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73
제 973화
마기와 사기 같은 인간에게 유해한 진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강해서 내공이 쌓이는 속도는 평범하지만.
안정성 하나만큼은 최고 수준!
신공절학의 내공심법이다!
게다가 이걸 깊이 익히면 반강제적으로 마음이 맑아지게 된다.
세뇌라고 할 수준은 아니나, 마공이 심성에 영향을 미치듯이 정공도 심성에 영향을 미친다.
머리가 맑아지며 분노를 좀 더 쉽게 가라앉힐 수 있고, 타인의 고통에 좀 더 공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즉 ‘강제로’ 머리가 맑아진다.
애초에 머리가 맑아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무공의 경지가 높아질 수도 없다!
애초에 불가의 무공이 보통 그랬다.
불가의 교리를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대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불가의 무공인 것.
도가의 무공들도 그런 경향이 강하지만, 불가의 무공은 그런 게 특히 더 심각했다.
대표적인 게 소림사이고.
파계한 소림사 주지승도 협을 위해 살생을 하거나 고기 먹고 술 먹는 수준이지.
진짜로 색마 수준까지 떨어져 버린 이는 내기가 탁해져 예전의 무공 수준을 되찾지 못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
불가의 정공.
물론 이렇더라도 기어이 인간 백정이 되어 주변에 피를 뿌리겠다는 마두 꿈나무가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정공에 속하다 보니 한 번은 더 생각할 수 있도록 심신을 맑게 해주기는 하니까.’
익히면 익힐수록 머리는 더욱 맑아질 거고.
맑아진 정신으로 스스로를 관조할 수 있게 되고, 더욱 화를 쉽게 가라앉힐 수 있게 될 터.
목판을 깎아내며 인쇄소장이 허허롭게 웃었다.
“이거 읽고 모두가 강호 고수가 되는 건 아니겠지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리 괜찮은 절학이라고는 해도 결국 벽을 넘어야 하는 것은 똑같으니까요.”
애초에 이 세상 모든 논문들을 손가락 까딱하는 것만으로 알 수 있는 현대인들이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박사 학위를 따지는 못하지 않나.
신공절학도 마찬가지.
화산파의 신공절학이 있다고 한들, 매화검수가 되는 이는 정해져 있다.
예전보다 좀 더 뭔가 할 발판이 생겼을 뿐, 결국 나아가는 것은 본인의 의지.
정공이라고는 하나 미끼 상품은 필요하다.
그래서 황궁 비고의 무학들을 섞은 결과 첫 성취를 얻기는 쉬울 터.
허나, 그 이상 들어가려면 결국 뼈를 깎아야 한다.
“그래도 뭐, 마공보다 얻기가 쉽고…… 싸잖습니까. 그리고 사람 피 빠는 것보다는 위생적이고, 뒤탈도 없고~”
애초에 맨정신으로 처음부터 사람 피 빨겠다는 놈이 몇이나 있겠나.
대부분은 쉽게 날로 먹으려는 마음이 골수까지 차니까 나중에는 가다가다 거기까지 가는 거지.
마교가 강호에 독을 풀면.
‘나는 해독제를 풀겠다아아아아아!’
그것도 구텐베르크&목판kiii인쇄라는, 지구인이라면 기함할 끔찍한 혼종으로, 이놈들아!
타인의 피를 강제로 탐하게 하는 마공이 풀리니.
이제는 익힐수록 머리가 맑아지는 정공을 풀어 버린다.
‘음, 황상이 이러려고 황궁 비고 연 건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쪼끔 양심에 찔리는군.
* * *
강소성의 성도인 남경.
본래 과거에 제국의 수도였던 지역이라 대한민국 강남권 안 부러운 상권과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 남경에는 커다란 서점이 하나 있었으니.
남경에서 학문을 공부하는 이들이 주로 들르고, 고상한 서책을 보기를 즐기는 부호들이 이용하는 곳.
서점의 주인도 본래 한림원 학사 출신인 이 서점의 이름은 용문서점이라고 한다.
용문서점.
등용문(登龍門)에서 따왔다고 하는 이 서점은 오래되고 희귀한 고서에서부터 명필가가 쓴 서책까지, 귀한 것은 다 판다.
3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건물의 서점으로, 남경의 명물 중 하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사실 손님이 그리 많은 건 아니었다.
이 시대의 서책은 귀하고 비싸다.
명필가가 아니라 무명의 학사가 손으로 쓴 책만 해도 가격이 제법 나간다.
애초에 서책 자체가 서민들이 손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인 것이다.
책을 빌려주는 형태의 책방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판매만 하는 곳이니 특히 더 그럴 수밖에.
그러니 손님이 많을 리가 없다.
그런 용문서점이지만, 지금은 어째 사람이 많았다.
아니.
무시무시할 정도로 바글거린다!
다만.
특이한 점은 전부 학사가 아니라 강호의 무부들이라는 것!
눈이 부리부리하고, 태양혈이 불룩 튀어나와 있으며, 사람 한둘 정도는 죽여본 기색을 가진 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있다!
매대에는 똑같은 제목에 똑같은 제본이 된 책이 잔뜩 쌓여 있고.
그 앞쪽에서는 책을 판매하는 직원과 소리를 지르며 광고를 해대는 직원들도 있었다.
“백린의각에서 발행한 무공서 팝니다! 무공서 팝니다! 진본입니다! 신공절학입니다아아앗!”
무공서를 팔아? 신공절학이라고!?
이미 줄 서서 기다리는 강호인들이 아닌, ‘저기서 대체 뭣들 하는 것이여?’ 하면서 길을 가고 있던 강호인의 목이 홱 돌아간다.
“뭔 신공절학을 서점에서 팔아?”
하다가.
“백린의각에서 발행했다고? 백린의각? 천하일광의 거기? 아니……. 저치는… 금도위패(金刀僞敗) 목산 아냐?”
낭검십보(狼劍十步) 하찬은 저 멀리 줄 서서 기다리는 강호인들 중에서 자신이 아는 이를 발견했다.
금도위패 목산.
금 금에 칼 도. 거기에 속일 위에 깨뜨릴 패.
왜 이런 별호인가?
칼에 금도금을 하고 다녀서 그렇다.
황금신공의 아류인 도금신공이라는 이상한 무공을 익혔다고 알려진 목산은 낭인계에서 꽤 알아주는 고수다.
절정 말입에 들어선 숙련된 고수로, 금을 가까이해야 무공이 는다는 희한한 작자.
돈이 없어서 도금만 했다나?
애초에 황금신공이 사파의 거두인 하오문의 다섯 지파 중 하나인 금혈방주의 독문무공이니.
목산이 익힌 무공도 사실상 사공으로 분류된다.
그래도 신용도 있고 강하기도 해서, 낭인계에서 제법 굴러먹은 이가 목산이다.
그런 목산을 알아보는 이 하찬이라는 작자도 제법 한가락 한다.
늑대 낭 자에 칼 검. 그리고 열 걸음이라는 뜻의 십 보.
늑대 같은 칼질로 열 걸음 안에 상대 멱을 따버린다는 별호다.
이자가 익힌 건 낭살검이라고 하는 무공인데, 살기가 짙은 사공이기도 했다.
그가 용문서점에 줄 선 이들 중 그나마 안면이 있는 목산을 본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일 수도 있었다.
이런 자들이 강호의 인플루언서인 것이겠지.
그는 일단 호객을 하며 소리치는 서점 점원에게 다가갔다.
“이보쇼.”
“어서 오십시오, 나으리!”
“저거 뭐요?”
“신공절학급 무공서라고 합니다요! 그것도 불가의 것으로, 고대 서장 무림의 것이라고 합죠!”
서점 점원이 교육받은 대로 주둥이를 털기 시작한다.
신공절학이며, 이걸 익히면 주화입마에 들 위험이 낮아지고 어쩌고저쩌고…….
그걸 들은 낭검십보 하찬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그거 정말이요?”
“그럼요! 백린의각의 진천희 소각주가 보증했습죠. 주석도 아주 상세하게 달아 놔서 익히기도 쉽다고 합니다! 실은, 저도 이미 익히고 있습죠!”
그러면서 손을 흔드는데 놀랍게도 내력이 느껴진다!
아니! 무슨 서점 점원이 내공을 가졌어!?
하찬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허? 진짜? 얼마요, 이거?”
“금자 한 냥입니다.”
“신공절학 맞아? 금자 한 냥? 비싸긴 한데… 일단 줘 보쇼.”
“일단 줄을 서셔야…….”
서점 점원이 옆을 가리켰다.
그냥 새치기를 하려다가, 이미 아우성 중인 강호인들을 보고 얌전히 줄을 서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끝에 그는 금자 한 냥을 내고서 문제의 무공 서적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고는 일단 거기서 한번 펼쳐 보기 시작한다.
“허……. 이거 뭐가 뭔지… 일단 읽어 볼……. 허어억!?”
경악하는 하찬!
“진짜다! 이거 진짜야!”
그러고는 주변을 본다.
다들 책을 사서는 경악한 얼굴로 서서 읽고 있었다.
“아니, 무슨 놈의 무공서를 목판으로 찍는단 말이오?”
그러더니 정신을 차리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아무래도 안전한 장소에서 정독하려는 것이겠지.
하찬도 그리 생각하고서는 경공까지 쓰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목표는 객잔이다!
객실에서 읽어야 해!
그렇게 하찬은 무량연화범심공(無量蓮華梵心功)의 비급을 손에 쥐고 후다다닥 달려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 보는 강호인이 두 명 있었으니…….
“천하일진광. 이 새끼 진짜 미친놈 아냐?”
“천하진일광 아닙니까?”
“X팍! 그거나 이거나!”
거지 두 명이다.
꾀죄죄하고, 더럽다. 옷도 기워 입었다.
그러나.
허리에는 타구봉이라고 부르는 무기를 매고 있고, 허리춤에는 매듭이 달린 허리띠를 했다.
개방의 거지!
“아니. 무슨 미친놈이 신공절학을 대량 인쇄해서 팔아? 그것도 금자 한 냥. 진짜 돌아버렸나?”
“그러게 말입니다. 분타주님. 저거 진짜였잖습니까?”
개방은 이미 비급을 구해다가 분석, 파악을 해 봤다.
그 결과 저것은 진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진짜 신공절학!
절정 무공이니, 상승 무공이니 하지만 실제로 가장 위력적인 무공들은 전부 신공절학이라고 칭한다.
과거 비동 사건을 일으킨 패천무상신공도 신공절학 아니던가?
신공절학급 비급 하나가 나타났다 하면,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혈풍이 불어닥치는 것이 바로 도산검림의 강호였다.
그런데.
그런 신공절학을 대량 인쇄해서 금자 한 냥에 팔아?
보통 돌아버린 게 아닌 셈.
“그나마… 저게 신공절학치고는 진전이 느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한데……. 솔직히 의외로 저 무학(武學)이 취팔기공(醉八氣功)에 뒤지진 않잖냐.”
취팔기공.
강호의 거대 방파인 개방의 독문 내공심법이다.
이를 대성하면 그 이후에는 개방의 신공절학인 취팔선공(醉八仙功)에 입문할 수 있다.
“그래서 저것과 취팔선공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취팔선공보다는 못해.”
딱 잘라서 말하는 분타주.
그 밑의 수하는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하기사 본 방의 자랑이니까요.”
“하지만, 취팔선공보다 조금 못할 뿐이야. 내공의 축적 속도와 위력은 낮아도, 안정성은 취팔선공보다 높아 보이더라고.”
“장단점이 있군요. 주화입마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그것도 좋으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저런 걸 저렇게 뿌려 버리다니……. 무슨 생각이지?”
강호인에게 무공은 혼이며 정신, 목숨과도 필적할진대.
신공절학 수준의 무공은 말할 것도 없다.
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뿌리고 있다.
‘어찌 보면 이건 작금의 강호에 대한 풍자인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드는군.’
그때 다른 이가 말했다.
“백린군 쪽에 퍼진 정보로는 마교에서 마공을 뿌리기 시작하는데, 그에 대한 역공으로 하는 거랍니다.”
“그거 진짜냐.”
“말이 그렇다는데……. 모르죠. 마공을 뿌리기 시작한다는 정보도 아직 입수가 안 되고 있는뎁쇼.”
요즘 마교의 동태가 수상하긴 하다.
예전에 비해 더 은밀해지고 정교해져서 정보 얻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일단 계속 정보 모으자고.”
“그래야죠. 그래서, 저거 어떻게 할까요?”
비급을 팔게 놔두겠느냐는 그런 의미로 질문한 게 아니었다.
저걸 개방도가 익혀도 되느냐는 질문이다.
분타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개방에도 진신절학이 있고, 취팔선공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개방도는 다른 문파들과 다르게 진신절학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개방도들은 전부 자기 마음대로 무공을 익히는 편이다.
“익히고 싶으면 익히라 그래. 다만 저거 익히면 나중에 취팔선공 못 익힐 수도 있어. 그건 알아 두라고 하고.”
이종진기의 융합은 어지간해서는 어려운 일.
당연히 취팔선공을 익히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네네.”
수하는 그리 대답하고는 품을 쓰다듬었다.
이미 비급을 하나 챙겼기 때문이었다.
* * *
같은 시간 사도련.
술제와 북궁산산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파의 대다수는 기실 마공이라고 하기에는 덜 사이하고, 그렇다고 정공이라고 하기에는 괴이한 사공들을 익힌 이가 대다수이지요.”
“덕분에 정공보다야 빠르게 강해지지 않던가. 대신 주화입마의 위험이 너무 크고.”
“그래서인지 일광이 풀어 버린 무량연화범심공(無量蓮華梵心功)에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자기의 무공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고, 주화입마를 가라앉게 해줄 테니까.”
허나, 술제는 비록 주술을 사용한다 하나 절대 고수답게 이 심공의 문제를 단번에 파악했다.
‘이건 사람의 정신을 강제로 맑게 만드는 무공이야. 아니, 강해지려면 맑아지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무공이라고나 할까.’
망할, 일광이 폭탄을 던졌다.
“아니. 보통 마공이 횡행하여 강호가 어지러워지면 무림동도들을 모아 토벌을 가야지, 왜 니X럴 새끼는 정공을 할인 판매하고 있는 거야?”
그랬다.
고래 싸움에 사파가 뜬금없이 등 터지게 생긴 것이다.
그것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아니, 왜 둘이 싸우는데 사도련 등이 터지는 거냐고! 이 미친놈아!”
제갈세가는 하나의 의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진천희는 훌륭한 새끼 제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