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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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29화]
第二十一章 겨울이 간 후 (1)
한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온다.
야뇌슬은 거지가 되었다.
시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물덩어리 속에 섞여 있으면 어느 것이 쓰레기이고, 어느 것이 사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숨마저 죽이면 사람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심하게 망가졌다.
시장 사람들도 그를 주의하지 않는다.
그는 으레 있는 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시장 한 구석에 걸레처럼 드러누워 있는 사람이 있다. 일상의 한 광경, 이제는 없으면 이상할 정도다.
거지라면 신경이라도 쓴다.
추운 겨울이지 않나. 아무리 거지라고 해도 밤새 얼어 죽지 않았는지 신경 쓰는 게 당연하다. 아침이 되면 찬밥덩이 하나라도 던져주는 것이 사람의 정리다.
야뇌슬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그는 거지만도 못하다.
우선 그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멀거니 앉아만 있다. 발길에 채이지도 않고, 특별하게 주시할 만한 이도 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발을 동동거리다보면 그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른다.
차라리 거지라면 신경을 쓸터인데, 거지도 아니니 무엇을 신경써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아무도 주시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무사하다. 이제는 굶어 죽을 만한데, 아침이 되어서 찾아와보면 어제와 똑같이 앉아있다.
그는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산다.
둘째로 개방 거지들이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거지들은 그를 존중하는 듯하다.
거지들은 그가 무엇을 하든 일체 신경 쓰지 않는다. 뿐만이 아니라 그의 곁에 다가서지도 않는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숨까지 죽인다. 그러면서도 하루하루 세심하게 돌본다.
자연히 그는 고립되었다.
시장에 존재하는 쓰레기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는 조용하다.
그는 숨죽인다. 아무도 관계치 않는다.
파아앗!
심등이 가슴에서 피어나 전신을 밝힌다.
작은 불꽃은 전신을 활활 태우기에 충분하다. 아니, 몸 밖으로 빠져나가 온 세상을 태울 듯이 강렬하다. 그리고 몸 밖으로 내놓기만 하면 무엇이든 태워버릴 정도로 뜨겁다.
심등이 완전히 피어났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아무 것도 듣지 않고, 말하지 않고, 홀로 있는 속에서 심등이 활짝 꽃을 피웠다.
야뇌슬은 심등의 실체를 봤다.
그것은 원래부터 자신 것이었다.
새롭게 얻은 능력이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인데,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단언한다. 이 심등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이 노인도, 저 어린아이도…… 모두가 심등을 가지고 있다. 헌데 정작 본인은 그런 보물을 가지고 있는 줄도 모른다.
심등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일심불광이라고 했던가? 그게 뭐 어떻다는 것인가. 일심불광이 피어나는 것하고, 저기 쓰레기를 태우는 모닥불하고 다를 게 무엇인가. 빛이 나오고, 열기가 나온다. 그런 면에서 아무 것도 태우지 못하는 일심불광보다 저 모닥불이 훨씬 낫다.
일심불광은 자애(慈愛)다.
우물에서 길어 올린 물이나 바다에 있는 바닷물이나 물이라는 성질은 다를 바 없다.
나도 인간이고 너도 인간이라면 우리 모두는 다 같은 성질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 속에 누가 낫고 누가 덜할 수는 없다. 모두가 동질의 사람들이다.
나은 점을 찾지 말고 못한 점을 찾지 말라. 심등에 의지해서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라.
일심불광은 무공을 상승지경으로 끌어올려주는 무한 공력과는 전혀 상관없다.
한 인간으로 하여금 직관에 의한 판단을 내리게 해준다.
이성에 의한 판단이 아니다. 지식에 의한 판단이 아니다. 이리저리 자로 재고 칼로 재단한 판단도 아니다. 살아있는 가슴 속에서도 피어난 판단이다.
진기 순환이 달리지는 것은 부차적인 효능이다.
오제의 무공에서 보았던 모든 진기는 한 종류다.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무공은 하나의 진기다. 순환경로가 달라졌다고 해서 진기의 성질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얼음도 물이다. 수증기도 물이다.
흑조탄궁술을 펼치는 진기와 신뢰신검을 펼치는 진기가 모두 같ㄷ다. 실제로 심등으로 비쳐진 진기를 사용하면 오제의 무공을 두루 사용할 수 있다.
진기가 같기 때문이다.
단전에서 일어난 진기가 경맥을 주유한다. 온몸을 순환한다. 나쁜 기운을 거둬가고, 좋은 기운을 뿜어준다. 그래서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그는 시장 바닥의 더러움 속에 묻혀 있지만 연꽃보다도 깨끗한 마음을 유지한다.
심등에 불을 밝히고 있으면 이 세상의 모든 더러움이 환히 보인다. 악심(惡心)도 보이고, 악기(惡氣)도 보인다. 그런 것들을 뚜렷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어찌 물들 것인가.
‘일심불광!’
그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웃는다!”
걸개가 야뇌슬의 얼굴에서 웃음을 봤다.
그에게 떨어진 주문은 묘했다.
얼굴 가득히 웃음꽃이 피어나면 즉시 알려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얼마나 웃어야 이런 웃음이 될까? 그저 피식 웃는 정도는 아닐 것이고, 깔깔거리면서 희희낙락거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누군가가 먹을 것을 주면 좋아서 입이 쭉 찢어지는데, 그런 웃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도대체 주문을 이해할 수 없다.
헌데 야뇌슬의 표정을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읽힌다.
저 웃음을 말하는 거다.
얼굴 가득히 웃음꽃이 피어난다.
너무 밝고 맑은 웃음이라서 평행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토록 순박한 웃음을 본 적이 없다.
“래! 저 웃음이야!”
그는 즉시 치달렸다.
야뇌슬의 웃음에 대한 명령은 그에게만 떨어진 게 아니다. 개방도 모두에게 떨어졌다. 혹여 지나가던 길이라고 해도 야뇌슬이 웃은 모습을 보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즉시 알리라는 통보가 오래 전에 내려졌었다.
야뇌슬의 기행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이 이상하니 주문도 이상해.’
웃음꽃! 웃음꽃이 피어나는 웃음!
이걸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약 대화금장에서 현상금만 걸지 않았어도 신경을 쓰는 일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가 웃는 모습을 보고 알려준 자에게 아흔 칸짜리 집을 준다.
아흔 칸 집!
그때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개방도는 하루에 한 번씩 시장바닥을 얼씬 거린다.
물론 이곳에는 구역을 담당하는 걸개가 있다. 그것도 위풍당당한 분타주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라. 아흔 칸짜리 집을 받으면…… 어차피 모두 빼앗기겠지만, 그래도 계속 거지짓을 할지 말지 생각은 할 수 있지 않겠나.
거지들이 치달렸다.
“내가 웃음을 봤어!‘
“웃었다고?”
마록타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도 상거지다.
술에 잔뜩 취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는 그런 몸으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면서 말했다.
“그놈이 웃었다고?“
“아! 웃었다니까요.“
“어떻게 웃었는데? 활짝 웃었어?”
“아, 답답해서 미치겠네. 활짝 웃었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압니까! 웃음꽃을 피워냈다고요!”
“어떻게 웃는 게 활짝 웃는 건데?“
“제길!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해요. 좌우지간 홀짝 웃었다니까요!”
“크크크! 그냥 피식 웃은 게 아니고?”
“아휴! 답답해. 나도 참 그렇지. 술 취한 사람하고 무슨 말을 해. 들어갈랍니다. 길이나 비켜주쇼!”
“크크크! 그래, 가라 가!”
마록타가 길을 열어주며 말했다.
“크크큿! 그놈이 활짝 웃어? 크크크! 아미 삼십 년, 사십 년…… 육십 년이 지나도 활짝 웃지 않을 걸? 크크크! 그놈은 제 스스로 무덤 속으로 들어간 거야. 크크크!”
마록타의 입에서 술냄새가 풀풀 풍겼다.
그때, 보고를 가져온 걸개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람이 말하면 좀 믿는 구석이 있어야지. 이거야 원! 정말 활짝 웃었다니까 더럽게 안 믿네. 그런 웃음을 뭐라고 해야 하나? 천진난만하다고 해야 하나? 아름답다고 해야 하나? 그토록 맑고 밝은 웃음은……”
그때다. 취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눕던 마톩타가 벌떡 일어나 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어!“
“켁켁! 이, 이것……이것 좀 놓고.“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뭘, 뭘 말입니까? 켁켁! 이, 이것보터 놓고……”
“방금 뭐라고 했냐고! 아름다워?”
“아름답다기보다는…… 그것참 뭐라고 말해야 하나? 아, 좌우지간 활짝 웃었다니까요!“
마록타는 걸개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어느새 신형을 쏘아냈다.
쒜에에엑!
그가 일으킨 바람소리가 허공에 흘렀다.
“마록타가 뛰어나갔다고!”
모용아가 깜짝 놀라 일어섰다.
그녀는 마로가타가 절망하는 이유를 안다.
야뇌슬이 무림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이 인간으로써는 넘지 못할 선을 무너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일에 도전했기 때문에,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술에 젖어 사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뛰어서 달려갔다.
이건 심상치 않다.
“아! 가봐야겠아!.”
그녀는 읽고 있던 서신들을 모두 내팽개치고 신형을 쏘아냈다.
쒜에에겍!
그녀가 일으킨 바람 소리가 팽팽하게 공긱를 긴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