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ummuan RAW novel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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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검무안 40화]
第七章 가슴에 칼을 (2)
생포하라!
그는 이 명령에만 충실하다.
자연히 다섯 사내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마음으로는 강남제일미의 미모가 궁금하지만…… 면사조차도 마음대로 거둬 올릴 수 없다. 포로에 불과한데도 포로 취급을 하지 못한다.
“수고들 했다.”
노모보가 열일곱 번째 임무달성을 선언했다.
주점 안에는 노모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련주님의 전갈입니다.”
앞선 사람이 서신을 내밀었다.
일지할안의 처리에 대한 서신일 게다. 보나마나 서신을 전한 사내에게 넘기라는 말일 게고…… 주점 밖에 놓여 있는 가마도 일지할안을 위해서 준비한 것일 게다.
그는 서신을 열어보지 않고 다른 사내를 쳐다봤다.
‘넌 무슨 용건이야?’
눈길이 묻는다.
“남해 창암도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그도 서신을 내밀었다.
‘창암도?’
창암도라는 말에 의자에 앉으려던 미와빙이 노모보에게 다가왔다.
다른 사내들도 마찬가지다. 의자에 앉기는 했지만 눈길은 노모보에게 고정시켰다.
창암도에서 그들에게 올 연락이 없다.
그들 역시 적암도 주민들이니 모두 아는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연락을 주고받을 거리가 없다.
‘혹시?’
생각해 보니 연락거리가 있기는 하다. 적암도에 남겨졌던 사람들이 이 있지 않은가. 우염비와 왕린이 도착했다면 서신을 보내올 법도 하다.
노모보가 서신을 급히 펼쳤다.
미와빙도 어깨 너머로 서신을 읽었다.
“하!”
미와빙의 입에서 탄식인지 놀라움인지 모를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 자식!”
노모보는 서신을 와락 구겨버렸다.
의자에 앉아있던 다섯 사내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느낌이 좋지 않다. 노모보다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격앙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노모보가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씹어뱉듯 말했다.
“야뇌슬이 나타났다.”
“허!”
탁태자가 미와빙과 비슷한 탄성을 토해냈다.
야뇌슬이 나타났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우염비와 왕린이 당했다는 뜻이다.
그들 몰래 섬을 탈출할 수는 없다.
“마록타도 있어. 장타홀의 화살에서 야뇌슬을 구해준 게 마록타였나봐.”
“그 꼽추 놈의 새끼!”
곡문권이 언월도를 꽉 움켜잡으며 말했다.
노모보의 ‘죽음의 사자들’ 중에서도 곡문권은 우염비와 친분이 두터웠다. 따돌림을 이겨내고 무공으로 두각을 나타낸 인생 승리의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 우염비가 죽었다는 생각에 화가 치솟는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우염비와 왕린이……”
미루극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들은 우염비와 왕린의 무공을 안다. 그들에게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싸운다면 정말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도 이런 생각을 했겠지만.
승부를 점칠 수 없는 호적수다.
그런 자들이 두 명이나 당했다.
그럼 자신들도 당할 수 있다는 말이지 않나.
“호호! 창암도가 참 딱하게 됐네. 야뇌슬을 찾아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치자니 희생이 만만치 않을 것 같고…… 그래도 칠거야. 야뇌슬을 풋내기 정도로 보고 있으니까. 그렇지?”
미와빙이 전서를 가져온 자에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전서를 가져온 자가 머리를 숙이면서 답했다.
“야뇌슬은 이십사 무동을 칠성출동하지 못했어. 창암도 무인들이 보기에는 한참 모자라게 보일 거야.”
미와빙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노갹충은 팔백 명이나 되는 도민을 이끌고 왔다.
그 중에서 사주라는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 이백 명이다. 지금은 마흔 명 정도가 죽어서 백육십 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빈자리를 보충하지 않고 있다.
사주가 되기 위해서는 정해진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십사 무동 칠성출관!
즉, 오제의 무공을 칠 성 이상 수련한 사람만이 사주라는 영예를 얻을 수 있다.
아무나 사주를 시키는 게 아니다.
나이가 많아도, 배분이 높아도…… 이십사 무동을 칠성출관하지 않으면 사주가 되지 못한다.
현재 이십사 무동은 폐쇄되었다.
허나 무공을 측정하는 방법이 꼭 이십사 무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십사 무동을 출관한 사람이라면 모두 무공을 보는 눈이 있다. 오제의 무공에 대해서만은 정확하게 읽는다.
그들이 후인들을 꾸준히 살펴본다. 손수 무공을 지도하면서 양성시킨다. 그래서 칠성출관에 버금간다고 생각되면 추천장을 써서 련주에게 보낸다.
마지막으로 련주가 그들의 무공을 살펴본다. 그리고 흡족하면 사주의 직을 내린다.
사주의 임명 기준이 정해진 셈이다.
현재까지 사주에 임명된 자는 없다. 사주들 중에서 추천장을 쓴 사람도 없다.
아직까지는 후인을 생각할 만한 정신이 없었다.
중원에 들어온 기간도 무척 짧고, 싸움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창암도에는 사주가 스무 명이나 있다.
오제의 무공을 칠성 이상으로 수련한 절정무인들…… 중원 대문파의 장로들과 겨뤄도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이는 사람들…… 이미 승리의 달콤함을 맛본 사람들……
그들은 적암도에 있었을 때는 한낱 도민이었다. 어부에 불과했고, 농사꾼에 불과했다.
눈을 뜨면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가고, 해가 지면 집에 돌아와 쉬었다. 가족들과 오손도손 지내는 것, 술 한 잔을 들이켠 후 웃고 떠드는데 최대의 낙이었다.
무공은 당연히 수련해야 하는 일상(日常)이었다.
무공을 배워서 무엇을 한다는 목적은 없었다. 심신 수련이 어떻고 하는 개념도 없었다. 그냥 적암도 사람이기에 당연히 배워야 하는 것이고, 배울 뿐이다.
그랬던 것이 중원에 들어와서 많이 변했다.
무공이 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권력과 부를 안겨준다. 신분을 상승시켜 준다. 세상을 마음대로 살 수 있다.
그들은 승리를 맛봤다.
그들은 야뇌슬이 불편하다.
그들 보면 도주의 죽음이 떠오른다. 중원에서 맛보는 달콤함이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마치 도주의 죽음을 깔고 앉아서 누리는 호사처럼 여겨진다.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잊고 싶다.
중원 생활을 청산하고 적암도로 돌아가자? 이런 말은 정말 개풀 뜯어먹는 소리다.
이제는 죽어도 중원에서 죽는다.
세상을 호령할 만한 무공을 지니고 한낱 어부로 살아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적암도 사람들에게 야뇌슬이라는 존재는 아주 부담스럽다.
그의 부모는 척박했던 과거에서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도민들이 떠나는 것도 반대했다. 그래서 죽이고 나왔는데, 그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적암도 도민 팔백 명과 야뇌슬은 적이다.
창암도 사주들은 자신들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쯤 벌써 싸움이 붙었을 게다.
‘야뇌슬을 얕보면 안 돼.’
한참동안 생각을 거듭하던 미와빙이 고개를 들었다.
“가야지?”
“가야지.”
노모보가 선 채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아버님. 노여움이 크시겠네? 야뇌슬은 오래 전에 죽은 줄로 아실 텐데.”
후룩! 후루룩!
노모보는 국물까지 모두 마신 후, 빈 그릇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다 먹었으면 가지.”
다섯 사내는 벌떡 일어섰다.
노모보가 선 채로 국수를 먹을 때부터 지금과 같은 말이 떨어질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도 입을 벌리고 들이붓듯이 국수를 먹은 후였다.
미와빙은 피식 웃으면서 전서를 가져온 사내에게 물었다.
“련주님 명령은?”
“일지할안 독고금을 호위해서 도련으로 돌아오시라는……”
미와빙이 어떠냐는 표정으로 노모보를 쳐다봤다.
쒜엑! 타악!
번개같이 뽑힌 검이 탁자를 반 토막으로 잘라버렸다.
노모보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었다.
적사해에서 야뇌슬을 죽여라.
적사해의 물길조차 잘 알지 못하는 놈, 이십사 무동을 출동하지도 못한 놈을…… 죽이지 못했다.
섬에 남아라! 놈을 죽이고 시신을 가져와라!
놈을 발견했다. 그리고 죽였다. 다만 시신만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다…… 죽이지 못했다.
이제 아버지의 신뢰는 깨졌다.
야뇌슬에 관한 한은 자신에게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도련으로 돌아와라? 놈이 남해에 나타났는데?
“도련으로 돌아가. 이게 제일 좋아.”
미와빙이 비웃는 듯 생글거리며 말했다.
“돌아가서 뺨 한 대 맞아야겠네.”
“그래. 하지만 어쩌겠어. 못나도 자식인데. 아버님의 노여움은 곧 풀릴 거야. 왜냐? 창암도가 고전할 거거든.”
“스무 명이 한 놈을 잡지 못한단 말이야?”
“야뇌슬이야.”
“야뇌슬? 야뇌슬, 야뇌슬! 야뇌슬은 신의 아들이라도 된다는 거야? 그놈은 뭐든지 해내는 놈이야!”
노모보가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호호호호!”
미와빙은 웃기만 할 뿐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 걸 보여주면 그 다음에 돌아오는 건 토사구팽(兎死狗烹)이다. 이건 절대적인 진리다. 어떤 자도 밑천이 떨어진 자를 옆에 두지는 않는다.
야뇌슬은 적송림 십이좌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유불선 삼교에 대해서 심도 깊게 탐구했다.
멍청이가 아니라 지혜에 밝은 자란 뜻이다.
아무도 그 점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십사 무동을 칠성출관하지 못한 놈으로만 생각한다.
창암도는 곤욕을 치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일일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다. 그러면 소용가치가 훨씬 덜해진다.
미와빙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은 무조건 돌아가. 가서 뺨 한 대 맞아.”
‘야뇌슬……’
일지할안 독고금은 야뇌슬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매우 인상 깊게 들었다.
시교혈랑대가 바싹 긴장하는 자!
‘야뇌슬!’
그녀의 봉목이 맑은 광채가 반짝였다.