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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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00화]
第十六章 일어서는 자 (4)
“읽지 못했구나.”
“네?”
“역시 대단하군. 네가 읽지 못할 정도라면…… 추여룡이 말할 때는 믿지 못했는데…… 하하! 세상에 그만한 인물이 있다면, 해볼 만한 도박이지.”
장주가 알지 못할 소리를 했다.
“어느 날인가, 추여룡이 날 찾아왔더구나. 은밀하게.”
장주가 입을 열었다.
도련이 거친 광풍이 되어서 남무림을 휩쓸고 있을 때, 모든 무인들이 도련의 무공에 주목하고 있을 때, 추여룡은 도련의 뿌리인 적암도에 초점을 맞췄다.
무려 삼백 년을 살아온 터전이다.
적암도 주민 전체가 가공할 무인이다.
지금은 텅 비었다고 하지만 적암도에는 많은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무공을 수련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곳을 주시했다. 그리고 한 사내를 발견했다.
야뇌슬!
추여룡은 야뇌슬을 대화금장의 모든 것과 바꿀 수 있을 정도라면 높이 평가했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어떤 사람이 중원을 몇 번쯤 들었다 놨다 하는 대화금장과 바꿀 수 있을까?
장주는 추여룡의 안목을 믿는다. 그의 판단에 따라서 오늘날의 대화금장을 이뤘다. 그가 하고자 했던 일이 실패한 적도 없고, 그의 예단이 어긋난 적도 ㅇ벗다.
대화금장과 맞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그런 사람을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은 굉장하다. 그것은 추여룡 같은 사람 두어 명을 얻는 것과 진배없다.
추여룡이 무림 군사가 되어서 대화금장을 떠난 후, 대화금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추여룡이 있을 때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없다.
오늘 날의 대화금장을 일궈낸 것은 추여룡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그가 착상하고 조사 분석하면 장주가 결단을 내렸다. 손익계산을 판단하는 것까지는 추여룡의 몫이지만, 실패를 견뎌내는 힘은 장주에게 있었다.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만큼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추여룡이 마음 놓고 이것저것 손댈 수 있었던 데는 장주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컸다. 그가 뒷바람을 충분히 막아주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일을 벌일 수 있었다.
추여룡이 떠나지 한 축이 가라앉았다.
여러 사람이 사업거리를 찾아오지만, 추여룡처럼 맛있게 쏙 먹여주지는 못한다.
이럴 때, 추여룡이 아주 큰 사업거리를 건네 온 것이다. 대화금장 전체를 걸고, 여러 생 동안 윤회를 해도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큰 판을 치러보자고 제안해왔다.
이 판에 그는 목숨을 걸었다.
자신으로써는 여기까지가 한계다. 거침없이 돌파하는 도련을 막을 힘이 없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서 잠시 동안이나마 송강상태를 만들어 놓은 것이 고작이다.
그러니 이 싸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쯤은 자리를 비켜줘도 좋지 않은가.
중원 제일의 신산자 빈세백의 전전을 이은 자, 야뇌슬!
추여룡이 그만한 제안을 해왔기 때문에 금지옥엽인 딸자식을 도련에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신주사창, 일시관중, 타랑조, 금족봉……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던 게다.
그리고 시험에 들어갔다.
도련주를 읽어라? 사람을 읽어라? 천만에.
독고금이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는 가만히 도련에 잡혀 있으면 되는 거였다. 모용아와 두 걸개가 할 일도 없다. 그저 약간의 심부름만 하면 되는 거였다.
이번 일은 야뇌슬의 능력을 측정하는 방편이다.
대화금장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판인데 그만한 시험쯤은 해봐야 되지 않겠나.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지만…… 추여룡을 단단히 믿기에 이런 시험도 해볼 수 있었다.
그가 말한 대로 몇 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큰 판.
이건 사실이다. 상인의 본능적인 판단이다.
‘맙소사!’
독고금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소리가 너무 크면 귀에 들리지 않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너무 크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볼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서면 단편적인 것밖에 보지 못한다.
자신이 딱 그런 경우였다.
야뇌슬은 무공이 강하다. 하지만 도련에 대한 복수심만 있다.
이 정도? 이 정도가 그녀가 본 모든 것이다.
그녀는 야뇌슬을 읽지 못했다. 그렇다면…… 도련주…… 그도 제대로 읽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이번 도련행에서 그녀가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판을 할 수 있는 엉뚱한 자료들만 긁어모아가지고 왔다.
야뇌슬이 성 하나 살만한 돈을 달라고 했을 때…… 그 제안을 덥석 물었어야 한다. 아버지는 대화금장을 통째로 걸고 큰 판을 치르는 판인데, 겨우 성 하나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을 놓치고 말았다.
아버지는 자식까지 도련에 넘겨주면서 시험을 치르는 판인데, 자신을 굴러들어온 떡조차도 먹지 못했다.
‘그랬던 거야? 추여룡…… 나까지 속인 거였어?’
이제야 얽혔던 일들이 모두 풀린다.
도련 최대의 먹이, 너무 탐나는 먹이라서 어떤 패를 걸어와도 만사불청(萬事不聽)할 먹이.
자신은 도련에 그런 먹이였다.
그만한 먹이 정도는 되어야지만 도련이 필사적으로 감춘다. 빼앗겼어도 도로 찾으려고 한다.
자, 이제 탈출시켜봐라!
야뇌슬이 아니면 되지 않았을 일이다.
추여룡은 야뇌슬의 능력을 꿰뚫어봤고, 자신의 말을 입증했다. 그리고 죽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야뇌슬을 무림 군사로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중원 무림을 그에게 맡겨야 한다.
헌데 지금 당장 군사가 된 사람은 그가 아니라 모용하다. 그가 군사 제안을 거절할 것이기에…… 그래서 그와 친분이 있는 모용아를 군사로 내세웠다.
모용아는 도련을 막지 못한다.
필사적으로 막아내겠지만, 점점 밀리는 형국이 될 게다.
그때 그녀가 도움을 청할 곳은 야뇌슬뿐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군사를 맡겼다.
모용아가 강남 무림으로 침입하여 야뇌슬을 만난 것, 그리고 그와 가까이 지낸 것.
이것 또한 모용아라는 여인을 읽고 난 후에 내린 결정이니.
추여룡이야말로 당대 제일의 책사다.
장주가 말했다.
“무림은 모영아에게 맡기고……”
“그래야 될 것 같네요.”
“그 시교혈랑대인가 뭔가 하는 놈들도 쳐다보지 마. 그런 놈들에게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어. 넌 이 길로 남하해서 야뇌슬을 찾아. 그리고 그 놈을 손에 쥐어봐. 하하하! 대화금장의 여식이라면 그런 놈쯤은 가지고 놀 줄 알아야지. 하하하!”
“소림사가 지척이에요. 추여룡에게 지전 한 장을 살려주고 가야죠.”
“그럴래?”
“다들 그 사람을 배냇병신이라고 놀려도 전 친 오라비처럼 따랐어요. 헌데 마지막에 멋지게 뒤통수 한 대 때리네요.”
“아! 추여룡이 그러더구나. 모든 사실을 알면 네가 몹시 약 오를 거라고.”
“약 올라요.”
“술 석 잔 달라던데?”
“뺨 석 대가 아니고요?”
“하하하! 네 신랑감으로 그만한 놈을 소개시켰으면 술 석 잔쯤은 얻어먹을 자격이 있다던데…… 보아하니 네 신랑감 되기는 틀린 것 같고…… 하하하! 그놈 저승에서 뺨 맞게 생겼네. 난 그만 일어나야겠다.”
장주가 몸을 일으켰다.
“참! 그 사람…… 야뇌슬이 그러더군요. 아빠가 위험하다고.”
“내가? 하하! 걱정마라. 이 애비 곁에 누가 있는지 잘 알잖니. 하하하!”
장주가 활짝 웃었다.
추여룡의 시신은 볼 수 없었다.
그는 승려에 준해서 다비식을 치렀다. 승려가 아니니 다비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불가의 장례를 치렀지만, 그냥 화장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일세의 군사가 한 줌 재가 되어 떠났다.
소림 승려들은 뼈도 추스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남기지 말라는 생전유언에 따라서 뼛조각들도 잿더미에 섞어서 숭산(嵩山) 중봉(中峰)에 뿌렸다.
그는 세상에 없다.
독고금은 추여룡에 대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재가 뿌려졌다는 중봉에 올라서 술병을 기울였다.
또르르륵!
호로병에서 청아한 술이 흘러나와 발아래 땅을 적셨다.
“술 석 잔…… 받을 자격 없어. 하지만 줄게. 오라버니.”
그녀는 추여룡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가 웃고 있는 듯했다.
***
적암도 사람들은 집 없이도 산다.
집이라고 특별하게 기억할 만한 곳이 없다. 들에 있다가 밤을 맞으면 그냥 누워서 잔다. 바닷가에 있다가 잠들기도 하고, 뱃전에 누워 있다가 밤을 밝히기도 한다.
그들은 그런 일이 몸에 베여있다.
노숙이라는 거, 그들에게는 일상생활이나 다름없다.
사람 없는 산속에서 잠을 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아무리 고독하다고 해도 바다 한 가운데서 잠드는 것보다는 낫다. 산 속 맹수가 아무리 사납다고 해도 한밤중에 몰아치는 파도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바다를 집삼아 살아온 사람에게는 중원 땅이 마치 포근한 침상처럼 여겨진다.
물론 산사람들은 그까짓 바다 생활이 무에 그리 대수냐고 말할 수 있다. 중원 산이 얼마나 깊고 험한지 아느냐고 말한다. 정말로 산을 아느냐고 묻는다.
산에도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산과 바다는 주의해야 할 점이 다르다. 위험이 다르다. 덮쳐오는 위험의 종류가 다르다. 하지만 항상 경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다를 무시하는 자, 바다에서 죽는다.
산을 무사히는 자, 산에서 죽는다.
천지만물은 무시할 것이 없다. 어떤 곳이건, 어떤 지형에 임하건 최대한 존경과 예의와 흠모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강한 의지로 딛고 일어서야 한다.
적암도 사람들은 그런 점들을 잘 안다.
그들은 산을 존중하되, 무서워하지 않는다. 산 속에 파묻혀 살지만, 힘들어하지 않는다.
“아! 물회 생각난다.”
“물회 좋지. 이것저것 투닥투닥 잘라 넣고 국물 탁 부어서 한 그릇 슥 마시면 뱃속이 든든했는데.”
“쩝!”
미루극과 노염백이 한담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