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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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49화]
第二十四章 가소(可笑) (2)
‘좋아!’
암혼도주는 만족했다.
“네 아비는 죽을 것이다.”
“네.”
“그 모습을 냉장하게 지켜볼 수 있느냐?”
“네.”
아이가 이를 악물면서 또렷하게 대답했다.
“네 아비만 죽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죽을 것이다. 네가 알던 모든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그래도 침착할 수 있겠느냐? 담담하게 지켜볼 수 있겠어?”
아이에게는 무리한 주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또렷하게 대답했다.
“네.”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좋아. 그럼 네가 할 일은 무엇이냐?”
“지켜볼 것입니다.”
“무엇을 말이냐?”
“어른들이 죽는 모습을 볼 겁니다. 아버님이 어떻게 죽는지, 어떤 수법에 죽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입니다.”
“죽는 모습은 지켜볼 필요 없다.”
“……?”
“어떤 수법에 죽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없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암혼도주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아이는 자신의 무공이 얼마나 미천한지 모른다. 자신들이 죽는 모습조차 지켜본다? 그럴 수 없다. 그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아주 형편없는 실력이다.
수법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야뇌슬의 수법을 지켜볼 수 없다.
헌데도 그의 수법을 지켜보려고 한다면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엇! 하고 놀라는 사이에 우스스 죽어나갈 터인데, 그것을 무슨 수로 지켜보겠나.
다 죽고 난 다음에 오열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암혼도주가 말했다.
“넌…… 느끼기만 해라.”
“느껴요?”
“나와 야뇌슬의 격차, 네 아비와 야뇌슬의 격차만 느껴라. 네가 하늘처럼 우러러 보던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죽는지 그것만 봐라. 야뇌슬이 얼마나 강한지만 느껴라.”
“아!”
아이가 말뜻을 알아들었다.
‘천재는 천재군.’
암혼도주는 비로소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어느 정도로 농락당하는지 그것만 보면 된다. 그런 우리가 죽고 난 다음에 넌 무엇을 해야 할까?”
“도련으로 갑니다.”
“그래서?”
“련주님게 제가 느낀 사실을 말해드립니다.”
암혼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다. 그게 네가 할 일이야.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네가 먼저 도착해야 한다. 그럴 수 있겠느냐? 여기서부터 본단까지는 무려 이만 리 길이다. 그럴 수 있겠느냐?”
“네.”
아이가 또렷하게 대답했다.
***
암혼도는 그들을 반기지 않는다.
힘이 되어주지 못할 자들은 모두 내친다. 그런 판국에 구경이나 하겠다고 달려온 사람들, 이미 잊혀진 자들, 버려진 늑대들을 반길 리 없다.
그들은 암혼도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섰다.
언덕 위에서는 암혼도가 내려다보인다.
건물이며, 연무장이며…… 형체가 모두 보인다. 하지만 사람이 겨우 새끼손가락 한 토막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라도 구경할 수 있는 장소를 찾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싸움이 벌어지면 죽고 사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 얼마나 빨리 쓰러지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최대한의 기회다.
암혼도에 들어가면 저들 편에 서서 야뇌슬과 싸워야 한다. 죽을 게 뻔한 걸 알면서도 싸워야 한다. 적암도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래서 아예 암혼도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은 밖에서 구경한다. 비록 죽는 모습밖에 보지 못하겠지만, 그 정도로 만족한다.
“여기서는 시간밖에 잴 수 없겠는걸.”
탁태자가 중얼거렸다.
그가 말한 시간이란 암혼도 무인들이 쓰러지는 시간을 말한다. 서로 검을 맞대는 순간부터 한쪽이 멸살당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의미한다.
그 밖에 것은 알아볼 수 없다.
“그거면 돼.”
미외빙이 말했다.
“모두 자기 무공은 자기가 알 거 아냐. 자신이 저기를 친다고 생각해봐.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 아니, 우리는 생각을 바꿔야겠다. 칠 수나 있겠어?”
초식은 볼 수 없지만 무공 정도는 느낄 수 있다.
야뇌슬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것만 보면 된다. 느끼면 된다.
백랑도에서는 그런 점을 보지 못했다.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일이 터졌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쫓아갔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백랑도 무인들이 모두 유린당한 후였다.
야뇌슬은 번개처럼 치고 지나갔다.
하룻밤을 자고 났더니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그들에게 미소를 보내던 왕청이 차디찬 시신이 되어서 누워있었다. 그들을 집에 들이지 않았던 왕군이 피를 흘리며 무너져 있었다.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죽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백랑도가 그토록 빨리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이다. 야뇌슬이 이런 일을 만들어냈다. 세상을 뒤집어 놓고 있다.
“휴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도대체 저놈 어디서 염왕의 무공을…… 휴우!”
미루극이 한숨을 토해냈다.
염왕의 무공이 십이좌실에 숨겨져 있었던 점은 이미 알고 있다. 놈이 십이좌실에서 뛰쳐나올 때, 그때 사용했던 적엽비화 무공으로 알아봤다.
그때 죽였어야 하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강력하지 않았는데.
“조용히 해. 와.”
미와빙이 암혼도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암혼도 정문으로 젊은이와 꾀죄죄하고 꾸부정한 꼽추가 들어서고 있었다.
꼽추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는 멀리서도 예기가 감지된다.
살인을 안 모습이다.
야뇌슬은…… 평범하다. 아주 평범하다. 너무 평범해서 주목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는 그런 모습으로 변했다.
***
야뇌슬과 마록타가 암혼도를 들어섰다.
암혼도 무인은 도주를 포함해서 모두 열아홉 명이다. 원래는 다른 도보다 한 명 더 많은 스물두 명으로 출발했지만, 숱한 싸움을 치르는 동안에 두 명이 사망했다.
아미파, 청성파, 사천당문!
이 쟁쟁한 문파들과 백여 차례가 넘는 접전을 치르면서 고장 두 명만 죽었다.
암혼도의 특징은 무자비함이다.
사천 무림인들은 백랑도의 노도 같은 물길보다는 암혼도의 무자비함을 더 무서워한다. 백랑도와 싸우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암혼도와 부딪치면 죽기살기로 싸워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이들에게는 자비라라는 말이 없다.
병기에 걸리는 자는 죽는다. 부상자는 만들지 않는다. 오직 죽는 자만 만든다. 그러니 죽지 않으려면 피해라. 검 앞에 나서지 마라.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마라.
암혼도가 하는 말은 매우 간단하다. 그리고 그 말을 유지시켜 나갈만한 무공을 지녔다.
“섯!”
암혼도주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척! 척! 척! 척!
활 네 자루가 두 사람을 겨눴다.
부동명심공으로 운용되는 흑조탄궁술!
이들의 첫 번째 공격은 으레 활로 시작한다. 모든 공격이 그렇다. 활로 시작해서 검과 도로 끝낸다. 그래서 장창이나 화륜보다도 활 공격이 인상 깊게 각인된다.
그 첫 시위가 걸렸다.
“피할 수 있겠어?”
“곤한한데……”
“그럼 지금 피해.”
“그래도 될까? 주인 혼자서 싸우게 하면 체면이 안 서는데. 킥킥!”
“피하지 못하면 죽는 수밖에. 죽으려면 남던가.”
“제길! 같은 말이라도……”
마록타가 툴툴 거리면서 옆으로 물러섰다.
스읏!
그의 신형이 연기처럼 꺼졌다. 물러서려고 작심한 이상 촌각이라도 아낀다.
그는 아예 담 뒤에 숨었다.
담 뒤라고 해서 안전하지는 않다. 흑조탄궁술은 웬만한 돌벽 쯤은 단숨에 꿰뚫어 버린다. 흑조탄궁술을 쓸 정도의 궁수라면 담을 꿰뚫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담을 뚫고 그 뒤에 숨은 자를 격살한다.
담 뒤에 몸을 숨기고, 호흡을 죽이고, 완전히 죽은 사람이 되어서 숨는다.
이렇게 숨지 않으면 표적이 된다.
한 번만 그렇게 하면 된다. 숨는 순간에만 그런 현상을 유지하면 궁수의 시각을 빼앗는다. 그 다음에는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다. 아무리 흑조탄궁술의 명인이라도 보이지 않는 곳은 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다.
야복 은신술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잘해.”
마록타가 털썩 주저앉아 호로병 마개를 땄다.
똑!
마개가 퉁겨나가며 청아한 술 향기가 번져나갔다.
야뇌슬은 암혼도주를 챠다봤다. 아니, 그 뒤에 늘어서 있는 열일곱 명의 면면을 쳐다봤다.
모두 아는 사람들이다.
그중 절반 이상이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쫓아다니던 분들이다.
나머지는 형이다. 자신보다 어린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형의 입장에서 그를 대했다.
또 이들은 이십사 무동을 칠성 출관했다. 적암도에서는 무공 상위권에 드는 사람들이다.
“오랜만입니다.”
야뇌슬이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취했다.
“많이 컸구나.”
암혼도주의 눈에도 정감이 스쳐갔다.
그들은 자신들의 관계가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 일은 하늘이 두쪽이 나도 이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