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34
34
[도검무안 34화]
第六章 도검무안(刀劍無顔) (2)
타앙!
장타홀은 활도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일시관중의 화살은 처음으로 목표를 꿰뚫지 못했다. 너무도 간단하게 활에 가로막혔다. 그 즈음,
쒜에엑! 퍼퍼퍼퍼퍽!
노염백의 화륜도 신주사창을 꿰뚫어내고 있었다.
일촌경타가 화륜 한 개를 쳐낼 때, 창대가 나아간 뒤쪽으로 날아드는 화륜!
동시에 날렸으나 날아오는 동안 시간차가 생겼다.
그들의 가슴에, 배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붉은 피와 함께 오장육부가 콸콸 쏟아져 내렸다.
“이렇게……”
신주사창이 어이없다는 듯 가슴을 내려다봤다. 그러나 오래 쳐다보지는 못했다. 가슴을 보기 위해 떨군 머리를 들지도 못한 채 썩은 나무처럼 풀썩 꼬꾸라졌다.
“싱겁단 말이야.”
노염백이 손을 탁탁 털면서 피 묻은 화륜을 주웠다.
여인 미와빙과 사내 노모보는 띳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얼굴에는 꽃무늬 면사를 쓴 여인이 있었다.
일지할안(一只瞎眼) 독고금(獨孤錦).
그녀를 본 사람은 예외 없이 한 마디를 한다.
– 차라리 장님이었다면…… 그랬다면 그녀를 보지 않았을 테고, 마음이 이토록 타들어가지도 않았을 텐데.
첫눈에 눈을 멀게 만들어 버리는 강남제일미(江南第一美).
그녀는 창밖을 쳐다보면서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캄캄한 밤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달빛을 담은 검은 눈동자뿐이다.
그런데 그 눈이 몹시 슬퍼 보인다. 아기 사슴이 죽은 어미를 쳐다보면서 눈물짓는 것 같다.
“독고금인가?”
노모보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알고 오셨잖아요.”
그녀가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음성이 아침이슬처럼 맑고 영롱하다. 잠깐 들었을 뿐인데도 사랑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저런 음성으로 노래를 불러주면 잠이 저절로 올 것 같다.
“일어서라.”
“제 뜻과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데려가겠죠?”
“아니. 네가 죽겠다고 하면 굳이 데려갈 생각은 없어. 대신 죽음은 지켜봐줄게.”
미와빙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녀가 포기한 듯 몸을 일으켰다.
사르륵!
비단 옷자락이 바닥에 끌리면서 상큼한 소리를 흘린다. 바람결에 풍겨나는 그녀의 살내음도 풋풋하기만 하다.
“음!”
노모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음했다.
여인은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모두 고혹적이다. 모든 행동, 모든 움직임이 사내를 유혹하기 위한 몸짓 같다.
미와빙이 깔깔 웃었다.
“호호호! 일지할안이 요물은 요물이네. 심장에 철판을 깐 노모보까지 홀리고 말이야. 호호호호!”
그녀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띳집 밖으로 흘러나갔다.
***
개방의 아침은 상당히 늦게 시작한다.
아침 식전에 누가 거지를 반갑게 맞이해 주겠는가. 아침부터 찾아가면 물바가지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둘지 않는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쯤, 자다가자다가 허리가 아프면 일어난다.
그래서 늘 첫 밥은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에야 먹는다. 어제 남긴 밥이라서, 한 여름에는 간혹 쉬기도 하지만 상관없다. 아귀(餓鬼)가 들어있는 거지의 위장은 쇳덩이도 소화시킨다.
밥 한 끼 먹고 난 후에는 어슬렁어슬렁 마을로 내려간다.
해가 중천에 뜨고 난 다음에야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셈이다.
새벽, 개방도에게는 한 밤중이다.
툭툭!
야뇌슬은 야복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으음! 뭐……”
“일어나.”
“어휴! 급한 것도 없는데 잠이나 푹 좀 자자.”
“나 간다. 나중에 와.”
야뇌슬은 잠든 야복을 버려두고 혼자 걸어갔다.
야복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어휴! 저놈의 성질머리하고는. 그때 내가 잘못 구해줬다니까. 그냥 확 물에 빠져죽게 내버려두는 건데.”
야복이 궁시랑 거리면서 일어났다.
그는 재빨리 달음박질을 쳐서 앞서가는 야뇌슬 곁에 붙었다.
“아침부터 어디 가게?”
“창암도.”
“뭐? 창암도에는 왜?”
“창암도를 부수려고.”
“너, 너, 너! 미쳤냐, 지금?”
“후후!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여?”
야뇌슬이 환하게 웃었다.
“미친 것 같지는 않은데 제정신도 아닌 것 같아. 창암도를 부순다고? 너 혼자서?”
“왜 나 혼자야? 종복이 있는데.”
“종복이 아니라 야복이야.”
“그래, 야복. 내가 한 명, 야복이 한 명. 동시에 두 명은 쓰러트릴 수 있겠네.”
“미쳤어? 적암도 사람을 다 죽일 거야?”
“말을 놓게 했더니 아예 막말을 하네. 미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에휴! 야복은 야복다워야 하는 건가? 괜히 말을 놓게 했나? 말투가 그게 뭐야? 염왕한테.”
“늦었다, 이놈아! 염왕이 염왕다워야 염왕 대우를 해주지!”
“후후! 창암도주 좀 만나보려고.”
“뭐! 너, 너, 너 정말 미쳤냐!”
“허! 그것 참 미쳤다는 소리는 그만 좀 하라니까. 안 미쳤어. 안 미쳤다고! 미영추가 어디 모르는 사람이야? 오랜 만에 만났는데 인사라도 해야지. 노로곤도 그렇고.”
“확실히 제 정신이 아니군. 어제 천일취인지 뭐지 하는 걸 너무 퍼마셨어.”
마록타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런데…… 개방은 아침은 결코 늦게 시작하지 않는다.
분타 제자들이 편히 잠을 자고 있을 때, 야동(夜動)에 걸린 사람들은 밤이슬을 맞으면서 도읍을 주시한다.
오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지켜본다.
거적때기 하나 깔고 누워서 잠자는 척 실눈을 뜨고 지켜본다.
개방의 막대한 정보력은 천대 받고 멸시 받는 일결, 이결 제자들의 땀과 눈물에서 비롯된다.
“어휴! 아침 댓바람부터 이게 뭡니까? 아무리 볼일이 바쁘셔도 그렇지 아침이나 잡순 후에 움직이시지.”
두 사람이 성안에 들어서자마자 땟물이 자르르 흐르는 걸개가 다가서며 말했다.
“허! 요놈들 봐라?”
마록타가 실눈을 떴다.
허리 굽은 꼽추가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실눈으로 쳐다본다. 눈을 위로 치켜뜨고 노려보는 것 같다.
“헉! 노, 농담이 지나쳤다면 죄, 죄송…… 자, 장로님의 분부로…… 이, 일단 따라오세요.”
개방도는 마록타의 눈길에 겁을 집어먹고 주춤주춤 물러섰다.
마록타의 눈길은 매우 사납다. 사람을 잡아먹는 마귀가 있다면 꼭 이런 눈빛을 할 것이다.
그는 적암도 사람들에게 천시 당했다.
어른들도 멸시하고, 아이들도 놀려댔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곤 했는데…… 그래도 아이들 눈에 띌 때가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놀림을 당한다.
그럴 때면 사나운 눈빛을 쏟아냈다.
아이들을 때리면 치도곤을 당한다. 욕지거리도 내뱉을 수 없다. 혹여 듣는 귀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나운 눈길만 토해낸다. 마귀처럼, 잡아먹을 듯이.
그는 어떻게 눈을 떠야 사람들이 무서워하는지 안다.
걸개가 그런 눈길을 받았다.
능글맞게 웃으면서 다가오던 걸개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하얗게 질렸다는 말이 맞을 게다. 하지만 그는 두 사람을 안내할 의무가 있어서인지 도망치지는 않았다.
“제, 제발…… 절 따라와 주십시오.”
“개방과는 볼일 없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누구냐!”
“아, 아무도…… 나쁜 일이 아니니까 제발……”
걸개가 사정사정했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록타는 야뇌슬을 쳐다봤다.
“가보지, 뭐. 산을 내려오자마자 쫄짜를 보낸 걸 보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데.”
적의 적은 동지다. 도련을 치기 위해서는 많은 힘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야뇌슬은 걸으면서 생각했다.
‘개방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라. 그들이 원하는 것은 줄 수 없지만…… 굳이 나쁜 관계를 만들 필요는 없어.’
개방도는 두 사람을 다 부셔져가는 폐가로 안내했다.
폐가에는 거지가 아닌 사람이 있었다.
폐가 한 가운데에는 의자가 놓여있고, 그 앞에는 얼굴을 씻을 수 있는 세숫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결제자가 다가와 포권지례를 취하며 말했다.
“취화선개님의 전갈을 받았습니다. 두 분 모습이 이국적이라서 눈에 많이 띄니 탈태환골(奪胎換骨)시켜드리라고. 머리부터 자르시지요. 그동안 옷을 준비하겠습니다.”
걸개에게 불려온 듯한 사람이 삭도(削刀)를 들고 마록타의 눈치를 슬금슬금 봤다.
누구에게나 마록타는 공포스러운 모습이다.
야뇌슬은 새삼 자신의 복색을 살폈다.
확실히 대륙인들과는 많이 다르다.
천이 몹시 부드럽다. 모양도 좋다. 삭도를 들고 있는 자는 부자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입고 있는 옷이 보통이다. 헌데 그 모습조차도 멋져 보인다. 그러고 보니 거지들이 입고 있는 누더기 옷도 자신들 것보다는 훨씬 낫다.
자신들이 입고 있는 옷들도 그리 나쁜 건 아닌데 뭔가 많이 달라 보인다.
신발도 다르다. 머리 묶는 모습도 다르다.
자신들은 누가 봐도 이방인의 모습이다.
남이 집을 방문하면 그 집의 법도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얼마 있지도 않을 것…… 어차피 내가 돌아갈 곳은 적암도…… 굳이 모습을 바꿀 필요는 없어.’
야뇌슬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 모습을 야복 마록타가 봤다.
“흐흐흐! 취화선개에게 전해. 호의는 고맙지만 사양한다고. 머리 좀 길고, 옷 좀 촌스러우면 어때? 자기들도 누더기 옷을 입고 다니면서. 그래도 우리 옷은 빨아서 깨끗해. 너희도 옷 좀 빨아 입어라. 그게 뭐냐? 아예 이하고 같이 살고 있어요.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