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10
110
[도검무안 110화]
第十八章 슬픈 해후(邂逅) (1)
소리 없이 왔다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지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지?
귀신이 곡할 노릇!
무엇인가가 후다닥 스쳐지나갔는데 피가 흐른다. 절정 고수란 사람들이 픽픽 쓰러졌다. 썩은 짚단처럼 반항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죽었다.
장주가…… 죽었다.
“여자였다!”
“무슨 무공인지…… 알아보지 못했어.”
“굉장히 음유한 무공이야. 바람 소리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등 뒤에서 치면 죽은 다음에야 알게 될 거다.”
오매검이 이를 꽉 깨문 채 말했다.
세 사람이 죽었다.
죽은 사람 중에는 매검도 있다.
화산파의 장문인이 매검을 하사한 고수다. 화산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상승고수다. 그런 무인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이 잘리고 말았다.
모두들 죽은 사람들을 보면서 멍하니 섰다.
무엇인가 세찬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아직도 지금 벌어진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
상대를 알아볼 수 없었다. 간신히 여자라는 것만 확인했다. 자세히 보기에는 밤이 너무 깊었다. 주위에는 겨우 횃불 한 자루만 불타고 있었다.
“머리를 자른 절단면이……”
“깨끗하지? 깨끗할 거야. 그런 솜씨였어.”
“반항도 못해봤다니.”
도대체 어떤 무공이 이런 죽음을 그려낼 수 있는가.
그들은 광탑천왕의 죽음을 봤다.
그는 등 뒤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다. 다른 쪽에서 매검이 달려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은 매우 짧다.
타닥! 스읏!
수를 헤아릴 필요도 없을 만큼 짧은 순간이다.
그동안에 여인은 광탑천왕의 등 뒤로 다가섰고, 칼을 휘둘렀다.
광탑천왕 같은 무인이 반항도 못해보고 머리를 내줄 만큼 민첩한 솜씨다.
아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광탑천왕의 반응이 매우 미온적이었다. 목에 칼이 들어오는데, 그는 겨우 고갯짓만 했다. 살짝 머리를 돌려서 칼을 흘려보낼 생각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는 반항도 못해보고 죽었다.
광탑천왕 옆에 일도살쾌가 있었다.
그는 광탑천왕이 죽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다.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는데, 벌써 칼이 들어오고 있었소. 솔직히 내가 경각심을 느꼈을 때는…… 머리가 떨어지고 있었소.”
굉장히 빠르고 정확한 칼이다.
헌데 여기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가 달려온다.
강에 있던 매검들은 그녀를 봤다. 그래서 재빨리 신형을 솟구쳤다.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은 배를 저어서 왔다. 아주 다급하게, 전력을 다 쏟아서.
매검들은 광탑천왕과 일도살쾌도 여인의 등장을 눈치 챌 줄 알았다. 여인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데 기미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여인이 달려오는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차이는 매우 크다.
눈으로는 볼 수 있는데, 귀로 듣거나 오감으로 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굉장한 살인검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일도살쾌가 물어왔다.
“음!”
매검이라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다.
우선 대화금장에 알려야 한다. 소림사에도 알려야 한다. 그리도 그들 화산파에도 매검의 죽음을 알려야 한다. 어떻게 죽었는지 소상하게 보고해야 한다.
“선 시신을 정리…… 아니, 아니야. 아냐. 가만 놔둬야겠어.”
말을 하던 매검이 고개를 흔들었다.
야뇌슬이라는 자가 달려오고 있단다.
그에 대한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다.
물론 풍문에 불과한 소문이겠지만 추여룡 군사가 자신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그를 꼽았다는 말도 들린다. 개방에서 나온 말이라 어느 정도나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좌우지간 꽤 똑똑한 것 같기는 하다.
그가 오고 있다.
그에게 이 사건을 맡겨볼까?
아무도 장주의 위험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장주가 위험하다고 경고를 발해준 것도 그가 처음이다.
독고금이 탈출하는 순간부터 그런 말을 했단다.
‘그가 오고 있다면…… 기다려 주는 게 좋아.’
“시신을 움직이지., 마. 이대로, 이대로 보존해. 야뇌슬이 직접 보고 판단하도록 놔둬., 내일이면 올 테니까.”
아침이 되자 소림사에서 스님이 달려왔다.
“아!”
스님은 늦은 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기습자가 한 명뿐이라서, 그것도 여자라서 다소 안심했다. 그런데 매검이 당했는가.
그는 매검을 나무랄 입장에 있지 않다.
배분 상으로 한 배분이 낮으니 육매검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할 위치다.
“군사의 서신을 가지고 왔는데…… 너무 늦은 모양입니다. 아미타불!”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말이다.
“스님은 이 길로 돌아가셔야겠습니다.”긹로 돌아갓겨애겟습니다.“
“가는 건 어렵지 않은데……”
“전서를 보내겠지만…… 소저께는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 겁니다. 가셔서 장주님이 당했다고 말해주시지요. 저희들처럼 무작정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나을 겁니다.”
오매검은 야뇌슬이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야뇌슬은 점심을 훨씬 지나서 나타났다.
그는 마차를 타고 왔다. 사두마차에 말만 바꿔가면서 내처 달려왔다. 얼굴도 씻지 않고 밥도 마차에서 물에 말아 먹었다. 될 수 있으면 마차에서 먹고 마시는 모든 일을 하고자 했다.
그렇게 부리나케 찾아왔는데, 시신만이 반긴다.
“이런!”
야뇌슬은 탄식을 토해냈다.
시신 세 구.
매검들은 그들이 당한 모습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매검은 선 채로 죽었다. 광탑천왕은 앉은 자세에서 머리만 잘라졌다. 장주도 마찬가지로 당했다. 낚시를 하는 중에 머리만 강으로 똑 떨어졌다.
‘한 명……’
목을 자른 솜씨가 똑같다.
사실 사인을 살필 필요도 없다. 그는 이 죽음이 누가 솜씨인지 이미 추측하고 있다.
상처를 보면서 미와빙의 무공을 살핀다.
시신을 본다. 매검을 살피고, 광탑천왕게게 다가서기가지 몇 걸음이 떼어놓아야 하는 지도 헤아려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주의 시신도 살핀다.
미와빙은 이 모든 죽음을 실로 촌각 만에 일으켰다.
‘역시 미와빙!’
그녀를 칭찬해 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매끄러운 무공만은 칭찬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실제다.
모두들 모르는 그녀의 실제가 처음으로 드러난 현장이다.
그녀는 시교혈랑대 그 누구와 겨뤄도 뒤지지 않는다. 목 잘린 시신들이 그녀의 무공을 증명한다.
미와빙에 대해서 보고자 했던 부분을 모두 봤다.
그녀는 확실히 음유구도를 수련했다. 그것도 극성으로 깨달았다. 천왕구도의 비기를 수련한 사람이 몇 명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일 것이다.
그는 일어섰다.
“매검이라고 하네.”
“야뇌슬입니다.”
야뇌슬이 담담하게 수인사를 했다.
순간, 매검의 눈에서 광채가 번뜩였다.
이 자…… 매검이 누구인지 모르는 건가? 매검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모르나? 알면 이런 식으로 무심하게 수인사를 나룰 수 없는데…… 적암도에서 왔다더니, 아마도 모르는 것이겠지.
“상황파악은 끝냈나?”
“볼 것이 없군요.”
“볼 것이…… 없다?”
매검은 야뇌슬의 말투에 기분이 확 상했다.
야뇌슬의 말은 얼핏 들으면 별 것도 아닌 일에 매검이 죽고, 광탑천왕이 죽고, 장주가 죽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장주님이 낚시 중이셨네.”
“그렇군요.”
“암살 통보를 받으셨지. 그래서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고. 그런데도 낚시 중이셨어. 왜 그런지 묻지 않나?”
“물어야 합니까?”
야뇌슬은 궁금하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이 부분은 모든 무인들이 궁금해 한다. 장주가 왜 한가하게 낚시질이나 하고 있었나. 그것도 한 밤중에. 그러니 암습을 받기 딱 좋지 않은가.
그런데 야뇌슬은 그런 기본조차도 묻지 않는다.
그는 상처만을 살폈다. 시신과 시신 사이의 거리를 주목했다.
이런 살핌은 이해된다. 얼마나 빠르게 공격했는지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
야뇌슬은 상대방의 무공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가?
여인이다! 미와빙이다! 그녀를 잡아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나. 그동안 시신을 치우지 않고 기다려준 대가로 언질 하나라도 던져줘야 하지 않은가. 머리가 똑똑하다고 소문난 만큼 뭔가는……
매검은 그런 마음을 꾹 누르면서 말했다.
“도초(刀招) 같은데, 뭔가? 적암도 무공인가?”
매검들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다.
그들은 장주의 죽음은 애통해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관계없는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매검은…… 그의 죽음은 슬프다. 깊은 슬픔이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야뇌슬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암도의 무공입니다. 걸리면 죽습니다. 이 칼의 무서운 점은 감정의 변화에 상관없이 칼이 뻗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분노할 때나, 흥분해 있을 때나…… 어떤 감정 상태에 머물러 있어도 진기를 끌어내는 순간 마음이 없는 비정한 상태로 몰입합니다. 그러니…… 가장 차디찬 칼이 되는 겁니다.”
야뇌슬은 음도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점을 말했다.
도초? 음유보법? 음유구도?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지만, 가장 무서운 점은 역시 감정의 말살이다.
이것은 죽음의 칼이다.
얼음처럼 차디찬 감정으로 내뻗는 칼에 동정의 여지가 깃들어 있을 리 없다.
“그게 자네의 판단인가? 후후! 그런 말은 도법을 모르는 우리도 할 수 있는 말이지 않나. 상처만 보고도 할 수 있는 말인데…… 고작 그런 말밖에 해줄 말이 없는 건가?”
매검의 말투가 시비조로 돌아섰다.
야뇌슬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보인다. 무공도 특출나 보이지 않는다.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겉모습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소문처럼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괜히 기다렸다. 기다릴 시간에 그 계집을 쫓는 것인데…… 그래도 뭔가 건질 줄 알고 기다렸다. 괜히.
야뇌슬은 매검의 불편한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이들의 말에 신경 쓸 정신이 없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시신을 정리하세요. 곡소저가 오기 전에 대화금장으로 모셔야 합니다.”
일면 매검을 말을 무시하는 것처럼 들렸다.
“알겠습니다.”
석전검사가 매검들의 표정을 보고 그들의 마음을 눈치챘다. 그래서 최대한 공경한 자세로 야뇌슬의 말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