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4
4
[도검무안 4화]
第一章 기어이 네가 (4)
적사도회가 시작되었다. 적암도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하늘로 곧게 뻗어 올라간다. 하지만 선뜻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은 없었다.
적사해는 적암도와 작은 무인도 사이를 말한다.
적사해의 해류는 급류를 방불케 한다. 거대한 물줄기가 협곡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광경을 연상시킨다.
적사해에는 함정도 있다.
곳곳에서 기습처럼 생겼다가 사라지는 와류(渦流)는 바다가 만든 함정으로 누구든 빠졌다 하면 헤어나지 못한다.
그런 연유로 웬만큼 바다에 익숙한 뱃사람들도 적사해의 해류만은 두려워한다.
“정말 할 수 있겠어?”
미와빙(米窩氷)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할 수는 있는데…… 매형(妹兄)의 손속이 문제예요. 얼마나 봐줄지 모르겠네.”
야뇌슬이 노모보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후후! 난 열여덟에 십칠 동 밖에 통과하지 못했다. 그것도 적송림 같은 곳에는 발길도 들여놓지 못한 채 오로지 무공수련에만 매진했는데도.”
노모보가 빙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네가 적암도 제일기재다. 오늘 네 솜씨를 유감없이 볼 생각이다. 각오해.”
“어쿠! 나 죽었네.”
야뇌슬이 손으로 이마를 탁 치면서 엄살을 부렸다.
봉화가 오른 지도 일다경(一茶頃)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적사도회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열일곱 명.
모두 아는 사람들이다. 무공이 강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며, 중요한 보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사방 삼 척 정도 크기의 널빤지를 하나씩 들고 있다.
그것으로 적사해를 건너야 한다.
노는 없다. 바람을 이용할 만한 돛도 없다. 널빤지를 두 발로 딛고, 해류의 흐름을 타야 한다. 오직 균형감각만으로 널빤지의 수평을 유지한 채 바다를 건너야 한다.
당연히 물에 빠지는 자는 탈락이다.
그래서 바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격이 허용된다.
공격은 도구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병장기를 사용하는 것도 허용된다. 단, 육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은 금한다. 오직 두 발로 딛고 선 널빤지만 공격해야 한다.
모두들 눈치만 보면서 먼저 뛰어들지 않는 것은, 먼저 뛰어든 자가 제일 먼저 공격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물때를 가늠해야 한다. 파도를 보고 뛰어들만한 적기(適期)를 찾아야내야 한다.
열일곱 명 중 잡담을 주고받는 사람은 야뇌슬과 노모보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혼자서 묵묵히 바다만 노려본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 한 잔 마셔. 설마 파도가 무서워서 못 마시는 건 아니지?”
미와빙이 작은 호로병을 내밀었다.
마개를 열자 독한 주향(酒香)이 코를 자극한다.
“이제는 누님까지! 설마 술 취해서 바다에 빠져죽으라는 말은 아니죠? 하하하!”
야뇌슬은 기분 좋게 웃으면서 호로병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꿀꺽꿀꺽 두 모금을 마셨다. 하지만 그의 호기는 거기까지다.
“컥! 켁!”
야뇌슬은 입에 머금은 술을 토해내면서 켁켁 거렸다.
“호호호! 이거 야분주(若芬酒)야. 야분주를 그렇게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야분주요?”
“냄새 맡고 몰랐어?”
“아! 당했구나. 누님, 이따 좀 봅시다.”
야뇌슬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다로 달려가면서 널빤지를 홱 던졌다. 그리고 멋들어진 비응박토(飛鷹搏兎)의 신법으로 널빤지 위에 안착한 후, 쏜살같이 물살을 헤쳐 갔다.
“웃!”
“엇!”
여기저기서 급한 외침이 튀어나왔다.
그들 모두 야뇌슬이 이렇게 빨리, 그것도 기습적으로 뛰어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쒜엑! 쒜에엑!
그들은 하시라도 뒤질 세라 분분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매형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 좋아?”
미와빙의 음성이 얼음이 깔렸다.
“후후! 질투는 너답지 않아.”
“이번 한 번 뿐이야. 다른 계집 뱃속에 씨를 뿌리는 건. 또 다시 그런 짓을 하면……”
“하면?”
“또 하겠다는 거야!”
미와빙이 한기 풀풀 날리는 음성으로 쏘아 부쳤다.
노모보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건 내게 묻는 게 아니지. 네 자신을 가꿔라. 매력덩어리로 만들어. 네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후후! 매력도 없는 여자를 부둥켜안고 잘 사내는 없지 않나?”
“지금 그 말…… 후회하지 않겠어?”
“내 여자로 있고 싶으면 언제까지고 내가 한 말을 명심해라.”
저벅! 저벅!
노모보는 느린 걸음으로 바다를 향해 걸었다.
쒜에엑! 쒜에에엑!
공기를 찢는 듯한 파공음이 등 뒤를 때렸다.
여유 있게 피할 수 있는 화살이 아니다. 전력을 다해서,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서 피해야 할 진시(眞矢)다.
슈우웃!
두 발에 진기를 싣고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쒜엑! 쒜엑! 쒜에엑!
화살 세 대가 간발의 차이로 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왜 이런 화살을?’
일면 의문이 치밀었다.
화살을 쏘는 것은 규정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공격목표는 널빤지가 되어야 한다. 헌데 방금 전의 화살은 몸통을 노렸다. 실수가 아니다. 살기가 담겨 있었다.
적암도에는 다섯 가지의 공부(功夫)가 있다. 그 중에 일시탈백 장설리가 남겨놓은 흑조탄궁술(黑爪彈弓術)은 장설리가 어떻게 해서 일시탈백이라는 명호를 얻었는지 여실히 알려준다.
지금 날아오는 화살은 바로 그 흑조탄궁술로 쏘아낸 화살이다.
야뇌슬은 진공이 실린 화살 공격을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무심히 흘려 넘겼다.
“앞서면 불리하다고 하더니 이런 걸 두고 한 말이군. 급하면 자신도 모르게 살공을 펼치는 게 사람……”
야뇌슬은 뒤를 흘깃 돌아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엇!”
뒤를 돌아보던 그가 깜짝 놀라 경악성을 토해냈다.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바다에 빠질 뻔했다.
퍽! 퍽!
뒤따라오던 무인들이 화살을 맞고 피를 뿌린다.
화살 한 대가 무인의 머리를 꿰뚫었다. 또 다른 무인은 몸통에 화살을 다섯 대나 맞았다.
그들은 피를 뿌리며 바다에 빠졌다. 그리고 거센 물살에 삼켜져서 두 번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야뇌슬은 진기를 실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쩌엉!
진기 실린 벽력음(霹靂音)이 화살을 쏘아대는 장가 무인의 고막을 두들겼다.
“웃!”
장가 무인의 신형이 잠시 꿈틀거렸다.
야뇌슬은 몸의 중심을 이동시켜서 널빤지의 방향을 바꿨다.
뒤에서 사람이 죽었다. 장가 무인이 동료를 쏴 죽였다. 이제는 대회가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대회는 무슨 빌어먹을 대회란 말인가. 그때!
피윳!
허공에 흑점 하나가 나타났다.
태양에 점 하나가 생기더니 점점 커진다. 작은 돌멩이 정도의 크기, 참새 정도의 크기, 매의 크기…… 그리고 마침내 사람의 크기로 확장되었다.
“엇!”
야뇌슬은 또 한 번 경악성을 토해냈다.
이십사 무동의 공부!
혈우마검 탁발천의 신뢰삼검(迅雷三劍) 중 전광천심(電光穿心)!
널빤지를 공격하는 게 아니다. 자신을 공격한다. 살기, 죽일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이건 진짜 싸움이닷!’
야뇌슬은 이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차앙!
발검(拔劍)과 동시에 자신 역시 혈우마검의 검초인 경홍섬전(警泓閃電)을 펼쳐냈다. 신뢰삼검 중에서 지상에서 허공을 공격하는 데는 최적의 검초다. 헌데,
‘웃!’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진기가 뚝 끊긴다. 경홍섬전이 마음먹은 대로 펼쳐지지 않고 어쭙잖게 뻗어나간다.
야뇌슬은 급히 검초를 거두고 무풍비류(無風沸流)를 펼쳤다.
진기가 제대로 곁들이지 않은 검초는 위험만 초래한다. 진기가 왜 끊겼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현상이 일어났으니 검초를 쓸 수 없다. 전광천심은 신법으로 피한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판단이다.
그러나 진기의 끊김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검초를 펼칠 때만 해도 순간적인 끊어짐인 줄 알았다. 헌데 아니다. 무풍비류조차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이, 이게!’
야뇌슬은 당황했다. 왜 진기가 안 모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기현상, 이유를 모르는 공격, 살겁.
슈각!
득달같이 달려든 전광천심이 가슴에 벼락을 떨궜다.
“크윽!”
야뇌슬은 피를 뿌리면서 뒤로 넘어갔다.
“아직은.”
누군가가 그가 디뎠던 널빤지로 내려서면서 그의 멱살을 잡았다.
야뇌슬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두 눈만은 부릅떴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 지금 당장은 무조건 이 위기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의 눈길에 노모보의 얼굴이 들어왔다.
“아! 매형! 큭!”
자신의 멱살을 움켜쥔 사람이 노모보임을 알게 되자 긴장이 약간 풀리면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