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36
36
[도검무안 36화]
第六章 도검무안(刀劍無顔) (4)
중원은 다음 기회에, 일단은 현재 것을 지키는 것으로 만족!
현실에 안주하는 쪽이다.
그들은 벌써 중원의 단맛에 길들여져가고 있다. 수하들의 충성을 받고, 사람을 부리는데 익숙해졌다. 척박한 섬에서 벗어나서 호의호식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영역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중원 전 문파를 초토화시키자. 섬 하나가 일개 문파를 상대할 수 있다. 우선 구파일방(九派一幫), 오대세가(五大勢家)라는 것부터 쓸어버리자.
무인의 갈망을 채우고자 하는 자들이다.
중원 무림에 오로지 적암도 무공만이 최강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은 게다.
련주는 어느 쪽인가? 후자다. 하지만 안정을 바라는 도민들의 마음도 수용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싸움을 지속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안정을 취하는 게다.
섬들이 배치된 모습을 보라.
싸움이 일어나는 곳에는 모두 싸움닭들이 가있다. 소강상태인 곳은 평안을 원하는 자들이 배치되었다.
련주는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싸움인지 평안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창암도……
싸움과는 거리가 먼 곳에 배치된 유일한 섬.
창암도가 좋다고 찾아온 스무 명의 사주들은 큰 싸움을 치러보지 않았다. 기껏해야 도련에 반기를 든 무인들을 소탕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련주는 창암도를 어떠한 싸움에도 던지지 않았다.
바닷가에 위치한 해주부에 배치시켜 놓고 세월만 낚게 했다.
그 뜻은 오직 련주와 창암도주만이 안다. 그리고 창암도주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입을 열지 않는다.
혹자는 말한다.
혹여 싸움에 패했을 때 도주할 생각이 아니냐? 퇴로를 준비한 게 아니냐.
창암도주는 단호하게 꾸짖었다.
련주가 어떤 분이냐! 입에 칼을 물고 죽을지언정 등을 보일 분은 아니다. 앞으로 그따위 소리를 입에 담는 자는 상도라고 할지라도 처단하리라!
창암도 사주들이 소집되었다.
“야뇌슬?”
“응.”
“그놈이 어떻게?”
“우염비와 왕린이 당한 것 같아.”
“이런! 공자님께 연락을 취해야 할 거 아냐?”
“벌써 전서(傳書) 띄웠어.”
들어서는 자들마다 이와 비슷한 말들을 속삭였다.
그들 모두 야뇌슬을 안다. 야뇌슬이 적송림 십이좌실에 들락거리지 않고, 오로고 무공 수련에만 매진했다면 노모보의 기록도 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뇌슬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적암도가 만들어 낸 천재다.
“빠진 사람은?”
창암도주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다 왔습니다.”
“야뇌슬에 대한 감시는?”
“붙어놨습니다.”
미시완이 대답했다.
“괜찮은 자들이 아니면 오히려 당할 텐데?”
“반검문(半劍門)을 썼습니다.”
“흠!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군.”
창암도주 미영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과 야뇌슬…… 한 때는 더 없이 친근한 사이였지만,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도 자신들도 해변에서의 참살은 잊지 못한다.
부모가 효수를 당한 원한도 잊지 못할 것이다.
두 번, 세 번 고쳐서 생각해도 서로 죽이는 것밖에는 남지 않은 관계다.
창암도주가 말했다.
“자, 뇌슬이를 죽여야겠지? 생각들 내놔봐.”
***
창암도가 선제공격을 가해왔다.
이들의 기습은 예견한 바다.
자신들이 도읍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들 눈에 뛸 것을 예상했다. 그러라고 은밀히 숨어서 이동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관도로 당당하게 걸어온 것이다.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건드려 벰을 놀라게 하는 병법이다.
이 타초경사는 두 가지 경우로 쓰인다. 하나는 준비 없이 풀을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준비가 되었을 경우에 풀을 건드려서 벰을 찾아내라는 뜻이다.
그는 풀을 건드렸다.
뱀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무공이 형편없는…… 개방으로 치면 분타주보다도 못한 자를 두 명 보내왔다.
그가 생각했던 반응 중에서 가장 치졸하다.
련주는 이곳에 없다. 노모보도 없다.
그들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떠보지 않는다. 당장 달려들어서 숨을 끊으려고 할 게다.
이곳에는 기껏 있어봤자 창암도주뿐이다.
적암도 무인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향주 두 명을 보낸 것은 그들을 어떤 수법으로 어떻게 죽이는지 살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강한 수를 썼다.
창암도주…… 머리 좀 아플 게다.
“흐흐흐! 이놈들이 죽지 못해서 환장한 놈들이네. 감히 염라대왕의 콧수염을 건드려? 그러잖아도 놈들을 때려잡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였는데, 아예 우는 아이 뺨을 때려!”
마록타가 눈을 치켜떴다.
검은 동자는 위로 말려 올라가고 흰자위만 남아서 사방을 노려본다.
야뇌슬은 웃기만 했다.
“어떻게 할 거야?”
“……”
야뇌슬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개방도를 기다렸다.
잠시 후, 개방도가 두루마리 전서 두 개를 가져왔다.
“분타에서 보내온 전서입니다. 취화선개 장로님하고 분타주님도 급히 오신다고 했습니다.”
야뇌슬은 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 비응문(飛鷹門) 십칠(十七), 노도검문(怒濤劍門) 삼십이(三十二), 노가창문(虜家槍門) 십일(十一)……
두루마리 전서에는 각종 문파와 숫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 수는 무려 사백여 명에 이르렀다.
그는 다른 두루마리 전서도 펼쳐봤다.
대동소이한 내용들이 적혀 있다. 다만 문파가 맨 앞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형부터 나온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유사시에 창암도가 동원할 수 있는 무인들이다.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문파만 서른일곱 개에 동원 가능한 무인은 천이백 명이다.
창암도에 상주하는 무인들까지 합하면 물경 천육백 명에 이르는 큰 세력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결코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전서에는 문파명 위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 개는 소문파를 말하다. 두 개는 지역의 패주 정도는 되는 군소문파다. 세 개는 대문파에 필적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부(府)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주(覇主)를 말한다.
창암도 상주 문파는 거의 대부분 방점이 세 개다.
“힘들겠는데……”
마록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록타.”
“왜?”
“웬만하면 이번 일에서 빠져.”
“뭐야? 지금 무슨 소리를……”
“정 떨어질까 봐 그래. 염왕의 모습이 그리 썩 보기 좋지는 않을 것 같아서.”
야뇌슬은 웃지도 않고 말했다.
폐가를 벗어났다.
해가 기울어간다.
저녁놀이 오늘 따라 유난히 붉다. 옅게 드리워진 구름 사이로 붉은 노을이 온 세상을 태워버릴 듯이 빛난다.
“나와라.”
야뇌슬이 조용히 말했다.
스윽! 스으읏! 스읏!
사방에서 절반쯤 부러진 검을 든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검문.”
야뇌슬은 그들을 보면서 전서 속의 한 문파를 떠올렸다.
반검문 위에는 방점 세 개가 찍혔다. 창암도에 상주하는 문파이고, 인원은 열세 명이다.
지금은 여덟 명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섯 명은 어디 있나?”
반검을 든 검수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최고로 긴장했다. 적암도 무인치고 간단한 자가 없다는 걸 그동안의 경험으로 체득했다.
적암도라는 말만 나오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싸움에 임해야 한다.
스읏! 스읏!
그들은 반 뼘씩 거리를 좁혀왔다.
발뒤꿈치를 들어서 엄지발가락 있는 곳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발을 내딛으면서 신형을 옮긴다.
조금씩, 조금씩…… 지금의 긴장을 늦추지 않고 거리를 좁힌다. 가까이 다가서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허점을 드러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스릉!
야뇌슬은 검을 뽑았다.
‘살계(殺戒)!’
오늘 많은 사람을 죽인다.
그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가슴에서 활짝 피어나던 심등이 확 꺼졌다.
불빛은 보이지 않는다. 캄캄한 어둠뿐이다.
심등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빛나는데, 악기(惡氣)가 휘장을 친 것처럼 심등을 가려버렸다.
‘전광천심!’
부왁!
그는 양손을 좌우로 활짝 벌려서 대붕(大鵬)의 형상을 취했다. 그리고 정말 대붕처럼 훨훨 날아올랐다.
“엇!”
반검을 든 사내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에는 야뇌슬이 끝없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공격을 취하는 모습이 아니라 하늘로 날아서 도주하는 모양새다. 순간,
“뭐햇! 피햇!”
다급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허나,
푸욱!
한 자루의 청강장검이 심장 한 가운데를 정확히 관통했다.
“크윽!”
반검을 든 사내는 검을 맞은 이 순간까지도 자신이 어떻게 해서 공격을 받았는지 깨닫지 못했다. 분명히 하늘로 날아올랐는데, 도주했는데……
슈앗!
다른 자는 반검을 들어올렸다.
위에서 장검이 내리쳐온다. 어찌 막지 않겠나. 헌데,
푸욱!
땅 밑에서 불쑥 솟구친 검이 배를 뚫고 등까지 빠져나왔다.
“크으윽!”
반검을 든 사내는 자신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듯,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냐는 듯 입술을 일그러트리면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