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18
118
[도검무안 118화]
第十九章 구한(仇恨)을 혈사(血死)로 (3)
사실 노모보의 성명절기는 방금 전의 일전을 통해서 모두 드러났다. 그는 전력을 다했다. 그가 쓸 수 있는 혈우마검의 절초를 모두 펼쳐냈다.
헌데 모두 가로막혔다.
그에게는 숨겨진 검초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검초를 펼쳐낼 수 있다. 하지만 그 검초를 야뇌슬이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아니, 안다고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하다.
“후후후!”
노모보는 씁쓸하게 웃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더니, 서로 간에 입장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인가.
그래, 싸우자.
둘 사이에 주고받을 말은 없다. 죽고 죽이는 일만 남았다. 더 이상은 아무런 말도 필요없다.
서로 그런 관계로 변했다.
일가족을 몰살한 장본인과 몰살당한 사람의 입장은 그런 것이다.
누이가 어떻고, 평소 너와 어떻게 지냈고…… 다 부질없는 말들.
스읏! 츠으읏!
야뇌슬은 검에 진기를 넣었다.
마음을 가다듬는다. 더욱더 차분하게, 조용하게, 한 점 티끌로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 조용할수록 곧게 밝게 빛나는 심등의 불빛을 더욱 환하게 밝힌다.
노모보는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화륜을 꺼냈다.
사람들은 도련주와 노모보가 검의 달인인 줄 알고 있다.
맞다. 검의 달인이다. 하지만 그 전에 그들은 현현화륜 노광도의 후손이다. 시교혈랑대의 노염백처럼 화륜을 다루는 가문에서 태어나 보고 자랐다.
그들이 제일 먼저 접한 절기는 현현무심공이다. 현현비격술이다.
노모보는 혈우마검은 이십사 무동에서 접했다.
적암도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공개 무공이다. 그런 무공으로도 그는 당대의 검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제는 화륜이다.
본가의 공부로, 본가의 비기로, 절대 살려둬서는 안될 숙적을 정리한다.
주변에 있는 떨거지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야뇌슬을 죽이는 순간, 그들은 석상처럼 얼어붙을 것이다. 적암도 무공의 실체를 보면 검히 덤벼들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자신을 상대하려며 장문인들이 나서야 한다. 장로 서너 명이 합격을 취해 와야 한다.
지금 이곳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너희가 무서워서 산속으로 숨어 다녔는지 아는가! 이왕 한 번 죽는 사람 목숨, 어디 여기서 결판을 내볼까? 그래, 지금부터는 어차피 혈귀가 되어야 할 것 같으니…… 어디 해보자.
스읏! 차앙!
십자 형태의 화륜이 두 손에 쥐어졌다.
야뇌슬은 당황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노모보가 화륜을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자라면서도 그가 화륜 던지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하다못해 수련조차도 하지 않아다.
노모보가 화륜을 들고 있는 모습은 무착 낯설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선입견이 없다. 상대는 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심들을 바라보면서 그런 결과를 얻었다.
세상은 항시 변한다.
똑 같은 개울물이라고 해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지금 흐르는 물은 어제의 물이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어제의 사람이 다르고 오늘의 사람이 다르다. 어제는 선했다가도 오늘은 악인이 될 수 있다. 어제 악인이었어도 오늘 선인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무공이란 성장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늘 변화무쌍하다.
무인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삼류무인이었지만 기연이라도 만나서 단숨에 절정고수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심등만 보자. 심등만 본다.
심등은 불편함을 알아차린다. 법에서 어긋나는 건 모두 불편한 것이다.
법(法)!
세상에는 법이 있다.
인간이 만든 법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규율이나 문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인간의 도리라거나, 도덕이라거나, 윤리라거나…… 그런 법이 아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 날이 더우면 물이 증발한다. 사과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물도 위에서 아랴로 흐른다.
이런 자연법칙을 법이라고 한다.
자연현상을 법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원리를 법이라고 한다.
심등은 그 원리를 비춘다.
그 원리에서 벗어나면 불빛이 출렁인다. 하지만 밥을 따라가면 언제나 곱고 밝은 빛을 뿌린다.
지금은 밝다. 곱다. 환하다.
그는 법을 따르고 있다. 반면에 노모보는 날카롭다. 온몸에 가시가 삐죽삐죽 솟아나온 것 같아.
‘무위무(無爲無)!’
야뇌슬은 노모보의 초식을 알아봤다.
적송림 십이좌실에는 오제의 무공이 낱낱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는 각 가문에서 비밀리에 전수되는 비기들도 적혀 있다.
중원 제일의 신산자 빈세백은 오제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모든 면면을 파악해 놨다. 이 일의 훗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았을까? 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것들까지 기재해 놓았는지 모르지만…… 십이좌실에서 무공을 연람한 사람은 이십사 무동에서 비급을 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
노모보의 기세로 그가 펼칠 무공이 추측된다.
그러자 심등이 피라락 흔들린다.
추측하지 마라. 추측은 금물이다. 추측이란 지금 일어난 일이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예견하는 것이다. 싸움은 지금이다.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잊고, 미래에 있을 일도 잊고 지금에만 집중한다.
이것이 싸움의 법이다.
“타앗!‘
노모보가 우렁찬 일갈의 터트렸다. 그리고 두 손이 번뜩였다.
그의 손에서 무엇인가 번뜩이는 것 같다. 그러나 없다.
무위무, 화륜이 사라진다.
무영신법을 펼치면서, 극상의 빠름으로 이동하면서, 화륜을 움직임 속에 숨긴다. 그러기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은밀하게 쳐낸다.
그가 이미 추측한 바 있는 무위무다.
하지만 그는 추측을 잊었다. 무위무를 잊었다. 그가 알고, 보고, 듣는 것은 오로지 지금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화륜 뿐이다.
스스스슷!
화륜이 환상처럼 흘러든다.
‘땅! 하나!’
그는 소리를 들었다. 땅에서 화륜이 흘러온다. 밑으로 흘러와 위로 솟구친다.
‘하늘! 둘!’
하늘에도 한 개가 있다. 이것은 머리 위까지 날아와 뚝 떨어질 것이다.
쒜에엑!
언제 뽑아들었는지 검도 바랑을 일으킨다.
노모보는 검을 포기하지 않았다. 화륜으로 정신을 빼앗아놓고 검으로 일격 가한다.
아니다. 화륜을 쓰면서 굳이 검까지 쓸 이유가 없다.
현현화륜 노광도의 무공은 약하지 않다. 그도 혈우마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제다.
노모보가 검을 꺼내든 것은 검을 주목하라는 뜻이다.
화륜은 시선 분산, 주(主)는 검!
이게 그가 말하는 바이다.
‘셋!’
등 뒤로 은밀하게 다가오는 게 있다.
하늘과 땅에 이어서 세 번째 화륜이다.
자신이 하늘과 땅을 주시하는 동안 빙글 돌아선 게 있다. 그것이 방향을 바꿔서 등 뒤로 밀려든다. 천과 지, 앞과 뒤에서 동시에 공격해 온다.
‘다 피할 수는 없어.’
피가 튈 것을 생각하는데 심등이 흔들리지 않는다. 고요하다.
자신의 생각이 자연의 법칙에 맞는다는 뜻이다. ‘괜찮다. 해라’하고 말한다.
그는 두 발로 땅을 굳건히 밟았다.
일시탈백 장설리의 부동묘보다. 두 발을 땅에 석주처럼 박아넣는다. 단단하게 버틴다.
쒜에엑!
검을 휘둘렀다.
천왕구참도의 구중미천공이다.
까앙! 땅에서 올라오는 화륜을 쳐냈다.
까앙! 하늘에서 떨어지는 화륜을 쳐냈다.
파라락!
심등이 격렬하게 움직인다. 위험을 경고한다. 즉시 몸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육신이 위험하기 때문에 경고를 토해준다.
맞자. 아직 알어나지 않은 일은 신경 쓸 것이 없다.
그는 노모보의 검을 후려쳤다.
까앙! 까앙!
그의 검이 노모보의 검을 박살냈다. 구중미천공의 막강한 잠력이 노모보의 검을 산산조각 냈다.
당연하다. 노모보는 검에 진기를 강하게 싣지 않았다. 그의 진기를 등 뒤에서 다가오는 화륜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검이 박살난 것이다.
퍼억!
화륜이 등 뒤를 격타했다. 화륜의 날카로운 칼날이 살을 찢고 들어섰다.
그 아픔…… 잊어버린다.
쉬이이익!
야뇌슬은 노모보를 향해 검을 던졌다.
아는가? 뇌전자창 왕패의 백이십구신창술의 마지막 초식은 비창(飛槍)이다.
***
퍼억! 퍽!
일련의 격타음이 거의 동시에 들렸다.
양패구상(兩敗俱傷).
야뇌슬은 등에 화륜을 맞았다.
그의 상체가 크게 흔들린다. 화륜이 등을 격타하는 순간, 거센 바람에 휘말린 어린 나무처럼 거의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누가 봐도 심각한 중상이다.
노모보도 무사하지 못했다.
그는 야뇌슬의 비검을 막지 못했다. 화륜에 전력을 쏟고 있던 터인지라 검이 날아오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피하지 못했다.
장검이 복부에 틀어박혔다.
검신이 배를 뚫고 지나가 등 뒤로 삐죽 튀어나왔다.
누가 이겼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누가 빨리 치료를 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 같다.
치료를 하는 사람은 살고, 하지 못하면 죽는다.
‘많이…… 아프군.’
야뇌슬은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고통을 참았다.
만약 그가 련주에게 썼던 일심불광을 노모보에게 썼다면 화륜을 맞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비산하는 나뭇조각이 등 뒤에서 날아온 화륜을 쳐냈을 것이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일심불광을 끌어올리기는 한다. 하지만 심등을 밝히는 것으로 만족한다. 염왕의 무공을 써서 제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