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21
21
[도검무안 21화]
第三章 죽음이 시작되고 (8)
파라랑!
야뇌슬의 검도 움직였다. 나비가 날아오르듯 두어 번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
거대한 검!
반 토막 검이 마치 철벽처럼 커졌다. 한꺼번에 수백 배는 쭈욱 늘어났다.
“엇!”
우염비가 깜짝 놀라 경악성을 토해낼 때,
슈각!
반 토막 검이 복부를 뚫고 들어왔다.
“크윽! 끄으윽!”
우염비는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처럼 펄떡거렸다.
배를 뚫고 들어온 검이 옆으로 쭈욱 밀려나는가 싶더니 방향을 꺾어 위로 쳐들린다.
“끄윽! 끄윽! 끄으으윽!”
우염비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만 헐떡거렸다.
반 토막 검이 폐를 갈라버렸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말을 할 수가 없다. 본능적인 신음만 토해낼 뿐이다.
그는 눈으로 물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그게 무슨 검법……’
야뇌슬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눈빛에 무정함만 감돌았다.
우염비는 그제야 야뇌슬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옛날…… 맑게 웃던 야뇌슬이 아니다. 더 이상 어린아이도 아니다.
지옥에서 튀어나온 악귀다.
툭!
우염비는 고개를 떨궜다.
‘훗!’
왕린은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
사실, 그는 우염비가 이토록 빨리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건 야뇌슬의 검이 떨릴 때 알아봤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것, 왕씨 가문에서 비중비로 내려오는 십이묘환법이다.
그 중 제칠법(第七法) 상기허환술(上氣虛幻術)이다.
왕린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第四章 중원(中原)으로 (1)
“누이를 모독하지 않았다면 고통이 덜했을 게다.”
야뇌슬은 우염비의 죽음을 담담히 쳐다봤다.
한 생명이 죽었다.
이상하다. 통쾌하지 않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같은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담담하다.
사람을 수십, 수백 명쯤 죽여본 마인(魔人)처럼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적암도 사람들에게서 첫 살인의 느낌을 들은 적이 있다.
손이 떨리더라. 눈빛이 잊히지 않아서 혼났다. 검이 살을 찢고 들어가는 감촉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검이 뼈에 닿았을 때의 느낌은 이루 말 못한다.
온갖 말을 들어봤다.
그리고 그 중에 살을 뚫는 것, 뼈에 닿는 것, 허파를 찢어내는 것…… 적어도 서너 개쯤은 한꺼번에 겪었다.
그런데도 느낌이 없다.
솔직히 죄책감보다는 통쾌하다는 감정이 일어날 줄 알았다.
그는 직접적인 원수가 아니다.
그가 부모님을 죽인 것도 아니고, 누이를 죽인 것도 아니다. 다만 반란 쪽에 섰을 뿐이다.
직접적인 원한이 전혀 없는 적군인 셈이다.
그런 자가 유독 누이를 많이 모욕했다. 무덤을 의자 삼아서 앉아있는 날이 많았다.
적의 입장이 아니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직접적인 원한이 없어도 서로가 적이라고 인식한 순간부터 행동에 변화가 온다.
그러나 그는 자신보다 강했다. 그는 적암도에서도 최상의 무인으로 인정받은 자다.
그런 자를 벴다는 통쾌함.
그를 벨 줄 알았다. 그가 신뢰삼검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순간, 그 기회는 더욱 커졌다.
그는 십이묘환법을 모른다.
적암도 주민들 대부분이 모른다.
왕씨 중에서도 지극히 몇 명만 아는 비중비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남겨진 몇 안 되는 비기이다.
십이묘환법을 쓰는 순간, 우염비는 일시 당황했다.
그 전에, 싸움 전에 몇 마디 말을 나눈 것이 아주 큰 가림막이 되어주었다.
그와 자신은 적과 적이되, 말을 나눈 순간만큼은 우염비와 야뇌슬이었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간 상태였다. 그는 여전히 무공이 강한 무인이었고, 야뇌슬은 이십사 무동도 출동하지 못한 도주의 풋내기 아들에 불과했다.
강풍이 몰아치는 해변에서 달리기로 몸을 푼 것도 비웃음을 자초하려는 의도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무인이 어디 있는가.
그는 어린아이도 경계하는 최상의 무인이었으나,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경시하는 마음이 생겼다.
일 초면 벨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뜻밖의 상황이 일어나니 훨씬 크게 당황했다. 그가 자신을 한 사람의 적으로써만 대했다면 충분히 대처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런 점, 모두 짐작했다.
‘한 명은 베었고……’
그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사람이 떠난지 일 년도 되지 않았건만, 연무장은 폐허의 흔적이 곳곳에 자리했다.
쉭! 쉭!
반 토막 검을 버리고, 우염비의 검을 취했다.
쓸 수 없을 때는 반 토막 난 검이라도 써야 하지만, 가급적이면 온전한 검을 쓰는 게 좋다.
검에서는 우염비의 온기가 느껴진다.
야뇌슬은 검을 허공에 두어 번 그어본 후, 땅을 향해 축 늘어트리고 섰다. 그리고 말했다.
“나와.”
“……”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나? 우염비와 손발을 맞췄다면 훨씬 쉽게 제거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쯤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후후! 나와.”
휘이이잉!
대답 대신 찬바람만 불었다.
“궁금하지 않나? 우염비를 죽인 십이묘환법…… 그건 왕씨의 비기인데,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야뇌슬의 말뜻이 분명했다.
그는 왕린이 있는 것을 안다. 그가 허공에 대고 하는 말은 왕린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잠시 후,
저벅! 저벅!
연무장 한쪽 끝에서 양겸창을 든 왕린이 걸어나왔다.
양겸창의 길이는 구 척에 이른다. 그 중 창날의 길이만 이 척이다. 창날 밑에 십자(十字) 형의 쌍겸도 일 척 길이는 족히 된다.
“내가 온 줄 알고 있었군.”
왕린이 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확실히 실수했다. 우염비와 숨박꼭질을 하는 게 아니라 손을 잡았어야 한다.
야뇌슬은 검을 거꾸로 쥐고 두 손을 모아 포권지례를 취했다.
“무슨 뜻이냐?”
왕린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스쳐갔다.
“사부께 드리는 예의 정도라고 하지.”
“사부? 예의?”
“십이묘환법의 진수를 가르쳐 주었잖나.”
“……!”
갑자기 머리끝이 쭈빗 선다.
차디찬 얼음덩이 속에 머리를 쳐박은 기분이다.
이 놈이 지금 하는 말은…… 십이묘환법을 자신에게서 배웠다는 뜻이잖은가. 그렇다면!
‘제길!’
왕린이 툴툴 웃었다.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놈은 십이묘환법의 구결을 안다.
적어도 그만한 사전지식은 있어야 한다. 그런 것도 없이 순전히 도둑질해서, 곁눈질로 무공을 훔쳐 배웠다는 건 지나가는 개도 웃을 말이다.
자신이 십이묘환법을 수련하기 전, 이놈은 구결만 아는 상태였다. 어느 정도 혼자서 수련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큰 진척은 없었을 게다. 십이묘환법이란 구결만 안다고 해서 수련할 수 없는 공부다.
자신이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신은 놈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지만, 놈은 자신을 알고 있었다.
섬에 들어올 때부터 봤던 게다.
그 후, 은밀한 곳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 정도는 놈에게도 쉬운 일이다.
이십이 무동을 칠성출관했으니 뇌전자창의 무풍비류나 현현화륜의 무영신법 정도는 달통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풍비류는 놈이 가장 즐겨 쓰는 신법 중에 하나다.
놈은 청음공도 안다. 명안공도 안다.
숨어서 지켜보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구결을 알고 있는 놈에게 자신의 수련은 마치 정교한 시연(試演)처럼 보였을 게다.
잘못된 부분은 반복해서 수련했다.
그런 점이 놈에게도 반복 시연을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놈에게 십이묘환법을 가르쳐준 것은 자신이다.
“후후! 구결은 어떻게 알았나?”
“빈세백.”
“뭐라고?”
왕린은 낯선 이름에 잠시 당황했다.
적암도 주민들 중에서 빈세백이라는 인물이 있었나 하고 생각해 봤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은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야뇌슬의 말은 거짓이다. 왕씨를 제외하고 십이묘환법을 아는 사람은 없다. 어디서 감히 거짓을 말하는가. 어떻게 빈씨가 왕씨의 절기를…… 빈씨? 빈세백!
왕린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빈세백!”
일시탈백 장설리의 남편! 중원제일의 신산자!
그는 오랜 세월동안 오제와 함께 지냈다. 그라면…… 쥐새끼처럼 약은 그라면……
‘가능해. 비기가 노출되었어.’
야뇌슬이 삼척장검을 중단으로 들어올렸다.
헌데 파지법(把持法)이 어느 검법과 다르다. 엄지와 검지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걸쳐놨다. 자연히 손목이 검이 있는 쪽으로 살짝 구부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