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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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29화]
第五章 개방과의 인연 (3)
바로 그런 싸움을 한다.
두 사람의 자존심 싸움이다.
허점이 일어나면 베인다는 마음으로 충실에 힘쓴다. 상대를 베려고 노력한다. 상대에게서 허점이 보이면 실제로 벨 수는 없지만 벤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두 사람 정도 되는 고수에게는 의미가 있다.
이런 싸움의 결과와 실제 싸움의 결과는 거의 같다.
병장기를 부딪치지 않고도 실력의 고하를 가릴 수 있다.
승부를 결정짓는 변수는 굉장히 많다. 무공만으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지형이나 기후를 장악한 사람이 싸움에서 유리한 것은 이미 다 알려진 바다.
더위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 정오에 뙤약볕 아래서 싸운다면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싸움은 실제로 부딪쳐 보지 않고는 결과를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심력 싸움 같은 건 어린애들 장난으로 치부하는 무인도 있다. 아니, 상당수가 그런 견해를 가진다.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야뇌슬을 심등, 노인은 옥현귀진현공의 뛰어남을 알고 있고, 이것들로 부딪치고 있다.
허점이 생긴다는 것은 자신의 신공에 균열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런 상태에서 싸움을 더 끌어야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상대는 굳건하고 내 신공이 흔들린다면 이미 끝난 싸움 아닌가. 꼭 손발을 맞춰봐야만 승부를 알 수 있는가.
츠츠츳! 츠츠츠츳!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봤다.
옥현귀진현공은 무한대의 진력을 공급한다.
어둠 속에서 일어나 밝은 세상을 휘돈 다음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윤회를 거듭한다.
귀진(歸眞)이란 진리로 돌아간다. 즉, 본성을 찾아간다는 뜻이다.
의식을 뚫고, 무의식도 뚫고, 그 너머에 있는 본래의 자아를 찾아간다는 뜻이다.
깊은 곳에서 샘솟는 진력은 마르지 않는다.
이런 진공을 어찌 손발을 휘두르는 세속의 무공과 견줄 수 있겠는가. 능히 불가나 도가의 현묘한 현공과도 비교할 수 있다.
걸인에게도 도(道)가 있다.
걸인이 경지에 이르면 무소유(無所有), 무집착(無執着)을 깨닫게 된다.
십만이나 되는 개방도 중에서 겨우 열 손가락 밖에 안 되는 극소소의 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경지에 이르렀거나, 근접해 있어야 한다.
노인은 본바탕을 옥현귀진현공에서 찾았다.
그러한 진공이 전신을 휘돈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샘솟은 기운이 단전을 어루만진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단전에서 일으키는 진기보다 더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생명의 힘이다.
‘이것을 어찌 이기랴.’
심등은 가슴의 빛이다.
가슴의 빛을 따르는데 이기고 진다는 승부 관념은 없다. 오직 밝은 빛만 있다.
유등(油燈)을 지켜봐라.
그곳에 승부가 있는가. 그곳에 죽음이 있는가. 그곳에 싸움이 있는가.
유등은 불을 밝힐 뿐이다.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 그냥 어둠을 밀어내고 밝은 빛을 뿌리는 것으로 만족하라. 그것만 봐라.
그는 심등을 통해서 노인을 본다.
그의 눈길 속에는 심등의 빛이 담겨있다.
본다는 것의 의미는 사물의 형체를 감지한다는 것이다. 그것에 이기겠다거나, 죽이겠다거나, 짓눌러버리겠다는 등의 감정을 담을 필요가 없다.
볼 때는 보기만 하면 된다.
노인은 흔들린다.
그가 가진 힘은 심등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강하다. 하지만 승부를 생각한다.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개입되어 있다. 그런 생각만 버린다면 최상일 텐데……
노인이라고 그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이런 종류의 심공이다. 그래서 하려고 더욱 부단히 수련하는 게다.
생각을 일으키지 마라. 안다. 알면서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련한다. 수련해도 계속 생각은 일어난다. 그래서 또 수련한다.
이와 똑같은 말이다.
어느 한 순간, 손바닥으로 머리를 탁 치는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그때가 되면 억지로 생각을 일으키려고 해도 일으킬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야뇌슬이 그런 지경에 이르렀다는 건 아니다.
그도 심등에 의지하지 않으면 전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 오직 심등을 통해서 표출할 때만 제대로 된 밝음이 튀어나간다.
두 사람 모두 불완전하다.
노인은 깊이 있게 파들어갔지만 완성을 이루지 못했다. 야뇌슬은 깊이를 모른다. 하지만 심등에 불을 밝힌 순간만큼은 완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완벽하다.
‘힘들어.’
노인이 힘들어한다. 두 눈이 발갛게 충혈 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노인의 상태를 알아봤고, 노인도 그의 상태를 알아봤다.
주위에는 개방도가 늘어서 있다.
개방대진(丐幫大陣)이라는 타구진을 펼친 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들은 두 사람의 상태를 눈치 채지 못했다. 오직 두 사람만이 서로의 상태를 알아봤다.
‘더 이상 심력을 겨루는 건 무의미해.’
“지겹군.”
야뇌슬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뒤로 펄쩍 물러섰다.
“와아!”
“흐흐흐! 그럼 그렇지. 흐흐!”
개방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환성을 터트렸다.
그들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뭔가 하기는 했는데, 이해하지 못할 싸움이다. 하지만 끼어들 수도 없다. 장로도 그렇고 낯선 놈도 그렇고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너무 진지해서 말도 못 걸겠다.
조용히 지켜봤다.
시간이 흐르고, 그럼에도 두 사람이 꼼짝도 하지 않고 서로만 쳐다보자 더욱 더 긴장하면서 지켜봤다.
그런데 야뇌슬이 물러섰다. 그것도 불에 데기라도 한 듯 펄쩍 뛰어서 물러났다.
누가 봐도 장로의 승리다.
순간, 노인의 눈에 기광이 번뜩였다.
노인이 말했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한 판 붙어봐야겠군. 꼭 그래야 할 놈이야.”
야뇌슬이 말했다.
“인원수로 밀어붙이지 말고, 정 하고 싶으시면 단 둘이 겨뤄보는 게 어떻습니까?”
개방도에게 산신각으로부터 백 장 밖으로 물러서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들은 장로의 명을 쫓기는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손가락으로 짓누르기만 하면 될 것 같은 놈인데, 무엇 때문에 그런 놈의 사정을 봐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장로가 직접 내린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
개방도는 백 장 밖에서 아무도 근접하지 못하도록 타구진을 펼쳤다.
장로는 개방도가 완전히 물러설 때까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하지만 타구진이 완성되자 즉시 물었다.
“끌끌끌! 네놈 정체가 뭐냐!”
“사정이 있어서……”
“신분 내력도 못 밝히는 놈이군. 좋아!”
파라락!
장로가 신형을 팽그르르 돌렸다.
그러자 폭풍 같은 바람이 일어난다. 사람이 팽이처럼 돌면서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선풍신법(旋風身法)!’
개방의 무공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한다. 하지만 빈세백의 장서에 설명된 것이 있어서 명칭은 안다.
장로의 모습, 선풍신법이 아니면 무엇이랴.
쒜에에엑!
회오리바람 속에서 불쑥 주먹이 튀어나왔다.
강력한 진기가 깃들어 있는데다가 회전력까지 가미되어서 파괴력이 증가했다.
특이한 점은 처음에는 주먹이 보였는데, 곧 커다란 망치처럼 보인다는 거다.
‘파옥권(破玉拳)!’
그는 또 하나의 무공명칭을 생각해냈다.
선풍신법에 파옥권이라…… 상대를 반드시 격살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읽었다.
선풍신법의 진기소모가 너무 극심해서 십 초 이상 공격을 이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대의 무공 정도를 세심하게 고려해서 사용해야 하며, 일단 펼치면 반드시 끝장내야만 한다. 십 초를 경과할 경우에는 손발이 급격하게 둔해진다.
역습당할 우려가 굉장히 높은 공격이다.
노인은 심력 싸움에서 졌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본인 자신만은 속이지 못한다.
심력에서 졌으니 여타의 싸움에서도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로의 급공은 의미가 있었다.
허나 그런 점 때문에 급공을 취해온 것이 아니다. 강렬한 공격에 반응해 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생사결전에서나 사용할 법한 급공을 취해온 게다.
이런 공격은 반응해줘야 한다. 피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이 순간, 야뇌슬의 머릿속은 온통 장로라는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사람을 읽어라!
장로는 얻으면 개방이 알고 있는 모든 사항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그를 적으로 돌리면 위험하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귀찮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게다.
장로를 내 사람으로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로가 원하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성격이 강퍅한 사람, 맑은 눈…… 온후하고 광명정대한 사람을 원한다. 능력이 있으면서, 지혜도 뛰어난 사람을 원한다. 눈이 상당히 높아서 웬만한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는 광명정대하게 행동하면서, 높은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원하는 걸 얻어내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비열하게 간사한 방법이다. 그런데도 목적을 위해서 사용한다. 처음은 이렇게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심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가 손을 들었다.
우르르릉!
손바닥에서 우렛소리가 터졌다.
“신뢰삼검!”
장로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더불어서 파옥권이 더욱 거칠게 쏟아졌다.
꽝! 꽝! 꽝! 꽝!
장(掌)과 권(拳)이 연달아 격돌했다.
신뢰삼검의 묘리를 담은 장과 일 권에 바위를 부순다는 파옥권이 정면에서 충돌했다.
쿵쿵쿵!
장로는 연달아 네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가 물러난 자리에는 깊은 발자국이 패어 있었다. 보법도 제대로 밟지 못해서 물러선 간격도 일정하지 않았다.
“큭!”
중심을 잡은 노인이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쳐 들며 신음했다.
오른 손에 받은 충격이 꽤 심한 듯하다. 하지만 그 이상 고통스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
노인이 말했다.
“혈우…… 혈우마검 탁발천의 신뢰삼검! 신뢰삼검을 장으로 변화시켜서 쓰는 놈이 있다니!”
장로의 눈에 떠오른 경악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