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30
130
[도검무안 130화]
第二十一章 겨울이 간 후 (2)
독고금은 제일 늦게 보고를 받았다.
현상금을 내건 사람은 그녀였지만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보고가 올라오는 바람에 제일 늦게야 보고를 접하게 되었다.
“마록타와 용아 동생이 달려갔다고?“
“네. 방금.”
“그걸 왜 지금 말해!“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모용아와 그녀는 어색한 상태로 지내왔다.
한 공간에 있지만 마치 남남처럼 행동했다. 그들 사이에 야뇌슬이라는 매개체가 없다면 서로 할 말도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짐작한다.
야뇌슬에 대한 애정을 감지해냈다.
언니 동생이라는 관계가 있는 반면에 연적(戀敵)이라는 관계도 있다. 그리고 이 연적이라는 관계가 두 여자 사이에 어색한 서리를 깔아놓았다.
두 여자는 질투에 눈 멀지 않았다.
이런 사태를 현명하게 처리할 줄 안다.
서로의 관계를 의식해서 두 여인 모두가 손을 뗄 수도 있다. 야뇌슬과 더 이상 깊은 관계로 들어가지 않고 단순히 벗 정도의 관계만 유지한다면 의리가 깨질 염려는 없다.
한 여인이 물러설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두 여인 모두 어렵다. 그러기에는 이미 애정이 깊게 깔려 버렸다.
두 여인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애로사항이 있다.
독고금은 대화금장의 장주다. 상계에서는 하늘에 떠있는 태양이나 다름없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위치를 주어야 하는가? 만약 야뇌슬과 혼인을 한다면 몇 번째 부인이 되어야 하나.
모용아가 양보할 수도 없다.
모용세가 역시 오대세가의 하나다.
무림에서는 독고금이 차지한 위치에 비해서 결코 모자다라고 할 수 없다. 뿐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 야뇌슬에게 가깝게 다가간 여인은 그녀다.
그녀가 용인하지 않으면 야뇌슬은 독고금을 쳐다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저런 사정들이 그녀들로 하여금 당분간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모용아가 달려나갔다.
둘 사이의 매개체인 야뇌슬을 향해서 달려갔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야뇌슬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드디어 야뇌슬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뤄냈다. 어둠 속에서 벗어나 밝은 광명으로 나오고 있다.
‘빨리! 가야해.’
그녀도 신형을 퉁겨냈다.
***
야뇌슬은 세상 속을 걸었다.
그가 걷고 있는 길은 관도다. 어떤 때는 논둑길이 되었다가, 어떤 때는 야산 자락을 지르밟았다.
발길이 어디로 닿는가.
그는 자신이 어디를 어떻게 걷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 귀로 들리는 것…… 이 세상이 주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심등은 이 속에서 피어난다.
그는 세상을 봤다.
어제도 보고, 그제도 본 세상이지만 오늘 새로운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랐다.
그러다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세상이 풍요롭다. 하늘이 맑건 궂건 상관없다. 모든 것이 자연의 얼굴이다. 맑은 모습에는 맑은 아름다음이 있고, 궂은 모습에는 궂은 아름다움이 있다.
심등은 모든 것을 아름다움으로 정화시킨다.
‘검……’
문득 검법을 시전해 보고 싶다.
나무 주위에서 손가락만한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검의 길이는 상관없다. 짧던 길던 원하는 검초만 펼쳐낼 수 있으면 그만이다. 사람을 살상할 목적이 아니다. 검초를 확인하는 아주 단순한 행동이다.
그러니 빈손이라도 상관없다.
다만 빈손으로 검초를 펼치기에는 너무 허전한 것 같아서 나뭇가지라도 주워든 것뿐이다.
눈을 감고 심등만 쳐다본다.
그가 이끄는 진기가 어떤 진기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혈우마검의 진기이든 천왕구도의 진기이든…… 가장 편한 운기 구결을 떠올리면 된다.
‘가장 느낌이 있는 진기……’
어느 진기든 위력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것이 심등의 역할이다.
혈우마검의 신뢰삼검이 줄줄이 풀려나왔다. 이어서 천왕구도의 천왕구참도가 펼쳐졌다.
검법과 도법이 펼쳐졌으나 마치 하나의 검초 같다.
도초라고 하면 도초고, 검법이라고 하면 검법이다. 특정한 형식을 논할 수 없다.
신뢰삼검은 빠름을 위주로 한다.
천왕구참도는 강력함을 내세운다.
두 개의 무공은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 한 사람이 동시에 두 무공을 사용할 수도 없을 뿐더러, 두 무공을 하나로 엮는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적암도 도민들은 어느 누구나 오제의 무공에 능통하다. 오제의 무공을 모두 다 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들어서면 모든 무공을 버리고 오직 하나의 무공에만 전념한다.
가문의 무공이든 타성씨의 무공이든 마음에 드는 무공을 선택하면 된다.
그것으로 평생을 이어간다.
이 무공, 저 무공을 고루 익히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런 사람이 없지 않은 건 아니다. 욕심이 많아서 오제의 무공에 모두 손 댄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없다.
오제는 평생 자신의 무공만 수련했다.
적암도에 들어와서 서로의 무공을 공개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무공 교류를 무공을 발전시키는 토양으로 삼았지 자신의 무공을 버린 사람은 없다.
헌데 야뇌슬은 신뢰삼검과 천왕구참도를 능숙하게 풀어낸다.
두 개의 이색적인 무공을 관통하는 진기가 있다. 하나의 진기로 두 개의 무공을 사용한다. 그래도 신뢰신공으로 신뢰삼검을 펼쳐내는 것보다 월등하게 빠르다.
쒜엑! 쒜에엑!
빛 한 조각이 번뜩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꾸르르릉!
천둥소리도 울린다. 바로 옆에서 화약이 터지는 것처럼 우렁차 소리를 울린다.
꽈앙!
자그마한 나뭇가지에 맞은 거목이 휘청거린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부르르 떨어댄다.
거두어들이고 내뻗음이 물 흐르듯 유연하다.
백이십구신창술도 펼쳤다.
손가락만한 나뭇가지로 장창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것은 역부족이다. 검으로 창술을 시현해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수공원으로 펼친다는 심정으로 펼쳐냈다.
꾸르르르를!
손이 휘저어질 때마다 공기가 찢겨진다.
단순히 강한 것만은 아니다. 개미처럼 연약해 보이기도 한다. 기러기처럼 부드럽게 날아오를 때도 잇다. 화살처럼 빨랐다가 굼벵이처럼 느려진다.
완급조절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빠름은 식별이 불가능하다.
그는 무공을 펼치는 게 아니다. 춤을 춘다. 천상에서 내려온 무장이 술에 취해서 흐느적거린다. 검무를 춘다. 신선들의 움직임을 선보인다.
그의 손길에는 평온함이 담겼다.
심등의 본질이 평온함, 평화, 사랑이기 때문에 그런 진기로 쏟아내는 검초나 도초 역시 평화로울 수밖에 없다.
아주 아늑하고, 조용하다.
뇌전자창이 비기였던 십이묘환법도 섞여 나왔다.
십이묘환법을 창술에만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 검법이나 도법에도 사용될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빠름과 무거움을 견뎌내야 한다.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에서건 빠름을 죽인다. 무거움을 덜어낸다.
십이묘환법을 다른 무공에 접목시킨다는 것은 신뢰삼검의 빠름을 죽이는 길이 된다. 또한 청왕구참도의 무거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말도 된다.
쾌, 중, 환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두가 최상일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을 완벽하게 추구하거나 다른 것들과의 절충점을 찾아내어야 한다.
정답은 없다.
무인 본인의 취향에 따라서 어떤 공부를 연성할지 결정한다.
야뇌슬이 십이묘환법을 운용하여 신뢰신검을 펼친다는 것은 극단의 빠름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십이묘환법의 묘결로 천왕구참도를 펼치면 본연의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 점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잇는 모든 무학을 고루 섞었다.
신뢰삼검이 펼쳐진다. 아니다. 천왕구참도다. 아니다. 현현화륜의 현현비격술이다.
그는 오제의 무공을 춤사위 한 판에 모두 녹여 넣었다.
그가 펼쳐내는 손짓에는 진기가 깃들어 있지 않다. 폭풍 같은 강기도 일어나지 않는다. 봄바람처럼 포근한 기운만이 만상 위로 넘쳐흐른다.
“후우욱!‘
근 한 시잔 동안 난무를 추던 손길이 멈췄다.
비로소 염왕의 무학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동(動), 비동(非動).
비동(非動) 비비동(悱悱動).
움직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으나 표현하지 못할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것이 염왕의 무학이다.
모두들 염왕의 무학이라고 하면 적엽비화 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염왕이 적엽비화를 이런 식으로, 이런 형태로 시전 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초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형태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무공 밑자락에 깔린 심공을 말한다.
자신은 적엽비화가 아니라 다른 무학을 시전할 수 있다.
어떤 사람과 싸운다. 그리고 가공할 무위로 횡소천군(橫掃千軍)을 시전한다. 두 번, 세 번…… 싸울 때마다 눈에 확 드러나도록 횡소천군을 펼친다.
그러면 횡소천군이 자신의 무학이 된다.
적엽비화가 염왕의 무학으로 인식된 게 이런 경우다.
오해하면 안 된다. 초식으로 제한하면 곤란하다. 그는 어떤 무공도 펼칠 수 있었다.
자신도 이런 실수를 했다.
심등을 알기 시작하면서, 일심불광을 알게 되면서…… 마치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적엽비화가 염왕의 무학인 것으로 오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