 했다.
허나, 본디 마교 소교주 하나를 정파의 고수 열 명이 상대해야 겨우 대등해진다는 것을 봤을 때.
두 놈, 그것도 같은 종파에 합이 맞는 두 고수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닐 터.
‘일을 시켜 먹었으니 서비스도 해주긴 해야겠지.’
사십시오. 남궁 형.
억척같이 살아남는 겁니다.
[여러분, 모두 즐기고 계신가요! 이런~ 많은 분들이 이미 지쳐서 뻗어 버리셨군요. 그러면 이번에는 잔잔하면서도 경쾌한 곡으로 여러분들에게 다시금 활력을 드립니다! 자, 이번 곡. 호두까기 인형 행진곡 시작합니다앗!]빰 빠라라빰 빰빰빰!
러시아 제국의 불멸의 작곡가이자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대표자.
차이콥스키의 음악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호두까기 인형.
그 시작은 윌리엄 텔과는 다소 다르지만, 역시나 경쾌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그런 곡을 연주하면서, 이번에는 진법을 조정한다.
그 음이 섬 전체가 아닌, 아주 극소한 장소에만 울려 퍼지도록.
천리전성, 육합전성을 응용한다.
그리고.
이제 이 음악을 저 둘에게만 들려주는 거다.
아, 청루에서는 이런 개인 신청곡 참 비싸게 받던데 말이야.
‘이걸 공짜로 뿌려주다니. 난 참 천사란 말이지.’
디링-
* * *
만병살가는 여러 가지 병기를 다룬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살초로 구성되어 있다.
무공은 분명 사람을 상대하여 이기기 위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공 중에는 살공이라 부르는 것들이 있다.
반드시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공.
그것이 살공이다.
만병살가의 무공이 그랬다.
상대를 죽이고, 그 혈기에 취해서 강해지는 마공이자 살공!
게다가 청연은 과거 비동사건 때보다도 더욱 깊은 내공과 무공을 가지고 여기에 있었다.
또한 그녀의 옆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마(巨魔)로 불린 부가주 청선이 함께한다.
이 둘의 합공은 가공할 것이라서.
남궁운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도 쉬이 막아내기가 어려웠다.
그 순간, 남궁운에게서 빈틈이 생긴다.
‘?!’
남궁운 자신도 실수다 싶었는지 안색이 변한다.
가면으로 서로의 얼굴은 모른다 하더라도 그 당황한 기색은 충분히 읽고도 남음이고.
청연은 그것을 놓칠 거악이 아니었다.
죽음.
찰나의 판단으로 생사가 결정되는가.
남궁운의 심장이 덜컥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