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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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44화]
第二十三章 주개(走開)! (3)
상대적으로 검도(劍刀)는 취약하다.
혈우마검의 진전을 이은 자가 셋이다. 천왕구참도를 수련한 자가 도객이 셋이다.
이들 스물 한 명은 묵묵히 싸움을 준비했다.
“노모보가 왔으니…… 그놈도 조만간 오겠지?”
“오려면 시간 좀 걸릴걸? 사천성에서 대우 좀 받아야 되잖아? 술도 마시고 여독도 풀고. 그 새끼들…… 잔뜩 몰리던 판인데 구원자가 나타났으니 오죽 좋겠어?”
“그놈이 그런 거에 구애받는 놈이야?”
“그렇지?”
“그럼. 오려면 당장 오늘도 올 수있 어.”
“쯧! 정말 귀여웠던 놈인데.”
“귀여웠지. 똑똑하고.”
“그것참…… 무공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던 놈인데. 무공보다는 책을 좋아했잖아?”
“성격 면에서는 송연부인을 많이 닮았지.”
“그런 소리들 그만 하지. 도주를 암산할 때 그 귀여움은 사라진 거야. 우릴 죽이려고 칼을 벼르는 놈이야. 그렇게 옛날 생각이나 하다가 창이나 쑤셔 박겠어?”
“그거야 박을 때 되면 박는 거고. 하하! 옛된 얼굴이 떠오르니까 해본 말이다. 하하하!”
그들은 하루 세 명이 같이 움직였다.
두 명이 눈을 뜨고 있고, 한 명이 휴식을 취한다. 그것도 한 시진마다 한 번씩 교대한다.
날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
사천성에 간자라도 집어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객잔에서 놀고 있는 놈들을 도로 사천으로 몰아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들에게는 수하들이 있다.
귀주성 본토 무인들인데, 중원 서무림과의 오랜 싸움에 지쳐서 무척 힘들어 한다.
그들에게도 야뇌슬이 온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우릴 몰살시키지는 않겠지?”
“그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우리가 검을 들이대면 죽이겠지. 그러다보면 몰살당하는 수도 생길 거고.”
“그렇다고 어떻게 안 싸워?”
“그러니 죽는 거지.”
귀주 무인들은 야뇌슬에게 몰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안고 있다.
야뇌슬이라는 존재가 이토록 컸다.
사천 당문, 아피파, 청성파 도인들의 협공에도 그떡하지 않고 버텨내던 귀주 무인들인데 앳된 애송이 한 명 온다는 소문에 사색이 되어서 벌벌 떤다.
도련 무인들의 동요가 그들에게 읽힌 것이다.
저들을 탓할 필요가 없다. 애초 야뇌슬의 등장에 심장의 고동을 느낀 자신들이 잘못이다.
저들에게 경계를 맡길 수는 없다. 공포에 질린 자는 번을 서지 못한다.
백랑도 도련 무인들은 직접 번을 섰다.
“경계가 삼엄한데?”
“야복.”
야뇌슬은 마록타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야복이라는 말로 불렀다.
“네, 주공.”
마록타도 야뇌슬의 말뜻을 알아듣고 즉시 다른 태도를 취했다.
“저들 중 절반은 야복 몫이야.”
“전 싸움을 못합니다.”
“싸움을 하라는 소리가 아냐. 죽이라는 소리지.”
“전 죽이지도 못합니다. 제가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염왕뿐입니다.”
“무슨 시종이 이래? 내 수고 좀 덜어줘.”
“못합니다.”
“명령이야. 듣던가 아니면 시종 노릇 그만해.”
“정히 그러시다면……”
야록타가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야복의 오랜 숙원…… 그것은 무인이 되어서 싸워보는 것이다.
자신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싶다. 그것도 적암도 무인들을 상대로 시험해 본다면 더 없이 영광이다. 이런 시험에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짜릿하다.
야뇌슬은 스물한 명 중 무려 열 명이나 그에게 내줬다.
“먼저 들어가.”
“제가요? 저 혼자요?”
“특기를 써. 소리 없이 제거해 봐. 그런 거 아주 잘 하잖아. 자신을 가지고.”
“히히! 그럼 저 먼저……”
쉬익!
마록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형을 쏘아냈다.
싸움을 못한다고 발뺌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신속함이다.
그는 싸움을 원했다. 진심으로 원했다. 다만 염왕의 시종이기에, 싸움을 해서는 안 되는 몸이기에 참았을 뿐이다. 헌데 이제는 싸우란다. 그것도 열 명…… 그는 신이 나서 줄달음질쳤다.
그렇다. 그들은 이미 백철소에 들어와있다.
사실은 예전에 왔다.
시교혈랑대가 왕청을 찾아왔을 때, 야뇌슬도 그들을 보고 있었다.
야뇌슬은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다.
백랑도 스물한 명 중에 그가 모르ㄹ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다 아저씨요, 삼촌이요, 팔촌이다.
그들을 죽여야 하는가.
설득해서 물러나게 할 방도는 없는가.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했고,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가장 빨리, 가장 잔혹하게…… 이것이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길…… 미안합니다.”
그는 두 손을 한데 모아 합장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 하지만 곧 죽을 사람들에게 미리 용서를 빈다.
***
흰 눈 속에서는 흰 눈이, 푸른 숲에서는 푸른 나뭇잎이, 자갈밭에서는 적갈색 자갈이 된다.
중원의 모든 은신술은 이런 기준에 얽매여 있다.
은신술의 최고봉을 물어보면 ‘어느 환경에서든 자유자재로 변신할 줄 아는 능력이다’라고 말한다..
아주 잘못된 발상이다.
사람이 나뭇잎과 같은 색깔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나뭇잎이 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사람이 사물로 변신할 수 없다.
사물과 얼마나 가깝게 위장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겠지만, 사물 자체가 되지는 못한다.
그런 은신술로는 안공(眼功)을 피하지 못한다.다.
그래서 중원의 은신술에는 한계가 있다.
은신술을 주로 수련하는 조직은 살수(殺手) 같은 부류뿐이다. 정도 무인들은 하찮은 무공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러면 한계가 없는 은신술은 없을까?
있다. 숨는 것이다.
이것보다 더 좋은 은신술은 있을 수 없다. 눈에 띄지 않는 구덩이 속, 나무 뒤, 담벼락 뒤에 숨어버린다. 호흡도 멈추고, 기척도 흘리지 않는다. 그러면 찾을 수 없다.
완벽한 은신술은 숨는 것밖에 없다.
그의 은신술은 이러한 바탕 위에서 수립된다.
처음부터 기준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후속 수단을 발전시키는데 차이가 생긴다.
위장을 먼저 생각하느냐, 숨을 장소을 먼저 찾느냐 하는 인식변화가 일어난다.
마록타는 당연히 후자에 기준점을 둔다.
그가 숨으면 염왕조차도 찾을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도 찾아내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이해하기 편하도록 시각만 거론하지만…… 사실은 숨을 곳 속에는 오감이 모두 포함된다.
눈, 보이지 않는 곳이어애 한다. 귀, 들리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코, 냄새를 풍기지 말아야 한다. 입, 당연히 소리가 나면 안 된다. 촉감, 느낌도 흘리지 말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가 가장 완벽한 은신처다.
수단은 그 다음에 부려진다.
은신하기에 완벽한 곳을 찾았다면 사실 위장술 같은 것은 필요없다. 숨어있는 자체로 위장이 되기 때문에 엉뚱한 힘을 소진할 필요가 없다.
다른 수단은 오감을 숨길 수 없는 곳에서 강구된다.
야복의 은신술은 이렇게 출발한다.
‘어둠!’
몸을 가릴 수 있는 곳 중에 어둠만큼 좋은 곳도 없다. 그래서 어둠만 보이면 뛰어들어간다.
몸을 비쳐주는 빛에서 멀어지는 곳에 길이 있다.
스읏! 스으읏!
그는 어둠에서 어둠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둠보다도 빛이 많다. 한밤중에도 사람 근처에는 어둠보다 빛이 더 밝게 빛난다.
어둠 속으로 움직이더라도 반드시 밝음으로 나와야 한다.
어둠 다음에는 밝음이다.
여기서 은신술의 성패가 좌우된다. 밝음 속에서 얼마동안이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느냐에 따라서 종적이 발각되고, 그렇지 않고의 차이가 발생한다.
가급적 밝음 속에 있지 마라.
어둠에서 밝음으로 이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밝음 속에서는 순간만 존재하라. 곧 다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라. 사람들 눈에 식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순간적인 움직임이어야 한다.
야복의 무공은 이런 단점들, 장애물들을 하나씩 없애는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스읏!
그는 쾌속하게 신형을 날렸다.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저들 대부분을 적암도에서 봤다.
아이들, 그리고 여인들!
저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 적암도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용맹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경계의 대상이다. 누구든 병기를 잡으면 바로 일류고수가 된다.
여인들은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 여인들은 검을 들고 싸우지 않는다.
그럴 만큼 사내들이 제 몫을 잘 해주고 있다.
만약 사내들이 몰살당하면 그 다음은 바로 이들이 뒤를 이어서 백랑도를 이끌어 갈 것이다.
적암도 사람들은 사내들만 보면 안 된다.
그는 이들의 무서움을 익히 안다. 그래서 은신술을 펼침에 있어서 방심하지 않는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오로지 경계심으로 똘똘 뭉친 채 움직인다.
스으읏!
어둠에서 어둠으로 움직인 끝에 한 사람이 걸려들었다.
‘화륜!’
제일 먼저 병기부터 봤다. 화륜이다. 허리춤에 화륜 십여 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