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02
102
[도검무안 102화]
第十六章 일어서는 자 (6)
이제 자신들이 어디 있는지 알았다. 경산!
미와빙이 말했다.
“소림사에서 반나절 거리지.”
“뭐, 뭣! 소림사에서 반나절!”
“이런 세상에! 그럼 우리가!
모두들 경악해서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히 국물을 마셨다.
후루룩!
***
시교혈랑대는 숨을 죽였다.
소림사가 지척?
이게 사실이라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추여룡을 암살하고 도주를 시작한지가 벌써 십여 일이다. 그동안 내처 산길로만 치달렸다. 그 누구도 만나면 안 되기 때문에 정말로 동물 발길조차 끊긴 곳만 골라서 나아갔다.
그런데 도로 제 자리다.
죽어라고 도주하긴 했는데…… 먼 길을 빙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산 밑으로 내려가면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문가지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을 찾고자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산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사냥꾼에서부터 심마니, 나무꾼까지 눈에 띄는 모든 사람들이 적이다.
우연이라도 그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즉시 죽여야 한다.
그들을 살려주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그들이 민가로 내려가서 떠들어댈 것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속 시원하게 죽이는 게 낫다.
물론 시신 처리는 잘해야 한다.
절곡 같은 곳에 깊이 묻어버리면 적어도 십여 일 정도는 죽음을 숨길 수 있다.
아니, 그것은 최대한 좋게 생각한 것이다. 사실은 하루나 이틀 사이에 이미 변고가 알려질 게다.
산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혼자 들어서지 않는다. 반드시 동료가 있다. 동료 없이 혼자 들어설 적에도 무엇 때문에 어디로 간다고 인근 주민들에게 알려놓는 게 일상이다.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도 없다.
산에 갔음직한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면 당장 수색을 시작한다.
실종자가 평소에 갔을 법한 곳을 먼저 더듬을 것이고, 점차 수색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행동은 무인들의 주목을 끈다.
시교혈랑대가 도주 중이다. 산으로 움직일 것으로 추측된다. 산에 자신들이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이후는 말할 필요도 없다.
무림의 모든 이목이 산으로 쏠린다.
그런 관심과 주목 속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없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측을 하고 달려드는 자들이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적진에 낙오된 병사가 천만대군을 뚫고 귀환하는 것과 같다.
산에서 사람을 만나는 데는 이런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앞에 사람이 있으면 한 시진이고 두 시진이고 그가 비켜갈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렸다. 무공을 모르는 평범한 사람을 만나도 그렇게 했다.
그렇게 먼 길을 걸었는데, 소림사로부터 겨우 반나절 거리라고?
아니다. 그럴 리 없다.
그들이 바보인가? 산을 타면서 주변 지형지물을 살폈다.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교혈랑대와 떨어져서 혼자 탈출하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주변산세를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똑같은 지형은 없었다.
대략적인 위치도 짐작한다.
자신들은 남으로 향하고 있었다.
해는 동쪽에서 뜬다. 밤에는 북극성으로 북쪽을 찾을 수 있다. 나뭇가지가 많이 자라고 잔가지가 길게 뻗은 쪽이 남쪽이다. 바위는 북쪽에 이끼가 많이 낀다.
자연을 살펴보면 방향이 보인다.
인위적인 조형물도 있다.
무덤이나 비석은 대개 남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자신들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는 관찰만 잘해도 알 수 있다.
남쪽, 남쪽이다. 계속 남쪽으로 치달렸다.
물론 도련으로 넘어가려는 건 아니다. 노모보가 작심한 대로 독고금을 탈취해간다. 도련주, 아버지가 빼앗긴 정혼녀를 정혼자가 다시 되찾아 간다.
도련은 치욕을 당했다. 도련 심처에서 독고금을 빼앗겼다. 이미 사방팔방에 노모보의 혼인을 발표해놨는데, 야뇌슬이 나타나서 그녀를 탈취해갔다.
아니다. 야뇌슬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녀를 탈취해간 사람은 중원 무림에서 내려온 일단의 무리다. 그 속에 개방 노화자 두 명이 있다. 모용세가의 여식도 있다. 허나 야뇌슬이라는 자는 없다.
소문은 그런 식으로, 중원 무림에 유리한 쪽으로 퍼진다.
다시 말해서 중원 무인들이 그녀의 납치 소식을 듣고, 제 발로 강남으로 내려가서 그녀를 탈취해 왔다는 것이다.
시교혈랑대가 강북으로 침투해서 그녀를 납치해 갔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똑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의미는 분명히 다르다.
시교혈랑대는 사람 없는 유곡에서 그녀를 납치했다.
무림 군웅들은 도련 심처에서, 도련주가 거처하는 곳에서, 도련 무인들이 밀집된 곳에서 그녀를 꺼내갔다. 도련주가 두 눈을 빤히 뜨고 있는 상황에서 여인을 빼내갔다.
도련으로써는 개망신이 아닐 수 없다.
헌데 그런 망신을 시교혈랑대가 다시 감싸 안았다.
강북 무림이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자, 이번에는 시교혈랑대가 다시 강북 땅을 밟았다. 그들은 강북 무림의 최중심처인 소림사까지 지쳐 들어갔다. 그리고 군사 추여룡을 암살했다.
이로서 두 사건은 피장파장이 되었다.
도련 심처에 잠입하여 독고금을 빼내간 일단의 무리.
소림사 본사로 들이쳐서 군사를 죽인 시교혈랑대.
그들은 누가 낫고 못하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맞선다.
이로써 사실상 양쪽 사움은 끝났다.
시교혈랑대가 무사히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도련의 완승이다. 반면에 중원 무림에 사로잡히면 추여룡을 죽인 효과가 반감된다.
그런데ㅐ 노모보가 방향을 바꾸었다.
독고금을 다시 탈취해간다.
좋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일은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한다.
시간을 질질 끌면 불리해진다. 자신들이 강북 무림에 머무는 기간이 많아질수록 경계망이 강화된다.
빨리 치고 빨리 빠진다.
문제는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강북 무림에서는 그 어떤 사람하고도 접촉하면 안 된다. 접촉하는 순간 종적이 발각되고, 포위망에 갇힌다. 그러니 아무도 모르게 움직이면서 독고금의 현 위치를 찾아내야 한다.
노모보가 미와빙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시교혈랑대가 미와빙의 말을 쫓아서 산속생활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녀가 독고금의 위치를 추측해 줘야 한다.
그렇다. 추측이다. 사실을 파악할 수는 없다. 사실을 파악하고자 하는 순간 위치가 발각되기 때문에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 마지막 순간에는 확인을 해야겠지만 그 전까지 최대한 그녀가 있는 곳에 근접해 있어야 한다.
독고금, 그녀는 어디에 있는가!
이 부분을 미와빙이 맡았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움직였다. 마치 그녀가 있는 곳을 알기라도 하듯이, 익숙한 곳을 걷듯이, 고향 집을 방문하기라도 하듯이 태연하게 움직였다.
경산.
그녀가 경산이라고 말했을 때, 여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산을 내려가면 독고금이 있겠구나. 이제 다 왔구나. 드디어 다시 납치하는구나.
그런데 뭐? 소림사와 반나절 거리? 이런 제길! 그럼 여태까지 뭘 한 건가?
미와빙이 국물 한 그릇을 다 먹고 그릇을 내려놨다.
“표정들이 왜 그래? 왜 똥 씹은 표정들이야?”
“……”
긴 침묵, 말할 수 없는 침묵, 원망, 체념, 분노……
특히 노모보의 얼굴빛이 차츰 싸늘하게 경직되어 간다. 화가 치미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듯 어금니가 꽉 깨물린다.
“미와빙, 설명해줘야겠어.”
“뭘?”
“……”
“노모보.”
미와빙이 노모보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라버니라는 호칭을 붙이지만, 그에게는 그런 호칭조차 붙이지 않는다. 낭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인을 한 사이가 아니라서 낭군이란 말도 쓰지 않는다. 적암도에서부터 길들여진 말버릇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름을 불렀다.
“노모보, 날 너무 몰아붙이지 마. 나, 시교혈랑대 아냐.”
노모보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이 차게 가라앉아있다. 그에게 극심한 실망을 느낄 적에도 눈빛만은 뜨거웠는데, 이번에는 얼음물처럼 차다. 그런 눈으로 냉정하게 쳐다본다.
“흠!”
노모보가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넌 여기서 손 떼.”
“그럴까?”
“돌아가라. 배웅은 못해준다.”
미와빙이 피식 웃었다.
들끓는 혈기(血氣)!
이 사내…… 세상을 경영할 그릇이 아니다. 지금과 같을 때 자신의 비위라도 살살 맞춰주면 간웅(奸雄)이라도 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은 돌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면…… 노모보, 도련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의 무공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완성된 게 아니다.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나중에는 도련주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전까지 옆에서 받쳐주기만 하면 되는데…… 이 사내는 그 일을 가장 잘해줄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원래는 이런 사내가 아니었다.
지금 한 순간, 그는 미쳤다. 독고금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다. 머릿속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탈색되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런 말을 한 게다. 어린애도 하지 않을 말을.
호호!
그에게 이런 미련은 버렸다. 어제 잠을 자면서 모두 떨쳐버렸다.
이미 마음속으로 정리를 끝낸 일, 또 다시 번민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
“호호호! 추여룡만 잡아주면 간이고 쓸개도 다 빼줄 것 같더니, 너무 하는 거 아냐? 아! 됐어. 아침부터 싸우기 싫어. 솔직히 이런 싸움, 이젠 질려. 안 할래.”
그녀가 고개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