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8
18
[도검무안 18화]
第三章 죽음이 시작되고 (5)
병법가는 상책(上策), 중책(中策), 하책(下策) 중에서 종종 상책을 포기하고 하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게 모두 다 사람이 책략에 앞서 있기 때문이다.
어떤 책략도 사람보다 앞설 수는 없다.
반대로 사람만 알게 되면, 그에 맞는 책략은 저절로 떠오른다.
노모보의 일곱 사자 중에서 우염비가 남겨질 것이라는 건 이미 예측했던 터이다.
노모보는 타성을 싫어한다.
오제라는 우성(優性) 종족에 빌붙어 사는 열성(劣性) 종족으로 생각한다.
일곱 명 중에 타성은 우염비와 곡문권.
하지만 곡문권은 천력을 지녔다. 천력을 바탕으로 패도적인 무공을 펼친다. 아마도 일곱 명의 사자들 중에 가장 강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그러니만치 그가 배제될 가능성은 없다.
결국 우염비가 버려진다.
노모보의 성격을 또 읽어보자.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그만큼 장타홀의 궁술을 믿는다. 하지만 아직도 적암도에는 죽일 자가 남아있다.
반란과정을 낱낱이 살펴본 마록타!
우염비가 남겨진 것은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록타를 죽이기 위해서다.
노모보가 섬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그는 가면서 생각한다. 혹, 야뇌슬이 살아있지 않을까? 시신을 보지 못했잖아? 철시를 두 대나 맞은 놈이 즉사하지 않고 벼랑에서 뛰어내려? 그럴 수가 있나? 즉사하지 않았다. 화살 두 대를 맞고도 데굴데굴 굴렀다. 혹…… 살아있을 수도 있다.
그 생각이 또 한 명의 사자를 들여보낼 것이다.
그럼 남은 여섯 명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자는 누구일까?
탁태자와 미루극은 오른팔과 왼팔이다. 심복 중에 심복이다. 그를 위해서 목숨도 내놓을 자들이다. 곡문권은 버려도 두 명은 버리지 않는다.
노염백은 냉혈한이다.
죽음 앞에서 가장 차다. 죽여야 한다면 한두 살짜리 갓난아이도 서슴없이 죽일 수 있는 자다.
중원행에서 쓸모가 많다.
장타홀은 가장 먼 거리를 공격할 수 있다. 그의 궁술은 적암도 제일이다. 노모보조차도 궁술로는 장타홀에게 한 수 뒤진다.
결국 왕린이 버려진다.
그는 뇌전자창의 맥을 이었지만 곡문권의 대도 앞에 빛을 잃는다.
곡문권이 유엽도 같은 단병을 썼다면 그라는 존재가 두드러져 보이겠지만 언월도를 쓰고 있으니 창술이 무색해진다.
야뇌슬이 억지로 가부좌를 틀고 앉으며 말했다.
“이삼 일 후에 왕린이 들어설 거야. 들어오는 거나 잘 살펴줘. 난 지금부터…… 건드리지 말고……”
그의 마지막 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했다.
내안(內眼).
안을 본다. 심등을 밝혔다. 육신을 잊고 가슴 속으로 들어갔다.
***
노모보의 사자들, 여섯 명은 노를 잡고 힘껏 저었다.
쓰윽! 쓰윽! 쓰으윽!
노를 저을 때마다 그들을 실은 배는 쏘아진 화살처럼 쓱쓱 나아갔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란 사람들이기에 바다 물결을 가를 줄 안다. 노를 어떻게 저어야 가장 적은 힘으로 가장 빨리 나아가게 할 수 있는지를 안다.
거기에 진기까지 실었다.
진기 실린 노가 적을 타격할 때처럼 바다를 두들긴다.
멀리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육지가 아니라 섬이다. 오밀조밀한 섬들이 모여 있는 군도(群島)에 들어섰다.
“이제 두 시진이면 도착합니다.”
탁태자가 말했다.
지난 이틀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쉬지도 않고 노를 저었음에도 피곤한 기색이 엿보이지 않았다.
“흥분을 가라앉혀라.”
“……”
“네 음성에 떨림이 깃들어 있어서 하는 말이다.”
“후후! 어떻게 떨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명령이다.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냉정을 회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바다 속에 처박아 버릴 거야.”
“알겠습니다.”
탁태자가 흔쾌히 말했다.
사실은 노모보도 떨리고 있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은 탁태자나 여섯 명의 수하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왕린.”
“네.”
“육지에 도착하면 넌 돌아가라.”
“네?”
“야뇌슬이 살아있다면 우리가 떠난 사실을 알 것이다. 우염비 혼자 남겨진 것도. 넌 돌아가서 그들의 뒤통수를 때려라.”
“꼭 그렇게까지…… 그런 일은 우염비 혼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내가 걱정하는 건 야뇌슬의 잔머리다.”
“네?”
“모두 놈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놈은 죽었다. 하지만 그것이 잔꾀라면?”
“후후! 주공. 제 활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장타홀이 사뭇 기분나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노모보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놈이 장타홀의 화살마저 계산하고 꾸민 한 편의 연극이라면…… 후후! 마록타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마록타 그 놈…… 송연부인이 보여준 따스함에 보답하고 있는 모양이야.”
“놈이 야뇌슬을!”
“적암도에 몰래 스며들어가라. 우염비와 싸워봐. 우염비가 네 존재를 언제 알아차리는지 진짜 시합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아? 숨어있어라. 꼭꼭. 놈이 살아있다면 우염비라는 미끼를 물것이다. 우리 모두를 적으로 삼은 놈인데, 혼자 있는 우염비를 내버려둘 리 없지. 내 말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왕린이 씩 웃었다.
아무도 모르는, 노모보조차도 알지 못하는 비기가 있다. 그것이라면……
***
적암도는 봄과 가을이 매우 짧다. 여름은 일 년 열두 달 중 거의 일곱, 여덟 달을 차지하고, 나머지가 겨울이다. 두세 달 정도, 지극히 짧은 혹한이 몰아친다.
그런데 그 혹한 동안 적암도는 외부로부터 철저히 차단된다.
파고가 높아서 들어오는 배도, 나가는 배도 없다. 어떤 때는 거센 강풍에 송아지가 날아가기도 한다.
타닥! 타닥!
모닥불이 기세 좋게 타올랐다.
그들이 머무는 동혈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산천초목을 휩쓸어버릴 것 같은 강풍도 수십 겹의 바위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동안 순한 양이 되어 버린다.
겨울바람이 미풍처럼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마록타가 껍질 벗긴 토끼고기를 들고 머뭇거렸다.
“정말 괜찮냐?”
“괜찮아.”
“이걸 얹는 즉시 여긴 발견된다고 봐야 해.”
“그래도 들어올 길은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우리도 나갈 수 없다는 걸 생각해야지.”
“마록타.”
“왜!”
“낚시 잘 하지?”
“낚시야 잘 하지.”
“여기 바다 있지?”
야뇌슬이 바다를 가리켰다.
“바다야…… 있지.”
“그럼 뭘 겁내. 그깟 바깥 구경 좀 안 하면 어때서?”
“너너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구워.”
마록타는 그래도 망설였다.
지난 일 년 간, 야뇌슬은 권각 수련을 하지 않았다. 검법, 도법도 수련하지 않았다. 오로지 앉아서 운기만 했다. 일단 운기에 들어서면 하루고 이틀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퍼뜩 깨어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 년 간 그런 일만 반복했다.
그렇다고 야뇌슬이 내공이 장족의 발전을 한 것도 아니다.
그의 미간에 떠오르던 일광불심의 흔적은 날이 갈수록 옅어졌다. 처음 봤을 때는 은은한 금색이더니, 이후 점점 옅어져서 지금은 아무런 색도 비치지 않는다.
일광불심이 절정에 달하면 성광(聖光)이 비친다고 한다.
너무나 밝고 현묘한 빛이어서 사악한 마음이 저절로 스러진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금빛 광채가 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뇌슬은 반대로 나간다.
근 칠팔 개월에 이르는 시간을 상처나 치료하면서 허송세월로 보낸 것과 마찬가지다.
생각 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다.
뭔가 좀 해보라고 타이르고 싶다. 밖에 있는 놈을 생각해서라도 무공 수련은 해야 되지 않냐고 말하고 싶다.
그러다가 문든 한다는 소리가 뭐? 고기가 먹고 싶다?
“뭐해? 빨리 굽지.”
“너 정말이지?”
“허! 그 사람 참.”
“알았다. 알았어. 너 후회하지 마라!”
마록타는 마지막으로 다짐을 받고 모닥불 위에 토끼 고기를 올려놓았다.
치지직!
토끼가 구워지면서 굵은 기름을 떨궈냈다.
‘냄새!’
한풍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신뢰삼검을 떨쳐내던 우염비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이런 냄새를 맡고자 지닌 팔 개월 간 풀만 먹고 살아왔다. 나물을 볶아먹을 때도 기름은 쓰지 않았다. 고기 냄새를 잘 맡기 위해서 후각을 항시 맑은 공기 속에 내놓았다.
드디어 냄새가 잡혔다.
‘마록타……’
놈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했다.
인내를 가지고 끊임없이 살핀 결과 드디어 놈이 사는 곳을 알아냈다.
육지를 볼 필요는 없었다. 일곱 명이 샅샅이 뒤지고 또 뒤져도 발견되지 않은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