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59
159
[도검무안 159화]
第二十五章 삼 년 후에 보자 (6)
강자존!
수하들에 의해 그가 늘 부르짖던 상황에서 밀려나게 된다.
빈산릉이 될지 수라도주가 될지 모르겠지만, 상처입은 몸으로 그들을 상대한다는 건 무리다.
그럼 노모보가 상대해야 하는데…… 노모보는 그들의 상대가 아니다. 시교혈랑대 역시 마찬가지다. 늑대들이 본색을 드러냈을 때, 가장 먼저 물어뜯길 자들은 시교혈랑대다.
시교혈랑대는 미숙하다. 그러면서 부대주의 혈육이다. 그러니 표면적인 승리를 위해서라도 그들을 죽여야 한다.
아니, 도련은 이미 야뇌슬로부터 배운 것이 있다.
삭초제근(朔草諸根)을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되었다.
누구든 련주를 치는 사람은 바로 뒤를 이어서 시교혈랑대를 친다.
이 난관을 돌차하는 방법은 중원을 떠나서 적암도로 가는 것뿐이다.
두 번째 목적도 있다.
적암도에는 오제의 무공이 있다. 또 염왕의 무공도 있다. 섬을 떠나면서 모두 다 태워버리고, 부셔버렸지만, 그들의 무공이 머릿속에 담겨져 있다.
그런 무공들을 최고로 끌어올리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련주는 적암도로 가라고 말하면서 미와빙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장홍주에게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잡았다.
이 뜻이 무엇인가.
적암도에 살 길이 있다. 자신의 진전을 적암도에 남겨놓았다. 적암도에만 가면 오제의 합일된 무공을 찾을 수 있다. 염왕의 무공도 있다. 십이좌실에 있는 무학은 옮겨적은 것…… 진본은 따로 있다. 섬에 남아있다.
‘아!’
미와빙은 탄성을 지를 뻔했다.
가야 한다. 가서 염왕의 무공을 찾아야 한다.
염왕의 무공은 적송림 십이 좌실에 있지 않다. 어딘가 다른 장소에 있다. 그것을 송연부인이 적송림 십이 좌실에 재현시켜 놓은 것이다. 아직도 있다.
미와빙은 련주가 말하는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녀는 련주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련주가 웃었다.
“영리하구나.”
“과찬이세요.”
“저 놈은 머리가 모자라도 무재는 무제다. 버리지 마라.”
“알겠습니다.”
“믿어도 좋으냐?”
“네.”
“널 믿어야 하는데 믿을 수 없구나. 믿을만한 방법이 있겠느냐?”
미와빙은 웃었다.
“비밀을 아시는군요. 중원 제일의 신산자 빈세벡이 유전을 남겼어요. 그 중에 하나가 송연부인에게, 또 하나가 빈산릉에게. 그리고 제가 나머지 하나를 얻었어요. 유전이 뭔지 알고 싶으세요?”
“아니다. 아냐. 후후! 후후후!”
련주가 비로소 미와빙의 손을 놨다.
그는 조손의 심정으로 미와빙의 손을 잡은 게 아니다. 여차하면 그녀를 죽일 심산으로 잡았던 것이다.
‘휴우!’
미와빙은 속으로 한숨을 불어냈다.
역시 련주는 자신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닌 최대의 비밀을 눈치 채고 있었다.
추여룡의 목을 따와라.
이 말은 그녀를 시험하는 말이었다. 그녀가 반세벡의 유전을 이었다면 그 정도 일은 쉽게 해낼 것이라고 믿었다. 만약 유전을 잇지 못했다면 상처투성이가 되었을 게다.
또 그 명령은 자신을 빈산릉에게서 떼어놓는 역할도 했다.
시교혈랑대를 밖으로 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빈산릉이라는 현자에게서 그녀를 숨겼다. 그럴 목적으로 그렇게 내둘렀던 것이다. 이것이 련주의 마지막 수다.
빈산릉은 자신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은 빈산릉을 안다.
련주가 상처를 입으면 빈산릉은 반드시 마각을 드러낸다. 수라도주가 빈산릉을을 제압할 수도 있지만 그럴 공산을 크지 않다.
빈산릉이 남무림을 장악하리라.
자신이 노모보를 키워서 그로 하여금 빈산릉을 치게 해야 한다. 그 일이 지금 방금 맡겨진 것이다.
“가만있어보자…… 살아있는 놈들이…… 탁태자, 미루극, 노염백…… 맞으냐?”
“네.”
“가면서 아이들을 잘 살펴라. 왕씨와 장씨 중에서 골라봐. 오제의 무공은 고루 섞어있을 때 빛을 발한다. 한두 명만 빠져도 무위가 크게 떨어져.”
“알겠습니다.”
“”가라. 가서 삼 년 후에나 나와.”
“”삼 년이면 될까요?”
“저놈이면 삼 년이면 충분하다.”
“한 가지 여쭤도 되나요?”
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련주님 말씀은 노모보에게 권좌를 물려주신다는 뜻인데…… 그거면 왜 지금까지 그렇게 미워하신 거예요. 야뇌슬을 죽이지 못해서요?”
그녀는 련주의 마음을 안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묻는 것은 뒤따르는 노모보에게 들으라는 소리다.
“아픔을 느끼게 해주려고 그랬다.”
련주가 그녀가 짐작하는 것과는 다른 말을 했다.
“아픔이시라면?”
“난 평생을 부도주로 지냈다.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지. 도주. 무공은 내가 더 강한 데 어찌된 영문인지 도주를 넘을 수 없었다. 그게 참 이상했지.”
미와빙은 도주를 떠올렸다.
도주는 정말 희한한 사람이다. 그리 잘난 것이 없는데…… 막상 그에게 도전하려고 생각하면 모든 게 미흡하게 여겨진다. 그런 심정이 들게 만든다.
“저놈도 어쩔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 벽을 반드시 넘어한다는 것도. 야뇌슬을 죽이라고 그렇게 닦달한 것도…… 그를 죽이지 않으면 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 후후! 굳이 가르칠 필요가 없었구나. 야뇌슬이 이렇게 커서 다가올 줄알았다면 조금 더 따듯하게 해줘도 될 뻔했어.”
련주의 말을 뒤따르는 노모보에게 고스란히 들렸다.
노모보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앞으로…… 한 번 작심한 일은 절대로…… 반드시 지킬 것이다. 해낼 것이다.’
련주는 미와빙과 함께 객잔 앞까지 왔다.
“가거라.”
“련주님.”
“아버님이라고 부르거라.”
“아버님. 안녕히……”
련주는 미와빙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어느새 등을 돌려 뒤따르는 노모보를 쳐다봤다.
“강해지거라.”
“네.”
“이 싸움이 아비의 마지막 싸움이다. 승패가 어찌 되었든 아비는 죽을 것이다. 본단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네.”
“그 자를 절대로 살려두지 마라. 야뇌슬이 저렇게 달려드는 것처럼 반드시…… 반드시 죽여라.”
“네.”
“가거라.“
련주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금 가.”
“아니.”
“또 고집 피운다.”
“아버님을 누가 죽이는 지 봐야지.”
“소문으로도 들을 수 있어.”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그것도 괜챃겠지. 적암도에 가는 일이야 하루 이틀 늦는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니까. 야뇌슬의 최후를 지켜보는 것도 괜찮고.”
“강변으로 가자.”
두 사람은 객잔을 떠나 강변으로 걸었다.
두 사람 뒤에 어느 새 나타난 세 사람이 뒤를 따랐다.
탁태자, 미루극, 노염백…… 그들은 련주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련주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안다.
귀를 쫑긋 세우고 깊이 들었다.
련주가 굳이 음성을 차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귀에도 똒똑히 들렸다.
적암도로 간다.
앞으로 삼 년 동안 오제의 무공을 일통시킨다.
혈우마검의 검공에 천왕구도의 음도를 섞는이다. 오제의 모든 무공을 하나로 합일 시킨다. 모든 무공이 능수능란하게 터져나오도록 수련한다.
지금으로써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다.
그래도 할 수 있으니까 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다. 한다. 할 수 있다.
그들은 걸었다.
***
다음날, 련주는 강변을 찾았다.
야뇌슬은 낚싯대를 드리우지 않았다. 오늘은 돗자리 위에 앉아 강을 쳐다보고 있었다.
돗자리에는 작은 다반이 놓여 잇다. 투명하리만치 맑은 백색의 다기도 놓여 있다.
련주는 돗자리 위에 올라가 앉았다.
“강이 좋으냐?”
“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야뇌슬이 마록타에게 눈짓을 했다.
마록타가 팔팔 끓고 있는 주담자를 가져와 다기에 따랐다.
다기 안에서 녹색 찻잎이 사르르 번져간다.
“물이 너무 뜨겁구나. 다도를 몰라.”
“적암도에서는 이것도 호사였지요.”
야뇌슬이 다기를 들어 찻잔에 따랐다.
또르륵!
연녹색 찻물이 찻잔에 채워졌다.
“하기는…… 운이 좋아야 한 잔 마실 수 있었지.”
련주가 찻잔을 들어서 홀짝 마셨다.
“어제 노모보가 왔다간 것으로 압니다. 아니, 아직 가지는 않았죠.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그 아이는……”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노모보도 아비가 죽은 심정을 느껴야 하니까요. 그래야 제대로 된 복수의 길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지 알 겁니다.”
“차를 들어라. 들고 시작하자.”
야뇌슬은 고개를 저었다.
“일부로 아주 뜨거운 물을 붓게 했습니다. 련주님을 무너트린 후에 마시면 적당하게 식을 겁니다.”
“다도를 몰랐던 게 아니었나? 허허허!”
련주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