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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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28화]
第五章 개방과의 인연 (2)
분타주도 무인으로서 눈이 있다.
낯선 놈, 어려 보이는 놈, 막말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 하지만 놈은 강하다. 백여 명에 이르는 개방도에게 포위되어 있으면서도 숨결 한 올 흐트러지지 않는다.
놈의 눈은 고요하다. 이런 놈의 눈을 보고 겁먹었다고 말할 놈은 한 놈도 없으리라.
개방 분타에 찾아와서 이럴 수 있는 놈은 오직 도귀 놈들 뿐이다.
그놈들은 젊다고 약하지 않고, 여자라고 약하지 않고, 어린아이라고 경시할 수 없으니…… 틀림없이 도귀 놈이다.
분타주가 이토록 확신하는 것은 야뇌슬에게서 섬사람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행동이 딱 섬사람이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가 딱 섬놈이다.
무엇보다도 놈의 말투!
놈이 쓰는 억양은 중원인들의 말투가 아니다. 놈들, 도귀 놈들이 쓰는 말투와 똑같다.
‘제길! 오늘 황천 가는 날인가.’
분타주는 투덜거리면서 앞으로 나섰다.
쒝! 쒜엑!
타구봉, 개 잡는 몽둥이가 사납게 달려든다.
후려치고, 내리찍고, 치올리고…… 온갖 수법이 버무려져 있다.
분타주는 타구봉법만 쓰는 게 아니다. 타구봉을 들지 않은 손으로는 쇄심지(碎心指 ), 쇄옥파운지(碎玉破雲指), 백결신권(百結神拳) 등 온갖 절초를 뒤섞었다.
야뇌슬은 여유 있게 피했다.
일단 신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초식은 워낙 느리고, 위력은 강맹 일변도다.
그럼에도 반격은 하지 않았다. 공격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개방 분타주의 무공을 정확하게 저울질하고 싶었다. 한 가지 척도를 만들면 열 가지를 잴 수 있지 않겠나. 낯선 자가 나타났을 때, 타문파의 무인을 만났을 때, 분타주와 비교하면 금방 무공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은가.
그는 특히 타구봉법을 주시했다.
개방의 타구봉법은 두 가지가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빈세백이 무림 동향 및 각 문파의 무공을 기술하던 삼백년 전에는 그랬다.
원래 타구봉법은 개방 방주만이 전수받는 구전무공(口傳武功)이다.
타구봉법의 구결은 모두 여덟 가지로 반(絆), 벽(劈), 전(纏), 착(捉), 도(挑), 인(引), 봉(封), 전(轉)으로 이루어진다.
초식은 제일초가 봉타쌍견(棒打雙犬)이며 마지막 초식이 천하무구(天下無狗)다.
이것은 비밀이 아니다. 중원 무림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부 알고 있다. 구파일방 중 일방의 방주만이 수련하는 최고무공인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구결을 알고, 초식을 안다고 해서 타구봉법을 짐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삼십육로(三十六路)의 초식과 여덟 개의 구결이 합쳐지면 이백팔십팔 개의 초식이 형성된다. 이백팔십팔 개의 초식은 상하반전(上下反轉)이 되니 오백칠십육 개로 변화하며, 오백칠십육 개의 초식은 전후(前後)가 상응(相應), 상박(相搏)하니 이천삼백 개의 초식으로 분화한다. 능히 무적이라 할 수 있다.
개방 용두방주의 타구봉법을 설명한 글이다.
이런 말을 적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중원 제일의 신산자인 빈세백이니 의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두 번째 타구봉법은 비급으로 전승되며, 개방도라면 전 문도가 수련하는 일반적인 타구봉법이다.
이 두 봉법은 위력적인 면에서 천양지차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 방주의 타구봉법이 무신의 천재성에서 탄생한 무공이라면, 개방도의 타구봉법은 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이 자연발생적으로 무공으로 변화한 경우다.
같은 이름을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다른 무공이다.
헌데 빈세백은 묘한 말은 남긴다.
– 개방에는 탄생 배경이 전혀 다른 두 개의 타구봉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타구(打狗)라는 말을 주목해야 한다. 탄생 배경이 어떻든 착안점은 같다. 또 개방도의 타구봉법을 개방주가 용인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개방주가 용인한 봉법이다. 천외천에 머문 사람이 수정하고, 보완해서 수련해도 좋다고 용인한 봉법이다. 개방도의 타구봉법을 보면 개방주의 타구봉법이 보인다.
개방주의 타구봉법을 엿볼 생각은 없다. 다만 타구봉법을 보면서 타구봉법의 구결이라는 팔자진결의 요체를 생각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쒜엑! 쒜엑! 쒜에엑!
분타주는 땅을 뻘뻘 흘리면서 공격했지만, 야뇌슬의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꾀죄죄한 노인의 얼굴에 어둠이 감돌았다.
그는 첫 번째 격돌을 보자마자 야뇌슬의 강함을 읽어버렸다.
분타주는 결코 상대가 되지 못한다. 자신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강하다.
분타주는 전력을 다 쏟아내고 있다. 헌데 놈은 유유히 피한다. 정말로 땀 한 방울 안 흘린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분타주가 초식을 바꿀 때마다 놈의 눈이 빛난다는 것이다.
놈은 개방 무공을 훔쳐보고 있다.
그런데도 분타주는 죽어라고 공격을 퍼부어댄다.
어절 수 없이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더 거세게 몰아붙이면 놈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손을 뺄 수 없는 게다.
놈이 그렇게 만든다. 아주 간발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운이 좋아서 피했다고 느끼게 만든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타구진(打狗陣)을 펼쳐라.”
조용히 말했다.
“네?”
옆에 있던 놈이 잘못 듣지 않았나 싶어서 되물어왔다.
노인은 두 번 말하지 않았다. 노기를 가득 담은 눈길로 제자를 쏘아봤다.
제자가 움찔하더니 급히 움직였다.
몇몇 제자들이 그에게 말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즉시 다른 자들에게 은밀히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개방도가 슬그머니 움직여 진형을 짜기 시작했다.
노인이 말했다.
“내가 패하면 즉시 타구진을 발동시켜라. 불문곡직, 저놈을 잡아라. 놓아주어서는 안 될 것이니.”
“네? 네.”
개방도가 어안이 벙벙해서 대답했다.
그들에게 칠결 장로는 하늘의 별이다. 무림의 태산이다. 영원히 넘볼 수 없을 것 같은 지고한 신분이다.
그런 분이 말한다. 내가 지거든……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더군다나 그 상대라는 자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다. 지금 분타주가 잘 싸우고 있지 않은가. 결정적인 일격을 날리지 못해서 그렇지 곧 승부가 날 것 같은데……
노인이 정중히 말하면서 앞으로 나섰다.
“끌끌끌! 이거 고인을 몰라봤군. 미안하이. 이제 나하고 손발을 맞춰보세나.”
노인은 공격하지 않았다.
야뇌슬도 묵묵히 노인만 지켜봤다.
츠츠츠츳!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두 사람은 손발을 섞지 않았지만, 싸움은 벌써 시작되었다.
심력(心力)이 흔들리면 진다.
상대가 흔들렸다 싶은 순간에 결정적인 일격을 날릴 준비가 되어있다.
싸움은 단번에 승부가 갈릴 게다.
옥현귀진현공(玉玄歸眞玄功)!
노인이 끌어올린 신공이다.
개방의 육대 신공 중에 하나로 노인은 이 신공을 무려 육십 년이나 수련해왔다.
근원에서 흘러나온 진기가 전신을 돌아 근원으로 돌아간다.
돌고 돌아 무한대로 뻗어간다. 영원히 끊이지 않는 생명의 샘이 단전에 형성된다.
도귀들의 초식은 사납기로 정평이 나있다.
사납다는 말은 죽음을 의미한다. 죽음을 일으키는 초식이라는 뜻이다. 독랄하다는 뜻만 있는 게 아니라 현묘한 변화도 내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사납다. 강하다. 죽음을 일으킨다.
그러나 도귀들의 심력이 어떤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심력이란 직접 대적한 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부분이고, 대적한 자들은 거의 죽었기 때문이다.
‘내공은 하루 이틀 사이에 쌓을 수 없는 것이니……’
이것이 노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초식 승부로 나가기 전에 심력부터 건드렸다.
젊은 애송이는 경륜이 없어서인지 순순히 끌려든다.
‘끝났어.’
노임은 심력 싸움으로 접어드는 순간부터 자신의 승리를 예감했다. 그래서 생각할 것도 없이 진기를 유구하게 흘려내는 옥현귀진현공을 끌어올렸다.
일다경, 일다경, 또 일다경……
시간만 무심히 흘러갔다.
***
서로 쳐다보기만 한다.
내기(內氣)가 부딪치는 것도 아니다., 겉으로나 속으로나 충돌은 일체 없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다.
일반적인 진력 싸움은 강맹하게 일어난 진기로 인해서 타인의 접근을 불허한다. 아무 것도 모르고 진력 안으로 들어설 경우, 내장이 파열되거나 뇌가 터져 죽는 일이 발생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했다.
두 강자의 싸움에 끼어들려면 내공이 두 사람의 합공을 막아낼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심력싸움은 그런 게 일체 없다.
무공이 약한 개방도가 옆에 있지만 모두 멀쩡하다.
두 사람이 사이를 지나다녀도 괜찮다. 심하게는 옷을 잡아당기거나 몸을 만져도 괜찮다.
방해꾼이 생겼다고 해서 두 사람이 곤란한 것도 아니다.
진력 싸움의 경우에는 약간의 방해만으로도 치명타를 입는 경우가 생긴다.
심력싸움은 어깨를 잡고 흔들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허(虛)!
허점이 생기면 당한다.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고 약간이라도 틈이 생기면 바로 쳐내버리는 그런 종류의 싸움이다.
물론 두 사람은 병기를 맞대고 있지 않다. 그러기는커녕 병기를 꺼내들지도 않았다. 거리도 멀다. 검을 뽑아들고 달려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거리다.
두 사람의 무공으로 미루어봤을 때,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일초에 제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허점이 생겼다고 해서 바로 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허점이 생겨도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