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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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151화]
第二十四章 가소(可笑) (4)
그들 중에 어느 누가 야뇌슬이 이토록 놀라운 고수로 변모할 줄 알았던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일초지적으로 전락하리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겨울, 노모보는 음도를 성취하느라 부심했다.
음도만 몸에 붙이면 야뇌슬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떴다. 그래서 침식도 잊은 채 무공수련에 몰두했다.
희망이 있다는 건 언제나 좋다.
사람을 살게 해준다. 현실이 어떤지는 알지 못해도, 하루하루 삶의 열기는 북돋아준다.
그런 희망이 좌절되었다.
노모보는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절망감에서 힘겹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패배라면 치유라도 하련만, 마음에서 자기 스스로 일으킨 패배이기 때문에 도와줄 방도도 없다.
그에게는 희망이 필요하다.
그가 악착같이 야뇌슬을 쫓고 있는 것도 그의 움직임 속에서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없다. 그는 점점 강해진다.
“그래도……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정해야 하잖아. 의견이 있으면 말해봐라.”
미루극이 물었다.
미루극의 미간도 잔뜩 찌푸려져 있다. 묻기는 묻지만 별다른 기대를 하는 눈치는 아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단신으로 암혼도를 박살내버린 무력을 무슨 수로 상대한단 말인가.
그때…… 사천성에서 덤벼들지 않기를 잘했다. 만약 그랬다면 모두 죽었다. 제비뽑기로 한두 명이 달려둘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면 틀림없이 죽었다.
야뇌슬을 상대할 방법이 없다.
“련주께서는 상대할 수 있을까?”
노염백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지금 야뇌슬의 무학 정도라면 련주도 힘들어 보인다. 련주의 무공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지고한 곳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알지만…… 전력이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
련주는 야뇌슬이 강하기 이전에도 죽이지 못했다.
물론 그 싸움을 보지 못했으니 어떤 사연으로 죽이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련주가 죽이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야뇌슬이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결론적으로 말하면 련주는 야뇌슬을 죽이지 못했다.
죽이지 못했다는 게 중요하다.
헌데 이제는 야뇌슬이 하늘의 무공을 지녔다.
련주가 그를 죽일 수 있을까? 무공으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이 부분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좋은 승부가 될 거예요.”
미외빙은 뜻밖에서 낙관적인 대답을 내놨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던 노모보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냐는 듯이 미와빙을 쳐다봤다.
탁태자, 미루극, 노염백의 눈길도 미와빙에게 향했다.
그들은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다. 도련주를 지척에서 모셔왔기 때문에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 생각에는 야뇌슬이 더 강해 보인다.
노모보의 경우에는 더하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무공을 배웠다. 아버지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그가 잘 안다.
야뇌슬이 이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도련쪽 편에 서서 생각을 해야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재의 야뇌슬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미와빙의 말이 뜻밖이다.
미와빙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련주를 잘 모르시는군요. 련주의 가슴에는 항시 삼 할의 비밀이 품어져 있어요.“
“무공을 삼 할이나 숨겼다는 것인가!”
“야뇌슬이 련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은 운이에요. 그런 건 운으로 봐야지 무공으로 보면 곤란해요. 아주 지독하게 좋은 운. 지금 죽어서 황제로 환생하는 것보다 더 강한 운. 그렇게 봐야돼요.”
“아무리 그래도……그때도 염왕의 무공을 썼다던데.”
“그랬다면 죽었을 거야.”
“……?”
“련주는 지금도 야뇌슬을 죽일 수 있어. 하물며 그때는…… 야뇌슬이 염왕의 무공을 썼지만 아주 운 좋게 빠져나갔어. 그러지 않고 잠시만 지체했어도 련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야. 련주가 어떤 분인데 야뇌슬을 놓쳐?”
“으음!”
노모보가 신음했다.
미와빙의 말이 맞다.
아버지는 그를 평생 적암도에 묶어둘 생각이었다. 야뇌슬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면 결코 육지를 밟지 말라고 했다. 그만큼 야뇌슬의 죽음에 무거운 힘을 싣는다.
그런 입장이니 야뇌슬을 살려둘 리 없다.
운이 좋게 빠져나갔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무공이 지금의 야뇌슬을 누를 정도로 강하다면 말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강하지 않아.”
노모보가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하나만 말할게 도주의 무공을 어떻게 봐?”
“죽은 도주?”
“그럼 우리가 도주라고 부르는 사람이 또 있어?”
“그 분의 무공이야……”
탁태자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도주는 강했다. 강했으니 도주가 되었다. 하지만 얼마나 강했는지는 모른다. 도주가 무공을 펼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무공을 쓴 적이 없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적암도에서 제일 무공이 강한 사람은 부도주이고, 그 다음이 도주라고 한다.
그렇게만 알아왔다.
미와빙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도주의 무공은…… 놀라지들 마. 도주는 오래 전에 오제의 무공을 합일시켰어.”
“뭐라고!”
“왜? 오제의 무공이 합일됐다니까 놀라워?”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건가?”
노염백이 자신의 화륜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화륜을 사용하는 공부와 장찰을 사용하는 공부는 완전히 다르다. 이것을 합칠 수는 없다. 초식만 다른 게 아니다. 신공도 다르다. 호흡부터가 다르다. 이것들을 어떻게 하나로 합일 시킨단 말인가. 불가능하다. 불가능해!
미와빙은 웃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일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도주다. 도주, 야씨 가문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끔 논리적인 무리를 세웠다.
부도주가 무공이 더 강했다면 그가 도주가 되었어야 한다.
무공이 더 강한 사람이 도주가 되지 못하고 부도주가 되었다. 그러면 왜 그런지 이유를 따져봤어야 할 것이 아닌가. 단순히 운이 없어서, 아니면 나이가 적어서, 형님으로 모시는 분이라서…… 등등의 말들은 너무 철부지 같다.
정치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도주는 도주가 될 만 했으니까 된 것이다.
“오제의 무공이 전해져 내려온 게 삼백 년이야. 그만한 노력이 없었겠어?”
“그럼!”
“시작은 도주가 일으켰어. 하지만 결국 련주가 그런 도주를 눌렀단 말이야. 도주와 부도주라는 직위가 고정된 후라서 안타깝지만…… 자, 이제 아까 한 말, 다시 물어봐? 뭘 물었더라?”
도주가 야뇌슬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이제는 그런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오제의 무공을 합일시킨 도주를 꺼꾸러트릴 정도라면…… 도대체 련주의 무공은 어디가 한계란 말인가.
“후후후!”
탁태자가 비로소 웃었다.
“뭐냐!”
노모보는 불쾌한 표정으로 미와빙을 쏘아봤다.
“뭐가?”
“음도! 신회삼검에 음도를 섞으면 모든 게 다 이뤄질 줄 알았다. 그런데 뭐야!”
노모보의 음성이 점점 거칠어졌다.
“음성 낮춰. 내 체면도 생각해 줘야지.”
“뭐야!”
“노모보, 노모보…… 어쩌나, 우리 노모보. 한때는 노모보가 적암도 제일 기재였는데…… 이제보니 영 아니네.”
“뭐라고!”
“정말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그래, 심뢰삼검에 음도를 가미시키면 무적이 된다고 그랬어. 그게 뭐 어째서? 음도를 섞어봤어? 아직 수련 중이잖아. 그거 하나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면서 어디다 눈길을 주는 거야?”
노모보는 얼굴을 붉혔다.
신뢰삼검에 음도를 가미시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구결 몇 줄 안다고 덧붙여지는 게 아니었다. 미외빙의 협조를 전폭적으로 받고 있지만 그래도 매번 속도에서 가로막힌다.
음도와 신뢰삼검은 양극의 결정체다.
신뢰삼검은 여타의 조건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빠름에만 치중한다. 반면에 음도는 빠름은 상관치 않는다. 조용함, 은밀함, 귀기스러움을 주무기로 한다.
이 둘을 한데 섞는다는 건 검과 도를 섞는 것만큼 어렵다.
물론 오제의 무공이 합일되었다는 부분에서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것에 비하면 겨우 검과 도를 섞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 것조차도 제댈 하지 못한다.
미와빙은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부분으로 닦달을 한다. 수련을 시작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그것도 수련하지 못하냐면서 다그친다.
노모보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야뇌슬이 싸우는 거 봤어?”
“봤다.”
“어떻게 싸웠는데?”
순간! 노모보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두 눈을 부릅떴다. 신형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왜? 왜? 왜? 보지 못했을까?
야뇌슬의 무공에 너무 기가 눌렸다.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나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사용하는 무공은 천외천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감히 자신 같은 사람이 맞설 수 없는 무공이라고 지례 포기해 버렸다.
그가 암혼도를 피로 물들이는 모습만 보았다. 그가 사용하는 무공은 전혀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자는 봤다.
‘그래!’
노모보의 눈에 신광이 번뜩엿다.
우선 야뇌슬은 오제의 신법을 하나로 통일시켰다. 아니, 통일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모든 신법을 자유자재로 섞어서 사용할 수 있는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무영신법을 펼치다가 갑자기 천왕대보를 밟는다는 식이다. 그렇다가 화살이라도 날아오면 부동묘보로 바뀐다. 십이묘환법의 환시도 적용시킨다.
이 부분에서 암혼도 무인들이 녹아났다.
이것이 음도다!
무영신법으로 음도를 펼치면 바로 이 지경이 된다. 거기에 신뢰삼검을 섞으면?
‘그렇다!’
노모보는 눈을 번쩍 떴다.
미와빙이 말했다.
“아무 소리 말고 음도나 빨리 섞어. 그것만 섞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잖아.”
“너……”
“어떻게 이런 걸 아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