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26
26
[도검무안 26화]
第四章 중원(中原)으로 (6)
헌데 세 명 보두 이서가 없다.
냄새 풀풀 풍기는 속곳 속에 숨겨둔 게 사라졌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말해준다. 개방도 중에 변심한 자가 있다. 적과 내통해서 개방의 면면을 하나하나 일러주고 있는 간자(間者)가 있다.
그가 중얼거렸다.
“갈수록 힘들어지네.”
스읏!
마록타와 야뇌슬이 숨었던 수풀 속에서 기어 나왔다.
노로곤을 추적하는 건 일도 아니다. 말말굽이 짙은 흔적을 새겨놓았다. 설혹 발굽 흔적이 사라지더라도 말 탄 놈들 십여 놈이 움직이고 있는데, 그걸 찾지 못하겠나.
그들을 쫓는 것은 급하게 서둘지 않아도 된다.
주위에 숨어있는 자들이 있다. 숨는 데는 능한 편이나…… 결정적으로 냄새가 너무 난다.
마록타와 야뇌슬은 악취에 민감하다.
청정한 적암도에서 생활한 사람치고 개방도의 악취에 인상 쓰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척을 흘리지 않은들 무엇 하나. 냄새가 존재 여부를 뚜렷하게 밝혀주고 있는데.
“야복, 노로곤을 추적해.”
“크크! 좋지, 좋아. 크크! 난 또 냄새나는 놈들을 쫓으라고 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크크크!”
“노로곤에게 들키지 말고.”
“누굴 어린아이로 아나.”
“그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야뇌슬이 마록타의 전신을 훑었다.
마록타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잘 생기고 못 생긴 것을 떠나서 그를 본 사람은 결코 잊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빼빼 마른 몰골, 꼽추, 푸르뎅뎅한 피부,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
어린아이 같으면 그를 보자마자 울음부터 터트릴 게다.
마록타가 그의 뜻을 알아챘다.
“알았다. 내 사람들 앞에 안 나타나면 될 것 아냐! 숨어서 쥐새끼처럼 살지 뭐. 됐냐!”
“네가 중원에 들어선 게 소문나면…… 상황이 바뀐다. 그때부터는 우리가 부도주를 쫓는 게 아니라 부도주가 우릴 쫓게 될 거야. 노모보의 사자들만 쫓아와도 어려운 싸움이 된다.”
“알았다니까! 아휴! 계집애도 아니고 무슨 잔소리가 이렇게 많아! 놈을 찾으면 이리 오마. 저놈들이 숨었던 저기가 좋겠네. 저 송림에서 보자!”
마록타는 더 듣기 싫다는 듯 신형을 쏘아냈다.
야뇌슬은 걸인들을 뒤쫓았다.
병법에 적의 적은 친구라고 했다.
개방과 부도주가 싸우고 있다는 한 가지 사실에서 여러 가지 사실을 추측해 낼 수 있다.
부도주가 십만 방도와 싸운다.
다시 말해서 부도주의 세(勢)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노로곤은 그리 뛰어난 무인이 아니다. 중원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적암도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자다. 그런 자가 무리를 이끌고 다니면서 권세를 누린다.
세력이 커져도 이만저만 커진 게 아니다.
부도주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내야 한다. 그리고 개방은 그런 점을 소상히 말해줄 수 있다. 자신이 한 달 동안 발로 뛰어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들을 단 몇 마디 말로 풀어줄 수 있다.
개방의 저력은 십만 방도에서 나온다.
십만의 걸인들이 주워듣는 정보, 응집력, 그리고 그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영도력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개방은 방주(幫主)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방주가 뛰어나면 개방도 강하고, 방주가 어수룩하면 개방도 무너진다.
개방이 어떤 사정인지는 알바가 아니다. 다만 그가 필요한 것을 말해줄 수 있기에 쫓아간다.
적의 적은 친구다.
***
개방도는 모두 여덟 명이다.
그들은 송림을 지나 해변가 마을로 접어들었다.
마을로 들어서지는 않았다. 마을 어귀에서 논두렁을 타고 야트막한 야산을 향해서 걸어갔다.
미행 요건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걸개들은 사방이 환히 트인 개활지(開豁地)로 이동한다. 자신들도 노출되지만, 미행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형들이다. 더군다나 개활지를 지나서 굽이를 돌면 짧게는 일다경에서 길게는 반각씩 쉬었다가 가곤 한다.
무턱대도 뒤따르다가는 굽이를 돌자마자 마주친다.
길을 가는 동안에도 조심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걸개들은 미행을 염려하는지 서너 걸음에 한 번씩 주위를 돌아보며 동정을 살폈다.
야뇌슬은 유유히 뒤를 밟았다.
뇌전자창의 무풍비류는 미행에 적합하다.
소리를 흘리지 않고 조용히 흘러간다. 그래서 무풍비류다. 발자국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옷자락 펄럭이는 소리나 바람이 살결을 스치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육신을 나뭇잎처럼 가볍게 해서 붕 띄운다.
발로 땅을 딛고 있지만, 허공에 떠있다는 심정으로 발을 내딛는다. 몸을 움직인다.
무풍비류는 전신을 가볍게 하는 신법이다.
반면에 현현화륜의 무영신법은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신법이란 뜻에서 무풍비류처럼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무영신법은 그림자조차 따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무풍비류와 무영신법은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그는 무풍비류를 즐겨 사용했다.
빠름보다는 느린 게 좋았고, 강함보다는 부드러운 게 좋았다. 무공보다 학문을 좋아했던 것도 그런 성격 탓이 아닌가 싶다.
청음공을 최대한으로 펼쳤다.
걸개들이 보이지 않아도 그들의 동정을 엿볼 수 있다.
굽이진 곳에서…… 걸개들이 쉬면 그도 쉬었다. 걸개들이 움직이면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천천히 움직였다.
때로는 걸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당황할 필요가 없다. 청음공이 그들의 행적을 쫓고 있다.
걸개들이 가는 방향을 놓칠 리 없다. 그들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얼마동안 쫓다보면 반드시 보인다.
야뇌슬은 걸개들을 미행하면서 나름대로 그들의 무공을 가늠해봤다.
일곱 명은 단숨에 쓰러트릴 수 있다.
저 정도의 무인들이라면 마록타를 시켜도 쉽게 끝낸다.
다른 한 명은 조금 고강하다.
나이는 쉰 정도? 중년을 지나가는 나이인데, 연륜에 비하면 무공이 보잘 것 없다.
약한 자들이다.
해변에서 죽은 세 명은 그보다 하수인 듯 싶었다.
아마도 걸개들을 이끄는 자의 수하인 듯 싶은데…… 그렇다면 다른 여섯 명과 비슷한 수중이었으리라.
그러니 노로곤을 이길 리 없다.
중원의 무학이 이토록 약한가? 기인이사(奇人異士), 초강고수(超强高手)가 깨알처럼 많다는 중원인데…… 이 정도의 무인이 부도주에게 대항한 것인가?
사실이 그렇다면 이들은 추풍낙엽처럼 무너졌으리라.
이런 무공으로는 적암도를 상대할 수 없다. 만약 정말로 중원 무공이 이 정도라면 중원은 벌써 부도주의 손에 장악되었을 게다.
일 년이란 기간은 짧지 않다.
초강고수가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틀면서 무림을 접수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들에 비하면 마록타도 고수다.
그는 무공을 수련했다. 온갖 잡다한 방편을 수련하면서 약간의 무공을 터득했다.
그의 본분은 무공을 단련하는 게 아니다. 염왕이 불편하지 않도록 잘 모시는 것이다.
그가 배운 것은 의전(儀典)이다.
무공은 의전의 극히 일부분으로 꼭 필요한 만큼만 곁들어져 있다.
그렇기에 그는 약자다. 적암도 무인들을 만나면 두 번 쳐다볼 것도 없이 도주해야 할 형편이다.
그런 그도 저들에 비하면 고수다.
처음 해보는 미행이라서 꽤 긴장했는데, 어린아이들 소꿉장난 정도에 불과하다.
개방도들은 근 두 시진을 걸은 끝에 다 쓰러져가는 산신각(山神閣)에 도착했다.
그곳은 거지들의 소굴이었다.
근 백여 명에 이르는 거지들이 와글와글 시끌벅적거리면서 장난도 치고 잠도 잤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점은, 야뇌슬을 기가 막히게 만든 점은…… 백여 명에 이르는 걸개들이 지금 막 들어선 걸개를 보자 모두 일어나서 인사를 취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판단하기에 무공이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자, 그 자가 이 많은 걸개들의 우두머리였는가?
‘중원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야뇌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걸개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산신각 안으로 들어선 후, 몇몇 걸개들이 따라 들어갔다.
“멍개, 똘맹이, 가리비가 죽었다.”
“말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놈입니까?”
“음……”
“미치겠네. 아, 총단에서는 뭐하는 겁니까! 우리가 모두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까? 고수를 파견하려면 빨리 보내든가. 모두 죽고 난 다음에 오면 뭐하자고요!”
“지금 오고 계실게다.”
“어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두세 명씩 죽어나가니 이거 사기 문제도 있고…… 어쨌든 그 놈은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아, 그 새끼 말 많네, 그러잖아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어휴! 답답해서 하는 소린데……”
걸개들은 노로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어떻게 한다?’
야뇌슬은 고민했다.
이들에게 자신은 낯선 사람이다. 불쑥 나타나서 부도주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분명한 것은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조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두목인 듯한 자를 납치하는 게 좋겠다.
개방도가 백여 명이나 모여 있지만 주의해야 할 자들은 없으니 납치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듯 하고…… 어디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조용조용히 물으면 순순히 말할 것 같다.
개방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의 적인 부도주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거다. 말해주기 못할 게 없다. 또 납치까지 된 처지면 순순히 말할 수밖에 없으리라.
‘밤이 깊을 때까지 기다려야겠군.’
꼬르륵!
뱃속에서 밥벌레가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문득, 아침부터 계속 굶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중천을 지나가고 있는데, 곡기 한 톨 입에 대지 못했다.
중원에만 들어서면 먹는 걱정은 안 할 줄 알았는데.
그는 행낭에서 마른 어포를 꺼내 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