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19
19
[도검무안 19화]
第三章 죽음이 시작되고 (6)
밀실이 또 있을 리도 없다.
밀실을 살펴본 결과, 밀실이 만들어진 시기는 팔좌실이 만들어질 때와 동일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십이좌실은 송연부인이 만들었으니, 그때 같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불타버린 곳들은 낱낱이 뒤졌다. 땅을 일일이 헤집어 봤다. 조금이라도 도톰한 언덕이 보이면 창으로 찔러서 공간 여부를 살폈다.
육지에는 더 이상 머물 공간이 없다.
남은 곳은 바다다.
야뇌슬도 바다로 사라졌다.
그는 모든 감각을 바다를 향해 열었다. 그리고 드디어 놈이 기어 나오는 현장을 포착했다.
한 번, 두 번……
계속 확인했다. 마록타는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에서 기어 나온다.
놈은 바다에 있다.
헌데 기가 막힌 것은 바다에서만큼은 마록타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은밀히 놈을 뒤쫓아봤다.
일 장, 이 장, 삼 장…… 십 장……
놈은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깊이만큼 잠수해서 들어간다.
놈을 따라가다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고, 호흡을 놓치는 일이 반복되었다.
진기로 숨을 억눌러 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바다에서 놈을 잡는 것은 포기했다.
언젠가 땅으로 나오리라. 언젠가 넉넉하게 잡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기회는 뜻밖에도 빨리 왔다.
놈은 자신이 방심했다고 생각했는지 느긋하게 섬을 돌아다녔다. 불타버린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꼽추가 찾는 것은 옷과 검이었다.
그는 부러진 반 토막 검과 건장한 청년이 입을 만한 옷을 한 아름 안고는 바다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우염비는 그때야 퍼뜩 깨달았다.
‘놈이 살아있다!’
야뇌슬…… 그가 살아있다. 바다 속 어딘가에서 상처를 치료했을 뿐만 아니라 무공까지 수련하고 있다.
이제 목표는 마록타가 아니었다.
고기 굽는 냄새가 풍긴다.
놈들이 노골적으로 고기를 구워먹고 있다. 냄새가 멀리 퍼져나갈 것을 알면서도 태연히 구워먹는다.
나올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후후후! 이제 나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 이건가. 좋아. 야뇌슬…… 적암도 제일의 기재가 지난 팔개월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자고. 나도 놀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그가 검을 천중(天中)으로 쳐들었다.
우르르르릉!
검에서 우렛소리가 울렸다.
신뢰삼검은 삼 초식뿐이다.
찌르는 검으로 섬력쇄심이 있다. 내리치는 검으로 전광천심이 있고, 올려치는 검으로는 경홍섬전이 있다.
이것이 삼검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제 갓 검을 든 풋내기도 흉내 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단한 초식들이다.
에게?
신뢰삼검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혈우마검의 독문 검식치고는 너무 허술하다. 너무 약하다. 정말 볼품없다.
하지만 일 년만 신뢰삼검을 수련하고 나면 너무 갈 길이 멀어보여서 한숨을 토해낸다.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다. 검을 든 자치고 한숨을 몰아쉬지 않은 자가 없다.
강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상류에서 하류로 흐른다. 오직 이것뿐이다.
흐른다!
어떻게 흐르느냐를 살펴보자.
딱 하나다. 흐른다. 그냥 흐른다.
그런데 조금 깊이 들어가 보면 그게 아니다. 굽이지기도 하고, 낙차도 일어나고, 휘기도 하고, 위로 솟구치고, 아래로 쓸려간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어떻게 흐르느냐 하고 묻는다면 한 마디로 단정 지어서 말할 수 없다.
그 모든 변화를 검에 담는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물이 어떻게 흐르는가? 그냥 흐른다.
처음으로 되돌아온다.
신뢰삼검은 단 세 초식뿐이다. 섬력쇄심, 전광천심, 경홍섬전밖에 없다. 그 외에 뭐가 있는가?
처음 검을 들었을 때 했던 말을 다시 하게 된다.
우염비는 감히 그 말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자신한다.
우르르르릉!
검에서 벽력이 터진다.
벽력 속에는 수십, 수백의 변화가 담겨있다.
찌르는 검, 내리치는 검, 올려치는 검…… 어떤 검도 전개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검을 전개하든지 일검만변(一劍萬變)의 묘리를 풀어낼 수 있다.
“타앗!”
고함과 함께 그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전광천심이다!
쒜엑!
검이 목표로 한 바위를 쳐갔다. 그의 신형이 한 점 화살로 변해 쏘아갔다.
탁! ……쩌 ……억!
바위는 그가 지나가고 한참 뒤에서 갈라졌다.
‘저놈!’
왕린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우염비의 검공이 생각 이상으로 높다.
그저 가볍게 대할 정도가 아니다. 저 정도의 검공이라면 자신의 창 같은 것은 수수깡처럼 잘라버릴 게다.
‘후후! 나만 강해진 게 아니군.’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세상 사람들은 오제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들이 각기 백전(百戰)을 치렀고, 전승을 거둔 불패의 무인들이라는 점은 알지만 그 이상은 모른다.
그로부터 세월이 삼백 년이 진나 지금은 더더욱 알지 못한다.
적암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오제에 대해서 아는 것은 겉껍데기에 불과하다.
오제의 무공은 공개되어 있다.
이십사 무동은 적암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다.
무동에 발만 디디면 검, 도, 창 등 병기에 구애됨이 없이 원하는 절정무공을 마음대로 수련할 수 있다.
우염비는 신뢰삼검을 선택했고, 전문적으로 수련했지만, 다른 오제의 무공도 알고 있다.
처음부터 ‘난 이거!’하고 한 가지 무공만 수련하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오제의 무공을 모두 섭렵한 후에, 자신에게 맞는 무공을 선택하는 방법을 택한다.
적암도 사람들은 오제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겉껍데기뿐이다. 진짜 알맹이는 비인부전(非人不傳)으로 전해진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짐작하고 있는 공개된 비밀이다.
뇌전자창 왕패도 비밀을 남겼다.
왕씨…… 그 중에서도 지극히 선택을 받은 극소수, 한 시대에 겨우 한두 명만이 비밀을 전수받는다.
왕린이 그 비밀을 전수받았다.
섬전자창의 창술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극쾌(極快)에 중점을 둔다. 너무 빨라서 들어오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막을 수 없다.
여기에 또 하나의 비밀을 더하면, 섬전자창의 창술은 거의 무적이 된다.
환술(幻術)!
십이묘환법(十二妙幻法)이라고 불리는 환술은 상대를 몽환경(夢幻境) 속으로 밀어 넣는다.
자신이 싸우고 있는지 그냥 서있는 건지, 사막에 있는 건지 바다에 있는 건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극쾌의 섬전자창을 쓴다.
십이묘환법과 섬전자창이 합쳐져서 무적의 창술이 탄생한다.
그는 팔 개월 전에 섬에 올라왔다. 그리고 십이묘환법으로 우염비를 따돌렸다. 그의 청각, 시각, 후각…… 모든 감각에서 자신을 제외시켰다.
그는 우염비를 상대로 해서 십이묘환법을 수련했다.
십이묘환법은 비중비(秘中秘)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사람의 눈이 의식되는 곳에서는 수련조차도 할 수 없다.
당연히 수련진도는 무척 느렸다.
어렸을 때 십이묘환법을 전수받고도 적암도라는 폐쇄된 환경상 제대로 익힐 수도 없었다.
그런 것을 완벽하게 수련해 냈다.
아무도 없는 곳이기에 가능했다. 우염비를 잘 알고 있어서, 그는 자신이 온 것을 모르기 때문에 가능했다. 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십이묘환법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우염비 정도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보여준 검공은…… 혈우마공의 진공(眞功)이지 않은가.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둘이 부딪치면 승산을 점칠 수 없다. 십이묘환법은 우염비를 몽환 속으로 몰아넣을 테지만, 그의 신뢰삼검은 방원 십장을 초토화 시킬 것이다.
양패구상(兩敗俱傷)이 예상된다.
그는 풀어놓았던 장창을 조용히 조립하기 시작했다.
고기 냄새가 난다.
야뇌슬이 기어 나오려고 한다.
잘 하면…… 적암도에서 겨울을 보낼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
‘예상외로 빨리 끝나는군.’
***
푸우! 푸우!
두 명이 바닷물을 헤치고 솟구쳤다.
여름이면 몰라도…… 한 겨울 바다에 뛰어드는 것은 자살 행위다. 일각도 되지 않아서 몸이 얼어붙고, 혈액순환이 느려지며, 심장이 기능을 잃는다.
두 명은 유유히 바다를 헤치며 백사장으로 올라섰다.
그들은 땅 위로 올라선 후에도 호들갑스럽게 움직이지 않았다. 물에 젖은 옷을 벗어버리고 나신이 되었다. 가죽 주머니에서 마른 천을 꺼내 몸을 싹싹 닦은 후, 다시 마른 옷을 꺼내 입었다.
마록타가 온 섬을 뒤진 끝에 찾아낸 옷들이다.
“저기서 지켜보는데?”
마록타가 언덕 위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누이가 누워있는 곳, 그곳에 한 사내가 앉아있다.
누이의 무덤을 의자삼아서…… 바다바람에 굉장히 세찬 데도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야뇌슬은 대꾸하지 않았다.
우염비가 앉아있는 무덤도 쳐다보지 않았다.
옷을 다 갈아입은 후, 두 팔을 쭉 뻗어서 기지개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