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4
14
[도검무안 14화]
第二章 모두 떠나버린 섬 (7)
그가 펼친 천왕구도보다 배는 빠르다.
곡문권은 급히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쒜엑!
나뭇조각이 귓불을 스치면서 지나갔다.
까닥했으면 얼굴 한 가운데에 구멍이 뚫릴 뻔했다. 귓불을 스치고 지나가는 파공음만 들어도 위력이 짐작된다.
똑 같은 일이 왕린에게도 일어났다.
그들에게 암기란 삼류무인의 조잡한 손짓에 지나지 않는다.
중원에 나가면 사천(四川) 당문(唐門)이라는 암기 명가가 있다던데, 언젠가 그곳에 한 번 들릴 생각이다. 도대체 암기 따위로 명가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암기는 종류가 어떻던, 발출 수법이 어떻던, 암기에 실린 내공이 어떻든 오제의 강기(罡氣) 철벽(鐵壁)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타탁! 파앗!
야뇌슬은 두 사람 사이를 뚫었다.
그는 노모보가 서있는 자리로 달리지 않았다. 밀실 안에서부터 도주로를 면밀히 살핀 터이다. 뛰쳐나가는데 일말의 머뭇거림이 있을 리 없다.
두 사람은 제자리에 주저앉히고, 두 사람을 젖히고, 한 명은 피했다.
그는 곧장 앞으로 치달려갔다.
“뭐야?”
곡문권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귓불을 스치고 지나간 암기가 무엇인지 찾고 있는 것이다.
“나무…… 부스러기.”
왕린이 손에 들린 것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곡문권은 고개를 젖혀서 피했지만, 왕린은 날아오던 것들 중에서 일부를 낚아챘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나뭇조각이 맞다.
“뭐야? 그걸로 나를……?”
곡문권의 표정에 곤혹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당한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암기에 당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 암기가 한낱 나무 부스러기라는 데는…… 인정하고 싶어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우리 모두 또 당한 거야? 저 여우같은 놈.”
밀실 안에서 주저앉았던 노염백과 장타홀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들은 전혀 서둘지 않았다.
이곳이 어디인가? 섬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바다뿐이다. 빠져나갈 곳이 없다. 선착장에 가면 배가 한 척 있기는 하다. 언젠가 그들을 싣고 중원으로 갈 배다. 하지만 그 배는 구멍이 뚫려서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떠날 때가 되면 수리해서 떠난다.
당장은 그 누구도 적암도를 떠날 수가 없다.
그보다…… 그들은 오래 끌 생각이 없다. 굳이 땀을 흘리면서 뒤쫓지 않아도 놈을 잡을 방도가 있다.
“염왕의 무공이다.”
노모보가 안광을 빛내며 말했다.
그도 야뇌슬의 암기수법에 상당히 놀란 듯 얼굴빛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렇다. 염왕의 무공은 모든 사람에게 경이의 대상이다.
염왕과 오제는 한 자리에 나란히 놓여진다. 동급의 무인으로 취급받는다.
잘못된 평가다.
염왕은 오제보다 두어 단계는 윗길의 고수다.
오제 두 명이면 필패(必敗), 세 명이면 동수(同手)라는 말이 있다.
적암도에서만 떠도는 전설 같은 말이지만, 그런 말이 전해져 오기는 한다.
그런데 기막힌 것은 염왕과 오제가 같이 적암도에 들어왔는데, 그 어디를 뒤져봐도 염왕의 무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염왕의 무공은 어디에 있을까?
삼백 년에 걸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적암도를 뒤졌다. 그래도 없었다. 티끌만한 단서조차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모두들 염왕이 무공을 남기지 않고 운명했다고 생각해왔다.
염왕과 오제가 함께 정착했지만, 무공을 남긴 사람은 오제뿐이다.
틀린 생각이다. 염왕도 무공을 남겼다.
일시탈백이 남긴 비급에 염왕의 무공에 대한 약간의 단서가 설명되어 있다.
– 비목경기만천하(飛木驚氣滿天下), 마검분절초탈심(魔劍分節超脫心)
나무가 날아서 만천하를 격동시키니, 마검이 부러져 허탈함만 깃든다.
나뭇조각 하나로 혈우마검의 검을 분질렀다는 소리다.
그 글귀가 야뇌슬의 암기수법과 동일한지는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지금은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곳이 염왕의 무고(武庫)였는가.”
노모보는 야뇌슬이 튀어나온 밀실을 쳐다봤다.
“쯧! 아깝네. 아까워. 안을 뒤져봤는데…… 모두 불에 타버렸어요. 책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재밖에 안 남았더군요.”
노염백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모두가 뛰지 않아도 되는 이유, 장타홀이 있어서이다.
장타홀은 왼발을 앞으로 놓고 비스듬히 섰다. 두 발의 간격은 어깨 넓이, 가장 편안한 자세를 유지했다.
한 손에는 활을 들었고, 다른 손에는 철시를 들었다.
모두들 나뭇조각이 어떠니, 염왕이 어떠니 하면서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는 조용하다.
부동명심공이 운용되고 있다.
마음이 명경지수처럼 맑다. 오직 달리는 자만 쳐다볼 뿐, 다른 것은 일체 생각지 않는다.
점, 점, 점…… 딱 한 점.
철시를 시위에 걸었다.
오른 손이 점차 변색된다. 새카맣게…… 너무 까매서 흑옥(黑玉)처럼 반질반질 윤기가 흐른다.
완벽한 흑조(黑爪)!
슈아악!
시위를 건 활이 들리면서 커다란 반원을 그렸다.
잠시 호흡을 고르는가?
타악!
손가락이 살짝 들리는가 싶더니 철시가 까마득한 창공으로 쏘아 올려졌다.
아직 한 번 더 위기가 남았다.
일곱 사자 중에서 가장 위험한 자, 장타홀이 남아있다. 그의 손을 벗어나야만 완벽하게 빠져나왔다고 볼 수 있다. 한 순간의 고비가 지나도 추적은 계속 되겠지만.
그는 누이가 묻힌 언덕을 향해서 치달렸다.
일부러 누이를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유일한 도주로가 그쪽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달린다.
사실 누이가 묻혔다는 무덤을 볼 자신이 없다.
나중이면 몰라도 지금 당장은 보고 싶지 않다. 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슈아악!
하늘에서 무엇인가 떨어져 내린다.
‘드디어!’
마지막 위기, 그는 심등을 환히 밝혔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다. 이것 하나만 믿고 장타홀의 표적이 될 것을 빤히 알면서도 곧장 치달렸다.
파라라락!
심들이 마구 떨린다. 금방이라도 꺼질듯이 펄럭인다.
‘지금!’
그는 뒤돌아섰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점 하나를 품에 안았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의 몸뚱이가 용수철처럼 펄떡 튀겨졌다. 그리고 땅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쳐졌다.
第三章 죽음이 시작되고 (1)
데구르르르……
야뇌슬은 산등성이에서 내던져진 돌멩이처럼 힘없이 굴러 떨어졌다.
“정확하군.”
탁태자가 손뼉을 쳤다.
야뇌슬의 얕은 수에 속아서 연기 나는 구멍으로 쫓아갔던 자들이 모두 돌아왔다.
그들은 밀실로 들어선 노염백이 첫 번째 화륜을 던질 때부터 판단착오를 깨달았다. 그래서 즉시 달려왔다. 노염백이나 장타홀은 눈앞에서 부딪친 적을 절대로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싸우는 곳에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한 발 늦었다.
그들이 되돌아왔을 때, 야뇌슬은 곡문권과 왕린을 밀쳐내고 누이의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장타홀이 야뇌슬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는 묵묵히 철시 하나를 더 꺼냈다.
죽여야 할 자, 확실히 죽인다.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한두 번의 수고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스읏!
활에 살이 재워지고, 번쩍 들리더니 만궁(彎弓)을 이뤘다.
탁! 쒜에엑!
허공 높이 쏘아진 철시가 까마득한 점이 되어서 날아올랐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철시는 마치 사냥을 나선 매처럼 데굴데굴 굴러가는 야뇌슬을 향해 덮쳐갔다.
퍽! 털썩!
야뇌슬이 신형이 끓는 기름에 닿은 물처럼 뛰어올랐다.
“십 장 밖에서는 절대로 너와 싸우면 안 되겠군.”
우염비도 감탄했다.
“가서 시체를 가져와.”
노모보가 뒤돌아서 밀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밀실은 아직도 연기로 자욱했다.
밀실에 들어갔다 나온 노염백과 장타홀은 몸에 뼈 태우는 냄새가 베여서 지독한 악취를 풍겼다.
하물며 밀실은 어떻겠는가.
그런데도 노모보는 태연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새까만 연기, 지독한 냄새…… 이런 것은 염왕의 무공과 견주면 그야말로 어린아이 장난이다. 피가 튀고, 살이 썩는다고 해도 염왕의 무공이 있다고 하면 들어설 판이다.
그만큼 염왕의 무공은 지독한 유혹이었다.
노염백이 안에 있는 경전들은 모두 타버렸다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시커먼 연기가 계속 피어나는 것은 무엇인가가 계속 타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작은 꼬투리라도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노모보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시커먼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