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01
101
[도검무안 101화]
第十六章 일어서는 자 (5)
그들은 쫓긴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할 필요가 없다. 지금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가?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 포위된 것도 아니고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 굳이 혼자서 쫓아온다는 망상에 시달릴 필요가 전혀 없다.
편할 때는 편해야 한다.
그들은 몸도 마음도 푹 풀어놓았다.
중원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히 긴장해서 밤에 잠도 못 자고 전전긍긍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아주 여유롭고, 한가하게 저녁을 보낸다.
적암도 사람들은 운명에 순응하는 법을 배웠다.
파도가 몰아칠 때는 배를 타고 나가면 안 된다.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면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재앙이 내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재앙을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순응한다.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 끝이 죽음이라면 받아들인다.
이런 마음가짐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함을 안겨준다.
“자, 다 익었다. 와서 먹어.”
장타홀이 잘 익은 멧돼지고기를 내놨다.
산속에서 생활한다고 불을 지피지 말란 법은 없다.
연기가 나지 않는 싸리나무나 때죽나무를 찾아서 불을 피우면 된다. 가급적 바싹 마른 나무를 택해서 불을 피우면 거의 연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고기를 굽다보면 연기가 난다.
고기가 타면서 연기를 피우는데, 이것도 방법이 있다. 고기를 잘게 썰어서 나뭇잎으로 잘 감싼다. 그리고 불씨 속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직접 태우지 않고 열기로 익히기만 한다.
그러면 연기가 날 리가 없다. 뿐만 아니라 고기도 타지 않고 잘 익어서 아주 맛있다.
“이거 기름기가 너무 많아. 술 생각이 절로 나는데.”
“술 한 잔 할래?”
“있어?”
“하하하! 술이 어디 있냐? 그런 말에 즉각 반응하는 건 뭐야? 너 어지간히 술 마시고 싶구나?”
“너 이!”
“하하하!”
그들은 적암도에서처럼 아주 편하게 생활했다.
“여기가 어디쯤인지는 아나?”
노모보가 물었다.
“몰라. 하지만 강북인 것만은 틀림없어.”
미와빙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산 속 생활을 하는 중에도 항상 단정한 옷매무시를 유지했다. 옷은 매일 빨아 널었다. 길 없는 산중을 더듬어 나아가면서도 깨끗함을 유지했다.
목욕도 매일 했다.
욕탕에 향유를 뿌리고 하는 목욕은 아니다. 계곡 물에 몸을 씻어내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서는 항시 향긋한 내음이 풍겼다.
맑고 깨끗하고 예쁘다.
사실 적암도 사람들치고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가 손길만 내밀면, 노모보의 여자만 아니라면 자금 당장이라도 구애를 할 사람이 적지 않다.
노모보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장난하지 말고.”
“이상해. 사람들은 왜 내가 모른다고 하면 장난이라고 생각할까? 내가 신도 아닌데 말이야.”
미와빙이 차게 웃었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 싸늘한 분위기가 풍긴다. 마음속에 살기를 담고 얼굴만 웃는다.
갑자기 분위기가 딱딱해졌다.
노모보와 미와빙이 말을 나누면 늘 딱딱해진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는다.
두 사람은 옛날부터 그랬다.
적암도 시절에는 지금과는 정 반대였다. 마음은 미와빙에게 주고 몸은 야리몌에게 갔다. 지금은 몸은 미와빙과 함께 있다. 하지만 마음은 독고금에게 가있다.
몸과 마음…… 한 사람이 드러낼 수 있는 두 가지.
미와빙은 이 두 가지를 다 가져본 적이 얼마 없다. 노모보가 중원에 들어온 후, 독고금을 만나기 전까지 약 일 년 남짓 온전하게 사랑을 느껴본 것 같다.
“오늘 많이 걸었나? 피곤하네. 나 먼저 잘게.”
미와빙이 타다 남은 불씨를 쳐다보면서 드러누웠다.
노모보…… 괘씸하다.
그는 그녀를 필요로 한다. 그녀의 지혜에 의지하는 바가 크다. 그녀를 탐하기도 한다. 련주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느낄 때면 온 몸을 미친 듯이 탐닉한다.
한 때는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
한 사내를 보듬어 안을 수 있다는 점이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 것이 사랑일 리 없다.
노모보는 자신을 노리개로 생각할 뿐이다. 술을 마시듯이 여인을 취하는 것뿐이다. 성욕을 발산시킴으로써 울분을 토해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은 그런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는 지금도 무엇이 필요할 때면 정색을 하고 사랑을 말한다.
밤을 새워 생각했을 때, 무엇인가 큰 결단을 내렸을 때, 그럴 때면 어김없이 사랑을 말한다.
그럴 때 그의 애무는 진중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무슨 보물 다루듯이 섬세하게 애무한다. 정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아껴주는 따뜻한 마음이 온 몸으로 전달되어 온다.
그는 펄펄 끓어오르던 열락이 가라앉기도 전에 말한다.
후후! 아버님이 내 능력을 보고 싶다네. 도와줄래?
그 양반, 되게 화난 것 같아. 네가 도와줘야겠다.
천하를 가져야겠어. 도와줘.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정사를 벌일 때는 술에 취했을 때뿐이다.
그때는 미친 격랑의 되어서 휩쓸고 간다. 애무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의 기분 같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욕구만 거칠게 풀어버리고는 잠에 곯아떨어진다.
그런 점들을 증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내를 벗어날 수 없다.
사내를 사랑해서? 천만에!
이 사내 곁에 있을 때, 기회가 가장 많이 찾아온다.
추여룡을 치기 전에 본인 스스로 고백했듯이……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다. 그가 태양이 되고자 한다면 다른 태양을 제거해야만 한다.
이 사내만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다.
다른 사내들은 그만한 일을 벌일 수 없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 점 때문에 이 사내 곁을 떠날 수 없다.
얄미운 것은…… 이 사내도 그런 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에 의해서 붙들고 있다.
‘우린 한 몸이 아냐. 서로 필요한 사이일 뿐이야.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닌데……’
미와빙의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적암도 시절은 질투로 들끓었던 시기다.
야리몌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했던 시절이다. 그녀만 사라지만 노모보란 사내를 온전히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로는 그야말로 전장(戰場)이다.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다. 싸움판으로 뛰어들고, 전과를 올리고, 빠져나오기 바빴다.
온 신경이 싸움에 쏠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그와 나눈 사랑은 굉장히 강렬했다.
그 모든 것이 허상이다.
독고금이라는 여인이 나타나는 순간, 자신이라는 존재는 기억 속의 여자로 전락했다.
지금까지는 그런 점을 부인했다.
어떻게든 이 사내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 된다. 이미 이 사내는 다른 여인의 사내가 되어버렸다. 말도 섞어보지 못한 여인에게 넋이 빠져버렸다.
‘태양을 떨궈야겠어. 떨구고 말 거야.’
그녀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대신 비틀린 웃음을 흘렸다.
쪼로롱! 쪼롱!
산새 한 마리가 나무에서 날아오른다.
산속의 아침은 습기를 머금고 있다. 그리고 매우 춥다. 공기는 매우 맑고 시원하지만, 몸은 으슬으슬 떨린다.
그래서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불부터 피운다.
장타홀이 모닥불을 환하게 밝혔을 때, 미와빙이 젖은 머리로 올라왔다.
지금 막 목욕을 했는지 피부에도 물기가 묻어나는 듯하다.
“춥지 않아?”
“시원해.”
미와빙이 활짝 웃었다.
“기분 좋아 보이는데?”
“미안하지만 고가 남은 거 있으면 좀 삶아줄래? 구수한 국물로 속 좀 풀고 싶어.”
“고기는 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괜찮겠어.”
“괜찮아. 부탁해.”
미와빙이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좀초롬 웃지 않았다. 적암도에서는 언제나 웃는 낯이었지만, 중원에 들어와서는 웃는 일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예전의 웃음을 되찾았다.
이게 좋은 징조인가, 나쁜 징조인가.
‘좋은 일이었으면 좋겠는데……’
장타홀은 어제 잡은 멧돼지 고기 중 가장 연한 부분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후루룩!
미와빙이 뽀얗게 우러난 국물을 맛있게 들이켰다.
“쩝! 거 되게 맛있어 보이네.”
노염백이 중얼거렸다.
미와빙이 밝은 표정을 지으면 모두가 밝아진다. 실없는 농담인 줄 알면서도 하게 된다.
미와빙이 노염백을 보면서 말했다.
“조금 줘?”
“아니 됐다. 네가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 하하! 너 웃는 모습, 오랜 만에 본다. 그렇게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가끔 우리를 위해서라도 웃어주라.”
“호호호! 알았어. 이게 뭐 어렵다고.”
미와빙이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확실히 달라졌다. 어제 저녁만 해도 딱딱하고, 차가웠는데 오늘은 여간 부드럽지 않다.
여인은 팔색조라더니 정말 그런가?
후루룩!
미와빙이 국물을 맛있게 들이키면서 말했다.
“어제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지?”
순간 모두들 숨이 멎기라도 한 듯 경직했다.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별다른 불편함도 없이 산길로 이동해 왔다. 하지만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움직인다는 것은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니다.
“여긴 경산(経山)이란 곳이야.”
그녀는 노모보에게 말했다. 하지만 노모보는 어제 일도 있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하게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노염백이 급히 얼버무렸다.
“아! 하하! 알고 있었구나! 하하하! 그럴 줄 알았다. 어딘지도 모르고 해맬 리 없지.”
그뿐만이 아니다. 모두들 입속으로 경산이라는 말을 되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