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85
제 985화
솔직히 배식은 맛없어졌다.
물론 비싼 재료를 쓰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닭가슴살, 닭가슴살, 닭가슴살.
눈이 닭가슴살로 변할 것만 같다.
여기에 변화를 준다고 닭가슴살 말이와 닭가슴살 졸임과 닭가슴살 구이가 생겼지만, 아무튼 닭만 보면 미칠 것 같았다.
귀한 고기인데 자신도 입맛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
힘들다는 민원을 인식했는지 그 이후 닭, 소, 돼지 골고루 나왔는데 상대적으로 간이 약하고 약초 맛이 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모양.
“그래도 이 정도면 호사지…….”
“밥 안 주는 관청이 어디 한둘인가.”
“보통은 원래 안 주지 않나.”
일반적으로 관아에서 포졸과 포두의 점심을 챙겨주는 일은 없다.
본인이 알아서 월봉 들고 가서 먹고 와야 하는 것.
태반이 객잔에서 무전취식하고 오지만 보통 양민들은 그걸 거부하기 어렵다.
괜히 쓴소리했다가는 후에 올 보복이 두렵기 때문.
백린군에서 무전취식은 제아무리 관의 하급 관리라고 해도 죄고, 똑같이 국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대신, 이렇게 관에서 점심을 지급해주고 있다.
백린군은 다른 관아에 비해 관청에 들이는 예산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는 상황.
여기에 일정 이상의 경지까지 성취한 포두들은…….
“약식 개정대법이라굽쇼?”
“백린의각 무인들이 받는 거 아닌가?”
“의원들도 받았다고 하네.”
“오오오오오!”
“대신 정해진 경지 이상에게만 약식 개정대법을 베푼다고 하네!”
채찍이 있다면 당근도 따라와야 한다.
개정대법을 받을 수 있다면 이류 무인을 제압하거나 시간을 끄는 것까지 가능할 터.
그렇다면 공을 세우기 쉬워지고 어쩌면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진천희는 생각했다.
‘그래. 예전에 스승님께 은혜를 베풀었던 숙수. 그분 아들내미 개조했던 방법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어.’
모든 것은 다 쓸모가 있다.
특히 그분은 훌륭한 실험ㅊ……. 아니, 훌륭한 표본으로서 많은 강호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수많은 강호인들의 도전으로 이제는 천하 백대고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거기에.
“지금부터 신호하면 포승줄을 던지는 겁니다! 하나!”
“하나!”
포박공.
상대를 포박하는 무공이다.
“뇌전육척단봉곤 준비!”
“준비!”
포졸, 포두들에게 지급되는 육모방망이.
이 육모방망이로 상대를 때려잡을 수 있도록 단련시켜주는 무공이다.
이 뇌전육척단봉곤을 끝까지 익히고, 내공도 제법 받쳐 준다면 상대가 비록 일류 무인이라고 하더라도 이기는…… 것까지는 무리지만 그래도 관청에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시간은 벌 수 있다.
‘우리는 머릿수로 싸운다.’
이렇게 가르친다고 해도 강호 고수와 일대일로 싸우는 것은 솔직히 무리다.
응애하고 울 때부터 벌모세수를 받고, 엄마 젖을 먹을 때부터 심공의 절학 문구를 들으며 자는 애들을 이제 와서 벼락치기 한다고 무슨 수로 이기나.
‘허나, 쪽수는 언제나 옳지.’
진천희의 목적은 단 하나.
지원군!
눈앞의 포두 놈을 치고 있는 사이에 다른 포졸이 달려가서 지원군을 벌 떼처럼 데리고 오면 제아무리 강호인이라고 하더라도 성가실 수밖에 없다.
여기에.
포청의 포두, 포쾌, 포졸들이 함께 펼칠 수 있는 진법까지!
“제가 호루라기 소리를 내는 순간 포쾌는 흰 선으로 움직이시는 겁니다! 포졸은 가만히! 포두는 맨 앞으로!”
삑! 삐삑!
생문이니 사문이니 그렇게 어려운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
포두와 포쾌가 육모방망이를 휘두르는 동안, 포졸은 정해진 곳에 포승줄을 던진다!
“이얏!”
육모방망이에서 뇌전이 번쩍거린다.
뇌기에 당하면 근육이 짜릿한 맛에 경직되기 마련.
그렇게 드러난 빈틈으로 포승줄과 육모방망이 세례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은 기초 진법, 모두 개진 준비!”
삐이이익!
“우와아아아악!”
기세 좋게 달려간 것과는 달리 포두와 포졸이 서로 엉켜 부딪쳐 쓰러진다.
쿠웅!
동선이 헷갈렸던 모양.
‘음, 역시 태생이 강호인이 아니라서 진법은 엄청 어려워하는군.’
괜찮다.
외우면 된다.
어차피 조직사회에서 창의력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걸 바라는 사장이 도둑놈이지.
그냥 가르친 것이 몸으로 나올 수준이면 된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갔다.
오늘도 포두들이 진천희의 신호에 따라 금강벽뇌장권으로 목인을 패기 시작했다.
하도 패다 보니, 이들의 금강벽뇌장권도 상당히 손에 붙어 경지가 올라가 있었다.
“하나!”
딱, 따닥, 딱, 딱딱딱딱!
마치 한 사람이 목인을 치듯 소리가 훨씬 정돈되어 있고 경쾌하다.
순식간에 백 번의 구타를 끝내고 다시 진천희가 외친다.
“둘! 이번에는 변칙 삼장!”
딱, 따다닥, 딱딱딱!
이번에는 일부러 돌발적으로 다른 초식을 명했는데도 잘 따라 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근육이 마치 갑주와 같고, 입에서는 왜인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키가 머리 두 개는 자란 자들도 있었는데 약식 개정대법의 영향인 듯싶었다.
그 모습을 진천희는 듬직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제갈린은 부채로 입을 가리며 보고 있었다.
“스승님, 보십시오! 오늘 이 풍경이 바로 우리 화 제국 치안의 미래입니다!”
“…….”
제자의 눈은 오늘도 총기로 별처럼 빛났다.
인체 개조.
그것도 매일매일 외공 단련과 죽을 만큼의 무공 단련.
약물 탕약과 각종 약재를 먹여서 만들어낸 인체 개조.
거기에 강제로 권장법과 봉법, 진법 수련까지.
“……저자들도 용케 사표를 안 내고 버텼구나.”
“네. 뭐. 아무래도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수련이 힘들다고 도망치기에는 백린군 공무원 혜택이 너무 좋았다.
의료보험이 없는 이 시대에 자식새끼 누구 하나 아프더라도 일단 진맥 비용 부담 없이 업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컸고.
정년 다 채워서 은퇴하면 연금을 준다는 건 더 크다.
먹고살 걱정이 없다는 뜻이니까.
또한.
“……음, 다들 나이도 찼는데 이제 와서 농사를 다시 시작하기에는 겁이 나겠지. 그리고 잘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네. 이직을 할 곳도 마땅치 않기도 하고요.”
“그렇단다. 희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살고 미래만 보장되면 어지간히 힘든 일 시켜도 그냥 버티고 산단다. 물론 악행이라면 다르겠지만, 이건 양민을 수호해야 한다는 대의명분도 있으니 특히 그렇지.”
‘하긴, 이 시대 사람들은 특히 대의명분이 중요했으니까.’
평균수명이 짧은 만큼 어떻게 살다 죽느냐도 꽤나 큰 문제였다.
강호인이 아니기에 협(俠)심이 없다 하더라도.
그래도 의(義)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낭만이 있는 시대였다.
그렇게 모든 수련을 마치고 스승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되겠구나. 이자들을 각 포청으로 보내 포쾌와 포졸들을 수련시키고 관리 감독을 맡기면 될 터다.”
“네!”
진천희가 밝게 웃는다.
그러고는 배에 힘을 주고 내공을 넣어 큰 소리로 외쳤다.
“제1기 수련생들의 퇴소를 축하한다! 가서 제국의 치안을 확보하라!”
그 말과 함께 우렁우렁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사람이 지른다기보다는 흡사 짐승, 괴수가 지르는 듯한 목소리.
그랬다.
그렇게 백린군 포두들은 인간을 뛰어넘었다.
* * *
진천희는 백린의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이제 틀을 잡아 놨으니, 마치 오토 사냥 돌린 것처럼 프로세스대로 돌아갈 것이다.
가끔씩 돌발적으로 일이 터질 때마다 관리, 유지해나가면 될 터.
그렇다고 해도 처음 밥숟가락 드는 법부터 가르치던 때는 지났다.
연무 도시의 숙련된 무공 고수 교관들이 포두, 포쾌, 포졸들을 가르칠 것이고.
포두들은 포청으로 돌아가 자신이 배운 대로 포쾌와 포졸들에게 수련을 강제로 시키고 관리 감독할 것이다.
‘보통 이렇게 포졸, 포두, 포쾌 삼종세트들에게 새로운 훈련을 시킨다 하면 위에서 난리 나지.’
자칫 관병의 사병화로 보일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나도 황상의 허락이 아니었다면 힘들었겠지.’
절대 진 태수는 황위를 노리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
아니면, 그런 짓을 했다가는 누이인 주왕야가 대가리를 깨러 올 거라는 누이에 대한 믿음.
아무튼 상호 간의 믿음과 신뢰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주왕야가 무섭긴 하지.’
숙신족 전투 때 보았던 엄청난 이능은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온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런 상황임에도 주왕야께서 전력을 다한 게 아니라는 것.
이미 수차례 전투로 인해 엄청나게 기력을 소진한 상태에서 그만큼 싸우고 그런 무위를 보여 주었는데 풀 컨디션으로 싸우면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괜히 군신이 아니다.
‘그래. 날 못 믿어도 주왕야를 믿으면 되니.’
물론 어느 정도 신뢰가 있기에 그것을 기반으로 이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 때문인지 어느샌가 진천희는 확고한 친황실파.
즉, 황상의 사람으로 의식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거부한다고 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까.
‘골드&실버의 무서운 점은 한 번의 계략으로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차근차근 해결한다는 데에 있지.’
아닌 것 같아도 참 성실한 놈들이다.
국정도, 계략도.
그들은 진천희가 무엇을 중히 여기는지 아는 자들이었고.
진천희 역시 양민들의 목숨과 자신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울질할 성격도 아니었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뽕을 뽑는 중이다.
‘연무 도시 숫자도 늘고 있고. 이 연무 도시면 포두, 포쾌, 포졸을 순차적으로 받아 일종의 연수 제도를 만들어도 큰 문제는 없겠군.’
강호인을 상대하는데 강호인과 안 싸우는 것은 어불성설.
그리고 진천희는 강호인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을 하나 운영하고 있었다.
이러라고 만든 연무 도시는 아니었지만 좋은 게 좋은 것.
이곳에서 실전을 연마하다 보면 얻는 게 클 거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거기다 약식 개정대법은 상의원과 중의원 모두 가능하지. 타 부서라고는 하나, 간호당 상의원이 개입한다면 그냥 중의원만으로도 할 수 있고.’
인력이 조금 빡빡하긴 하다만 일단 예산이 널널하니 할 수 있는 짓.
강소성 전역의 포청 전력이 강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겨울을 지나고 나니.
이제는 강소성 포청에 속한 모든 관원들은 매일 아침 무공을 수련하는 게 일과가 되기 시작했다.
물론 반강제로 수련하는 것이지만…….
포기하면 편하다.
그렇게.
진천희는 또다시.
무림 별에 전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버렸다.
그 결과… 세계의 천기가 완전히 와장창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을 터.
‘뒤통수가 왠지 가렵군.’
진 태수는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감각.
유호와는 달랐다. 애초에 유호가 보는 것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으니까.
허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지? 기분 탓인가.’
동창, 천기, 마교, 아니면 혈선교?
진천희 스트리머는 짚이는 점이 너무 많았다.
요즘 인간계에서 워낙 핫한 채널 아닌가.
본인 빙의된 게 인방물이면 꽤 돈 좀 벌었겠다 싶을 정도.
그리고 이 경우에는.
‘하늘인가?’
육감이 그렇게 말했다.
천기가 박살이 난 게 어지간히 분한 모양.
‘그래. 전쟁에 역병에 가뭄에 사이비에…… 원래라면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죽었어야 정상이긴 하지. 하지만.’
진천희는 하늘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전설에 나오는 대협 같은 모습은 아니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도 수많은 포관들이 진법 연습을 하다가 발이 엉켜서 넘어지고 땅을 구르고 있으니까.
‘모양은 좀 웃기긴 해도.’
뭐 어떤가? 중요한 것은 나아가는 거지.
얼마나 멋있고 고고한지는 신화와 전설, 설화에나 보여 주면 된다.
현실은 훨씬 볼썽사납고, 멍청하고, 웃기지만.
그래도 그게 삶 아닌가.
그렇기에 진천희는 천기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린 것.
추해도 괜찮다.
그곳에 온기가 있다면.
‘…인간은, 그리고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