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09
109
[도검무안 109화]
第十七章 역습(逆襲) (7)
근본적으로 여인이 수련할 수 있는 무공이 아니다.
그래도 그녀는 수련했다. 그녀 가문의 무공, 그녀가 접할 수 있는 가장 무공이 그것이니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그녀 자신이 미립강의 후손이다.
사내들이 선천적인 자질을 물려받은 것처럼 그녀도 미립강에게서 물려받은 게 있지 않겠나.
안 되는 것을 수련하고 또 수련했다.
양기보다 음기가 강한 여인이 양강의 무공을 표현하려니 힘만 들고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사내들이라면 벌써 두각을 나타내고도 남았을 노력을 기울였건만 칼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앞날도 보이지 않는다. 계속 수련한다고 해서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던 중…… 음도를 찾아냈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아버지는 음도를 수련했다. 천왕구도의 비기 중에 비기를 습득한 고수다.
음도는 천왕구참도와는 다르게 양기를 쓰지 않는다. 음기를 사용한다. 사내보다는 여인이 수련하기가 더 적합하다. 아니, 여인을 위한 공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일러주지 않았다.
다른 사내와 혼인하면 미가의 비전비기가 흘러나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 사실이 그렇다. 그래서 비기들은 꼭꼭 숨겨놓고 사내들에게만 전수한다.
아무리 사랑스럽더라도, 꼭 깨물어 줄만큼 귀엽더라도 비기만은 일러주지 않는다.
아버지의 소장품을 샅샅이 뒤진 끝에 간신히 일기 형식의 비급을 찾아냈다.
음도는 그곳에 있었다.
자세한 내용이 적힌 것도 아니다. 아버지 당신이 깨달은 음도의 구결과 초식을 간단하게 적어놓은 일기장이다.
간단한 구결들이지만 그녀는 단숨에 알아봤다. 이미 구중미천공과 천왕구참도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던 그녀에게는 음도의 구결과 초식들이 가뭄에 단비처럼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그녀는 음도를 수련했다.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 물어왔다.
“어떻게 알았느냐! 누가 가르쳐 주더냐!”
“우연히요. 우연히 봤어요.”
천왕구도의 숨겨진 비기, 음도! 음유구도!
그녀에게 드디어 날개가 달렸다.
적어도 사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무공이 생겼다.
그녀가 어찌했겠는가. 수련하고 또 수련했다. 밤잠도 잊은 채 연공실에서 살았다.
사내들이 술을 마실 때 그녀는 칼을 휘둘렀다.
사내들이 여인들의 몸매를 보면서 낄낄거릴 때, 그녀는 칼의 유연함을 즐겼다.
음유구도는 몸에 붙었다.
이제 어느 사내와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다. 음유구도의 성격상 암습이 제격이지만, 정면에서 겨뤄도 이길 수 있다. 음도를 터득하면 양도의 무리도 터득된다.
산에 오른 사람만이 절곡을 본다.
한쪽 극에 이른 사람은 다른 극으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나서지 않았다. 절정의 무공을 지니고 있지만, 여전히 드러내지 않았다.
적암도 사람들도 그녀의 무공을 모른다.
여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 천왕구참도를 수련한 정도로만 생각한다.
무공은 숨길수록 좋다.
무공은 자랑하기 위해서 수련하는 게 아니다. 대접받기 위해서 수련하는 게 아니다. 무공을 수련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 적을 죽이기 위해서다.
활검? 활도?
웃기는 소리다. 칼에 그런 말은 없다. 세상을 죽이는 살도만 존재한다. 사람을 살리는 칼이란 멋만 부리는 인간이 칼에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붙인 허울 좋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말에 현혹되면 칼만 무뎌진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살도,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녀는 살도를 들었다.
‘넌 오늘 죽어!’
장주는 강가에 앉아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밤이 꽤 깊었는데도 횃불을 밝혀놓고 낚시를 즐긴다.
‘천재일우의 기회! 그리고 이런 기회는 장주, 당신이 만들어 주었어. 당신이 스스로 목숨을 내놓은 거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목숨이 위태로운 줄 알았으면 그냥 객잔에 숨죽이고 붙어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한가롭게 낚시질이라니. 물고기 잡으려다가 제 목숨 떨어지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가.
대화금장 장주가 이토록 무모한 사람은 아닐 터인데.
그녀는 경계망부터 살폈다.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두 겹의 막이 쳐졌다.
그의 뒤로 두 사내가 앉아있다.
장주를 중심으로 삼각을 형성한 채 좌우에 앉아있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어둠 속에도 사람이 있다.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예리한 기운이 흐른다.
그들이 화산파의 육매검이다.
육매검은 매우 뛰어나다. 시각혈랑대 중에서 단신으로 육매검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허나 불행히도 그들은 한 자리에 모여 있지 않다.
장주가 낚시를 하고 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장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을 막아야 한다.
만약 살수가 그를 친다면 어느 방면으로 공격해 올까?
물속으로 유영에서 낚싯대를 타고 올라와 불쑥 솟구친다면 어떻게 막아낼까?
광탑천왕과 일도살쾌는 장주의 뒤에 앉아있다.
물 쪽은 감시하지 않고 오로지 등 뒤만 막아선다.
그들이 물속에서 튀어나오는 살수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는다. 살수에게 그 정도의 시간이면 넉넉하다 못해서 넘친다. 살수는 장주를 살해하고 다시 물속으로 도주할 게다.
그래서 육매검 중 네 명이 강으로 나갔다.
두 명이 배를 타고 오간다. 다른 두 명은 강심에서 장주를 지킨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장주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육방진(六方陣) 형태로 둘러 감았다.
그들은 눈과 귀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
살수가 물속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감시한다.
육매검 중 두 명만이 육지에 있다.
일체의 살기를 죽인다.
일체의 도기를 죽인다.
거기에 평화를 심으면 더욱 좋다. 화합, 웃음을 담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바람같이 흐른다.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지 않는다. 가벼운 흔들림조차 일으키지 않는다. 바람이 호수 위를 미끄러져 간다. 기름 위를 스치듯 그렇게 흘러간다.
이것이 음유구도다.
음유구도는 있어도 없는 것처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검을 들고 있어도 들지 않을 것처럼 여겨진다. 칼을 들이밀어도 자기를 벨 의사가 없는 칼이라고 생각한다. 살기가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칼을 내뻗으면 피한다. 범인들이라면 당연히 피한다. 그들은 살기를 보지 않고 칼만 보기 때문에 무조건 피한다. 하지만 무인은 살기를 읽는다. 그래서 위협이 없다고 생각하면 긴장을 탁 풀어버린다. 아주 못된 습관이다.
칼이 다가온다. 하지만 자신을 죽일 칼이 아니다.
상대는 웃는다. 목숨을 해할 칼이 아니라 단지 위협만 하는 칼인데 웃지 않을 수 있나. 그래서 웃는다. 하지만 그 칼은 어김없이 살점을 찢어낸다.
스르르륵!
그녀는 흘러갔다.
한 사내가 무심히 돌아본다.
그의 눈빛이 매우 날카롭다. 눈동자에 맑은 정광이 어려있다. 검법은 보지 않았지만 화산파의 매화검법을 쓸 것이고, 내공은 삼십 년 화후를 넘어서리라.
스윽!
사내가 뒤돌아봤을 때, 칼이 그려내는 한 줄기 섬광이 보였다.
사내의 눈동자에 곤혹스러움이 떠올랐다. 이것을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가 무심히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그래도 칼이 다가오고 있으니 가볍게라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끝났다. 이것으로 끝났다.
스읏!
칼이 목을 가르며 지나갔다.
커어억!사내가 뒤늦은 비명을 쏟아냈지만 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미와빙이 손으로 입을 막아서 비명조차도 차단시켜 버렸다.
음도를 모르면 이렇게 무너진다.
‘이로써…… 육방진의 일각은 허물었고.’
육매검 중 다른 한 명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육방진이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녀 같은 사람에게는 밥을 먹고도 남을 시간이 주어졌다.
스스스스!
그녀는 유령처럼 움직였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주어져도 제대로 써야 한다.
장주에게 다가서려면 두 사내를 지나쳐야 한다. 아니, 한 사내만 지나치면 된다. 다른 한 사내는 옆에 떨어져 있어서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스읏!
음유신보가 펼쳐졌다.
기름 위로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모래알을 밟아도 사박거리는 소리조차 난지 않을 발걸음, 인기척을 감추고, 아무런 느낌조차 들지 않게 은밀히……
광탑천왕이 뒤돌아봤다. 너무 늦게 쳐다봤다. 순간, 그의 눈에 경악성이 어렸다. 마리 귀신을 본 듯한 얼굴 표정이다.
수읏!
도가 빛살을 뿌려냈다.
광탑천왕의 머리가 앉은 자리에서 등 뒤로 뚝 떨어졌다.
일도살쾌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본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보지 않았다. 지금 어둠 속에서 달려나오고 있는 육매검처럼 이 자도 상대하지 않는다.
그가 일어서서 달려들려면 촌각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산간이면…… 장주를 치고 도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스읏!
그녀가 장주를 향해 미끄러졌다.
“위험!”
일도살쾌가 고함을 빽 질렀다.
그가 벌떡 일어나서 달려온다. 얼마나 급했는지 손에 들고 있던 강도까지 집어던진다. 초식을 써야할 병기를 길을 막기 위해서 집어던진다.
쒜에엑!
날카로운 파공음이 허공을 찢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스읏! 퓨잇!
장주의 머리가 싹둑 베어졌다. 몸통은 움찔거렸고, 잘린 머리는 강물 속으로 푹 처박혔다.
그녀는 곧바로 신형을 쏘아냈다.
이미 탈출구는 정해져 있다. 광탑천왕이 죽었고, 장주가 죽었다. 육매검 중 한 명도 죽았다. 그들, 시신을 일직선으로 쭉 그으면 구멀 ㄸ뚫린 빈공간이 나온다.
그쪽이 환히 비었다.
쉬이익!
그녀는 음유신보를 펼쳐서 있는 힘껏 신형을 쏘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