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5
15
[도검무안 15화]
第三章 죽음이 시작되고 (2)
피를 쏟은 자국이 선명하다.
언덕을 굴러가면서도 상당히 심할 정도로 피를 쏟았다.
그리고 또 한 대, 장타홀이 두 번째 시위를 날린 곳에서 또 다량의 피를 발견했다.
헌데 야뇌슬은 없다.
놈은…… 바다로 떨어졌다.
선혈이 언덕 밑 낭떠러지로 이어진다.
야리몌가 가장 좋아하던 언덕, 바다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그곳은 일명 자살 벼랑이라고도 불린다. 사오 년마다 한 명씩 바다로 뛰어내리기 때문이다.
벼랑 아래는 바다다.
아주 깊은 바다여서 바닷물 빛도 검푸르다. 검정색에 가까운 짙은 감청색이다.
벼랑 아래로 투신하면 시체를 찾기가 힘들다.
“하필이면……”
야뇌슬의 시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죽음이 확실하지만, 그래도 필요하다. 먼젓번에도 확실히 죽었다고 단정했는데, 멀쩡하게 살아있었지 않은가.
“바다를 뒤져야지, 별 수 있어?”
“뒤진다고 나오겠나.”
“안 나와도 뒤져는 봐야지.”
그들은 혀를 끌끌 찼다.
“네 놈 때문에 내가 미친다. 미쳐.”
마록타는 피투성이가 된 야뇌슬을 껴안고 물속으로, 물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갔다.
십 장, 이십 장…… 끝없이 깊게 들어갔다.
햇살이 비치지 않는 곳, 물고기도 내려오지 않는 곳…… 그런 곳을 능숙하게 자맥질했다.
그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병신이다.
걷는 것도 불편하고, 생김새도 흉측하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왕(王)이다. 꼽추라고 놀려대는 자도 없다. 옆에 사람이 있어도 입을 벌려서 말할 수 없으니, 놀려댈 수가 없다.
자맥질도 능숙하다.
땅에서 살기 힘든 몸이기 때문에 바다에서 살아왔다. 땅에서는 걸음걸이가 힘들지만, 바다에서는 쑥쑥 나아간다. 짝짝이 다리가 물속에서만큼은 정상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쑤우욱!
그는 벼랑에 뚫린 동혈로 들어섰다.
적암도의 바위가 붉은 것은 화산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용암은 적암도 안에 무수한 굴을 만들어 놨다. 적암도 사람들도 모르는 굴이 상당수다.
적암도 사람들은 땅에 뚫려있는 구멍만 탐색했다. 물속에 뚫려 있는 굴도 결국은 땅으로 이어진다.
거기까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물속으로 이십 장 이상 들어서야 들어설 수 있는 굴이 있고, 그 굴이 지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마록타만 안다.
요 근래, 적암도 사람들은 마록타를 보지 못했다.
그가 수중동굴을 탐사하고 있었던 탓에 몇 날 며칠 동안 그림자도 못 보곤 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가 사라졌다는 걸 알지 못했다.
원래부터 적암도 사람들을 마록타란 존재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그가 굶어죽던 쓰레기를 주워 먹든 일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눈에 보이면 놀려댔고, 보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딱 한 사람, 송연부인만이 그를 주시했다.
송연부인은 주시만 한 게 아니다. 마록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접했다. 그가 지닌 능력을 존중했고, 활짝 웃으면서 계속 발전시키라고 격려했다.
송연부인의 격려는 큰 힘이 되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쓰레기에서 그래도 무엇인가 할 수 있는 한 인간으로 재탄생했다.
송연부인과의 인연은 꽤 깊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일심불광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염왕이란 사람은 단지 전설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 게다.
이제 그 모든 인연이 야뇌슬에게 이어진다.
그는 야뇌슬을 마른 땅에 눕혔다.
그가 머무는 곳은 막다른 곳이다.
수심 이십여 장을 내려오지 않으면 입구조차 발견할 수 없다.
나가는 길도 오직 그 길 뿐이다. 물에 뛰어들고, 내려가고, 입구를 빠져나가서 다시 올라가야 한다.
보통 사람은 내려가기도 전에 숨이 막혀서 죽는다.
무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유영(遊泳)에 아주 능숙한 사람이 아니면 감히 수심 이십 장을 내려올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가 머무는 곳은 적암도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다.
마른 땅이 조금 있을 뿐, 완전히 사방이 막힌 곳.
헌데 바람은 통한다. 횃불을 켜놓으면 아주 가끔이지만 바람에 펄럭이기도 한다.
동혈 어딘가에서 바람이 스며든다.
마록타는 야뇌슬의 상처를 살폈다.
화살 한 대는 옆구리를 뚫었다. 다른 한 대도 옆구리에 맞았다. 철시인데도 완전히 관통하지는 않았다. 앞에서 뒤로, 양 옆구리에 화살 한 대씩을 꽂고 있다.
“응?”
마록타는 상처가 의외로 가벼워서 손을 쓰지 못했다.
치료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심하지 않다.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고, 벼랑에서 떨어져 바다에 풍덩 빠질 때는 여지없이 죽었구나 싶었는데……
“끄응!”
야뇌슬이 미간을 있는 대로 찡그리면서 눈을 떴다.
“엇!”
마록타는 또 한 번 놀랐다.
완전히 혼절해서 인사불성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깨어나?
야뇌슬이 억지로 눈을 뜨면서 말했다.
“화살이나 뽑아줘. 아프니까 살살. 장타홀…… 조심해야 할 줄은 알았지만 하마터면 저승 갈 뻔했어.”
“그럼…… 일부러 맞았단 말이냐?”
“이 정도 맞지 않고 속일 수 있나. 이 정도는 맞아줘야 죽었다고 생각하겠지. 시신을 찾으려고 계속 수색은 하겠지만…… 조금 하다가 그만둘걸? 흑조탄궁술에 두 대나 맞았는데…… 끄응! 살살! 살살! 아프다니까!”
“엄살 좀 작작 피워라. 임마!”
“제길! 엄살이 아니라니까!”
“철시까지 맞을 때는 이 정도 아플 줄 몰랐냐!”
마록타는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철시를 쭉 뽑아버렸다.
화살이 뽑히면서 피가 쫙 솟구쳤다.
“크윽! 아프다니까!”
“기다려, 임마!”
마록타는 마취 성분이 강한 팔엽묘안초 즙액을 상처에 발랐다.
야뇌슬이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래, 원하는 건 얻었고?”
“응.”
“다행이네.”
“근데 정말 우리 이런 식으로 말해야 돼? 내가 영 불편해서 말이야. 노인도 한참 노인네한테 반말 찍찍 하고 있으려니 속이 다 느물거리는 것 같아.”
“내 옆에 철시 있다. 찔려볼래?”
“끄응!”
야뇌슬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뭐라고 할 틈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야뇌슬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동안 마록타는 차디찬 물수건을 가져와서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상처도 덧나지 않게 꼼꼼히 살폈다.
찢어진 부위를 꿰매고, 정성을 들여서 금창약(金瘡藥)을 발라주었다.
그와 야뇌슬의 인연은 매우 깊다.
송연부인을 만날 때부터 이리 될 운명이었는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그는 송연부인의 도움으로 야복(夜蝠)이 되었다.
야복의 수련을 받을 때는 야복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단지 무인들처럼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마냥 따라했다.
야복…… 그는 염왕의 시종이다.
송연부인은 야복이 남긴 모든 것을 그에게 전수했다.
– 언젠가 염왕의 후예가 나타날 거예요. 그때는 충성을 바치던지, 그럴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죽여야 돼요. 그게 야복의 운명이에요. 알았죠?
– 알았습니다. 마님.
– 충성을 바치는 건 쉬워요. 죽이는 게 어렵죠. 세상에 해를 끼칠만한 사람이면 죽여야 하는데, 그럴 수 있어요?
– 죽이겠습니다.
– 염왕이 저라도요?
– 마님!
– 죽여야 해요. 저라도 죽이세요. 세상에 해를 끼칠 인물이라고 판단되면. 그게 야복의 운명이라니까요.
송연부인은 그 부분을 무척 강조했다.
야복의 절기를 가르쳐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을 하곤 했다.
야복의 무공이 염왕을 능가할 리 없다. 하지만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시중을 들다보면 기회도 많이 생긴다.
송연부인은 그 기회를 잡는 법과, 잡은 기회를 살려서 암살하는 법을 가르쳤다.
마님은 그때까지만 해도 염왕의 후예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가 그녀의 아들일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녀도 언젠가 염왕의 절기를 이어받은 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자는 마님의 아들이다.
그때 송연부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또 다른 선택권을 주었다.
– 뇌슬이가 염왕의 맥을 이은 것 같아요. 일광불심…… 아마도 뇌슬이에게서 일광불심을 볼 수 있을 거예요. 휴우! 어떻게 그 아이가 염왕의 맥을 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야복의 운명 같은 건 없어요. 그런 거에 연연하지 말아요.
송연부인은 그에게 아주 미안해했다.
그것은 진심이다. 거짓이 아니다. 그가 다른 것은 미흡해도 사람을 볼 줄은 안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 눈치를 보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만으로도 속마음을 읽어낸다.
야뇌슬은 그의 주인이다.
그가 평생을 모실 주인이다.
야뇌슬은 열여덟, 그는 쉰 넷.
아버지와 아들만큼이나 나이 차가 나지만 서로 반말을 하자고 우긴 것도 그 때문이다.
히히! 사실 이것은 자신이 덕본 거다.
세상에 시종이 주인에게 반말하는 법이 어디 있던가. 야뇌슬도 지금은 아무 것도 모르니 속이 니글거린다 어쩐다 하지만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알고 나면 꽤나 억울해 할 게다.
야뇌슬은 세상을 망칠 인물이 아니다.
도주와 송연부인이 죽었으니 복수의 칼을 들 것이다. 피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그런 와중에 무림에도 어느 정도는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 정도는 눈 감아줘도 괜찮다.
그가 존경하는 도주와 송연부인이 죽었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복수해도 모자라거늘, 그의 아들이 칼을 들겠다는데 막을 수 있나.
‘마님께서 염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마님, 편히 눈감으시소.’
마록타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