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22
22
[도검무안 22화]
第四章 중원(中原)으로 (2)
‘제육법(第六法)! 환시대붕(幻視大鵬)!’
왕린은 횡보하찰창(橫步下扎槍)의 모습을 취했다.
몸을 옆으로 틀어서 횡보를 내딛고, 창대는 위로 창끝은 땅을 향해 내리치는 모습이다.
제육법 환시대붕에 제이법(第二法) 영근부악(靈根浮萼)으로 마주친다.
놈은 검을 들었다. 검법으로는 혈우마검의 신뢰삼검을 쓸 것이다.
야뇌슬은 알아야 할 게 있다.
십이묘환법은 창술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여타의 병기를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뇌전자창의 백이십구신창술(百二十九神槍術)을 써야만 최상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
십이묘환법의 수련도가 백중세(伯仲勢)라고 크게 봐줘도, 놈은 죽게 되어 있다.
우염비와 손을 잡았어야 된다는 후회는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놈을 잡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스읏!
창대가 밑으로 뚝 떨어졌다.
창을 땅에 버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짝 내렸다.
창이 땅에 닿아있지는 않다. 땅과 수평으로 들렸다. 다만 창의 위치가 너무 낮아서 닿은 것처럼 보인다.
츠츠츠츳!
창날이 영사처럼 좌우를 훑으며 달려왔다.
이른 바, 영근이다. 땅 속에 파묻힌 뿌리가 넓게 넓게 번져간다. 그러다가 부악! 꽃을 피운다.
이것은 창술이 아니다.
십이묘환법…… 환술이다. 환영이다!
십이묘환법은 모두 환영으로 이루어졌다. 각기 다른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그에 적합한 공격법이 따로 있다.
제일 먼저 대비법(對比法)이 있다.
영근부악처럼 땅으로 달려와 독사처럼 고개를 쳐드는 환영이 일어나면, 실제 공격은 상단에서 이루어진다. 영근을 상대하기 위해 병기를 내릴 때, 윗부분…… 텅 빈 공간을 친다.
환영과 실제 공격이 상반된 경우다.
일치법(一致法)이 있다.
우염비를 죽인 상기허환술이 일치법이다. 환영과 공격이 같은 방향에서 터진다. 다만 공격하는 초식이 아주 근소하게 겹칠 뿐, 전혀 다른 곳을 친다.
지금까지가 공간을 기준으로 분류했다면 환시대붕은 시간을 건드린다.
시간차!
환영보다 앞서서 공격하는 것을 전시법(前時法)이라고 하고, 환영이 완전히 일어난 후에 느긋이 찌르는 것을 후시법(後時法)이라고 한다.
환시대붕은 전형적인 후시법이다.
츠츠츳! 쒝! 쒜엑!
창은 아직도 땅을 기어오는데, 머리 위에서 파공음이 터졌다.
야뇌슬도 검을 쳐냈다.
손목 밑으로 뚝 떨어져 있던 검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검날에 날개라도 달린 듯 퍼뜩 날아올랐다.
쒜에엑! 까앙!
환검(幻劍)과 진창(眞槍)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하하하! 미련한 놈!”
왕린은 앙천광소를 터트리며 온 진기를 양겸창에 쏟아부었다.
땅으로 기어오던 환영이 일시에 가셨다.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가득 메운 양겸창이 실체를 드러냈다.
진창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알면서 어찌 환검으로 막는단 말인가. 십이묘환법을 알고 있거늘, 환검에 속을 줄 알았단 말인가. 그래서 창술에 변화라도 일으키기를 바란 건가.
아니다. 그 정도로 간단한 놈이 아니다.
놈의 검은 환검이 아니라 진검이다. 십이묘환법을 쓰는 척 하면서 환시대붕의 환영대로 검을 쳐내고 있다.
우르르릉!
그가 들고 있는 검에서 우렛소리가 울린다.
신뢰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증거가 아니겠는가.
놈의 검은 만변을 일으킬 게다. 그리고 백이십구신창술의 놀라운 변화를 목도하게 될 게다.
진창 대 진검의 싸움이다!
퍼억!
그의 진창은 환시대붕을 여지없이 격타했다. 환시대붕이 일으킬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쌍겸날로 검을 봉쇄하면서 창날로 놈의 머리를 찍어갔다. 그 순간,
퍽!
놈의 신형이 환상처럼 사라졌다.
창끝에 걸리는 게 없다. 아니, 방금 전까지 앞에 있던 놈이. 땀냄새까지 풍기던 놈이……
‘냄새!’
이후(異嗅)…… 잘못된 냄새로 환시를 보강한다.
놈이 이 정도인가! 자신이 아직 깨닫지 못한 부분까지 수련해냈는가. 똑 같이 수련했는데…… 수련법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는데……
그가 경악성을 느낄 때,
푸욱!
옆구리로 우염비의 장검이 깊게 파고들었다.
“큭!”
그가 비명을 지르는 지극히 짧은 순간, 야뇌슬은 장검을 자루째 꽂아 넣고 물러섰다.
“제…… 일법(第一法) 이형환위(移形換位)!”
“엄밀히 말하면 제일법과 제육법의 혼합이다.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무림에 나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을 텐데. 십이묘환법…… 대단한 절공이군.”
“그런…… 가……”
왕린이 고개를 푹 떨궜다.
죽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야뇌술…… 약은 놈…… 약아빠진 놈…… 하지만 아는가. 십이묘환법이 염왕에게 파해(破解)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부도주는 과거 염왕만큼이나 강하다는 것을.
십이묘환법만 믿고 중원으로 나가면…… 죽을 것이다. 후후후!
***
야복의 길로 들어서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무공만 배운 게 아니다. 염왕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 시중드는 법까지 배웠다. 그 중에 하나가 염왕을 죽이는 일이다. 또 그 중에 하나가 염왕의 상태를 살피는 일이다.
현재 염왕은 매우 좋다.
다소 복수심이 짙기는 하지만 부모를 잃은 사람치고 이 정도의 냉기(冷氣)라면 굉장히 양호한 편이다.
검에 혈기(血氣)가 없다.
냉정하게 검을 쓰지 울분을 토해내지는 않는다.
그런 점이 매우 좋다.
아닌가? 좋지 않은 것인가? 정상적으로 울분을 쏟아내야 마땅한데, 너무 차분하다. 이건 마치 폭풍이 일기 전, 고요 같다. 이제 금방 무엇인가가 터질 것 같다.
염왕의 상태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그가 사용하는 무공도 관심의 대상이다.
야복은 염왕의 상태를 살피는 눈으로 신안(神眼)을 수련한다.
신안이라고 해서 뭐 십 리 밖의 개미를 본다거나 하는 무공 종류가 아니다.
야복의 모든 것은 염왕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안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염왕을 살피는 눈에 불과하다. 다만 신안이라고 특별히 이름까지 붙인 것은 싸움에 임하는 염왕의 무공을 살피기 때문이다.
무공을 살피는 눈, 신안.
그는 염왕의 무공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력이 떨어진다거나 초식이 흔들리면 서슴없이 조언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눈을 가지기 위해서 반드시 무공이 강할 필요는 없다.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뛰어난 관찰력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신안인 게다.
그런 눈으로 봤을 때, 우염비와 염왕의 대결은 분명히 우염비의 우세였다.
우염비의 신뢰삼검은 정점을 도달해 있었다.
그의 검에서 터지는 벽력음은 처음과 끝이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맑았다. 반면에 야뇌슬의 벽력음은 어딘지 모르게 혼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염비가 한 수 위다.
두 사람은 드디어 격돌을 일으켰다. 그리고 정말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우염비가 제대로 검을 쳐내지 않았다.
야뇌슬이 달려들고 있는데, 엉뚱한 곳으로 검을 쳐냈다. 야뇌슬로부터 다섯 치 정도 떨어진 빈 허공에 검공을 펼쳤다.
물론 다섯 치라면 상당히 좁은 간격이다. 그가 잘못 쳐냈을 수도 있다. 아니다. 절대 그럴 리 없다. 우염비 같은 무인은 한 치의 간격까지도 조절할 수 있다. 정말로 운이 좋아서 한 치 정도 빗나가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다섯 치나 떨어진 곳을 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우염비가 그런 공격을 했다.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을까? 단순한 비무도 아니고 목숨이 걸린 싸움에서 다섯 치나 빗나가다니.
우염비의 실수는 당장 죽음으로 이어졌다.
마록타는 우염비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그 이유를 야뇌슬의 두 번째 싸움에서 찾아냈다.
야뇌슬이 검을 쳐들 때, 검 끝에서 살랑! 검푸른 기운이 피어났다.
그리고 또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왕린이 전혀 엉뚱한 곳에 창을 찔러 넣었다.
야뇌슬은 이미 피하고 있는데, 몸을 움직이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사람처럼 먼저 서있던 곳으로 창질을 했다.
그가 죽는 것은 당연하다.
세상에 바보도 아니고, 싸움을 처음 해본 자도 아니고…… 그렇게 미련한 창질을 하고도 살기를 바란다면 그게 바로 도둑놈이다.
적암도에서 정말로 알아주는 고수 두 명이 말도 안 되는 싸움을 하고 죽었다.
검 끝에서 피어난 검푸른 기운.
그 기운은 피어나자마자 스러졌다. 번갯불보다 짧은 순간에 번쩍 하고 피어났다가 소멸되었다.
신안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빛…… 아니, 기운이다.
그런데 그런 기운이 왕린의 창끝에서도 어렸다.
야뇌슬보다 강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런 기운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두 사람이 펼쳐낸 기운은 각기 다른 종류처럼 보였지만 마록타가 보기에는 야뇌슬이 더 강했다.
그렇다. 이번 싸움은 무공의 싸움이 아니다. 무엇인가 알지 못할 미지의 술법…… 환술의 싸움이었다.
야복 마록타는 큰 경험을 했다.
그는 앞으로 염왕이 싸워야 할 자들을 살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무인들을 다 살필 수는 없지만, 할 수만 있다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